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회의이은 교육부 추인용 기구되나..내년초 윤곽드러날 듯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정부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시동을 건다. ‘정권 초월’ 국가교육위 설치는 교육계의 오랜 숙원이지만 여전히 국가교육회의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교육부 폐지도 없이 대통령직속 위원회를 '국가교육위'라는 포장으로 내세우는 것은 폭주하는 교육민심을 현혹하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교육계의 회의적 시각은 이미 문재인 정부 초기 교육계의 여망과 기대를 수용하는 제스쳐로 출범시킨 국가 교육회의의 전례 때문이다. 국가 교육회의는 출범이전 정권초월 국가교육위원회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굵직한 현안을 모조리 해결할듯이 기대를 부풀렸지만  지지부진한 운영끝에 실질적 역할을 하지 못한채 교육부가 결정한 교육현안을 추인하는 모양새로 운영돼왔다. 

회의적 시각에 힘을 보탠 것은 교육위설치를 공개한 타이밍이다. 유은혜장관 취임이라는 타이밍은 교육부장관 임명강행을 하기 위한 여론무마용 카드로 비치기 충분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문재인정부가 저지른 잘못은 희망고문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다. 교육회의를 만들면서 장기적 현안을  모두 심사숙고해 결정할 것처럼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교육회의의 1년은 교육부가 결정한 방향성을 추인하거나 현안의 결정은 여론에 떠미는 것이외에 없지 않는가. 이제 공약이행을 위해 교육위설치를 하겠다는 방침역시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희망고문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청문보고서를 채택못한 장관 하나 임명하겠다고 장관임명강행의 타이밍에 물타기형식으로 교육위카드를 꺼내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대학 한 관계자도 "정권마다 되풀이되어온 이전정권 뒤집기로 피로감이 극에 달한 교육정책의 운용은 수요자 모두를 더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태로 몰아오면서 정권초월의 교육위설치는 교육계의 여망이 되어왔다. 문제는 교육위설치를 공약으로 수용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이후 오히려 교육민심을 거스르고 분열시키는 과오를 누적시켜왔다는 점이다. 이제 양극화한 교육민심을 달래기 위한 인사를 해도 시원찮을 시점에 1년뒤 총선나갈 가능성이 높은 의원의 입각을 강행하기 위해 무상교육이니 교육위설치니 하는 물타기 카드를 쓴 것으로 볼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교육위의 틀은 내년에야 윤곽이 잡힐 듯하다. 국가교육회의가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팀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만들어 진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교육위는 “교육부 장관 등 중앙부처의 장보다 국가교육위 위원장의 위상이 높아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교육위 위원장을 부총리급으로 두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교육부장관의 지위가 지금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 설립을 목표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특별법’을 내년 초 발의할 예정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시동이 걸렸지만 교육부 페지 없는 '반쪽짜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권초월 교육정책을 논의하기 어려워 유명무실한 기구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잃어버린 1년’.. 제2의 교육부 추인용되나>
정권초월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계의 오랜 숙원이다. 하지만 정부가 고려중인 방안은 교육부를 폐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는 ‘옥상옥’ 형태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무실한 기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교육부 폐지 없이 또 다른 기구를 만드는 것은 추인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되기도 전에 자사고 일반고 전환 등 주요 교육 사안들이 결정된 상황에서 국가교육위 설치는 ‘뒷북’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현재 운영 중인 국가교육회의에서 이미 드러났다. 국가교육위원회로 나아갈 징검다리 역할로 기대를 모았던 국가교육회의가 유명무실 ‘속 빈 강정’에 그칠 뿐 아니라 ‘하청에 재하청’ 논란까지 야기하면서 실망감을 안겼기 때문이다. 

당초 교육회의에서 중장기 과제로 논의하기로 했던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시행, 교육부의 초중등교육 권한 교육청 이양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이 이미 교육부차원에서 결정되면서 국가교육회의가 가진 권한은 미비했다.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국가교육회의는 ‘2022대입개편’으로 위상을 회복하나 싶었지만 오히려 존재이유에 대한 의구심만 더욱 증폭시켰다. 대입개편특위-공론화위 순으로 재하청을 거듭하다 결국 논란의 중심에 선 정시 비율을 특정하지 않고 ‘확대 권고’ 수준에서 교육부 판단으로 넘기면서 대입개편의 결론이 1년만에 원위치로 돌아왔다. 

대입개편 과정에서 국가교육회의가 ‘논의에 충분한 자료가 부족해 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한 전례 역시 ‘옥상옥’ 우려를 심화시킨다. 정책 판단의 근거가 될 교육부 정보를 국가교육위와 제대로 공유하지 못하면 국가교육위가 실효성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정보 공유가 원활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결국 교육부 정보에 의존하게 되면 현 정부의 입김을 벗어난 정책 결정이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권초월 교육위’ 열망.. 제대로 실현될까>
자문기구라는 한계에 갇혔던 국가교육회의와 달리 신설될 국가교육위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교육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국가교육위를 신설하는 방안은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간 이해관계 정치논리와 관계없이 일관된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대두됐다.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휘둘리는 교육정책으로 극에 달한 수요자들의 피로감을 해소하고, 주요 교육정책을 중장기적 안목에서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2013년 서울대 김경범 교수, 인천하늘고 주석훈 교감(현 미림여고 교장), 영동일고 진동섭 교사(현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등이 ‘입학사정관제 안정화를 위한 대입 3년 사전예고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밝힌 ‘대입위원회’ 설립 주장이 대표적이다. 당시 보고서는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인 준정부기구인 대입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뀐 교육정책의 대표적 예는 수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첫 도입된 94학년에 2회에 걸쳐 치르던 수능은 바로 이듬해 1회 시행으로 바뀌고 ▲97학년엔 200점 만점이 400점 만점으로 ▲99학년에 사탐 과탐의 선택과목제 적용과 표준점수제 도입 ▲2001학년 제2외국어 2교시 선택과목 추가 ▲2004학년 문항별 배점을 정수로 변경 ▲2005학년 시험영역과 과목을 고르는 선택형 도입,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와 등급 통보, 사탐과 과탐 중 하나만 선택 ▲2008학년 성적표에 등급만 표기 ▲2009학년 성적표에 등급과 표준점수 다시 표기 ▲2011학년 EBS교재 70%연계출제 ▲2012학년 영역별만점자 1% 목표출제 ▲2014학년 A/B선택형 수능 실시와 만점자 1% 목표포기에 이른다. 최근 대입개편 논의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향점은 대입안정성 확보에 있다. 학부모 수험생 등 교육수요자들이 대입을 미리 예측할 수 없어 사교육에 의존,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폐해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오락가락하는 대입정책을 안정화하지 않고서는 사교육 양산과 공교육 무력화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작년 치러진 대선에서 대다수 후보들은 교육부를 폐지하고 교육위를 설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교육위를 설치하되 집권 초기에는 교육위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국가교육회의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가교육위원회를 향한 열망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는 교육정책’으로 누적된 교육수요자의 피로를 해소하고 긴 안목에서 교육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셈이다. 

<교육부 폐지론 매번 대두.. ‘교육정책의 정치적 중립성 필요‘>
국가교육위 설치는 교육부 폐지론과 연결된다. 5월에는 교육부를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성엽(민주평화) 위원장을 비롯한 야당과 무소속 의원11명은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해 대체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교육부 중심 정책결정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유 위원장은 “지금의 교육부는 정부로부터 자주적이지도 않고 전문성도 보이지 않으며 정치적 중립성도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초 ‘정시확대’ 주문을 둘러싼 논란이 불씨를 지폈다. 민감한 정책을 합당한 절차나 논의과정 없이 통보하듯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비난이 쏠렸다. 당시 교육부는 “최근 수시확대로 정시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여론무마용이라는 시각이 대세를 이뤘다. 학종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이 여론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사전예고제 시기를 더욱 앞당겨 대입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던 교육부가 바로 다음 해 시행하는 2020학년 전형계획에 손을 댔다는 점도 비판지점이다. 2022 대입개편안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2020학년 전형계획 공개를 한 달 앞두고 전형비율을 조정하려 한 행태는 어떤 명분으로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교육계 의견이다. 대교협의 사전 승인을 받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실제 전형계획 작성완료 시점은 통상 알려진 4월말보다 앞당겨진다. 이미 각 대학이 2020학년 전형계획 얼개를 짜 놓은 상황에서 전형계획 작성 마감 당일 급박하게 대입정책 기조를 ‘수시확대’에서 ‘정시확대’로 뒤집은 셈이다. 

결정타는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이다. 큰 틀에서 5개 모형으로 제시된 개편안은 수시-정시 통합선발과 수능 평가방법 등 주요 쟁점을 제외한 부수적인 사항까지 고려하면 발생 가능한 경우의 수가 수백 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정권이 국가교육회의에 있다지만 정부안조차 방향성조차 없이 나열식으로 제시한 개편안은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학종-수능 간 적정비율을 제시하라는 쟁점의 경우 전형별 비율을 국가가 강제한다는 인식을 드러내면서 대학의 자율권 침해라며 비판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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