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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특성화고..'정책 피해자로 몰린 사회적 약자'‘정책 홀대’ ‘최저임금 부담’.. 취업률 65.1%, 2009년 이후 최저치
  • 손수람 기자
  • 승인 2018.10.26 16:40
  • 호수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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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특성화고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새 정부 들어 이렇다 할 정책지원을 받지 못한 데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기업들이 현장실습과 학생채용에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취업률마저 급전직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졸업생 취업률은 10%포인트 급락하며 5년 만에 70%대가 무너졌다. 학령인구 절벽이 임박한 상황에 엎친데 덮친 악재로 직업교육체제 자체가 무너질 판이다. 

교육당국은 고졸취업개선이나 특성화고 활성화를 위한 정책대안을 내놓기는커녕 대입과 유치원 터지는 현안을 막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고입정책의 또다른 주체인 교육감들 역시 정치색이 짙은 자사고외고 폐지와 혁신학교 확대 밀어붙이기에 골몰하며 홍보를 위한 생색내기말고는 특성화고의 근본적 대책마련에 무심한 모습이다. 특성화고 취업이 어려워진 가장 큰 요인은 학령인구 절벽이 기본적 요인에 문재인정부 들어 밀어붙인 최저임금정책의 여파라는 점이다. 정부가 사회적 약자인 고졸취업문제를 상대적으로 홀대하고 최저임금정책으로 기업의 취업문턱을 높이도록 밀어붙인 피해를 고스란히 특성화고가 입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에 따르면 올해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은 65.1%이었다. 전체 졸업생 9만1886명 중 3만7995명이 취업했다. 3만3072명은 대학에 진학했고 2만330명은 졸업 후 뚜렷한 진로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취업률 74.9%보다 10%포인트나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됐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3년 동안 67%대인 대졸 취업률보다도 낮아졌다. 취업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이 대졸자들의 취업률보다도 못한 것이다.

학교현장에서 그 타격이 곧바로 나타나고 있다. 수원의 한 특성화고는 현재까지를 기준으로 올해 취업률이 11.4%에 머물렀다. 지난해 취업률은 44.8%였다. 취업률이 4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2015년 63.1%의 취업률을 기록했던 강원의 다른 특성화고도 지난해 취업률이 24.7%로 급락했다. 졸업생 76명 중 18명만 취업에 성공했다. 교육계에서는 이렇게 취업률이 떨어지면 아무도 특성화고를 찾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특성화고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새 정부 들어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한 데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기업들이 현장실습과 학생 채용에 소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특성화고 정책실종.. 허울뿐인 ‘고졸취업 지원확대’>
교육당국의 특성화고 정책이 실종된 부분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고졸취업 지원확대'는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공공기관과 기업의 고졸채용을 늘리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국비유학이나 해외인턴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럼에도 학교현장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특히 특성화고의 정착과 확대를 위한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선출직 교육감들은 정치색짙은 자사고 외고 폐지에 몰두하면서 혁신학교를 경쟁적으로 확대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는 예산마저 삭감했다. 특성화고로 학생들이 진학하는 이유인 ‘빠른 취업의 기회’를 위축시키는 정책들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고졸취업을 독려하기 위해 전 부처가 발 벗고 나섰다. 특히 교육정책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취업역량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특성화고 졸업자의 ‘선취업 후진학’ 제도도 이 때 도입됐다. 마이스터고 역시 대통령의 교육공약으로 탄생했다. 고졸 청년들의 채용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공기업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도 고졸채용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고졸채용 비율도 지속적으로 감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동안 한 해 평균 공공기관은 약 2000명씩 고졸 청년을 채용했다.

반면 현 정부 들어 고졸채용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고용정책의 목표가 전체적인 청년실업 해소에 맞춰지다 보니 고졸취업에 대한 관심 자체가 뒷전으로 밀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장기적인 안목에서 풀어야하는 특성화고육성이 소홀해진 상황에서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률의 급격한 감소의 결과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이후 꾸준히 지속돼야 했던 특성화고 정책이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계의 한 전문가는 “특성화고가 일반고와 비슷한 수준까지 확대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대입의 전제한 일반고 일부를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경제가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는 것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진로교육을 미리 시작하고 특성화고를 확대해 학생들이 진학과 취업을 빨리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구조와 수요자들의 인식의 변화를 모두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시간에 이룰 수 없는 목표다. 특성화고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제도와 지원이 지속될 필요가 있었던 이유다. 현 정부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를 아예 우선순위에서 뺀 듯하다. 지원을 해도 모자랄 판에 도리어 최저임금정책으로 취업률을 악화시키기 까지 한 셈이다. 이전의 정부가 간신히 다져놨던 기반마저 무너진다면 학생들은 더 이상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찾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부담인 중소기업.. 고졸채용 기피>
현재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하는 학생들의 77.5%가 중소기업에서 참여한다. 고졸 취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큰 부담이다. 정부의 방침으로 예전과 달리 실습학생을 현장에 바로 투입할 없는 상황에서 채용 시 임금 부담까지 가중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현장실습 참가기업은 직무능력등급에 따라 전공별로 최장 12주까지 실습생들을 교육한 후 채용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교육비용과 채용 후 임금까지 이중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술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들도 현실적인 비용문제로 고용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에 비해 10.9% 인상된 8350원이 될 예정이다. 기업들의 부담을 상쇄하고 현장실습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는 고졸채용 우수기업 지원 확대방안을 내놓았다. 지원금과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현장소통을 강화해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이 정규직으로 고졸 등 청년 3명을 채용한다면 1인당 연 2000만원까지 3년 동안 지원한다고 밝혔다. 고용증가인원에 대해 최대 1000만원까지 세액공제 적용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이 단편적인 해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신규채용 대상자에 대한 지원 확대만으로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업들은 임금체계를 전반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실제로 내년부터 현장에서는 고졸직원과 대졸직원 사이의 임금격차가 거의 없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현장의 한 전문가는 “기업들이 신입직원의 임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자체를 건드려야 한다. 상대적으로 숙련 수준이 낮은 특성화고 졸업생과 이미 근무하는 숙련공들의 임금 수준이 비슷해지기 때문”이라며 “정부 지원금이 임금체계 전체를 수정하기에 부족한 만큼 기업들은 무리하게 특성화고 학생을 채용해 숙련공들의 이탈을 감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업 막는 ‘학습형 현장실습’>
정부가 추진한 ‘학습형 현장실습’이 취업률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제주의 한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 중 사망하는 사건 이후 교육당국은 ‘학습중심 현장실습 안정적 정착 방안’을 제시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에서 학생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취지다. 그럼에도 정책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학습형 현장실습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의 적용을 받는다. 학생들에게 임금 대신 현장실습수당인 정부 지원금 20만원만 지급된다. 결국 이전에 실습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150만원 가까이 받던 월급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실제로 현장실습을 참여하던 저소득층 학생들이 최저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대신 아르바이트를 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특성화고 교사들이 취업률 감소를 우려하는 이유다.  

기업 입장에서도 채용이 어려워지긴 마찬가지다. 지난 2월 발표된 추가 대책에서 정부는 기업이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운영하려면 시/도교육청에서 ‘선도기업’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현장실습 전담 지도자 직원을 반드시 두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특성화고 학생의 채용시기를 지정해 둔 점도 채용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경제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수시채용을 선호하는 기업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성화고 학생의 안전과 권익보호를 위해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취업률 저하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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