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영향력 제한적인데 어려워진 출제기조도 우려'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올해 수능 영어영역 1등급 비율이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수능이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6월모평부터 ‘절대평가의 역습’으로 평가될 만큼 높은 난도로 출제됐었지만 수능까지 이정도로 어렵게 출제된 것은 예상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절대평가 첫 도입했던 지난해 보다 두배나 높아진 수능 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부터 수험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에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현장은 들끓고 있다.

영어영역의 출제기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수능이 어려워지면 절대평가를 도입해도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그대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절대평가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평가제도만 도입할 것이 아니라 학교현장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동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영어영역의 난도 상승이 대입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능최저 충족에 손해를 입는 학생들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정시에서 영어의 영향력은 줄어들어 결정적인 변수는 아닐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 영어영역 1등급 비율이 지난해의 ‘반토막’ 수준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수능이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예측 불가능한 수능 난도가 수험생의 입장에서 더욱 까다롭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다만 영어영역의 난도 상승이 대입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1등급 비율 5%대 예측.. 지난해 수능 ‘반토막’>
입시기관들은 9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 올해 수능 영어영역의 1등급 비율을 5%대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1등급 비율인 10.03%에 절반 정도 수준이다. 메가스터디는 가장 낮은 4.93%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도 “올해 수능 영어영역 1등급 비율을 5% 중반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해는 1등급 비율이 10.03%로 5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1등급이었다. 반면 올해는 5% 중반 수준으로 예상돼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3만명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절대평가로 치러진 첫 사례였던 2018수능의 영어 1등급 비율은 10.03%이었다. 전체 영어영역 응시생 중 5만2983명의 수험생이 1등급을 받았다. 2017수능 4.42%(2만4244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절대평가 전환으로 난도 하락이 예상됐지만 이전에 치른 6월모평(8.08%) 9월모평(5.39%)이 난도를 높여가던 추세와는 반대의 결과였다. 실제로 수능의 1등급 비율이 크게 늘면서 기대이상으로 쉬웠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올해는 모평에서부터 ‘절대평가의 역습’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영어의 난도가 높기도 했다. 6월모평의 1등급 비율은 4.19%이었다. 절대평가 체제에서 치른 모의고사 중 가장 어려웠다는 평가다. 9월모평도 1등급 비율이 7.92%로 6월모평보다는 쉬웠지만 역시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려웠다. 모평의 영어영역 난도가 높아지면서 수능의 난도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집중됐었다. 결과적으로 올해 수능은 수험생들이 느끼기에 지난해보다 어려웠던 것으로 입시기관들이 분석을 내놓은 상황이다.

<절대평가이후 점증한 난도.. 수험생 ‘학업부담’ 늘려>
수능 영어영역의 난도에 대해 교육현장의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절대평가를 도입했음에도 난도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능의 난도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모평을 토대로 난도를 예측하는 구조지만 6월과 9월 모평 사이에서도 난도가 판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은 6월모평과 9월모평을 거치면서 난도가 상승하던 추세와는 정반대로 매우 쉽게 출제됐다. 반면 올해는 가장 어렵던 6월모평 이후 다소 쉬워진 9월모평과 달리 수능에서 다시 난도가 상승했다. 

물론 모평과 수능은 다른 목적을 가진 만큼 난도 예측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모평은 수험생들의 시각에서 보면 ‘예비시험’일 뿐이지만, 출제기관 입장에서 보면 ‘실전’인 수능 이전 수험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난도를 조절하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어려운 경우에는 난도를 다소 낮추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쉽게 내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난도를 높여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어 모평이 다소 어려운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올해는 영어영역에서 수능이 모평보다도 어려웠다면 일관성을 상실한 출제경향이 수요자들이 더 큰 혼란에 초래했다는 비판이 힘을 받는다. 

이영덕 소장도 “시험의 난도는 ‘신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일정하게 맞추는 것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6월모평에서 4%대, 9월모평에서 7%대였던 1등급 비율이 수능에서 5%대로 예측되는 것은 수능이 수험생들의 예상보다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수능의 난도가 안정적으로 출제되지 않는다면 절대평가를 도입한 취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국어 수학 등에 집중했던 학생들이 영어에서 낭패를 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어영역의 난도가 예측 가능해야 학생들이 학습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어든다고 입을 모은다.

<어려워지는 수능.. 불합리한 ‘구조’ 지적도>
수능의 영어영역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점도 수험생들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절대평가로 치른 첫 수능에서 10.03%가 1등급을 받은 비율이 지나치다는 평가도 있던 만큼 올해 영어영역은 모평에서부터 난도가 높아졌다. 시험의 난도가 높아지면 학생들의 학업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절대평가를 도입했음에도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줄어들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실질적인 학교현장의 영어교육 개선은 뒤로한 채 섣부르게 평가방식만 바꾼 교육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특히 영어 절대평가가 가진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영어 절대평가는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1등급, 80점 이상이면 2등급 등 원점수 구간별로 등급만 주어진다. 결과적으로 1점 차이로 학생들의 등급이 갈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90점을 받은 학생은 1등급이고 89점을 받은 학생은 2등급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능 직후 유웨이중앙교육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영어에 학습부담을 크게 느끼는 수험생의 67.5%가 한 문제로 등급이 달라지는 구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평가구조는 불합리성에 대한 지적과 함께 학생들의 성취도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받고 있다.

<수시 수능최저 영향.. 정시 영향 제한적>
다만 영어영역의 난도 상승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 비해 1등급 비율이 줄면서 수시에서는 수능최저에서 예상치 못하게 낮은 등급을 받게 될 학생들은 늘겠지만 수능성적을 필요로 하는 정시에서는 다른 과목들에 비해 비중이 높지 않은 상황 때문이다. 이영덕 소장도 “1등급인 학생의 수가 5만명 정도에서 3만명 내외로 줄어들면 수능최저에서 손해 보는 학생들이 생길 수 있다. 상대평가의 경우 4%로 일정하지만 절대평가의 경우 난도에 따라 1등급의 규모가 바뀌기 때문이다. 연대나 성대 같이 영어 수능최저 충족기준이 2등급인 대학들을 지원하려던 학생들이 의외의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정시에서도 영어영역의 영향력이 지난해보다는 커진다고 예상했지만 큰 변수는 아닐 것으로 내다봤다. 수능최저와 마찬가지로 1등급 비율의 학생이 감소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변화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학별로 다른 수능 영어 반영방법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은 강조했다. 대학마다 감점 가산점 점수합산으로 나뉘고, 점수합산 방식을 채택한 학교 사이에서도 등급간 격차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대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점수차가 2점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반면 연세대 5점, 이화여대는 10점까지 격차가 벌이지기 때문에 영어 2등급을 받았을 경우 합격권에서 멀어진다. 이 소장은 "서울대 고대는 영어에서 2등급을 받더라도 다른 영역 성적이 좋다면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지만 이대는 지원이 거의 불가능하고, 연대도 사실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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