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 오페라 ‘마술피리 (Die Zauberflöte)’ K.620

모차르트 음악은 도처에서 들린다. 식당, 카페, 빌딩의 엘리베이터, 그리고 심지어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에서도 흘러나온다. 곡 제목은 몰라도 모차르트 음악을 휴대폰의 컬러링으로 쓰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혹 후손 중 누군가 저작권료를 챙긴다면 오스트리아 국가 전체를 살 수 있을 거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왜 모차르트 음악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선율이 아름답고 금방 친숙해진다. 단순하고 쉬워 보인다. 피아노 학원에 가면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이 모차르트 피아노소나타들을 곧잘 친다. “모차르트의 곡들은 어린이에게는 너무 쉽고, 어른에게는 너무 어렵다” 5,60년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 한 말이다. 맞는 말이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과 대가의 원숙미가 합쳐져야 모차르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연주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연주가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감상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클래식음악을 접할 때 가장 먼저 친숙해지는 음악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모차르트의 세계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넓어진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우리가 흔히 거론하는 각 분야의 천재들은 대부분 교육이나 시대적 환경, 그리고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모차르트도 예외는 아니다. 아버지의 엄격한 천재교육, 음악 한 분야에 몰입하는 성격과 노력 등이 그를 천재로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모차르트는 분명 다르다. 4살에 피아노를 배우고, 6살에는 미뉴에트를, 8살에는 교향곡을 작곡했다는 등의 일화는 진부하다. 그의 천재성은 기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음악들을 듣다 보면 도저히 인간이 만들어 낸 음악으로 들리지 않을 때가 많다. 모차르트를 사랑한 또 한사람의 천재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베토벤은 자신의 음악을 창조해냈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음악은 너무나 순수하고 아름다워 마치 거장에 의해 발견되길 기다리며 우주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음악 같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는 35년 짧은 생애 동안 41개의 교향곡을 비롯해 협주곡, 실내악, 소나타, 오페라 등 거의 모든 장르에서 걸작들을 만들어냈다. 그 중에서도 오페라는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들이며, 그의 천재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오페라는 16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음악극으로 이탈리아어 가사로 된 대본에 음악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모차르트의 대표적인 오페라 ‘돈 조반니’ ‘피가로의 결혼’ ‘코지 판 투테’ 모두 이탈리아어 대본이다. 또 하나의 걸작이자 최후의 작품인 ‘마술피리’는 독일어 가사로 된 징슈필(Singspiel) 형식의 오페라다. 모든 대사에 음악을 붙인 다른 오페라들과 달리, 연극처럼 대사로 줄거리를 전개해 나가면서 중간에 음악이 들어가는 ‘노래극’ 형식의 오페라다. 생애 마지막 해인 1791년에 모차르트는 두 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신성로마제국 황제 레오폴드 2세의 프라하 대관식을 위해 의뢰받아 불과 3주 만에 작곡한 ‘티토 황제의 자비’와 최후의 걸작 오페라 ‘마술피리’다. ‘마술피리’는 징슈필 형식의 오페라지만 그 속에는 당시의 수많은 음악양식들이 혼재되어 있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성악적 풍부함, 독일 노래극의 민속적인 유머, 바로크 풍의 엄숙함 등이 한 오페라 속에 녹아든 채, 독창 아리아와 익살스러운 중창 그리고 경건한 합창 등 다채로운 선율들이 뒤섞여 음의 향연이 만들어진다.

‘마술피리(Die Zauberflöte)’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동화적 줄거리의 서민적인 오페라다. 주된 내용은 사랑과 복수 그리고 용서와 자비 등으로, 모차르트가 단원으로 있던 프리메이슨 사상이 많이 내포되어 있다. ‘마술피리’ 속에는 다른 오페라와는 달리 주인공이 많다. 대립하고 있는 두 세계의 지배자인 ‘밤의 여왕’과 ‘자라스트로’, 자라스트로에게 잡혀 있는 밤의 여왕의 딸 ‘파미나’, 초상화를 보고 한눈에 반해 그녀를 구출하려고 뛰어 든 타국의 왕자 ‘타미노’, 그의 시종으로 따라 나서는 새잡이 ‘파파게노’와 그의 여인 ‘파파게나’... 모두 주인공들이다. 밤의 여왕이 타미노에게 위급할 때 사용하라고 준 선물이 마술피리다. 자라스트로가 지배하는 세계로 들어간 타미노는 갇혀있다던 파미나가 사실은 사악한 어머니인 밤의 여왕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고, 자라스트로에게 감명받은 타미노는 그가 제시한 몇 가지 시련을 견디어 내 진정한 수도자가 된다는 줄거리다.

오페라는 직접 공연장에서 관람하거나 영상을 통해서 감상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마술피리’는 대본을 보면서 음반으로 감상해도 지루할 틈이 없다. 여러 주인공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아리아들은 줄거리를 모른 채 들어도 하나하나 다 아름답다. 그 중에서 몇 개를 추려내 본다.

‘나는야 새잡이’ - 새장수 파파게노가 자기를 소개하면서 부르는 유쾌한 민요풍의 아리아/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 파미나의 초상화를 보고 한눈에 반해 부르는 타미노의 아리아/ ‘밤의 여왕의 아리아’ - 화려한 기교를 요하는 유명한 콜로라투라 아리아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 왕자가 구하러 올 거라는 말을 전해들은 파미나가 파파게노와 함께 부르는 기쁨과 사랑의 이중창/ ‘이 신성한 전당에는’ - 자라스트로의 용서와 자비를 나타내는 엄숙한 베이스 아리아/ ‘파,파,파,파 파파게나’ - 재회한 파파게노와 파파게나가 너무 기쁜 나머지 말을 더듬으면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이중창.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감탄하게 되는 흥겹고 익살스런 아리아.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작품이라 일컬어도 좋을 만큼 걸작이라 음반도 무수히 많다. LP로 남겨진 음반들을 모두 구해서 들어볼 생각도 해봤지만 20여개의 음반을 수집한 후 포기했다. 그 중에서 단연코 최고의 명반으로 꼽는 것은 1964년 녹음의 오토 클렘페러 음반이다. 루치아 포프, 니콜라이 겟다, 발터 베리,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크리스타 루드비히 등 당대 초 호화로운 배역진들이 경쟁하듯 음의 향연을 펼친다.
/유재후 편집위원 yoojaehoo56@naver.com

오페라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
https://www.youtube.com/watch?v=s7vJcUogrEI

오페라 ‘마술피리’ 중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이중창
https://www.youtube.com/watch?v=monEqnT0Eg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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