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초 해누리초중 지정 검토.. ‘일방적 밀어붙이기' 비난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서울교육청이 내년 3월 개교할 예정인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을 혁신학교로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입주예정인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주민들은 혁신학교 전환을 위해서는 학부모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교육청은 교육감이 신설학교를 혁신학교로 임의지정해온 만큼 관행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서울교육청의 ‘묻지마 행정’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학부모들이 기피하는 이유인 ‘학력저하’ 문제를 외면한 채 성급하게 혁신학교를 확대하려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재건축 지역 헬리오시티에 위치한 가락초는 2014년부터 휴교상태였지만 입주민이 들어오는 내년 3월 다시 개교한다. 병설유치원을 제외하고 55학급 규모로 예정됐다. 서울의 첫 초중등 통합운영학교인 해누리초중은 1교장 2교감(초, 중 교감) 체제로 운영된다. 초등학교26학급 중학교19학급 등 45학급으로 학생 1410명 규모다. 서울교육청은 현재 3개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입주 예정인 주민들은 즉각 반발하며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단체청원과 단체민원을 진행하며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내년 3월 개교할 예정인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을 혁신학교로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입주예정인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주민들은 혁신학교 전환을 위해서는 학부모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교육청은 신설학교는 임의로 혁신학교를 지정해온 만큼 관행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혁신학교 ‘강행’ 움직임.. 학부모 ‘배제’>
서울교육청은 30일 주민공청회를 거쳐 혁신학교 지정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전부터 신설학교에 대해서는 혁신학교를 임의로 지정해 개교해왔던 만큼 동일한 정책기조를 유지하며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상 혁신학교 전환을 전제한 입장인 만큼 이를 반대하는 예비학부모들과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학급당 학생 수가 과밀할 것으로도 예측돼 혁신학교의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학교의 경우 혁신학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원의 동의를 50%이상 얻어야 한다. 반면 신설학교는 혁신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혁신학교 지정여부를 결정한다. 재학생이 없기 때문에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은 운영위원회에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의결을 하지 못했다. 현재 혁신학교 지정여부가 조 교육감에게 위임된 상황이다. 조 교육감은 지속적으로 혁신학교의 확대를 주장해온 만큼 가락초와 해누리초중도 혁신학교로 지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입주할 예정인 학부모들은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주민들이 사실상 학부모나 다름없음에도 자녀를 아직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견수렴을 배제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가락초와 해누리초중 예비학부모회의 한 관계자는 서울교육청이 사전 수요조사를 위한 입학 예정자인 학생명단은 받았지만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단체청원과 반대의견은 수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필요할 때는 주민들의 학부모의 지위를 인정했으면서도 정작 동의를 받는 절차를 생략하며 일방적으로 혁신학교 개교를 추진하는 셈이다. 

혁신학교를 추진할 근거도 부족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학급당 학생 수가 혁신학교를 운영하기에는 과밀하다는 지적이다. 서울교육청은 ‘2018 서울형혁신학교 운영 기본계획’을 통해 혁신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 이하로 편성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헬리오시티에 입주예정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 결과 해누리초는 학급당 31.9명, 해누리중은 학급당 34명으로 추산됐다. 혁신학교를 강행하는 서울교육청의 입장이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이사가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혁신학교의 교육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반복되는 ‘묻지마 행정’.. ‘이중잣대’ 지적>
반대의견을 설득하기보다 묵살하는 서울교육청의 ‘묻지마 행정’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학부모회 한 관계자는 “한 번에 세 곳의 학교를 멋대로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허울뿐인 운영방침과 교육감 개인의 취향에 따른 권력 행사로 인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육 선택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통을 강조하는 조 교육감이 학교유형의 결정 문제에 있어서는 독단적인 모습이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이미 여러 차례 독단적인 정책결정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과정에서 학부모들과 지속적인 마찰을 빚어왔다. 자사고였던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이 대표적이다. 대성고는 2011년부터 자사고로 운영해왔지만 올해 자사고 지정취소 신청서를 접수했다. 서울교육청이 요청을 수용하면서 대성고 학부모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대성고 학생 135명과 학부모 255명 등 390명으로 이뤄진 소송인단은 서울행정법원에 조 교육감을 상대로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 중지를 위한 집행정지 신청하기도 했다. 대성고의 학부모들은 서울교육청의 폐쇄적인 절차운영을 두고 ‘묻지마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학부모 의견수렴 없이 교육청이 일반고 전환을 독단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지정운영위원회 회의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청문절차에 관해서도 안내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이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학부모를 청문 당사자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정취소 신청서 서식에 학부모 동의여부를 표시하는 란이 없다는 이유로 학부모 동의가 필수가 아니라는 교육청의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성고 학부모회의 대표는 “교육청의 진행과정에서 학부모 권익과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발견되면서 단순히 대성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느꼈다”면서 “그대로 둔다면 학생과 학부모 권리를 침해하는 나쁜 관행으로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교육청의 폐쇄적인 행정운영은 외고의 일반고 전환 논의를 해야 했던 부산교육청 강원교육청과 대조적이다. 내년부터 일반고 전환이 확정된 부산국제외고의 경우 교육청 지정운영위원회 회의와 청문과정에 학부모가 모두 참석했다. 강원외고는 지정운영위원회 회의 결과 2022학년까지 외고 지위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전환을 신청하기까지 다양한 통로로 학부모 의견을 수렴했다. 강원외고는 일반고 전환 신청서에 학부모 동의비율이 포함된 의견수렴 자료를 포함해 제출하기도 했다. 반론의 여지가 거의 없는 교복 개선마저 공론화로 처리한다던 서울교육청이 유독 학교유형의 결정과 관련된 사안들에 있어서는 ‘묻지마 행정’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확대되는 혁신학교.. ‘학력저하’ 10년간 악화>
교육전문가들은 혁신학교의 고질적인 학력저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같은 상황이 반복될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조 교육감은 7일 ‘제2기 교육감 출범준비위원회 백서’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서울형 혁신학교’를 현재 189개교에서 2022년 250개교로 32.3%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혁신교육’의 성과를 일반고와 나눈다는 구상까지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조 교육감은 지난해 신뢰성 낮은 자료로 혁신학교를 옹호하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곽상도(자유한국) 의원이 작년 10월 교육부에서 받은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인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나 됐다. 전국 고교평균이 4.5%인 것에 비해 학력저하 현상이 뚜렷했다. 기초학력미달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20점 미만을 나타낸다. 수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학업을 포기한 인원으로 분류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에 따라 ‘보통학력’(100점 만점에 50점 이상 수준) ‘기초학력’(20~50점) ‘기초학력미달’(20점 미만)로 구분한다.

2016년 고교 혁신학교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59.6%로 전국 평균 82.8%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기초학력 비율은 28.5%로 전국 평균 12.7%의 2배 이상이었다. 기초학력미달을 포함한 기초학력 이하 학생이 40.4%인 셈이다. 특히 혁신학교의 영어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14.4%로 전국 평균 5.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수학의 경우 12.9%(전국 평균 5.3%), 국어는 8.3%(3.2%)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전국 평균을 크게 넘어섰다.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은 곳을 우선 혁신학교로 지정해 학력저하 문제가 발생했다는 반론이 있지만 도입10년에 다다를 때까지 꾸준히 학력미달 논란에 시달리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올해부터는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 현황 자체를 파악하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9년 만에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조사 방식에서 표집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에도 한계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도 혁신학교의 낮은 성취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개발원은 서울형 혁신학교는 부진 학생에 대한 지도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점에 더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행/재정적 예산지원에도 불구하고 참여율이 일반학교에 비해 저조한 점을 지적하며 사교육비 증가여부를 따져볼 것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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