정시, 대학별 반영방법 따라 영어 영향력 달라져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올해 수능에서 영어 1등급인 응시자 비율이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9학년 수능 채점결과를 분석한 결과 90점 이상을 받은 1등급 비율은 5.3%(2만7942명)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10.03%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영어 1등급 비율이 10.03%에 달하며 ‘쉬운 영어’를 넘어 ‘물영어’에 가까운 기조를 보이며 난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수능 난도는 수능 직후 입시기관들이 예측한 7%대보다 낮은 5.3%로 나타나면서 또다시 난도조절 논란에 휩싸였다. 한 교육전문가는 “지난해 영어 난도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수험생들 사이에서 ‘쉬운 영어’라는 인식이 뚜렷해진 탓”이라며 “절대평가 이후 '영어는 쉽다'는 인식이 생기고 학습량이 줄다보니 난도를 조금만 올려도 1등급 비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절대평가 2회차를 맞은 영어 난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입시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어 변별력 확대로 수시는 수능최저 충족여부, 정시는 대학별 영어성적 반영방법이 주요변수로 떠오른다. 특히 영어 1,2등급 인원이 대폭 감소하면서 수능최저를 맞추지 못해 불합격하는 수험생이 대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충족하는 수험생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정시에서는 영어등급 간 점수차가 적은 대학이 많아 다른 과목에 비해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시는 영어 등급에 따라 가/감점으로 반영하는 대학보다는 영어점수를 등급별로 환산해 총점산출에 반영하는 대학에서 영향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수능에서 영어 1등급인 응시자 비율이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절대평가 2년차’ 영어, 1등급 비율 ‘반토막’.. ‘난도조절 실패’>
절대평가 2회차를 맞은 올해 수능영어 1등급 비율은 5.3%(2만7942명)로 나타났다. 상대평가로 치러진 수학 가형 6.33%, 나형 5.98%보다도 낮은 비율을 보였다. 지난해 첫 절대평가에서 1등급 비율 10.03%(5만2983명)로 ‘쉬운 영어’ 기조를 확연히 드러낸 것과 상반된다. 2년 만에 1등급 비율이 반토막이 되면서 상대평가로 치러졌던 2017수능 1등급 비율 4.42%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교육계에서는 ‘평가원이 난도조절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절대평가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평가원은 난도조절 실패를 자인했다. 성기선 평가원장은 4일 수능채점결과를 발표하며 수험생 분석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성 원장은 “출제위원 검토위원이 예상 정답률을 정하는데 예측력이 일부 문항에서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영어의 경우 학생들의 변화가 많았다. 작년에 1등급이 많이 나오다보니 올해 좀 가벼이 본 것이 아닌가 싶다”며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준비도가 약간 떨어졌다고 본다. 학생들이 과거보다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었고, 시험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앞으로 모집단 특성 파악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수능 직전에 실시한 9월모평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7.92%로 나타난 탓에 실제 수능에서 영어 난도 상승을 예측하긴 어려웠다. 다만 6월모평에서 어느 정도 ‘불수능’이 예견됐다는 분석도 있다. 6월모평 영어 1등급 비율은 4.19%로 절대평가 체제에서 치른 모의고사 중 가장 어려운 수준을 보이며 '불수능' 예측이 나왔다. 영어만 아니라 국어 수학 역시 지난해 수능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았고, 만점자 비율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다. 다만 9월모평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7.92%로 확대되고, 지난해 수능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10.03%를 기록한 만큼 실제 수능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렸다. 

반면 지난해는 6월모평이 쉽게, 9월모평이 어렵게 출제된 이후 실제 수능에서 영어 1등급 1비율이 10.03%로 기대 이상으로 쉽게 출제됐다. 지난해의 경우 6월모평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은 8.08%로 다소 쉽게 출제됐다가 9월모평에서 5.39%로 대폭 축소되면서 ‘절대평가의 역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첫 절대평가 체제로 영어가 이전보다 쉽게 출제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대부분이었지만 막상 9월모평 영어는 6월모평보다 어렵게 출제됐다. 2017수능 90점 이상 비율인 7.8%와 비교해도 확연히 낮았다. 9월모평 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수능최저 충족에 비상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실제 수능에서는 영어 1등급 비율이 10.03%의 유례없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사례를 되짚어 보면 9월모평에서 영어가 어렵게 출제됐더라도 실제 수능은 난도를 다소 하향한 셈이다. 반대로 올해는 9월모평에서 다소 쉽게 출제된 영어가 실제 수능에서는 급격히 어려워진 모습을 보이면서 평가원이 절대평가 난도조절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성 원장은 4일 수능채점결과를 발표하며 “지난해 수능부터 올해 모의평가, 수능까지 1등급 비율에 변화가 좀 많았다”며 “평가원 입장에서는 수험생의 시험 준비도, 시험을 보는 태도 등 특성이 상당히 중요한데 출제진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향후 수험생 모집단 분석을 면밀히 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반토막’ 영어.. 수능최저 충족 ‘비상’.. 수시이월 가능성도>
영어 1등급 비율이 대폭 줄면서 수능최저 충족에 비상이 걸렸다. 국어가 ‘역대급’으로 어렵게 출제됐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수능최저를 맞추지 못해 울상을 짓는 수험생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상위대학을 중심으로 정시에서 영어 반영 비중을 줄였지만 수시에서는 영어를 수능최저 등급산출 영역으로 여전히 많다. 평가원에 따르면 2019수능 영어 1,2등급 비율은 각 5.3%(2만7942명) 14.34%(7만5565명)로 나타났다. 2018수능 1,2등급 비율인 10.03%(5만2983명), 19.65%(10만3756명)보다 5만3232명이 줄었다. 

영어등급이 수시합격의 주요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영어 변별력이 높아지면서 영어 1등급을 예상하고 수시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수능최저 조건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교육기관 관계자 역시 “국어나 수학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시험 난도가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10점 단위로 갈리는 영어는 수능최저를 맞춰야 하는 수시 지원자들의 입시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며 “90점 이상(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이 지난해(10.03%)보다 크게 줄어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속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영어에서 특정 등급 이내 비율을 요구하는 경우 수능최저 충족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소장은 “연대나 성대처럼 수능최저에서 영어 2등급 기준을 설정한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이 생각지 못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대 학종 활동우수형은 국제계열에 영어 1등급, 나머지 계열에 영어 1등급의 수능최저를 설정했다. 학종 기회균형도 2등급 이내를 충족해야 하며, 논술도 2등급 이내의 기준을 뒀다. 성대 논술은 전 계열에서 영어 2등급 이내를 만족해야 한다. 

수능최저 미충족으로 수시 불합격 인원이 증가할 경우 수시이월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영어만 아니라 주요 영역에서 1,2등급 인원이 크게 감소하면서 수시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못하는 상위대학에서 최종 탈락하는 인원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모집인원 변화는 정시 경쟁률과 합격선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12월27일 이후 발표되는 대학별 학과별 수시이월인원을 반드시 확인해 지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별 영어 반영방법 중요도 ‘상승’>
영어 변별력이 높아지면서 정시 대학별 영어 반영방법을 향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정시에서 영어 영향력은 대체로 줄었지만 대학마다 반영방법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영어 등급에 따라 점수를 가산하거나 감점하는 정도로 반영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다른 영역과 동일하게 영어도 전체 점수를 산출하는 데 활용하는 대학도 있다. 등급간 점수차를 어느 정도로 설정하느냐에 따라서도 영어 영향력은 달라진다. 가/감점 방식으로 반영하는 대학보다는 영어를 일정비율로 점수 산출에 반영하는 대학에서 영어 영향력이 큰 편이다. 

상위17개대 가운데 감점 적용하는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가산점은 서강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 3곳이다. 나머지 12개대는 모두 점수합산 방식을 적용한다. 서울대 고대의 경우 1~2등급 점수차가 1점을 넘지 않는다. 특히 서울대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점수차가 2점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반면 연세대 5점, 이화여대는 10점까지 격차가 벌이지기 때문에 영어 2등급을 받았을 경우 합격권에서 멀어진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서울대 고대는 영어에서 2등급을 받더라도 다른 영역 성적이 좋다면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지만 이대는 지원이 거의 불가능하고, 연대도 사실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상위권에서는 서울대 고대보다는 연대에서 영어 영향력이 높다. 서울대 고대는 감점제로 영여성적을 반영하는 데다 등급간 점수차도 작다. 이투스 전훈 입시평가팀장은 “지난해 합격자 분포를 분석해보면, 연대에 비해 고대에서 상대적으로 영어 2~3등급을 받은 학생이 두드러진다. 반면 연대는 영어 2등급 합격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다만 영어 2~3등급으로 인한 감점을 만회할 만큼 나머지 영역의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는 1등급과 2등급 격차가 1점, 서울대는 0.5점에 불과하다. 고대는 3등급부터 점수차가 2점차로 벌어지지만 서울대는 3등급 이후에도 0.5점차가 유지된다.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점수차가 2점에 그친다. 등급간 점수차만 보자면 고대보다 서울대에서 영어 영향력이 더 낮은 셈이다. 반면 연대는 영어성적을 총점산출에 반영한다. 인문은 17%, 자연은 11%를 반영해 자연계열 모집단위보다는 인문계열에서 영어 영향력이 크다. 등급간 점수차도 큰 편이다. 1등급 100점, 2등급 95점, 3등급 87.5점 순으로 등급이 낮을수록 점수차가 커진다. 1~2등급 점수차는 5점이다. 

영어를 총점산출에 반영하면서 반영비율도 높은 곳은 단국대대(죽전20%/천안25%) 동국대(20%) 서울시립대(인문25%/자연20%) 숙명여대(20%) 인하대(20%) 홍익대(인문25%/자연17%) 등이다. 다만 시립대와 동대는 지난해보다 영어 등급간 점수차를 줄였다. 

이화여대는 반영비율이 높으면서 등급간 점수차도 큰 대학이다. 그만큼 영어성적의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대의 영어 반영비율은 국수탐과 동일한 25%다. 국수영탐을 각 25% 동일비율로 반영한다. 등급별 환산점수는 1등급 250점, 2등급 240점, 3등급 230점, 4등급 240점 순으로 10점씩 차이난다. 

경희대도 등급간 점수차가 5점 이상으로 큰 편이다. 1등급 200점, 2등급 192점, 3등급 178점, 4등급 154점 순으로 격차가 생긴다. 2등급을 받으면 1등급을 받은 학생보다 8점을 손해보는 셈이다. 등급이 낮아질수록 점수차가 커지기 때문에 영어 영향력은 더욱 높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영어 반영비율이 15%로 국수탐에 비해 작다. 

반면 건대(15%) 한대(10%)는 영어 반영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건대는 인문의 경우 1~2등급 점수차가 4점이지만 자연은 1,2등급을 동일하게 200점으로 환산한다. 영어 2등급을 받은 자연계열 수험생은 1등급 수험생과 비교해 적어도 영어에서 손해 볼 점수는 없는 셈이다. 한대는 인문이 1등급 100점, 2등급 96점으로 4점차, 자연은 1등급 100점, 2등급 98점으로 2점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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