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기계공학과 서다은(천안월봉초-천안월봉중-충남삼성고, 2018 수시 일반전형)

[베리타스알파=유수지 기자] 서다은(20)학생은 서울대 KAIST GIST대학 한양대 성균관대 중앙대 학종 6관왕이다. 로봇공학자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 GIST대학(기초교육학부로 신입생 공통모집)을 제외하곤 모두 기계공학과에 지원했다. 서양은 자신의 합격 비결을 꼼꼼한 계획과 자기주도 학습법에 있다고 자평했다. 충남삼성고의 교육과정이 뒷받침된 것은 물론이다.

서양의 학생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계공학에 열정을 가진 학생의 내력이다. 교과활동과 수상실적, 동아리 활동 등까지 기계공학과 연결된 지점이 빼곡하다. 실제로 서양은 기계공학부에 진학하기 위해 교과과정을 직접 설계하고 자투리 시간마저 면밀히 계획해 비교과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서양의 학습 기록들이 단순히 학생부를 채우기 위해서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서양은 “대학에 가야 로봇 공학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저 생기부를 채우기 위해서였다면 그렇게 열심히 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교시절 공부와 활동들이 꿈을 이루는 데 왜 필요한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꾸준히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로봇공학에 대한 열정만큼은 이미 자신의 롤모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을 넘어선 듯 보였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서다은/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몰입의 힘, 물리를 만나다>
고교시절 서양은 철저한 노력파였다. 선행학습 없이 고교를 입학한 후 앞서가는 친구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는 서양. 쉽게 좌절할 수 있는 지점에서 서양은 잠을 줄였다. 매일 4시간만 자며 공부했지만 성적이 쉽게 오를 리는 없었다.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 투자시간 대비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 서양이 물리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성적의 획기적인 변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물리 수업을 들을 때마다 행복한 몰입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물리를 더 배우고 싶어 개별 교육과정을 설계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연구 프로그램과 동아리, 독서토론회, 방과 후 활동 등에도 주체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역학을 이용해 기계를 설계하고 제어하는 기계공학에 관심이 갔다.”

물리를 통해 공부법을 알아갔다. 학습 중 떠오르는 호기심 하나 의미 없이 지나치지 않은 덕에 물리는 언제나 1등급이었다. 과학의 기초지식들은 대부분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 도서관에서 대학 전공서적을 빌려 읽으며 관련 개념을 이해했다. 그럼에도 어려운 부분들은 선생님을 찾아갔다. 서양은 유난히 질문이 많은 학생이었지만 충남삼성고의 선생님들도 만만치 않은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선생님을 찾아가면 언제든 고민했던 과정을 이해해주고,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셨다. 많은 질문에도 귀찮은 기색 없이 늘 열성적이셨다”고 설명했다. 물리에 국한됐던 관심과 노력은 자연스레 연계 과목인 수학과 기계학, 로봇공학 등으로 확장해갔다. 물리를 공부하는 학습 태도를 다른 과목에도 적용하자 성적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았던 수학도 1등급의 성적과 교내 경시대회 수상을 동시에 이뤄냈다. 중상위권이었던 성적은 상위권을 지나 최상위권으로 발돋움했다.

서양은 스스로를 모범생이 아닌 몰입력이 강한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학습 원동력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힘에서 비롯했다는 것이다. 서양의 무아지경 몰입력은 부모님 덕분에 길러졌다. 부모님은 서양이 어릴 적부터 원하는 것을 마음껏 탐구하도록 응원해줬다. 서양은 중학교 시절 야구 선수가 되겠다며 캐치볼 연습을 했으며 독학한 포토샵을 통해 강좌를 만들며 파워블로거를 꿈꿨다. 생명과학에 빠져 주말마다 실험을 하며 생물학자가 되겠다고도 생각했다. 서양이 선행학습을 거의 하지 못한 채 고교에 진학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여러 분야를 탐구해보고 마음껏 몰두해 본 경험은 단순 주입식 공부로는 얻지 못했을 귀중한 집중력을 길러줬다. 어려워지는 공부 앞에서 좌절을 넘어서도록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기른 셈이다.

<충남삼성고와 서양의 상승작용>
충남삼성고는 서양의 성장을 이끌어준 최적의 선택지였다. 서양은 충남삼성고의 과목선택제도를 활용해 좋아하는 물리 관련 과목을 6개나 이수할 수 있었다. 충남삼성고 학생들은 이수 범위 내에서 대학생처럼 단계별, 개인별 시간표를 만들 수 있다. 공통필수 공통선택 과목, 계열선택 자유선택 과목 등의 과목이수를 학생이 원하는 시기에 직접 선택해 듣는다. 통상의 고교가 인문, 자연으로만 계열을 구분한다면 충남삼성고는 6개의 세분화된 학과(수학과 과학기술과 외국어과 국어과 사회과 예체과) 설계도 돼있다. 각 학과에서는 특성에 맞는 ‘과정선택’ 과목도 제공한다. 서양은 “누구나 직접 학교생활을 설계하고 계획했다. 교과 활동뿐만 아니라 자율활동과 동아리 활동 등도 스스로 진행하면서 주체적인 공부 방식에 단련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진로를 깊이 탐구해볼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해줬다. 서양은 충남삼성고의 진로직업체험과 명사특강, 독서토론회 등을 경험하며 로봇공학자로 꿈을 구체화했다. 과정선택 과목 중 하나인 ‘로봇제작’ 수업도 선택해 들었다. 학교에는 3D프린터와 각종 공작 기계, 레이저 커팅기 등이 갖춰져 있어 부족함 없는 환경 속에서 로봇제작을 진행해볼 수 있었다. 서양은 로봇 팔을 직접 제작하면서 기구학 지식이 없어 팔의 각도 조절에 여러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궁금증을 유지하고 있다가 충남삼성고의 ‘1인1능’ 프로그램에 활용했다. ‘1인1능’은 학생 스스로 연구 주제를 잡아 소논문을 작성해보는 활동이다. 서양은 ‘기구학을 이용한 로봇 팔의 위치 해석 및 적용’이라는 주제를 정해 탐구 활동을 진행했다. 연구 활동에 한 달 가량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서양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구학을 탐구해볼 수 있었다. 우선 고교 교과과정에 없는 ‘행렬’ 개념이 필요해 도서관에서 대학수학 책을 빌려 공부했다. 기구학에 대한 개념은 로봇공학 책과 유튜브 설명 영상을 통해 이해했다. 선생님들에게 이해한 부분을 확인하고 궁금한 부분을 묻기도 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호기심 있는 태도와 끈질긴 노력으로 서양은 답을 찾아낸 것은 물론, 연구 하나를 완성해냈다.

충남삼성고는 다채로운 교내 대회는 물론, 활발한 동아리 활동이 특징이다. 서양 역시 매주 주어지는 동아리 시간에 물리 동아리 대표로 활동하며 실험과 과제 연구를 수행했다. 서양은 고교 시절 가장 기억이 남는 활동을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동아리에서 진행한 ‘무인 자동차의 거리 측정 방식에 대한 탐구 활동’을 꼽았다. 쉽지 않았던 연구여서 더 애정이 간다고 이유를 밝혔다. “과제연구를 진행하면서 기대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아 고생했다. 원하는 정보를 찾기 힘들어 첫 단계를 성공시키는 데만 1학기를 다 보냈다.”

충남삼성고는 동아리 내 모든 활동을 학생들 스스로 계획해 진행한다. 선생님은 최소한으로만 개입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서양처럼 고민도 하고 어려움도 겪으면서 활동을 전개해간다. 그럼에도 충남삼성고는 바로 그런 고민들이 학생들을 성장시킨다는 생각으로 주체적인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매년 동아리 박람회 행사를 열어, 학생들이 진행한 연구 내용의 전시도 독려한다. 물론 박람회 체험 부스 제작과 활동 운영 계획 등도 모두 학생들이 설계한다. 서양은 동아리 내 의견 조율부터 연구 과제까지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끝내 성공적으로 박람회를 운영했다. “물론 고등학생의 연구 내용은 많은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팀 연구 과정이 무엇인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해야 하는지 등을 미리 체험할 수 있었다.”

<면접 준비, 깊이 있는 개념 이해와 모의면접>
서양은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 합격자다. 일반전형 선발은 서류평가와 제시문 기반 면접으로 이뤄진다. 통상의 면접이 제시문의 정답풀이에만 몰두한다면 서울대 면접은 정답 여부로 당락을 결정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단답형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수준, 오지선다형 시험에 대비하는 수준을 넘어 학습한 교과 개념을 나의 지식과 언어로 얼마나 이해하고 표현하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서양 역시 기본 개념에 대한 숙지를 면접 대비 방법으로 꼽았다. 실제 문제풀이에 개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깊이를 갖춘 이해가 필수적이다. 단순 문제풀이 위주 학습이나 주입식 교육으로는 얻을 수 없는 소양이다. 충분한 기간을 투자해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다뤄보거나 관련 이론 등에 대한 응용 연습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서양은 3학년 1학기 내신이 끝난 후부터 기출문제와 변형문제를 풀며 면접에 대비했다. 처음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 문제를 고민했다. 심화문제를 풀면서 어려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 자체를 향상시키고자 한 것이다. 선생님들과 시간을 재며 모의면접도 진행했다. 각 문제에 핵심을 잡아 꼼꼼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스스로 대학수학책을 찾아보던 서양도 고교 교육과정을 넘는 공부가 면접에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서울대 기출문제들은 모두 고교 교육과정 내 기본적인 지식을 이용해 풀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제시문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개념이 등장한다면 기본적인 개념 설명이 함께 주어질 것이라는 것이 서양의 설명이다. 대학 수준의 개념을 아는 것보다는 교육과정내 기본적인 개념을 숙지하고 더 잘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면접 대비 방향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양에게 실제 면접은 수많은 모의면접 덕분에 크게 떨리지 않았다. 선생님과 모의면접을 진행해볼 수 없는 학생이라면 친구들 또는 부모님과 반드시 진행해볼 것을 추천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알고 있는 내용을 말로 설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면접 제시문의 경우는 일반전형 면접의 제시문이 쉬워졌다는 여론과 같이 어려운 수준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문제가 너무 쉬운 것에 당황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쉬워 핵심을 잡아 논지만 전하지 않고 관련 설명을 너무 많이 했던 것 같다. 대답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 덕에 날카로운 질문이나 압박 질문도 없었다.” 서양이 자신의 합격 비결은 면접이 아닌 학생부에 있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는 이유다.

<꿈을 구체화시켜준 한 권의 책>
서양의 로봇공학자라는 꿈에는 사회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꿈의 계기는 한 권의 책 덕분이다.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꾼 이야기는 흔한 편이지만 서양의 경우 한 권의 책을 만나기 전 수많은 독서가 선행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고교 입학 후, 물리에 대한 열정을 발견한 서양은 독서토론회 위원장을 지내며 관련 서적들을 항상 가까이했다. 마침내 서양이 ‘로봇 정신’이라는 책을 만나게 된 때는 3학년에 올라가서다. “꿈이 구체화되는 순간이었다. 책을 통해 재난 구조 로봇에 대해 알게 됐다. 단순히 물리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내가 배운 지식으로 인간과 사회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책은 서양에게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로봇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전달해줬다. 서양은 우선 책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위험한 현장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마주했다. 사람들은 화재, 자연재해, 방사능 누출 등과 같은 재난 현장에서 목숨을 담보로 일하고 있었다. 사상자 수도 예상을 뛰어 넘었다. 현재에도 ‘재난 구조 로봇’이 개발돼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재난 구조 로봇의 실용화는 체감하기 힘들다. 서양이 자신의 노력과 지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한 지점이다.

로봇으로 대체되는 일자리 문제도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양은 고교시절 자율활동으로 진행한 ‘CNSA이슈룸’ 활동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술과 일자리 문제’에 대한 내용을 발표한 뒤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양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로봇이 사람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생이 된 서양은 지금도 로봇 기술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인간과 로봇이 조화를 이루는 공존에 대해 고민하는 예비 공학자의 치열한 하루를 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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