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수험생 불이익은 없어”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19수시 공통원서 접수 사이트에서 자소서 글자가 중복으로 입력되는 오류가 발생해 논란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유웨이어플라이 진학어플라이에서 진행하는 표준공통원서접수 서비스에서 자소서 입력 시 글자가 중복으로 입력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21일 밝혔다. 

자소서 입력기간은 이미 끝난 상황이지만 입력 과정에서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입력오류로 인한 오타사례의 경우 평가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교협은 “자소서를 전수 조사해 해당 현상이 발생한 대학에 안내할 예정”이라며 “자소서를 접수하는 대학에 해당 내용을 감안해 수시전형을 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 공문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대교협 관계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10 11 버전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자소서를 수정할 경우 수정부분 끝 글자가 이전글자와 똑같이 입력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홍길동'은 '홍길길' '건축물'은 '건축축' 등으로 입력되는 식이다. 대교협 측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대신 크롬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자소서를 써놓은 뒤 복사/붙여넣기 하는 경우도 많아 오타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아직 피해규모는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교협은 해당문제를 14일 파악했지만 수험생들에게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자는 "자소서 접수가 21일까지 계속됐기 때문에 수험생들에 미리 공지할 경우 더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자소서 작성 과정에서 해당 오류를 발견하고 당황했을 학생을 고려했다면 오히려 먼저 문제상황을 알리고 '복사 붙여넣기'방식을 활용하거나 크롬 브라우저를 활용하도록 안내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9수시원서접수 과정에서 자소서 입력오류현상이 발생해 논란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험생 불이익 없을 듯".. ‘찜찜함 여전’>
대학들은 이번 입력오류 문제로 수험생들이 겪을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사립대 입학관계자는 “문제를 파악한 이상, 글자 중복 오타에 대해서는 평가에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협이 실제 어떤 사례가 발생했는지 조사해 알려주겠다고 한 상태”라며 “신속하게 진행해서 알려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평가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오타는 아니기 때문에 평가에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입학관계자는 “학교에서 인지한 이상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갈 것은 없다. 대교협 공문을 받아 전수조사한 내용을 보고 평가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학생이 맞춤법을 몰라서 오타를 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이 해당 사실을 감안해 평가할 예정인 만큼 불이익은 없겠지만 수험생/학부모들이 겪을 ‘찜찜함’은 여전하다.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정성들여 작성한 자소서에 단 하나의 오타라도 생긴다면 너무 속상할 것 같다. 시스템 오류로 인한 오타라는 걸 대학에서 안다 하더라도 글자 하나라도 틀리지 않으려고 노력을 기울인 것이 무색하다”고 말했다. 

대교협 대처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글을 읽으면 내용은 파악되겠지만 읽다보면 막히게 되는 문제가 있다. 생각보다 심각한 사안인데 너무 단순하다는 식으로 얘기되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통원서접수.. 시스템 안정성 지적>
이번 입력오류 논란이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의 안정성 문제를 다시 재부각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6정시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2017학년 수시원서접수에서 서버불안현상을 보여 수험생과 학부모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본격적인 원서접수가 시작된 2016년 9월19일 밤 공통원서 작성을 위한 시스템 접속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교육계는 여전히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연동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진학어플라이와 유웨이어플라이를 무리하게 연동한 시스템은 추후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은 2013년 교육부가 ‘대입전형 종합지원시스템’을 2015년까지 개통하겠다고 공표/추진한 과정에서 나왔다. 교육부가 종합지원시스템 구축에 나서자 국내 원서접수 대행을 양분하고 있는 유웨이어플라이와 진학어플라이가 반대에 나서면서 궁여지책으로 마련됐다. 

2010년 7월 대교협과 두 대행사는 ‘대입지원방법 위반자 이중등록 사전방지 시스템 및 수험생 정보보안에 관한 계약’을 맺고 정부가 원서접수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대가로 유웨이중앙은 (주)유웨이어플라이로, 진학사는 (주)진학어플라이로 회사를 분할하고, 회사명/URL명을 통일하는 등의 계약내용을 이행했다. 하지만 교육부와 대교협이 108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원서접수시스템 입찰 공고를 내는 등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자 대행사들은 ‘대입원서접수시스템 구축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원서접수 사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뺏어가는 것은 ‘갑’의 횡포”이며 “사전협의 의무가 있음에도 정부가 권위를 내세워 일방적인 사업을 추진해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사업의 추진을 금지해 달라는 요구였다. 업체들은 “기존 민간사업자의 접수 시스템을 활용하면 정부예산 낭비 없이 한국형 원서접수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2013년 12월 대행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업체들의 항변이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법원의 결정으로 교육부/대교협은 대입원서접수시스템 구축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결국 대교협은 결국 2014년 10월 두 대행사와 연계해 2016정시부터 공통원서를 한번만 작성해 여러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한국형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의 급작스런 말 바꾸기를 발단으로 시작된 시스템 도입은 처음부터 문제 일색이었던 셈이다.

이후 대교협은 원서접수시스템 구축에 39억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공통원서접수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교육부와 대교협, 전문대교협, 원서접수 대행사 등이 협의를 거쳐 국가-민간 협업체계로 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시스템이 마련된 후에는 시범운영협력대학을 선정, 1~3차 시범운영을 거친 끝에 지난해 정시 원서접수부터 적용을 시작했다. 애초 따로 운영되던 원서접수 시스템 위에 무리하게 공통원서 시스템을 덧씌운 탓에 대행사들의 시스템보다 트래픽이 과다해진다는 문제점을 태생부터 안고 있어 언제든지 ‘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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