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고대로부터 명의로 평가되는 두 의성(醫聖)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 보신 편작(扁鵲)과 화타(華佗)입니다. 두 분의 일화는 많지만 오늘은 한비자(韓非子)라는 책에 나오는 편작의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편작이 채국(蔡國)이라는 나라에서 제나라 환공을 진료했습니다. 편작은 환공을 보자마자 그가 작은 병을 앓고 있음을 알았고, 즉각 약을 처방하여 먹으면 곧 괜찮아진다고 했지요. 그런데 환공은 편작의 말을 무시했습니다. 편작이 만날 때마다 병을 치료해야 한다고 했지만 환공은 본인의 몸에서 이상을 느끼지 못했고 치료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네 번째로 환공을 찾은 편작은 환공의 얼굴만 보곤 아무 말없이 그 자리를 물러나왔습니다. 몸에 이상을 느끼고 치료를 받으려 했던 환공이 사람을 보내 그 까닭을 물으니 편작은 “병이 피부에 있는 동안에는 탕약과 고약으로 고칠 수 있고, 혈맥에 있을 때는 침이나 뜸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병이 골수에 미치면 저승신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소. 그런데 지금 군의 병이 골수에까지 이르러 나도 고칠 수 없다고 생각해 말씀드리지 않은 것입니다”라고 답했지요. 실제로 환공은 얼마 후 병으로 죽었습니다.

이 일화를 꺼낸 이유는 임상에서 비슷한 경우를 너무 많이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환공처럼 급하게 사망하는 경우는 아니지만 병이 계속 악화되는 것을 방치하거나 스스로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식도암으로 1년 반 동안 지속적으로 오시는 분이 내원했습니다. 연말이 되어서 모임이 많아졌는데 와인 한잔 정도는 해도 되느냐고 물으시더군요. 암을 치료하기 이전의 주량이 소주 3병 정도 된다고 하시기에 한 잔 정도는 무리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맥을 보니 제 마음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이 확연히 느껴졌고, 소화기도 불편한 상황이었습니다.
일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지요. 처음에 내원하셨을 때는 음식을 삼키는 것도 힘들 정도여서 자신의 회사를 직원들에게 맡기고 있었고, 필요하면 회사운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생각까지 하실 정도로 몸관리를 철저히 하시던 분이었는데 어느새 건강을 소홀히 여기시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긴장된 맥이 나오는 분들은 면역력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위장관이 모두 경직되어 있으니 소화력도 떨어집니다. 소화기능에 문제가 있는데 우리 몸이 건강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면역력도 저하될 것이고, 다음 병원 검진에서 간으로 전이도 암이 확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연말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술을 드시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몸을 지속적으로 잘 살피고 아껴줘야 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살피면 큰 병이 되기 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한의학과 양의학의 차이점 중의 하나가 바로 미병(未病)이란 개념입니다. 병이 되진 않았지만 되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건강과 질병의 중간상태이지요. 미병 즉 건강하지 않은 상태를 보여주는 사인은 아주 많습니다. 요즘엔 양방에서도 미병의 단계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대사증후군이 바로 그것입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성인병이 되지 바로 이전 단계이므로 식이를 조절하고 운동으로 내장지방 등을 조절하라고 합니다.

한방에선 미병을 진단하는 기준이 아주 많습니다. 여자들은 생리 상황도 건강의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이던 생리가 한두 달씩 건너뛰고, 생리양이 준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상황입니다. 과로로 인해 몸의 피로가 가중되고 있는 과정일 수도 있고, 혈액생성 작용에 문제가 발생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입맛도 소화기의 문제를 반영해 주기도 합니다. 식욕저하는 비위의 기능이 떨어진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평균적인 한의사라면 맥은 물론이고 대소변과 수면, 식욕, 생리, 땀 등에서 환자의 상황을 쉽게 파악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본인이 건강을 악화시키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오늘도 60대 중반의 남자 환자분이 수족냉증을 호소하며 왔습니다. 맥진, 복진 문진 등으로 파악해보니 몸의 기능이 저하되어서 나오는 수족냉증이었습니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해내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이었지요. 그런데 이 분은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뒷산을 1시간 20분씩 오르내리신답니다. 필요한 에너지도 만들지 못하는 분이 거꾸로 과하게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으니 손발이 차질 수밖에 없겠지요. 손발이 치지는 증상과 운동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주4회, 한 시간 이내의 운동으로 제한하라고 권유했지요. 날씨가 추워진 만큼 모자와 장갑도 착용하라고 권했습니다. 침치료로 오장육부의 기능을 되살려 보고 부족하면 탕약을 처방하기로 했습니다.

가락동 시장에서 30년째 농산물 가게를 하고 있는 50대 중반의 남자 분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수면시간은 4시간 정도. 본인도 체력이 좋으니까 버티고 있다고 말합니다. 눈이 토끼눈처럼 빨갛고, 허리도 아프답니다. 무릎도 편치 않고요. 휴식이 보약이라고 해도 이제까지 이렇게 살아왔으니 바꾸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간열이 치성한 맥을 보며 속으로 “언제라도 중풍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을 들었습니다. “한 일주일이라도 푹 쉬세요. 잘못하면 큰 일 나세요”라는 말을 했는데 본인은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표정이었습니다.

오늘도 환자 한 분이 친한 40대 초반의 언니가 과로가 겹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뇌출혈이었다며 우울해합니다. 직업상 격무를 피할 수 없어 만날 때마다 피곤하다는 말을 했는데 이렇게 되었답니다.

우리 몸이 말하는 걸 주의 깊게 들어야 합니다. 만성적으로 피로가 쌓이거나 통증이 지속되는 건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중요한 사인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몸이 이상증상을 보이면 꼭 전문가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한뜸 한의원 원장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