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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자] 서울대 교과밖 출제?.. 구술 특성 무시한 비판기승전‘논술폐지’.. 교육현장 혼란 야기
  • 권수진 기자
  • 승인 2018.08.28 15:30
  • 호수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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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서울대 구술고사를 두고 교육과정 밖 출제라는 비판은 온당할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는 서울대와 연세대가 대입 수학 논술/구술고사에서 선행학습 규제법을 위반했다고 28일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을 두고 논술고사와 구술고사의 차이를 무시한 일률적 잣대라는 비판이 대두된다.

작년 교육과정위반으로 판정한 문항을 비공개한데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올해는 분석대상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3개대학으로 줄이고 대학별 위반문항을 공개했다. 하지만 여전히 구술고사를 지필논술고사와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긴 어려웠다. 한 교육전문가는 “서울대 구술고사는 답을 요구하는 시험이 아니다. 정답을 맞히지 못하더라도 합격하는 수험생이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이 막히는 부분은 면접관이 팁을 제시하며 수험생이 어떻게 풀이를 진행해나가는지 보고자 한다. 단순히 제시문/문제만으로 위반판정여부를 가리기 논술과 잣대가 달라야 한다. 사교육에 의존한 학생들의 접근방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접근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도 확인가능한 구술고사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이라는 공식적인 평가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자체판정결과를 내놓음으로써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과정위반판정은 정부 지원을 받을수 있느냐 없느냐와도 연관되는 문제여서 대학들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도 1차심의를 거쳐 대학들에 소명기회를 제공하는 등 고심을 거듭하는 사안이다. 대학의 추가 설명자료도 활용한다. 이런 절차를 배제한 일방적인 발표는 추후 교육부가 발표할 공식적 판정과 엇갈리며 더욱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구술고사를 두고 또다시 교육과정 밖 출제라는 비판이 대두됐다. 서울대 구술고사의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히 제시문만으로 평가한 데서 비롯된 문제라는 분석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구술고사와 논술고사는 달라’.. 단순히 정답 요구X>
가장 큰 문제는 서울대의 면접/구술고사와 연대의 논술고사를 동일한 잣대에서 평가했다는 점이다. 논술고사가 제시문만 주어지고 일정한 시간 내에 혼자 풀어내도록 하는 문제인 반면 구술고사는 면접관과 수험생이 마주앉아 수험생이 막히는 부분에서 교수가 도움을 제공하며 진행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차이는 서울대 구술고사가 단순히 정답을 요구하는 시험이 아닌 데서 비롯된다. ‘정확한 답을 구할 수 있는지’보다는 ‘생각하는 풀이방법’을 보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논술고사는 정해진 시간 동안 정답을 맞혀야 하는 반면, 구술면접은 면접관이 수험생마다 다른 방식으로 풀이를 유도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평가한다. 수험생이 풀이과정에서 막힐 경우 면접관은 ‘팁’을 주고 학생이 가진 학업역량을 측정하는 데 힘쓴다. 대화방식으로 풀이과정을 이끌어가는 식이다. 

실제로 서울대 합격자 중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지 못하고도 합격한 사례가 많다. 창의력에 기반한 학업능력을 드러낸 경우 긍정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문제의 난도만으로 교육과정 위반여부를 따지기 어려운 이유다. 한 교육전문가는 “만일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지 못한 학생이 떨어지고, 풀어낸 학생만 합격했다면 얘기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서울대 구술고사는 정답여부로 합불을 가리지 않는다. 여러 개념을 융합하는 등 색다른 방식으로 학생들이 실제 배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배운 내용을 활용해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는 인재인지 등을 파악하는 문제다. 만일 이런 제시문을 정해진 시간 내 혼자서 풀어내라고 한다면 사교육이 필요한 대학별고사라고 봐야겠지만, 단순풀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폭넓은 범위의 학업역량을 측정하는 도구로만 활용하고 있는 이상 교육과정 위반으로 보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만 놓고 보면 교육과정을 이탈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풀이는 고교교육과정 내 개념에서 진행 가능하고, 합격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대 면접/구술고사는 일반전형에서 활용하는 전형요소다. 또다른 학종인 지균의 경우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통해 학업역량을 검증하고 있지만 일반은 예체능계열을 제외하면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다. 즉 일반전형 면접은 수능최저를 대체한 학업역량검증도구로 기능한다. 대학이 학생부를 100% 신뢰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대학이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측정도구라는 평가도 있다. 한 고교 교장은 “현재 학생부는 100% 신뢰하긴 어렵다. 기재요령마저 매년 바뀌는 판국에 교사/학교의 역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술면접이라는 최소한의 검증장치마저 없다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학교별로 편차가 큰 학생부에만 기대 학업능력을 판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통문제를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학업역량을 측정한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구술고사만큼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구술고사가 오히려 사교육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평가라는 분석도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구술고사야말로 수험생이 사교육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도구다. 사교육을 통해 훈련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정답을 맞추느냐 아니냐를 떠나, 본인이 학교에서 배운 개념을 어떻게 충실히 활용하고 있는지 따져볼 수 있는 도구인 셈”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쉬움은 남는다. 서울대는 작년 위반통보를 한차례 받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제시문/문제만을 가지고 위반여부를 판정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이미 교육부로부터 한차례 지적을 받은 상황에서 또다시 비슷한 출제범위를 고수해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작년 발표된 2017학년 대학별고사평가에서 서울대는 위반판정을 받고, 2018학년 대학별고사에서 동일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한 교육전문가는 “공교육 학습을 충실히 한 학생이 풀이 가능하더라도 제시문 자체에서부터 논란의 여지를 배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공식판정 전 비공식 판정.. '혼란 야기'>
사걱세는 올해로 7년째 대학별고사의 교육과정 위반여부를 자체판정해오고 있다. 문제는 법에 의해 공식적인 교육과정 위반판정이 나오는 상황에서 비공식기관이 이보다 앞서 자체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학별고사의 교육과정 위반여부는 대학들이 3월말 발표하는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를 통해 가려진다. 대학들이 각자 자체점검을 실시한 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산하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에서 보고서를 기반으로 위반여부를 심사한다. 심사결과를 토대로 1차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를 열어 예방연구센터의 심사결과를 기반으로 대학별 교육과정 위반여부를 가린다. 1차심의결과를 대학들에 통보해 해명기회를 주는 절차도 있다. 이의신청기간동안 들어온 대학 해명을 바탕으로 재심의를 진행해 최종 심의결과를 발표하는 구조다. 

교육과정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공식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이중 발표’를 통해 수요자의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초창기 공교육정상화법이 발효되기까지 시민단체의 힘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사걱세가 자발적으로 대학별고사를 일일이 분석해 교육과정위반여부를 판정,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대학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맞다. 하지만 관련 제도가 완비된 상황임에도 계속해서 비공식적인 판정을 고수할 이유는 없다. 당국조치가 미비한 경우 이를 지적하고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는 있겠지만 공식발표도 전에 앞서 자체조사결과를 내놓는 것은 선을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연대에 대해서는 2020학년 10%범위의 모집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판결’까지 내놨다. 한 교육관계자는 “정부의 공식적인 판정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모집인원 감축까지 언급하는 것은 섣부르다. 공신력이 없는 자체조사결과로 현장 혼란을 야기한 것도 모자라, 모집단위 감축까지 언급해 교육부 대신 판정내리는 것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신뢰도 문제 지적.. 실제결과와의 차이 확연>
평가의 신뢰도가 담보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사걱세가 ‘위반’이라는 낙인을 찍었지만 추후 교육부 판정에서 위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걱세가 작년 자체평가한 결과 대입 자연계 논술/구술고사 실시 14개대학 중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의 7개대학이 교육과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교육부 평가에서 이들 중 고려대 동국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한양대의 5개대학은 위반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재작년 역시 마찬가지다. 사걱세는 13개대학의 대학별고사를 심시한 결과 10개대학이 교육과정을 위반했다고 판정했지만 이 중 5개대학은 실제 위반판정을 받지 않았다. 

작년의 경우 사걱세 분석결과에서 교육과정을 가장 많이 위반한 것으로 판정받은 대학이 교육부 평가에서는 위반대학명단에 이름조차 올리지 않았다. 이 같은 차이는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이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뿐 아니라 별도 자료를 제출받아 평가에 활용하는 것과 달리 사걱세는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만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당시 해당 대학관계자는 “사걱세에 확인해보니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만을 보고 심사를 진행했다는 답을 들었다. 우리는 선행교육예방연구실엔 100페이지 분량의 별도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문제가 왜 교육과정에 기반해 출제된 것인지 등을 부연설명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근거자료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판정을 내리다보니 잘못된 판정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차이가 드러난 셈이다. 

올해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세 개 대학만으로 범위를 좁혔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저히 ‘적중률’이 낮다보니 올해는 주요대학 전반에 대해 평가하기에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 대학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가에서는 시민단체의 ‘근거없는 갑질’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했다. 섣부른 평가로 대학을 ‘여론재판’에 넘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과정을 어긴 것으로 지목받은 대학뿐 아니라 지목받지 않은 대학조차 한 목소리로 비판할 정도였다. 올해는 위반문항과 판단근거를 공개해 반박이나 해명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이견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을 확정적으로 위반이라고 낙인찍는 것은 현장의 혼란만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관계자는 “어차피 공식결과가 따로 나온다지만 교육과정 위반대학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데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반복된 ‘논술폐지’ 주장.. ‘침소봉대’ 우려>
결론은 ‘논술/구술고사 폐지’로 이어졌다. 사걱세는 “대학의 대입논술과 교과지식을 묻는 구술고사에서 선행교육 위반 상태가 지속되는 점을 고려할 때 논술/구술폐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은 즉시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작년 논술고사를 실시한 31개대학과 구술고사를 실시한 서울대를 포함, 총32개대학 중 3개교만을 조사해 2개교가 위반한 사실을 근거로 들며 논구술 폐지의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과정 준수를 위해 노력하고 위반을 피한 대학들까지 날벼락을 맞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논술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사안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논술폐지’라는 결론을 정해두고 내린 분석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논술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상황에서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아니겠냐는 관측이다.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논술고사가 개선돼오고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임에도 일부의 문제를 침소봉대해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는 논의로 끌고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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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진 기자  ksj@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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