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결기준확인..올해 변동사항까지 촘촘하게 따져야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많은 수험생들이 지난해 입시결과를 토대로 입시 전략을 구상한다. 그럼에도 입시결과를 통해 진학 가능성을 판단할 때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애초에 과거의 입시결과로 현재 수험생의 위치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가설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자료가 맞으려면 예전과 현재의 입시상황이 똑같아야 한다. 그렇지만 수험생이 맞이하는 입시상황은 매번 변화한다. 그러므로 입시 결과를 볼 때는 예전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해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입시결과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각 대학에서 발표한 결과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 입시결과를 발표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대학들도 많아졌지만 모든 대학이 입시결과를 홈페이지에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 수험생은 각 대학들의 입학처 홈페이지 자료실이나 전화문의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야 한다. 대학교육협의회 사이트를 활용할 수도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이 수험생이 취합한 입시결과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많은 수험생들이 지난해 입시결과를 토대로 입시 전략을 구상한다. 그럼에도 입시결과를 토대로 진학 가능성을 판단할 때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이 수험생이 취합한 입시결과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사진=중앙대 제공

<입시결과 기준의 점검>
입시결과 활용의 첫 번째 단계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그대로 믿지 않는 것이다. 대학이 입시결과 자료를 만들어 낸 ‘기준’들을 찾아 이를 고려해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기준을 찾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각 대학별 모집요강과 공개된 입시결과의 모든 페이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뿐이다. 서울시립대 지원을 준비하는 임의의 사례를 상정해 입시결과 분석의 기준을 논의하고자 한다. 서울시립대는 지난해 모집단위별로 합격자들의 수능총점과 수능 국수탐 영역별 백분위 점수를 공개했다. 영어 등급 점수 역시 공개했다.

입시결과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어떤 기준으로 수치가 산정됐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점수를 볼 때는 최초합격자와 최종합격자 가운데 ‘기준조건’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준집단’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한다. 대학이 공개한 점수가 그 조건을 충족한 모든 이들의 평균점수인지, 상위 80% 집단의 평균점수인지, 상위 80%선에 위치한 학생의 점수인지에 따라 결과를 다르게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학처 홈페이지에 따르면 서울시립대가 공개한 입시결과는 ‘최종합격자’의 ‘평균자료’이다. 대학들이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상위 80%컷’과 달리 최종추가합격자의 점수가 포함된 통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추가합격이 지나치게 많아 합격선이 늘어지는 소위 ‘펑크’ 현상이 났을 때 통계 수치가 오히려 더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서울시립대의 입시결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작년 추가합격현황은 물론 경쟁대학 등의 추가합격현황도 확인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립대 세무학과는 작년 1차 추가합격인원이 8명, 2차는 2명이었다. 합격자 중 10명이 타 대학에 등록한 것이다. 그 이후 4차 추가합격 공지까지 추가합격자가 없었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의 입시적 위치나 이 학과를 포기하고 등록할만한 다른 대학 타 학과들을 고려해보았을 때 공지되지 않은 전화 추가합격 등은 없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게 타당하다. 2차에서 모든 추가합격이 완료됐다면 비교적 이른 시점에 끝난 셈이다. 따라서 추가합격자와 최초합격자의 성적 차가 크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대학이 공개한 자료가 ‘평균’으로 표현됐지만 그 분포가 큰 왜곡이 없다고 추정되는 만큼 상당히 신뢰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입시결과는 백분위로 표현됐지만 서울시립대는 표준점수 반영대학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작년 수학(나)형 백분위 98인 학생과 92인 학생의 표준점수 차이는 2점에 불과했다. 작년 수능 기준이라면 저 평균 백분위에 못 미치는 92의 백분위라도 실제 지원 시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올해 수능의 표준점수 분포가 이와 동일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백분위 1의 차이에 2점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입시결과를 분석할 때도 올해 수능의 실채점 결과 나타나는 백분위와 표준점수의 상관관계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기본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입시상황 변화의 점검>
지원할 대학의 정시전형방법이 변화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한다. 입시결과를 올해에도 동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특히 영역별 반영비율과 모집인원/군 변동 여부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계속해서 서울시립대 사례를 통해 영역별 반영비율의 변수에 대해 분석하겠다.

- 영역별 반영비율
서울시립대는 작년과 반영비율이 달라진다. 시립대 인문계열은 지난해 국어28.6% 수학28.6% 영어28.6% 탐구14.2%를 반영했다. 한국사는 등급별 감점이다. 올해 인문계열을 Ⅰ과Ⅱ로 나눠 인문계열Ⅱ로 분류된 경영/경제/세무학과와 나머지 인문계 모집단위들은 반영비율이 다르다. 인문계열Ⅰ은 국어30% 수학30% 영어25% 탐구15%, 인문계열Ⅱ는 국어30% 수학35% 영어25% 탐구10% 반영한다. 영어 등급별 배점도 반영비율 감소에 따라 약간 변동했다. 한국사는 변화가 없었다.

영역별 반영비율의 변화는 대학별 환산점수에 유리한 점수구조의 변화도 동반한다. 서울시립대는 작년까지 탐구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의 비율이 동일했다. 따라서 전 영역에서 고른 점수를 받는 학생이 유리한 구조였다. 탐구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어 점수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지원이 가능했다. 그렇지만 올해부터 올해 인문계열Ⅱ 영역에서는 수학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더 유리해진다. 작년 입시결과에서 세무학과 합격생들은 국어의 평균점수가 수학보다 더 높았지만 올해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탐구의 비중이 더 적어진 것도 세무학과를 지원할 시 변수가 될 수 있다. 탐구에서 실수를 했지만 수학실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모집단위가 됐기 때문이다. 영어의 비중과 등급별 배점의 변화도 유의해야 한다, 작년에는 1000점 만점 기준 8점이었던 1등급과 2등급의 차이가 올해는 4점이다. 지난해 합격생 대부분의 영어 등급이 1등급이었지만 올해는 2등급 이하의 학생들도 타 영역으로 만회할 여지가 생겼다고 분석된다. 따라서 올해 세무학과 영어등급 평균점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모집인원 변화와 군 변동 여부
모집인원의 변화와 군 이동도 확인해야 한다. 모집인원의 변화는 합격가능성 자체뿐 아니라 지원자들의 심리적 요소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모집단위의 최종 경쟁률과 함께 마땅히 중요한 변수로 확인해야 한다. 수시 미등록인원이 포함된 확정 정시 모집인원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계획상으로는 작년보다 모집인원이 적어 입시결과의 상승을 예상했지만 이월인원 때문에 실제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집군이 지난해와 달라지는 경우도 주목해야 한다. 군 이동으로 인해 지원자가 선택할 수 있는 군별조합이 작년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이 지원하려고 했던 다른 대학의 모집군과 같아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군 이동이 발생하면서 같은 군이었던 다른 모집단위들의 경쟁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군 이동은 지원패턴의 변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한발 더 나아간 고민이 필요하다. 정시 지원을 앞둔 수험생들은 눈으로 보이는 입시결과를 지나치게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구조적인 변화 안에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시환경의 변화는 마땅히 입시결과의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대학별 반영비율에 따른 입시결과 해석>
반영비율은 대학마다 다르기 때문에 입시결과를 해석하는 것도 대학마다 달라진다. 주요 대학들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을 통해 이를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한양대 역시 시립대와 마찬가지로 작년 수능 백분위 평균 현황을 공개했다. 기준을 점검하는 것은 앞서 설명한 것과 동일하다. 입시결과 자료의 기준조건이 ‘입학생’이므로 한양대에 등록한 학생들의 ‘평균’점수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최종 컷트라인은 표시된 점수보다는 다소 낮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지원자의 점수가 입시결과의 점수와 유사하다면 전형 요소의 큰 변화가 없는 한 합격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양대는 백분위 ‘평균’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한양대가 상경계열을 포함한 인문계열 전체에서 영역별 동일한 반영비율을 활용하는 대학이기에 충분히 의미가 있는 자료다. 2017학년 수능에서는 국수영탐을 각 25%씩 반영했고, 작년에도 영어를 제외한 세 영역의 반영비율이 같았기 때문에 백분위평균 점수를 그대로 비교해도 환산식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영역별 반영비율이 다른 대학은 그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성균관대는 작년에 국어40% 수학40% 탐구20%로 반영했다. 본인의 세 영역 백분위가 국어90 수학100 탐구90이라면 한양대식으로는 93.3이지만 성균관대 식으로는 94점으로 계산된다. 이 경우에도 공개되는 ‘평균’ 백분위는 93.3이겠지만 수험생별 점수구조와 반영비율에 따라서 유불리가 발생하는 셈이다. 실제 결과는 역시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꼭 유의해야 한다.

경희대의 경우 반영비율이 모집단위마다 합격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도 있었다. 지난해 경희대 철학과와 관광학부의 ‘국수탐평균’ 백분위 성적은 큰 차이가 없다. 철학과는 국어95.8 수학91.5 탐구91.9로 국수탐평균이 93, 관광학부는 국어92.0 수학95.9 탐구90.2로 93.3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철학과에 합격한 학생이 관광학부에 지원한다면 합격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경희대는 반영비율을 계열별로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경희대는 철학과가 포함된 인문계열과 관광학부가 속한 사회계열의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이 다르다. 인문계열은 국어35% 수학25% 영어 15% 탐구20% 한국사5%, 사회계열은 국어25% 수학35% 영어15% 탐구20% 한국사5%로 반영한다. 따라서 경희대 지원을 고려할 때는 각각의 영역별 평균 점수가 국수탐평균 값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실제로 인문계열에 지원하는 학생들과 사회계열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점수 구조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기본적으로 국어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수학성적이 우수한 학생으로 나눌 수 있다. 이 학생들이 나군을 경희대보다 상향 혹은 하향으로 쓸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다른 대학 위주의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경희대 인문계열을 가군에 쓴 학생이 나군에 적정/안정 위주 대학을 찾고 싶다면 점수구조가 가장 비슷한 동국대를 먼저 고려할 것이다. 반면 경희대 사회계열을 쓴 학생이라면 수학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국대 인문Ⅱ계열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다. 

입시결과의 확인과 해석은 단순히 ‘지원가능점수’를 확인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지 않다. ‘지원자’들의 흐름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그 흐름 속에서 변수를 포착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 누구도 당해의 입시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드러난 결과들 이면의 점검을 통해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추정해볼 수는 있다. 결국 입시 전략의 수립과 선택은 드러난 결과가 아닌 본인 나름대로의 근거와 해석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  특히 정량적인 결과가 주가 되는 전형이라면 이런 다각도의 해석이 분명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입시기관의 해석도 ‘합리적인 추정’일 뿐이며 그 선택과 책임은 수험생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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