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무원 자녀 혁신학교 1명.. 서울/경기교육청 ‘전무’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혁신학교 정책이 교육당국 스스로 신뢰를 상실함으로써 좌초위기에 직면했다.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누적된 학력저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진보교육감이 연임한데다 가장 많은 혁신학교를 보유한 서울 경기 교육청은 물론 교육부의 공무원 자녀들까지 혁신학교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10년동안 교육공무원들마저 외면한 혁신학교를 확대하겠다는 정책 추진 자체가 무리수임을 스스로 자인 한 꼴이다. 이 상황에서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포함한 진보 교육감들의 혁신학교 확대 움직임은 현장 반발만 키우면서 혁신학교정책 자체를 수정하거나 폐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혁신학교 정책이 교육당국 자녀들의 외면으로 신뢰를 스스로 상실함으로써 좌초위기에 직면했다.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누적된 학력저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진보교육감이 연임한 서울 경기 교육청에 이어 교육부의 공무원 자녀들까지 혁신학교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혁신학교’ 거부하는 현장.. 교육당국은 ‘확대’ 추진>
문재인 정부는 취임하면서 ‘혁신학교의 전국적 확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작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해 혁신학교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지난달 7일 ‘제2기 교육감 출범준비위원회 백서’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서울형 혁신학교’를 현재 189개교에서 2022년 250개교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교육당국과는 다르게 현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오랜 기간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혁신학교를 수요자들이 더 이상 믿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혁신학교 확대에 앞장서는 조 교육감은 지난달 30일 관악구에 위치한 인헌고에서 5일 동안의 학교방문을 마쳤다. 혁신학교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회자되는 인헌고를 벤치마킹해 교육정책의 방향을 구상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정작 현장에선 학부모들의 기초학력 향상 요구를 들어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교육감의 무리수는 또다른 현장반발을 키우고 있다. 최근 송파구의 신도시급 재건축단지 헬리오시티에 있는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을 혁신학교로 지정하겠다는 교육청의 방침을 강행하면서 입주 예정인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예비학부모 300여명은 교육청 앞에서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이 성과가 높은 혁신학교들에 대해 학교운영 자율성을 더욱 확대하는 ‘혁신미래자치학교’를 10곳 지정한다는 계획도 밝히자마자 논란이 일고 있다. 추가적으로 예산까지 지원할 예정인 만큼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하는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자사고를 ‘귀족학교’로 낙인찍어 폐지에 열을 올리는 서울교육청이 ‘기초학력저하학교’로 교육수요자가 원하지 않는 혁신학교에 대해서만 특혜를 늘리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일반학교와의 형평성은 무시한 채 혁신학교에만 온갖 특혜를 주고 있는 정책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혁신학교로 지정됐으나 현장의 반발로 무산된 사례가 늘고 있다. 강남구의 유일한 혁신고로 주목받았던 중산고가 대표적이다. 중산고는 2014년 하반기 공모를 통해 혁신학교로 지정됐지만 기존의 학부모들과 배정을 앞둔 중3 학부모들이 반대하면서 해를 넘기지 못하고 지정이 철회됐다. 교육전문가들도 혁신학교의 고질적인 학력저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부와 교육감들이 주도하는 혁신학교 확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혁신고들은 일반고인 만큼 교육수요자들이 대입경쟁력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중잣대’ 공무원들.. 혁신학교 재학 중인 자녀 1명>
정부 차원에서부터 혁신학교 확대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일선의 교육부 공무원들부터 자녀들을 혁신학교로 보내지 않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교육부 직원 자녀 고등학교 재학 현황’에 따르면 현재 혁신학교를 다니고 있는 교육부 공무원의 자녀는 1명에 불과했다. 진보교육감 등장이후 혁신학교의 장점을 강조하며 확대정책에 동참해온 교육부의 공무원들이 정작 자녀들을 혁신학교로 보내는 것에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교육부 청사가 세종으로 이전한 지 이미 5년이 돼가는 데도 교육부 공무원의 자녀가 세종 소재 고교에 진학한 비율은 34%에 불과했다. 전체 64명의 3분의1 수준인 22명뿐이었다. 상당수의 공무원들의 자녀는 서울 소재 고교를 다니고 있었다. 중앙고 현대고 휘문고 보인고 한대부고 등 서울의 자사고 뿐 아니라 강남 소재 고교를 다니는 학생도 8명 있었다. 교육부 공직자들이 자녀를 서울의 주요 고교에 진학시키기 위해 거주지를 유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육부 내부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국장급 공무원들이 세종으로 이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이중잣대’를 가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새 정부 들어 혁신학교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교육부의 공무원들이 정작 자녀들을 혁신학교로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의원도 “교육부 공직자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에 주소지를 유지하면서 입시 명문고에 보내는 것은 고교 서열화 완화를 강조하는 교육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고교’ 외면하는 서울/경기교육청 고위 공무원>
교육청 공무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최근 수도권 교육청 4급이상 공무원 중 자녀가 혁신고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경우도 단 한 건에 불과한 것으로도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진보교육감과 함께 혁신학교 확대를 위한 실무를 직접 담당했던 당사자들마저 혁신학교를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곽상도(자유한국) 의원이 서울/경기/인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4급이상 공무원 자녀 재학/졸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혁신학교 시행 이후 교육청별 4급이상 공무원 자녀 32명 중 혁신고에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자녀는 1명에 불과했다. 

서울교육청은 2011년3월부터 혁신학교를 시행하고 있다. 이 시기를 기준으로 현황을 살펴본 결과 서울교육청의 고위공무원 자녀 14명 중 혁신고를 재학하거나 졸업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541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혁신학교를 보유한 경기교육청도 마찬가지다. 경기교육청은 2009년 9월 김상곤 교육감 시절 혁신학교를 도입했다. 이 때 이후 4급이상 공무원 자녀 12명 중 9명은 일반고를 졸업했고 3명은 일반고에 재학중이었다. 인천은 4급이상 공무원 자녀 6명 중 1명이 유일하게 혁신학교에 재학하고 있었다. 나머지 5명은 일반고를 재학 중이거나 졸업했다.

2018년 기준 서울교육청은 혁신학교 189개 학교에 107억원을 지원해 학교당 평균 5700만원, 경기교육청은 541개교에 152억원을 지원해 학교당 2800만원, 인천교육청은 40개교에 14억원을 지원해 학교당 3700만원을 지원 중이다. 곽 의원은 “혁신학교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으며 시민들에게 혁신학교가 좋다고 권장해놓고 정작 교육감과 교육청 고위공무원 자녀는 혁신학교로 보내지 않고 있다”며 “혁신학교 저학력 문제를 덮자고 학력의 개념을 바꿀 게 아니라 모두가 보내고 싶은 잘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고자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내로남불’ 고위 공직자.. 조희연 김상곤 자녀 ‘외고, 8학군 출신’>
특히 혁신학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현 정부의 핵심인사들도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혁신학교 확대를 밀어붙이면서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주도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의 자녀들은 특목고와 강남의 유명 고교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가진 정책당국자들의 이중성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제시한 혁신학교 확대의 가장 중요한 근거인 ‘서열화 타파’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이끌고 있는 혁신학교의 확대뿐만 아니라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은 두 자녀를 모두 외고에 보냈다. 장남은 명덕외고, 차남은 대일외고 출신이다. 그럼에도 지난달 7일 조 교육감은 교육감 2기 출범 기자회견에서 ‘혁신미래교육 백서’를 통해 혁신학교를 확대하고 외고/자사고는 폐지하겠다는 정책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특히 임기내 최소 5곳의 외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교육청이 ‘탈락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평가 공정성에 어긋나다는 비판이 일자 조 교육감은 몇 시간 만에 ‘자발적 신청에 의한 예측치'에 불과하다고 말을 바꿔 빈축을 샀다.

경기도교육감 재임 시절 혁신학교를 처음으로 도입한 학교 모델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도 세 딸이 모두 강남 8학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경기도교육감 재임 시절 ‘공교육 혁신’의 모델로 혁신학교를 도입하며 서열화 타파를 주장한 김 전 장관의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외고/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였던는 김 전 장관의 행보가 오히려 자신의 자녀들이 재학했던 강남 명문고를 키워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뚜렷한 학력저하.. 10년 동안 악화>
정부의 혁신학교 정책의 수정이나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수요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학력저하 문제가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무작정 혁신학교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학력저하 문제에 대한 해법부터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성과에 대한 수요자들의 신뢰를 잃어 더 이상 사회적 합의로 쉽게 혁신학교 도입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조 교육감과 서울교육청의 ‘묻지마행정’ 논란 역시도 수요자들의 반발을 묵살하면서 정책을 일방적으로 운영해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작년에 공개된 교육부의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에 따르면 2016학년 실시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인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나 됐다. 전국 고교평균이 4.5%인 것에 비해 학력저하 현상이 두 배 이상 높았다. 혁신학교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59.6%로 전국 평균 82.8%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기초학력 비율은 28.5%로 전국 평균 12.7%의 2배 이상이었다. 기초학력미달을 포함한 기초학력 이하 학생이 40.4%인 셈이다. 

특히 ‘서울형 혁신고’ 10개교의 학업성취도도 전국 평균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혁신고 10개교는 보통학력이상 60.7%, 기초학력 22.4%, 기초학력미달 16.9%를 기록했다. 전국 고교평균은 보통학력이상 82.8%, 기초학력 12.7%, 기초학력미달 4.5%였다. 서울형 혁신고는 서울 고교 평균과도 격차가 큰 편이어서 심각성을 더 했다. 서울형 혁신고들은 고2 성취도평가 점수에서 중3 성취도평가자료의 종단연구를 통해 산출한 ‘학교향상도’ 역시 대부분 마이너스(-) 값을 기록했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학생들의 점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받았다는 의미다. 향상도는 학생 개인의 노력보다는 학교의 영향이 큰 지표인 만큼 서울형 혁신고들의 교육프로그램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올해부터는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 현황 자체를 파악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9년 만에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조사방식에서 표집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혁신학교의 학력저하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료마저 사라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나아가 정부가 혁신학교의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외면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진학실적으로도 확인되지 않는 만큼 교육현장에서 혁신고의 입시에 대한 수요자들의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조 교육감은 신뢰도 낮은 연구결과로 어설프게 혁신학교 옹호를 시도했다가 비난여론을 자초한 전례가 있다.

혁신학교가 현실적인 학교운영의 방안이기보다는 단순한 이념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주입식 교육 대신 창의적/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높이는 교육을 추구한다는 가치를 강조하지만 직접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수업이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력저하 문제는 혁신학교에서 학습부진 학생지도를 위해 방과후 학교프로그램이나 수준별 학습자료 개발 대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라는 명목아래 학생들을 방치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혁신학교를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교육수요자들의 신뢰를 잃은 만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혁신학교정책을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혁신학교 전국 1525개교.. 경기 100곳 신규지정>
교육계의 비판과 교육 공무원 자녀들까지 외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꾸준히 혁신학교를 확대하고 있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 현황을 취합한 혁신학교 현황에 따르면 현재 혁신학교는 전국에서 1525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혁신학교가 가장 많은 지역은 541곳의 경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울산이 7개로 가장 적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가 902개교로 가장 많았고 중481개교 고142개교 순이었다. 

전국에서 혁신학교가 가장 많은 경기지역은 작년 말 신규 혁신학교 100개를 지정했다. 지금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교육부 장관 자리에 오른 이후 혁신학교 사업에 박차를 가한 모양새다. 조희연 교육감 역시 현재 189개교인 서울의 혁신학교를 2022년 250개교로 확대한다고 공언했다. 혁신학교를 통해 민주적 학교운영으로 창의적 교육과정과 지역의 혁신교육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매년 혁신학교 학력저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성급한 확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별 현황은 ▲경기541개교 ▲서울189개교 ▲전북167개교 ▲전남99개교 ▲대구74개교 ▲충남73개교 ▲광주56개교 ▲강원55개교 ▲경남49개교 ▲충북41개교 ▲부산40개교 ▲인천40개교 ▲경북40개교 ▲제주30개교 ▲대전14개교 ▲세종10개교 ▲울산7개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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