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자사고 겨냥 여론몰이'.. '전형 앞둔 고입 판흔들기'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사립유치원에 이어 초중고교 감사결과가 15일까지 전국 시도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실명으로 공개된다. 사립유치원과 달리 학교 감사는 시험 출제오류, 학생부 부당정정 등 대입과 연관된 민감한 이슈를 망라하고 있어 교육현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교육당국이 감사결과 공개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동력을 얻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인지도가 높은 자사고나 외고의 비위가 밝혀지면 일반고에 비해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나”라며 “사립유치원처럼 비난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고, 정부의 자사고 외고 일반고 전환 국정과제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후기고 지원을 한 달 여 앞둔 탓에 감사결과가 고교선택 잣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 초중고교 감사결과가 15일 실명으로 공개되는 가운데 고입과 대입에 미칠 파장에 교육계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13년 이후 감사결과 전부 실명공개.. '학종 흔들기' 우려>
전국 시도교육청은 5일 충북 청주에서 감사협의회를 열고 15일까지 각 교육청 홈페이지에 초중고교와 산하기관들의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감사협의회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사립유치원과 마찬가지로 2013년부터 감사가 끝난 올해 감사결과까지 지적사항과 처분내용을 모두 공개할 방침이다. 감사협의회장인 부산교육청 이일권 감사관은 “개인정보 등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모두 실명 공개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감사결과를 실명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유치원처럼 초중고교 감사결과도 공개하도록 원칙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감사를 실명으로 공개한 이후 교육청 안팎에서 유치원과의 형평성을 위해 초중고 감사결과도 실명으로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부와 감사협의회는 이미 부산 울산 전남 경남 제주 등 5개 교육청에서 학교 감사 실명으로 공개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법령에 따라 오래 전부터 학교 실명을 공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서울을 포함한 12개 시도교육청은 그 동안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초중고교 감사결과는 학생부 부당 정정, 시험 평가문항 재출제 등 대입과 관련된 민감한 내용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립유치원 회계비리와 같은 불법 부정행위가 공개돼 파문이 일어날 확률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초중고의 경우 사립유치원과 다르게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에듀파인 시스템과 연관된 클린 재정 시스템이 있고, 감사를 나가기 전에 시스템을 먼저 점검하고 감사를 나가기 때문에 사립유치원처럼 회계 비리가 많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청이 공개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한 고교는 2015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정기고사 출제과정에서 일부 과목에서 전년 문항을 그대로 출제한 사실이 적발됐다. 경기의 한 고교에서는 지난해 지필평가 문항오류가 과다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1학기 1차고사에서 4개과목 6개문항, 2학기에는 5개과목 10개문항에서 복수정답을 인정하거나 정답을 정정하는 일이 발생했다. 

반면 일부학교의 비리가 학종 흔들기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일부 예외사례로 학종 축소를 논하는 것은 수능 출제오류가 발견될 때마다 수능폐지를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아무래도 언론에서는 비위사실을 부각시킬 수 밖에 없다”며 “예외적 사례로 학종 전반을 공격하는 건 침소봉대다.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서 이미 학생부 수정내역과 접속로그가 전부 기록된다. 학생부 불법수정이 이뤄진다 한들 관련 사실이 완전히 숨겨질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외고 자사고 겨냥?.. 일반고 전환 동력 얻을까>
일각에서는 초중고 감사 실명공개가 외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의 동력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15일 공개되는 감사결과에는 2013년부터 실시한 자사고 특목고 대상 특정감사 결과도 포함된다. 정부가 ‘외고 자사고 폐지’를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학부모 반발로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달 14일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올해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에 대해 유례없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 국민의 공분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립유치원 문제는 사립유치원 단체가 가진 막강한 표심 때문에 교육당국은 물론 국회의원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벌집’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감사결과가 실명으로 공개되면서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는 물론 전 국민의 비판여론을 등에 업고 칼을 빼들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초중고 감사 실명공개로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국 자사고 42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몰린 서울은 2016년 자사고와 특목고, 마이스터고 등 사립 고교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했지만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외고 자사고 폐지 반대여론이 높지만 감사결과 부정이나 비위사실이 드러날 경우 일반고보다 인지도나 관심이 높은 외고 자사고가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고 자사고 폐지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고입 동시실시’는 현재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말 교육부가 고교개편 로드맵의 첫 단계로,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고입 시기를 일반고와 동일한 후기모집으로 바꾸는 것으로 관련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자사고 이사장들과 자사고 지망생이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자사고의 선발시기 변경이 헌법상 학생 학부모의 학교선택권과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헌재가 외고 자사고와 일반고의 이중지원 금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자사고의 손을 들어준 반면, 서울 자사고연합이 행정법원에 낸 행정소송은 기각된 상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내달 14일 공개변론을 열어 정부와 자사고 양측의 의견을 모두 수렴한 뒤 시행령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비리학교 거른다’.. 후기고 지원잣대 부상>
감사결과가 새로운 고교선택 잣대로 활용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내달 일반고와 함께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입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3 자녀를 둔 김모씨는 “대입에서 학생부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데 학생부 관리에 믿음이 안 가는 고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만 상을 몰아주는 학교라면 내 아이가 피해를 볼까 싶어 다른 고교를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내신조작 논란에 휩싸인 숙명여고를 둘러싸고 ‘강제배정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7일 오전 시민청원게시판의 최다추천 충원은 4일 게시된 ‘숙명여고로의 강제배정을 막아달라’는 청원이다. 250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사건이 확실히 규명될 때까지 숙명여고에는 고교 지원 시 지원한 학생만 배정하고 강제배정 대상 학교에서는 제외시켜 주길 청원한다”며 “비정상적인 교육환경에 학생을 강제로 배정하는 것은 학생의 교육과 선택의 기본권을 무참히 짓밟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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