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의 ‘양’ 아닌 ‘내용’이 평가대상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서울대 수시 합격생의 스펙을 정량화한 기사로 학종을 둘러싼 오해가 증폭되고 있다. 8일 다수 매체가 서울대 수시 합격생의 평균 교내상 수상실적은 30개, 동아리 활동시간은 112시간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학종 평가특성상 교내상 수상 개수, 동아리 개수, 봉사활동 시간 등 정량지표를 반영하지 않는데도 매년 정량분석으로 현장의 오해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지낸 한 진학지도 전문가는 “학종은 정성평가를 기본으로 한다”며 “수능처럼 줄이 세워지는 전형이 아닌데 정량분석을 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기사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더불어민주) 의원이 서울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른 것이다. 김 의원은 자료를 통해 “고등학생이 30개의 상을 받기 위해서는 거의 매달 1개씩 상을 받아야 하는데, 교내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학교나 학생들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불필요한 교내상이 남발될 수 있고, 학교교육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수시 합격생의 스펙을 정량화한 기사로 학종을 둘러싼 오해가 증폭되고 있다. 8일 다수 매체가 서울대 수시 합격생의 평균 교내상 수상실적은 30개, 동아리 활동시간은 112시간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김 의원이 받은 '2014~2018년 서울대 수시 합격생 교내상 현황'에 의하면 평균 교내상은 2014년 20개, 2015년 23개, 2016년 25개, 2017년 27개, 2018년 30개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최근 5년간 서울대 합격생의 평균 교내상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평균 동아리 활동시간은 2014년 99시간, 2015년 107시간, 2016년 110시간, 2017년 113시간에서 2018년 112시간으로 나타났다. 2018년은 전년보다 1시간 가량 감소했다.

문제는 교육현장에서 이 같은 기사를 ‘서울대 합격조건’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유사한 기사가 매년 쏟아진다. 이 같은 내용을 접하면 교내상은 최소 몇 개 이상, 동아리는 몇 시간 이상 필요한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며 “사교육업체는 여기서 더 나아가 봉사활동 시간, 독서목록까지 정리해서 배포하고 있다. 아무리 대학에서 양적지표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해도 학종을 둘러싼 오해가 지속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대학은 교내상이 평가지료로 활용되고 있지만 학종의 당락을 좌우하는 지표가 아니며, 개수에 따른 가산점도 없다고 끊임없이 밝혀왔다.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교내상은 학생의 관심이나 학업능력을 뒷받침하는 정도로 활용된다. 학교마다 상의 개수가 다르기 때문에 학교별로 상의 종류와 개수를 전부 비교하며, 개수에 따른 정량평가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교내대회 입상과 학종 간 뚜렷한 상관관계 없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2년 전 조승래(더불어민주) 의원은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5명 이상 배출한 102개 고교의 교내대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전국에서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하나고(53명 이상)의 경우 1인당 교내대회 개최 수는 102개 학교 가운데 33위를 기록했다. 1인당 입상 수는 72위에 그쳤다. 하나고의 뒤를 이은 경기과고(52명 이상) 역시 대회 개최 수 20위, 1인당 입상 수 39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교내대회 개최 수 3위, 1인당 입상 수 3위를 기록한 대전동신과고는 서울대 수시 합격자 5명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교내상이 평가지표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어도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서울대는 최근 공개한 '2019학년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자료를 통해 학종을 둘러싼 오해를 해소하고자 했다. "제출된 서류를 토대로 지원자의 학업능력, 학업태도, 학업 외 소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만, 학생 선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우수한 학업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소위 '스펙'이라고 여겨지는 비교과보다 교과중심의 학업능력이 주요 평가요소라는 설명이다. 

교내수상의 경우 “교내 경시대회에서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취를 거둔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한 우수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교내 경시대회는 학교마다 상이하게 시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상의 양이 아니라 참가대상, 수상인원 등을 파악하고 교육 환경 안에서 수상의 의미를 판단한다. 수상을 하지 못했더라도 교내 경시대회에 참여한 노력과 학습한 내용이 서류에 드러날 경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교내상 남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학종으로 교내대회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의견도 많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종이 자리 잡으면서 교외상의 주목도가 크게 낮아졌다”며 “올림피아드나 외부 경시대회를 준비하던 학생들이 학종 도입이후 공교육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동아리활동이 반드시 지원 모집단위와 일치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창의적체험활동 내에서 동아리활동은 학생의 소양을 넓히는 기회”라며 “학습동아리 체육동아리 예술동아리 봉사동아리 여가동아리 등 지원자가 선택한 동아리의 종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활동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동아리 활동이 지원 모집단위와 일치해야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서울의 한 상위대학 입학관계자는 “자소서는 물론 면접에서도 지원 모집단위와 활동내용을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학생들의 생각과 달리 평가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지원 모집단위와 직접 연결되지 않더라도 특정활동을 통해 달라진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각 대학 사정관들은 교내상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학종에 유리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자율동아리 활동이 많다고 해서 특별히 합격가능성이 올라가진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학종평가는 얼마나 많이 했는가에 주목하는 ‘정량평가’가 아니라 활동의 내용을 평가하는 ‘정성평가’이기 때문이다. 

다만 부작용을 우려해 2022대입부터는 교내상과 동아리 활동 입력개수가 제한된다. 8월 교육부가 발표한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에 따르면 수상경력은 학기당 1개 이내, 자율동아리는 학년당 1개로 대입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개수를 제한한다. 두 항목은 당초 사교육 유발을 근거로 폐지논란이 있었지만 7월 실시한 정책숙려제 결과에 따라 기재를 유지하게 됐다. 

결과브리핑 당시 숙의과정 진행을 맡았던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강원 소장은 “시민참여단 여러분이 수상경력 기재나 자율동아리 활동에서 부작용이 있더라도 해당 항목이 갖는 장점, 예컨대 성취도나 다양성 등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에 항목자체를 삭제하거나 기재를 금지하기보다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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