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내 165명 모집.. 자기주도적 삶 담아내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편집자주]
올해부터 고입이 동시실시된다. 기존 전기고로 선발하던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후기전형으로 이동해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학생을 선발한다. 모든 고교가 동일선상에서 정면승부를 겨루게 된 셈이다. 2022대입개편의 소용돌이까지 겹치면서 수요자들의 머리 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정시 확대’의 대입개편 움직임으로 특목자사고에 무게가 실린다지만 오히려 특목자사고간 옥석가리기는 더욱 중요해졌다. 여전히 대입이 수시대세인 상황에서 학교경쟁력인 ‘수시체제’ 없이 개인역량에 무게가 실린 수능만 강한 학교의 선택은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목자사고 못지않은 교육 시스템을 갖춘 일반고가 어디인지 살펴보는 것도 필수다. 고입동시실시를 기회로 삼아 도전장을 내민 일반고의 교육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베리타스알파는 처음 진행되는 고입동시실시에서 자사고 외고 일반고 유형을 망라해 탄탄한 학교경쟁력을 갖춘 10개교를 추렸다. 고입동시실시를 겨냥한 베리타스알파 추천고교10인 셈이다.

선발효과를 감안한 실적, 구성원들의 열정과 가능성, 실질적인 학교시스템이 잣대가 됐다. 수요자들의 어려워진 선택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게재는 유형별 가나다 순이다.

민족사관고는 96년 3월 개교이래 실험적인 교육체제로 우리나라 고교교육의 지평을 넓히는 선구적 역할을 해왔다. 20년 넘게 바뀌는 입시제도와 트렌드를 선도해온 흐름의 중심에는 여전히 전국의 영재들을 선발해 민족혼을 되살리고, 미래 조국을 이끌어 갈 ‘대한국인’을 양성하겠다는 최명재 설립자의 소망이 자리한다. 아이비리그 진출의 길을 열었던 민사고는 해외대학 대비 시스템을 그대로 학종 수시체제로 녹여 최근 대입에서도 정상의 실적을 과시해왔다. 여전히 외고 자사고 유형의 신설 고교의 대표적 벤치마킹 대상으로, 수시체제구축을 위한 일반고의 학교탐방 대상으로 유명하다.

민족사관고는 실험적인 교육체제로 선구자 역할을 해온 학교다. 여전히 외고 자사고 유형 신설고교의 대표적 벤치마킹 대상으로, 수시체제 구축을 위한 일반고의 학교탐방 대상으로 굳건하다. /사진=최병준 기자

<‘다양성’에 방점.. 학종에서도 위력>
‘입시를 위한 교육’과는 거리가 멀지만 대입실적이 자연스레 뒤따른다. 2018학년 서울대등록자 기준 33명(수시22명+정시11명)을 배출했다. 특히 학종중심 대입지형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는 비결로 ‘다양성’을 꼽는다. 학업뿐 아니라 교과외 활동 역시 다양성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수업의 경우 5인이상 수강신청을 하면 교사시수에 부담이 없는 한 강의를 열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충분히 들을 수 있고, 자신의 진로에 맞춰 기초부터 심화과정의 수업까지 모두 들을 수 있다. 민사고 이창규 사무국장은 “소인수 수업의 경우 상대평가를 하는 현재 구조상 내신저하를 염려하는 학생들은 기피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교사가 학생을 더 잘 살펴 세부및특기사항에 학생의 역량과 잠재력에 대해 자세히 기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과목으로 흩어지다보니 대학 입장에서는 수치로 줄세우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동아리도 100개 넘게 운영되고 있는데 그 속에서 리더십 봉사 갈등 등 대학에서 교과외적으로 평가하고 싶은 부분들이 드러나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런 것들이 학종에서 크게 어필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무학년 무계열 융합교육과정.. 내신경쟁 아닌, 폭넓고 도전적인 과목선택 유도>
민사고가 최초로 2008년부터 도입해 민사고 교육과정의 상징과도 같은 ‘무학년 무계열 개방형교육과정’은 올해부터 2015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됨에 따라 ‘무학년 무계열 융합교육과정’으로 변화한다. 10년간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단점을 파악해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내신경쟁에 매몰되기보다는 폭넓고 도전적인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많은 선택과목 중 2,3학년때 듣게 되는 대부분 과목이 진로선택으로 3단계 평가가 진행된다. 석차등급이 기록되지 않아 내신 경쟁을 완화하고 소질과 적성에 따른 다양한 과목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해 더 넓고 깊게 공부하도록 했다. 이 국장은 “진학을 위한 교육보다는 소질과 적성에 따른 다양성 제고에 기여했지만, 일부 학생의 경우 도전적이고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기보다는 내신경쟁과 진학을 고려한 과목을 선택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다 보니 도전적인 과목 선택으로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기보다는 내신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쪽으로 경도되는 경향이 보이기도 했다. 학생들이 폭넓고 도전적인 과목을 선택하고, 내신경쟁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며, 서로 소통하고 역량을 키워 미래의 창의적인 융합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종합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민사고의 최대장점인 ‘다양성’을 최대한 활용해,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융합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다. 과학이나 예술 등 특정분야 중심의 영재교육이 아니라 자연과학 및 인문학적인 교육과 통찰력, 비판적인 사고력과 창의성, 협동심과 소통능력 등 역량 중심의 융합교육을 실시한다. 이 국장은 “인문 자연 국제 국내에 관심있는 다양한 학생들에게 학년구분 없이 최소한의 필수 이수단위만 요구하고, 180단위 교과 중 110단위 이상(54개과목 이상)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인문/자연 성향에 관계없이 인문학과 과학 과목에서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소통하며 토론하며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새로운 융합영재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세계적인 교육경쟁력을 갖춘 학교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융합모듈’ 프로그램.. 민사고만의 ‘다양성’ 활용한 시너지효과>
민사고는 ‘융합모듈’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했다. 최근 사회에서 부상하고 있는 융합적 인재 육성과 관련한 교육프로그램이다. 사회적 현상이나 문제점을 더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연관성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거나 창의적인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교육을 위해서다. 모든 학생들이 융합독서 융합상상력 융합프로젝트 과목을 통해 민사고만의 융합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이 국장은 “민사고에는 인문 자연 국제 국내에 관심있는 학생들과 수준 높은 전문성 소통력 협력을 할 수 있는 교사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융합교육의 실현이 가능하리라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융합독서는 1학년 대상으로 운영하는 융합교육과정의 기초수업이다.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기르기 위해 실시하고 있다. 인문 사회 과학 수학 예술교사 9명이 팀을 이뤄 수업을 진행해 각 학문영역의 ‘융합의 실천’이 목표가 아닌, 각 학문영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하고 특징적인 사고를 체험하는 것이 목표다. 학기마다 공통주제를 선정하고 해당 주제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도서를 선정한 뒤 학생들의 독서 협업 발표 토론, 결과물 만들어내기 등의 체험과 활동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융합상상력은 융합독서 이후, 더 개별화되고 심화된 과정이다. 2,3학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개별교사가 진행하거나 두 명 이상의 교사가 팀을 이뤄 인문사회와 자연과학 분야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융합교과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문과/이과 국내/국제 등 다양한 성향의 학생이 어우러져 수업을 듣게 함으로써 현실 문제에 대한 융합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하고 폭 넓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융합프로젝트는 융합독서와 융합상상력을 이수한 2학년2학기부터, 실생활 중심으로 자신들이 발견한 과제의 해결을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과목이다.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나 업무를 수행하는데 요구되는 문제를 스스로 선택한 뒤 질문과 토론을 거쳐 함께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는다. 팀단위 또는 개인 프로젝트 보고서나 공연 작품 등을 작성/발표/전시해 하나의 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한다. 이론 지식 기술을 적용해 비판적사고력 창의성 협동심 소통력 추진력 기획력 등을 기르게 된다는 설명이다.

국영수 선택모듈 역시 민사고만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인문 자연 국제에 관심있는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전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국어는 인문에 관심있는 학생들의 수준, 수학은 이공계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의 수준, 영어는 국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기초를 더 튼튼히 한다는 목표다. 국영수 필수 이수단위를 10단위로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학생들의 관심에 따라 학기별로 국영수 영역 중 한 과목씩 선택하거나 한 영역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영역에서 두 과목도 선택 가능하다. 자신의 관심과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깊거나 넓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국장은 “2학년부터 54개이상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다양한 과목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개요를 정리한 후 트랙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계획을 갖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구성해 그 안에서 학생들의 다양성이 더욱 다채롭게 펼쳐지도록 했다. 창의적 체험활동도 학교 외부 활동과 더불어 교내에서도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체계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정원내 165명 모집.. ‘자기주도적 생활자세 강조’>
민사고는 전국단위 모집으로 165명을 선발한다. 전형을 2단계로 단축해 1단계 교과성적100%로 2배수를 통과시킨 뒤 교과성적 서류평가 면접/체력검사 결과로 종합평가해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3학년2학기 성적까지 평가에 반영되는 변화다.

민사고는 요강상 지원자격으로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는 자’를 명시하고 있다. 영어로 의사소통하고 영어로 수강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국장은 “유창성과 좋은 발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어로 자신의 깊이있는 생각을 적절히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류평가에서는 자소서 추천서 등을 활용한다. 자소서는 어떻게 작성하는 것이 좋을까. 특별히 기술적으로 유념해야 할 점은 없다는 조언이다. 이 국장은 “민사고에서 바라는 학생상은 민사고 교육목표에 충실한 학생을 의미한다. 민사고에 맞는 학생, 민사고다운 학생은 민족정신으로 무장돼있어야 하고 자기가 개척할 분야에 대한 의지와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건강한 심신과 자기주도적 생활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상을 기반으로 어떻게 중학교 생활을 했는지, 삶/학업에서 진심으로 느낀 것이 무엇인지 정리해보면 된다. 이창규 사무국장은 “자소서를 쓸 때는 진솔하게 써야 한다. 어떤 과업에 성공했다면 성공한대로, 실패했으면 실패한대로 자신의 솔직한 느낌과 생각을 담아야 한다.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치열하게 공부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한 학생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자소서에 담아내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사고 입시를 고려해 억지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좋아하는 활동/공부를 하며 자신의 삶을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사는 것이 자소서 대비라면 대비인 셈이다.

면접은 ‘우리말의 이해’ ‘실용영어’ ‘수리적사고’ ‘행복한 학교생활’의 4개영역을 필수응시하고 6개 선택영역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6개 선택영역은 생활과학-물질의 이해, 생활과학-생명의 이해, 생활과학-힘과 운동의 이해, 생활과학-지구의 이해, 생활과학-정보의 이해, 인간사회의 이해다. 면접관들은 수험생 제출서류에 나타난 관심영역이나 수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한다. 1개영역 20분씩 총 100분 정도로 치른다.

미리 정해진 문제나 답은 없다. 면접관과 면접생의 다양한 대화를 통해 수험생의 논리력 창의력 비판적사고력 등을 평가한다. 질문이 정해진 면접이 아니기 때문에 면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질문과 답이 다양한 양태로 나타난다. 이창규 사무국장은 “예를 들어 중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에 대해 일상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가다 보면 어느새 면접 영역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대화가 어느 특정 주제로 넘어가서 그 주제와 관련된 수험생의 생각에 대해 토론이 오가기도 하는데, 그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사고 입시에는 체력검사도 포함된다. 교과성적 서류평가 면접 등과 종합적으로 심사해 선발하기 때문에 오직 체력검사만이 합불을 가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간과해선 안 된다. 2019학년 전형은 4km달리기 체력검사 방식에서 일명 ‘셔틀런’이라 불리는 왕복오래달리기로 바뀌었다. 기준은 중학교 3학년 90%정도가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 국장은 “이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은 자기관리를 잘 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다. 다른 전형요소들과 함께 종합해서 판단할 때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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