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고입 고교뉴스
‘첩첩산중’ 고교학점제..'대입개편 없이 적용 어려워'교원수급 절대평가여부 농어촌이탈가능성..2025도입으로 3년 유예
  • 권수진 기자
  • 승인 2018.10.11 14:56
  • 호수 0
  • 댓글 0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문재인 정부 핵심 교육공약 중 하나인 고교학점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6일 열린 고교학점제 미래포럼에서도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선행돼야 할 과제가 지적됐다.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대입개편 없이 성취평가를 대입에 적용하기 어렵다”며 “학점제가 고교교육 정상화 내지는 고교교육 혁신을 이루는 수단으로 고교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으로 학교에 프로그램을 집어넣는 정책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종합적이고 총체적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짚었다. 

당초 2022년 전면 도입하기로 했던 고교학점제는 2022대입개편 이후 2025년으로 도입이 3년 유예된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운영 중인 연구학교와 선도학교를 거쳐 2022년 부분도입으로 제도를 개선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고교학점제 추진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유불리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대입개편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대입 개편 없이 성취평가 대입 적용 어려워”>
진동섭 이사는 대입제도 개편 없이 성취평가를 대입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진 이사는 “2022대입제도 개편은 수능 정시를 30%이상으로 권장하며, 이를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연계한다고 발표했다. 시중에서는 수능 정시는 이월인원까지 합하면 40%이상이 될 것이며 대학에 확실하게 합격하기 위해서는 수능으로 대입준비를 해야 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교육부는 각 지역 정책설명회를 통해 수능 정시 30%보다 70%의 수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학교가 학생이 진로에 맞게 선택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수업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는 데 벽에 부딪히게 됐다”고 짚었다. 성취평가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대입제도를 결정해야 유불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교학점제 전면도입과 대입제도 개편을 다룰 민관학 협의체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교육혁신연대가 6월 2025대입개편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한 것을 소개하며 “이 기구에는 현장교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학생/학부모도 참여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전문직도 포함돼야 하지만 중등교육 관련 학계와 입법 사법 행정부가 추천한 인사도 포함해 정치적 중립을 지킴과 동시에 지속적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기구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목 다양해져 학생 부담 늘어날수도”>
학생의 경우 자유로운 과목 선택이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우려도 갖고 있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세종 양지고 홍순상 학생은 “여러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학생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과목 선택의 자율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아직 고교학점제는 갈 길이 멀다고 봤다. “충분히 고려할 만한 여러 과목이 개설돼있지 않고 개설돼 있더라도 기존 과목과 다를 것이 없다”며 “선택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여러 선택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기존 교육과정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목이 다양해지면서 학생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홍 군은 “학생들이 배우는 과목이 늘어나게 되면 사교육 의존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고교학점제와 연계된 공동교육과정 자율/교육과정 동아리의 중요성이 늘어날 텐데 이런 활동과 늘어난 교과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목 선택 시 제대로 된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었다. “학생들이 과목 선택을 위해 직접 여러 선생님에게 찾아가도 선생님들마다 다른 답변이 나와 과목 선택 과정이 혼란스러워지는 문제도 있었다. 담임교사가 모든 학생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심층적 상담을 통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근본적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천희완 교사는 고교학점제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학교 실정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수요를 반영해 교육과정 수강 신청 수업이 이뤄지도록 노력하지만 교사와 학생이 8시간 근무 시간내에 진행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학점제를 실시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요구에 따른 일부 과목은 개설되지 않을 수 있음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5 도입'..3년유예>
이날 포럼에 참석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고교학점제 도입을 2025년으로 제시한 것이 제도 시행의 연기나 유예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당초 2022년 도입하기로 했다가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5년으로 미뤄진 것을 두고 정부가 공약을 자체 폐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8월 2022대입개편 발표 당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15교육과정 총론 일부 개정 이후 약 10년에 걸쳐 고교학점제가 완성되도록 하겠다”며 “안정적인 제도 도입과 안착을 위해서는 교육과정 다양화 등 중점 적용이 가능한 요소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교육부는 △학점제 도입기반 마련(2018~2021년) △학점제 부분도입(2022~2024년) △2025년 학점제 본격시행 등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선결과제로 요구된 성취평가제 도입도 추진한다. 내년 고1부터 ‘진로선택과목’에 한해 성취평가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성취도를 대입전형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석차등급은 제공하지 않는 대신 과목별 성취도와 함께 원점수와 과목평균, 성취수준별 학생비율을 제공한다. 성적 부풀리기를 방지하고 평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학점제 부분도입을 위해 현행 교육과정 총론 일부를 수정한다. 예를 들어 1단위 50분을 기준으로 17회이수하는 수업량을 고교학점제에 맞춰 이수기간과 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선택형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적정 이수 학점량과 인정기준도 정한다. 연구소 대학 지역사회 등 학교 밖 이수과목의 인정기준 마련도 필요하다. 

다만 교육과정 개정시기가 2022년 상반기로 예정돼 실행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교육과정 개정도 대입개편 못지않게 의견이 분분한 사안인 데다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2년 상반기는 차기대선이 치러지는 시기인 탓에서 교육계에서는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25년 선택과목 재구조화 등 교육과정 전면 개정을 거쳐 본격 시행하겠다는 구상이다. 고1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시점부터 모든 과목의 성취도를 대입 전형자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대입 내신 절대평가 도입도 2025년으로 미뤄지는 셈이다. 

<최우선 선결과제 ‘교원수급’.. 면밀한 수요예측 필요>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최우선 선결과제로는 교원 확충이 꼽힌다. 교사 임금이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기조에 따라 많은 수의 교사를 정규직으로 충원할 경우 재정확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교사 직업 특성 상 긴 정년이 보장돼 비인기 과목 교원들은 유휴인력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교원 수요에 대한 면밀한 예측이 요구된다. 일각에선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한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의 잘못된 수요예측에서 겪은 후유증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가 실용영어회화능력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했지만 명확한 수요예측 없이 도입에만 초점을 맞춰 지금까지도 파행을 겪고 있다. 실제 영어회화 강사는 2012년 6100명에서 2016년 3700명 정도로 4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선택과목 수가 확대될 경우 계약직 교사 확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당시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대표는 “고교학점제 등이 도입되면 현실적으로 계약직 교사를 대거 늘릴 수밖에 없다”며 “과거처럼 정권이 바뀌면서 기존 정책이 대폭 축소될 경우 계약직 교사들이 대규모 해고 사태를 맞을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농어촌 지방이탈 현상 우려도>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지역차별 평가방식 등의 선결과제가 꼽힌다. 교원 1인당 학생수 문제로 고교학점제는 소규모 학교에서나 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농촌 학교는 오히려 지방 이탈현상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농촌 학교의 경우 학생 수는 적지만 절대적인 교원 수와 인프라가 턱 없이 부족해 대도시에서 먼저 고교학점제를 시행할 경우 농촌 지역 학생들의 이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교원 수와 시설 부족 등으로 인한 선택과목 개설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인근 학교끼리 수업을 나눠 개설하는 ‘연합형 교육과정’을 방안으로 내놓았지만 이 역시 농촌 지역에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농어촌 학교의 경우 학교 간 거리가 멀고 지역 내 학교 수도 적어 현실적으로 학교 간 이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선 교사들은 학교 간 이동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우려하기도 했다. 작년 고교학점제 논의가 본격화될 당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선 최소 100개 이상의 강의가 개설돼야 한다”며 “농촌 지역의 경우 군 단위에 고교가 1~2개교가 전부인 상황에서 학교 간 이동수업으로 부족한 교사 수를 보완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수 과목을 운영하기 위한 시설 확충도 요구되지만 그만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내신 절대평가 도입 문제도 있다. 현행 내신 상대평가제를 유지하면서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경우 학생들은 수강인원 수에 따른 내신 유불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소인수 과목은 좋은 성적을 받기가 어려워 진로/흥미와 연관된 과목이더라도 기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대학에선 내신 절대평가를 도입할 경우 학생부위주 전형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변별력이 떨어져 선발을 위한 다른 평가수단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고에선 내신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특목자사고에 비해 그나마 강점이 있던 내신에서도 불리, 학교 현장에서 내신 부풀리기가 횡행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여백

권수진 기자  ksj@veritas-a.com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수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