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 미니약대' 2개 신설 가능성.. 약사협 약교협 반발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2020학년부터 약대 정원이 60명 늘어날 전망이다. 약대를 유치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던 대학들의 발도 빨라지고 있다. 정원 증원이 약대 신설로 이어질지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니 약대’를 또 신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약사회와 한국약학교육협의(이하 약교협)은 약대 정원 증원과 약대 신설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교육부에 2020학년 보건/의료 분야 정원 배정에서 약사를 60명을 늘려달라는 요청안을 제출한 것이 확인됐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 인력 수요가 증가해 약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다. 병원 내 의약품을 처방하고 감염 관리와 환자 안전 조치를 강화할 수 있는 병원약사의 역할이 중요해진 점도 증원을 판단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2020학년부터 약대 정원이 60명 늘어날 전망이다. 약대를 유치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던 대학들의 발이 빨라지고 있다. 정원 증원이 약대 신설로 이어질지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사진=중앙대 제공

<약대 정원 60명 증원.. 약대 신설 가시화>
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교육부는 약대 정원 60명을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현재는 인원을 어떻게 배정할지를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약교협에 따르면 약사 60명을 증원하고 정원배정계획도 추후에 안내하겠다는 내용이 대학들에게 이미 전달됐다고 밝혀졌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60명을 증원하기로 한 것은 맞다. 복지부 판단을 통해 결정된 것이고 정원을 조정해 배정계획을 세울 예정으로 안다”며 “10년 만에 하는 증원결정인 만큼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약대 정원에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복지부가 판단한다. 교육부는 정원 배정방식만 정한다. 교육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배정방식은 두 가지다. 약대를 신설해 증원된 인원을 배정할 수도 있고, 기존 약대에 추가로 배정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부 약대에만 정원을 추가로 배정하도록 하기 어려운 만큼 약대가 새로 신설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약교협 관계자도 “마치 정원 30명의 2개 대학의 신설을 미리 염두에 둔 것과 같은 정책 발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약대 신설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학 사이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약대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대학들이 노력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북대 제주대 동아대는 2015년 약대를 유치하기 위해 협약을 맺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일각에서도 전북대와 제주대 등의 약대 신설이 가시화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약사회와 약교협은 약대 증원 방침에 부정적이다. 복지부의 분석과 달리 중장기적으로 약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약사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반대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약교협 역시도 ‘약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약교협은 약대 신설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약교협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는 교육 4대요건에 대한 융통성 있는 적용을 통해 약학대학 학제전환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노력이 없이 약학대학을 새로 설립하는 것은 편입 4년제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대학의 수를 늘림으로서 그 문제를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설 약대의 학제 고민.. 2+4년제 6년제 ‘선택’>
정원 증원에 따라 약대가 새로 신설될 경우 어떤 학제를 선택할지 고민해야 한다. 현행 2+4년제와 앞으로 도입될 통합6년제 중에서 선발방식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올해 발표한 ‘약대 학제개편 방안’을 통해 2022학년부터 약대는 통합6년제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게 된다. 약대와 이공계를 중심으로 통합6년제 전환에 대한 요구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약대 편입을 위한 이공계 학생 이탈이 가속화되고 약학교육의 기초교육과 전공교육 간 연계성 약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약대 편입을 위해 필요한 PEET(약대입학자격시험)의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도 꾸준히 지적됐다.  

통합6년제(이하 6년제)가 도입됨에 따라 대학들은 기존 2+4년제와 6년제 중 자유롭게 학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6년제 전환과 다름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약학계열 전반에서 6년제에 대한 지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전국 35개 약대를 대상으로 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부 6년제로 전환하겠다고 응답했다. 2016년 서울대가 ‘약대 기초 약학교육 발전 방향’을 통해 6년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때도 일부 약대가 학제 전환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약교협과 35개 약대가 뜻을 모은 상태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4년제가 장기적으론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전국 약대가 6년제를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2022학년 약대들은 대부분 6년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고졸 신입생을 선발하더라도 우수자원들을 확보할 수 있는데 지원자 풀도 많지 않을 2+4년제를 굳이 고를 약대는 없을 것이다”며 “2+4년제의 장점으로 대입 경쟁완화, 지방대 이공계 활성화 등이 거론되지만 이는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다. 일부 약대가 각자의 사정으로 2+4년제를 선택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전부 6년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6년제 선택 ‘변수’.. 4대요건>
그럼에도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 입장에서 대학설립운영규정의 4대요건이 6년제 추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약대가 6년제 선택하기 위해서는 △교원 △교지 △교사 △수익용기본재산의 4대요건을 충족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약대는 6년제 선택이 불가능하다. 약대를 신설하고자 하는 대학들은 미리 대비할 수는 있겠지만 비용에 대한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존 약대 역시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2+4년제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4대요건은 늘어난 학생 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다. 2+4년제는 타 전공에서 2년을 마치고 학생들이 약대로 입학한다. 약대에서 행해지는 교육은 4년이기 때문에 재학생 수가 4년간의 입학생 규모와 엇비슷하다. 반면 통합6년제는 6년의 교육이 모두 약대에서 이뤄지기에 재학생이 1.5배 늘어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학설립운영규정은 대학계열마다 각기 다른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원 1인당 학생 수, 학생 1인당 교사/교지 면적 등이 일정수준 이상 갖춰야 한다. 정원이 늘어날수록 요건의 충족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연과학계열로 분류되는 약대는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가 20명을 넘을 수 없다. 기존 2+4년제 시절 해당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했던 곳은 신규 교원 임용 등을 통해 요건을 충족시켜야만 6년제를 선택할 수 있다. 교사/교지와 수익용 기본재산도 마찬가지다. 약교협 관계자도 “많은 대학들이 통합 6년제로 전환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교육을 해야 하지만 교육 4대요건을 충족해야만 하는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막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변수는 ‘정원’이다. 학생 수가 1.5배 늘어난다는 말은 편제정원도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6년제 선택의 기회가 생긴 것이지 그에 따른 편제정원 증가까지 이뤄지는 것은 아닌 만큼 대학 자체적으로 정원을 일부 조정해야 6년제를 선택할 수 있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편제정원이 1.5배 증가함에 따라 4대 교육여건을 확보하거나 타 학과 입학정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대학별 여건상 제약이 있는 대학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시 측면에서 2+4년제를 택하는 약대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선호도가 낮아 고졸 신입생 선발에 자신감이 없는 약대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한 대입 전문가는 “현재 약대에 대한 인기를 볼 때 고졸 신입생 선발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약대 내부적으로는 확연히 선호도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번도 고졸 신입생을 선발한 적 없는 신설 15개 약대는 처음으로 그 선호도가 드러날 예정이기에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6년제 대신 2+4년제를 일정기간 유지하면서 ‘눈치’를 보는 사례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약대 학제는?>
현재 국내 약대는 6년제로 운영된다. 국내에서 논의되는 것은 6년제와 2+4년제뿐이지만 실제 약대가 취할 수 있는 학제는 다양하다. 2+4년제 도입 이전 국내에서 실시되던 4년제를 비롯해 4+2년제 5년제 등이 있다.

국내의 35개약대가 현재 갖추고 있는 약대 편제는 2+4년제다. 6년제 과정이지만 초기 2년과 후기 4년을 구분한다. 대학 1학년과 2학년 과정은 대학에서 기초/소양교육을 받은 후 선발시험을 통해 약학대학으로 편입한다. 이후 4년간 약학교육을 받고 약사 면허시험에 응시하게 되는 구조다. 2+4년제는 고졸자 대상 신입학이 아닌 편입학 체제이기 때문에 대입경쟁을 완화할 수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확대하며 실무실습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기초과학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PEET 등 대학생 사교육이 확대돼 학부와 편입의 이중입시가 치러져 비용부담은 더 커진다는 점도 꾸준히 지적됐다. 

2022학년 도입이 예상되는 6년제는 고졸 신입생을 대상으로 입시를 실시한다. 6년간의 교육과정을 전부 약대해서 진행해 전문약사를 양성하는 제도다. 타 전공으로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고 학사운영의 파행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일관된 교육과정으로 교양/전문성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2+4년제의 단점으로 거론되는 PEET 관련 사교육비용과 이중입시 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반면 교육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교육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교육비용 역시 늘어난단 것이다. 

4+2년제는 일본에서 주로 사용하는 제도다. 고졸자를 선발해 4년간 교육을 실시한 후 다시 2년의 교육을 추가로 실시한다. 초기 4년간의 교육과정은 대학 자율로 운영된다. 4+2년제는 면허발급체계를 달리할 수 있다. 면허를 2종으로 구분해 발급하는 방안도 가능하고 1개 면허체제로 운영할 수도 있다. 면허를 2종으로 구분 발급하는 경우에는 4년의 교육과정을 마친 후 일반약사 면허시험에만 응시할 수 있다. 추가 2년의 교육과정을 더 치른 후에야 임상약사 면허 취득이 가능하다. 면허가 1종으로 통일되는 경우에는 4년 이수 시 학위만 부여하고, 추가 2년의 교육과정을 거친 후에만 약사면허 취득 자격을 부여한다. 

4년제는 고졸자를 선발해 4년의 교육과정을 거쳐 약사를 배출해내는 제도다. 2+4년제가 도입되기 전 국내 약대 학제이기도 했다. 교육과정이 짧은 탓에 기초/소양교육이 어렵고 약사 국제기준을 충족할 수 없는 점 등이 주된 단점으로 꼽힌다. 현재는 재도입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약학교육에 6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기 때문에 재도입될 가능성 역시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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