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육성 한정한 영재학교/과고 비교 무리'.. 교육부 평가기준도 '인정'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외고 졸업생은 대학진학 시 어문계열 전공만 선택해야 할까. 5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외고 졸업생 10명 중 6명이 대학에 진학할 때 비어문계열 전공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언론은 외고 진학실태를 과고 영재학교와 비교하며 외고가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 운영으로 ‘입시학원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와 달리 전문가들은 외고생이라 해서 어문계열로만 진학해야 한다는 논리는 외고 설립목적을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외고 설립목적은 ‘외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며 “외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인재는 어학자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외고에서 키운 외국어능력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으로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경제 등 상경계열 모집단위는 물론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외국어 능력은 기본이다. 외국어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다양한 학문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어야 학계와 산업계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외고생의 진로를 어문계열로 한정하는 것은 편협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외고 졸업생은 대학진학 시 어문계열 전공만 선택해야 할까. 5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외고 졸업생 10명 중 6명이 대학에 진학할 때 비어문계열 전공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외고, 5년간 어문계열 진학률 36%>
외고 비어문계열 진학논란은 김해영(더불어민주) 의원실 자료를 기반으로 보도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아 5일 공개한 ‘2014~2018년 외고/과학고/영재학교 계열별 대학 진학 현황’에 따르면 외고생이 졸업 후 어문계열 대학으로 진학한 비율은 36%로 나타났다. 다수의 언론이 관련 자료를 인용하며 외고 졸업생 절반 이상이 비어문계열로 진학한다고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5년간 외고 졸업생의 어문계열 진학률은 고양외고가 19%로 가장 낮았다. 대원외고(22%) 경남외고(25%) 김포외고(26%) 제주/충남/미추홀외고(28%) 부산/한영외고(30%) 울산/인천외고(31%) 강원/대구/김해/서울/부산국제외고(32%) 경북외고(35%) 경기/성남/전북외고(36%) 안양외고(37%) 대일/대전외고(39%) 순이었다. 명덕외고만 절반을 넘긴 67%의 어문계열 진학률을 기록했다. 

과고 영재학교의 진학현황과 차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자료에 의하면 과고 영재학교 이공계 진학률은 각 91%, 90%에 달했다. 과고에서 이공계로 진학하는 비율은 서울권(70%~88%)을 제외한 대부분 시도에서 81%~100%를 기록했다. 영재학교의 경우 79%에서 100%로 평균 93%를 유지했다. 특히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이공계 진학이 5년 모두 100%에 가까운 비율을 보였다. 

김 의원은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양성이라는 특수 목적을 가진 외고가 본래 취지를 잃고 입시에 유리한 학교로 변질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특목고의 단계적 일반계고 전환’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운영성과 평가의 평가 항목 중 설립취지 항목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외고 설립목적, 어학자 양성 아닌 글로벌 인재 양성”>
다수 매체의 보도와 달리 교육전문가들은 외고의 진학실태를 점검할 때 관련 전공을 어문계열로 한정해선 안 된다고 비판한다. 외고 설립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6항에 의하면 외고의 설립목적은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양성’이다. 전문가들은 외고의 설립목적을 ‘어학자 양성’으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외고 설립목적은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를 키우는 것으로, 우수한 외국어 능력을 기반으로 인문사회 상경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2015년 교육부가 공개한 ‘외고 운영성과 평가기준’에서도 어문계열뿐 아니라 인문사회계열 진학률을 평가했다. 당시 평가기표 가운데 하나인 ‘설립 목적에 맞는 진학 지도노력’은 어문계열진학비율 3점, 인문사회계열 진학비율 4점 등 7점으로 구성됐다. 어문계열 진학비율은 30% 이상일 경우 ‘우수’, 20%이상 30%미만 ‘보통’, 20%미만 ‘미흡’으로 평가했다. 어문계열을 포함한 인문사회계열 진학비율은 85%이상일 경우 ‘우수’, 75%이상 85%미만 ‘보통’, 75%미만 ‘미흡’으로 구분했다. 교육부 평가지표에서도 외고는 어문계열뿐 아니라 인문사회계열로의 진학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교육부 평가기준에 따르면 김 의원이 공개한 외고 진학률은 설립목적에 위배되지 않는다. 5년간 어문계열 진학률 19%를 기록한 고양외고를 제외한 30개외고가 ‘우수’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2015년 당시 외고 대다수의 운영성과 평가를 진행하기 전 교육부가 실시한 ‘외고 국제고 국제중 운영평가를 위한 공청회'에서도 어문계열 진학률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당시 과천외고 교장은 “외고 학생들이 어문계열로 35%이상 진학하도록 하고 있는데 융합인재 양성 차원에서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외고생의 어문계열 진학논란이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위한 무리한 논리로 비춰지는 배경이다. 교육부는 작년말 외고 자사고 국제고와 일반고의 고입 동시실시를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개정이유로 이들 학교의 설립취지에 어긋난 운영을 지적했다. 당시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자사고는 국영수 기초교과 비중이 높고, 외고 국제고는 졸업생의 비어문계열 진학 등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인재양성보다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교육부가 지적한 외고의 2017년 어문계열 진학률은 31.9%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운영성과 평가 기준의 10%p를 웃도는 비율이다. 국제고는 18.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지만 국제고는 어문계열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가 아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하면 국제고는 ‘국제 전문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로 외고보다도 어문계열 진학률이 낮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외고 진학현황, 과고 영재학교와 다르게 접근해야>
외고의 진학현황은 과고 영재학교와 달리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과고는 전국 20개교, 영재학교는 전국 8개교가 모두 국공립으로 운영되며 이공계인재 육성을 위한 국가지원을 받는 학교들이다. 사립 공립이 혼재한 외고와 달리 과고 영재학교는 이공계열 인재육성이라는 목표아래 주어지는 특혜가 상당하다. 다른 고교 유형보다 재정지원이 풍부한 데다 교육과정 편성권한도 주어진다. 선발권 측면에서도 영재학교는 ‘특차’ 성격으로 교육부 제재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전형을 설계할 수 있다. 과고 영재학교에서 의대행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이유다. 

반면 외고는 사립 공립이 혼재한다. 사립학교의 경우 학생 등록금 수입과 교육청에서 일부 지원하는 재정결함보조금으로 운영된다. 더욱이 외고 입학전형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규제 아래 2011학년 고입부터 영어내신만으로 선발해왔다. 일반고에 비해 교육과정에서 외국어 교과 편성시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이유로 외고생의 대학진학을 어문계열로 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물론 외고생의 이공계열 의학계열 진학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고교 재학 중에 진로가 바뀌거나 다른 적성을 찾은 일부 외고생이 이공계열로 진학할 순 있지만 적지 않은 수의 학생이 이과계열로 진학한다면 설립취지 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일부 외고는 이과반을 운영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16년 전재수(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당시 외고 졸업자 가운데 의약계열을 포함한 이공계열 진학률은 7.03%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까지 3년간 10% 이상 이공계 진학률을 기록했던 외고는 13개교에 달하기도 했다. 외고 이과반 출신 학생은 다른 고교유형의 이과반 학생들보다 어학능력이 뛰어나 대입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해왔다. 

다만 외고생의 이공계 진학률을 2013년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하락추세다. 교육부가 이과반이나 의대입시반을 운영하는 경우 외고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이과반을 운영해 대입실적을 쌓아오던 대다수 외고들은 2014-2015학년 신입생을 기준으로 이과반을 전면 폐지했다. 2017대입을 끝으로 모든 외고에서 이과반이 전부 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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