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절대평가 고입동시실시 연이은 실책..'현장 갈등과 수요자 혼란 자초'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부가 그간의 입장을 철회하고 ‘유치원 방과후 영어 수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섣부른 정책을 내세웠다가 반발에 부딪히자 정책 뒤집기로 현장과 수요자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는 결과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추진하다 오히려 상대평가 체제 아래 정시를 확대하는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진데 이어 장관교체기의 정책뒤집기가 현장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의 경우 제2호 정책숙려제 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돌연 허용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반대여론을 희석하기 위해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여론을 적절한 선에서 받아주는 식으로 합의한 결과물로 보인다. 유은혜 장관에 대한 반대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용도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유 장관은 초1,2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를 지지한 전례 때문에,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당시부터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을 재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장관임명 반발 분위기를 희석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교 무상교육을 1년 앞당긴다는 발표 역시 논란이다. 재원확보와 정책수립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급하게 시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발여론이 적은 무상교육으로 장관교체를 둘러싼 반대여론을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미 자사고/외고 일반고 전환역시 정책뒤집기로 인해 수요자들이 피해를 대표적 사례다. 당장 밀어붙였던 한 고입 동시실시부터 제동이 걸렸다. 헌법재판소는 6월 자사고 등과 일반고의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고입은 동시실시하지만 일반고와 자사고 등에 모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한 교육전문가는 "고교학점제, 내신 절대평가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도입 가능성을 제대로 타진해보지 않고 어설픈 정책을 내세웠다가 엎어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이과정에서 현장갈등은 심화되고 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수요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반발여론이 적은 정책을 이용해 여론무마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절평 도입 추진하다 여론에 좌초.. ‘정시 확대’ 결과>
교육현장 혼란의 주범으로는 수능 절대평가 논의가 첫 손에 꼽힌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위해 작년 8월 대입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여론의 반대로 1년 유예 사태를 맞았다. 

당장 대학가에서부터 우려가 대두됐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정시가 폐지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였다. 수능 정시전형은 동일 대학의 동일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만큼, 학생들이 유사한 등급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 등급만 주어졌을때는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에 따라 학생부 중심의 수시 전형 형태로 입시제도가 단일화되거나 대학별 고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정시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여론이 악화되자 교육부는 무리수를 두기에 이르렀다. 상위대학을 중심으로 교육부 차관이 ‘정시 확대’를 주문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간 교육부가 학생부위주 중심의 수시확대를 권장해오다 갑작스레 방침을 선회했다는 점도 혼란을 야기했지만, 정당한 절차 없이 압박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컸다. 

갑작스런 정시 확대 압박은 선거를 의식한 여론 잠재우기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대입에서 수능최저를 전면 폐지한다는 사실이 언론의 오보로 드러났지만 이를 기점으로 학종을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자는 요구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각 대학이 전형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마감당일 급박한 지시를 내린 배경은 여론을 의식한 ‘선거용 결정’ 아니었냐는 의혹이 짙었다.

1년을 돌고돌아 도출된 대입개편 결과 역시 ‘정시 확대’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은 중장기과제로 분류되면서 ‘수능 상대평가’ 정시가 확대된 것이다. 수능 절대평가가 정시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초 정책 방향성과는 반대의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숙려제 한다더니.. ‘유치원 방과후 영어 허용’>
정부가 ‘유치원 방과후 영어 금지’ 정책을 철회하고 놀이중심 영어를 허용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교육부는 “놀이중심 유아교육의 방향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학부모의 영어교육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치원 방과후 과정에서 놀이 중심 영어를 허용하겠다”고 4일 밝혔다. 

교육부는 작년 12월 유치원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거세한 반대여론에 부딪혀 하루만에 ‘재검토’로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폐지 반대’ 글이 올라올 뿐 아니라 육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반대여론이 들끓었다.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로 되레 더 비싼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수였다. 

반대가 거세자 올해 초 교육부는 숙려제를 통한 의견 수렴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숙려제를 실시하기 전 돌연 입장을 바꾼 셈이 됐다. 의견수렴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놀이/유아 중심의 유치원 교육방향에 대해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영어교육 수요 또한 상당 수준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방과후 영어를 전면금지할 경우 유아 단계의 영어 사교육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반영했다. 매년 10~11월 유치원에서 학사일정을 결정해 다음해 원아 모집이 학부모 선택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 정책 결정을 서둘렀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향후 시도교육청에서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유치원 방과후 과정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하도록 할 계획이다. 

유치원 방과후 영어를 허용함에 따라 초1,2 영어 방과후 과정에 대한 논의도 재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초1,2 방과후 영어는 선행교육을 금지한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올해 3월부터 금지되고 있다. 교육부는 “일부에서 유초등 영어교육의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현실적으로 방과후 영어교육에 대한 학부모 수요가 많다는 점을 들어 초1,2 영어 방과후 과정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현장 점검 등을 통해 초 1,2 방과후 과정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종합 검토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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