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30%' 맞서 고교현장 지키는 최선의 지혜 필요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정부의 2022대입개편안 발표 이후 현장의 눈길은 서울대를 쏠려있다. 학종100% 수시중심 선발을 업그레이드하며 "정권마다 현장을 뒤흔든 교육당국보다 이성적으로 고교현장을 바꿔왔다"는 평가를 받아온 서울대가 정부가 요구한 '정시30%'로 '후퇴'할지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다. 결론적으로 2022서울대 역시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사업을 통해 서울대가 받는 재정지원 규모는 매년 4000억원을 넘기는 수준인데다 국립대법인이라는 지위는 물론 최고학부가 정권에 반기를 들었을 경우의 부담을 감안하면 반기는 쉽지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학내 사정도 녹록지않다. 현재 총장 '유고' 상황이 이어지면서 학부나 구성원별로 명분과 실익을 놓고 계산을 하기 시작한다면 의견수렴과 결론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서울대의 선택이 교육현장에 던지는 신호의 의미다. 서울대가 인식하든 하지 않든 간에 서울대의 선택은 정시확대의 2022대입개편안이라는 교육부정책 방향성보다 훨씬 많이 교육현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역으로 전체 고교현장과 고입에 파장을 만들고 학생 학부모의 선택을 포퓰리즘으로 뒤흔드는 정권과 교육감들의 외풍으로부터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안정성을 지킬 마지막 보루라는 의미도 있다. 정시30% 요구를 받아야 한다면 가장 현장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만드는 지혜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10년간 정권마다 출렁인 교육부의 정책보다 교육현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온 것은 학종중심의 서울대 입시정책이다. 정권마다 이전 정권지우기를 통해 입시정책을 뒤흔들었고 그때마다 사교육이 활개를 쳤다. 정권마다 출렁인 대입정책의 외풍에도 불구하고 학종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사교육영향을 차단하고 소외된 고교현장까지 활성화하는 공은 오로지 서울대의 몫이다. 일부 학생 학부모의 이기심을 토대로 정시중심 축을 공고히 해온 의대입시의 반대편에서 특목 자사고의 수시체제 강화를 독려하고 소외지역의 일반고까지 희망을 불어넣어 고교교육 정상화의 가장 큰 지분이 있다고 본다. 결국 2022개편안에 대한 서울대의 선택에 따라 우리나라 교육현장은 사교육이 활개치는 이전으로 돌아갈 것인지 공교육의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이룰지 갈림길에 선 셈이다. 공론화를 통해 입시정책 자체를 포퓰리즘에 떠맡긴 문재인 정권이 던진 숙제를 서울대가 어떻게 푸느냐에 교육현장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는 이유"라 설명했다. 

입학본부를 중심으로 서울대 내부도 대안만들기에 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로 2022대입개편안에 대한 서울대의 입장이 나오는 것은 내년 4월께로 추정된다. 2021전형계획을 공개할 시점이라는 점에서 서울대 내부에서도 이즈음을 2022개편안에 대한 입장개진의 적절한 시기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텍이 선택한 '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면 서울대의 선택은 크게 보면 세 가지다. 있는 그대로 정시 30%확대하는 방안, 정시 비율을 교과와 연동했다는 교육부 지침을 활용해 정시를 그대로 둔 채 학생부교과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두 가지 모두 무리가 따른다는 점에서 지균과 일반으로 나뉜 수시 학종에서 일부를 교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서울대 내부에서는 지균을 교과로 돌리는 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지만 오히려 교육현장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면 일반전형의 일부를 교과로 돌리는 방식이 나을 수 있다고 본다. 이미 구술면접방식 자체에 대한 압박을 고려하면 4년이나 남은 현정권에서 일반전형의 전형방식을 고수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시와 일반전형은 특목자사고가 유리한 전형이지만 지균은 일반고 특히 교육소외지역 일반고의 학종 진입통로다. 소외지역 일반고의 진입통로가 막힌다면 대부분의 일반고는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대의 통로가 되던 학종 자체를 버릴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지균을 중심으로 학종을 준비하는 체제는 일반고가 상위권 대학 전체의 학종을 겨냥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교과가 일부 도입된다는 것만으로 학종을 중심으로 한 수시체제에 위협인 상황에서 지균의 축소는 일반고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대신 일반전형과 정시는 특목자사고가 강한 만큼 어느 정도 특목자사가 배분해가고 지균을 토대로 자신감을 가지는 일반고가 일반전형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만들어주는 방향이 낫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교문 /사진=서울대 제공

<고교현장을 지켜온 서울대 학종>
서울대입시는 일반고중심 수시체제다. 80%가까운 수시비중, 특히 20% 지균비중이 서울대의 '일반고사랑'을 입증한다.

서울대입시는 정원내기준 수시 지역균형선발과 일반전형, 정시 일반전형으로 3개축이다. 수시 지균과 일반은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한 학종선발이다. 지균과 일반은 면접방식의 차이도 있지만, 지원자격에서부터 각 학교당2명추천 자유지원으로 갈린다. 정시일반은 수능선발이다. 결국 서울대입시는 '수시=학종' '정시=수능'이다.

일반고 입장에서 서울대합격을 위해선 정시보다 수시, 특히 수시지균이 유리하다. 수능만점에 근접하지 않다면 서울대정시는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대정시에 교육특구일반고 자사고출신 합격이 많은 배경이다. 반면 수시는 일반고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100%에 가까운 유형암기학습보다는 지식의 깊이와 확장을 고교활동을 통해 얼마나 가능성 있게 해왔는지가 수시합격을 가르는 평가지침이기 때문이다. 일반고도 충분히 대응가능한 수준이다. 특히 지균은 학교당2명추천으로 범위를 좁힌 덕에, 일반고출신의 주요 서울대루트로 통한다. 일반고 입장에서 봤을 땐 수시지균(학종)>수시일반(학종)>정시일반(수능) 순으로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셈이다.

10년간 선발인원을 살펴봐도, 서울대가 지균을 일반고출신에게 얼마나 꾸준히 문을 열어뒀는지를 알 수 있다. 2011~2020학년 10년간 전형구조(정원내기준, 2019정시 2020수시정시는 전형계획 기준, 나머지 요강기준)를 정리해보면, 수시지균비율은 꾸준히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23.5%(2011학년)→22.9%(2012)→24%(2013)→24.5%(2014)→21.9%(2015)→21.7%(2016)→23.4%(2017)→23.8%(2018)→23.8%(2019)→23.8%(2020) 흐름이다. 수시특기자전형이 일반전형으로 명칭과 전형방법을 달리한 2013학년이전에도 이미 23~24%의 지균비중을 유지한 건 지역당 고루 선발한다는 타 대학의 '지역인재선발'이 아닌, 일반고 학생들에 고루 기회를 줘 문호를 넓히겠다는 국내최상위 서울대의 철학이다.

서울대선발결과 역시 수시, 특히 지균이 일반고의 서울대합격가능성을 얼마나 높여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근거다. 2011~2018학년 8년간 고교유형별 현황(최초합격생 정원내 기준)은 지균이 일반고의 절대적인 서울대루트임을 입증한다. 일반고 자사고 자공고 과고 영재학교 외고 국제고의 6개유형만 놓고 봤을 때(예/체고 특성화고 검정고시 제외) 일반고는 지균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한다. 고교유형별 합격자수 비중은 지균에서 꾸준히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자사고와 영재학교를 따로 분류하지 못한(당시 고교유형이 분류되지 않음) 2011~2013학년은 심지어 일반고가 지균100%를 점했을 정도다. 100%(2011학년)→100%(2012)→100%(2013)→87%(2014)→85.9%(2015)→85.9%(2016)→86.6%(2017)→89%(2018) 흐름으로, 지균합격자 중 일반고출신비중이 절대적이다. 자공고가 '분류만 자율형공립고'인 일반고나 다름없는 체제인 점과, 과고 영재학교 외고 국제고가 지균에서 얼마나 맥을 못추는지(4년간 해당유형 합격생이 전혀 없다)를 보면 지균이 대다수 일반고에 얼마나 중요한 서울대루트인지를 알 수 있다.

서울대의 입시설계는 '교육부보다 이성적'이라는 현장평가를 받고 있다. 정권(특히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는 입시운영으로 고교현장을 되살린 대표적 대학이라는 평가다. 특히 80%가까운 수시 전체를 학종으로 운영하는 점이 서울대를 향한 찬사의 근거다.

서울대가 현 학종을 정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건 2013학년이라 볼 수 있다. 2012학년까지 '특기자전형'으로 있던 것을 '일반전형'으로 바꾸면서 전형방식의 변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면접 없이 서류단계에서 합격시키는 '우선선발'을 실시, 특목/영재 출신에 문호가 넓었고 베일에 가린 '면접및구술고사'가 일반고 출신이 얼씬하기 힘들다는 평을 듣던 서울대입시는 2013학년을 기점으로 현 모습을 갖춰왔다. '일반전형'이 되면서 구술고사는 교과과정 안으로 들어왔다. '풀어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평이었던 2010~2012학년에 비해 2013학년 구술고사는 선행 없이 교과 개념을 집중한 출제로 고교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서울대수시에 붙을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 2013학년엔 논술고사를 전면폐지하고 의대에 다중미니면접을 도입, 당시로선 매우 긴 시간인 60분간 면접을 실시한 획기적 변화다. 웹진 '아로리'도 2013학년을 기점으로 나왔다. 베일에 가렸던 서울대입시를 교육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기출과 합격생수기 모범고교사례 등을 풍성하게 실었다. 입시결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시작한 것도 2013학년이 기점이다.

서울대입시는 정권교체에 흔들리지 않고 또는 한 발 앞서 꾸준히 진화해왔다. '일반고 살리기' 깃발을 들고 정치권이 '자사고 폐지' '수능EBS연계' 등으로 헛물을 켜고 있는 사이, 서울대는 꾸준히 지균비율을 유지시켜왔다. 정치권이 '사교육 영향'을 두고 이기지 못할 싸움을 걸고 있는 사이 서울대는 '교과내 출제'가 본격 적용된 2015입시 이전에 이미 교과내 출제로 공교육 살리기에 앞장섰다. 입학사정관제는 2007학년부터 시작했지만, 현재의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이 본격자리잡은 2015학년(교과내출제 훈령이 적용된 2014학년은 교육부가 학종에 대한 정의와 설명에 나서지 않고 손을 놓고 있는 탓에 오해로 점철) 이전인 2013학년부터 서울대는 현 학종의 모습을 갖춰냈다. 학종오해가 난무하는 틈을 탄 정권다툼에 아랑곳않고 학종비중을 전체의 80%가까이 지켜내왔다. 서울대입시를 사교육없이도 알 수 있도록 웹진을 발간하고 전형안내책자를 발행하며 입학본부장이 직접 도서지역을 방문, 상징적으로나마 현장이 서울대입시에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서울대 입학본부 자체적인 설명회와 간담회 상담도 꾸준히 이어왔다. 서울대가 2013이후 매년 공개한 구체적인 입시결과는 일반고도 지방도 서울대합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확인시켰다.

서울대의 노력은 교육현장을 변화시켰다. 서울대가 직접 나서 '공교육만으로 서울대합격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파시킨 3~4년간 고교현장은 "기막히게 변화하고 있다" "혁신하고 있다"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2013학년의 결과 이후 불과 3년의 시간 동안 고교현장은 큰 변화를 일궜다. 이전엔 기출풀이방법전수에 급급하고,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고교교육은 대입에 필요 없다며 검정고시 보겠다 자퇴하는 학생들이 나오는 등 무너져갔지만, 학종 이후 학교를 바로 세우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종=금수저전형'이라며 2016총선과 맞물려 학종공격이 본격화하던 때 학종을 옹호하고 나선 건 고교교사들이었다. 당시 교사들이 스스로 나서 진행한 포럼은 '보완해가며 학종강화'로 귀결됐다. 대표적 발언으로 인창고 임병욱 교감은 "수능이 공정하다고 하나 사교육 영향이 너무 커 강남과 재수생 중심 전형이 된 지 오래다. 전국 고교가 똑같은 EBS교재 풀기에 목매고 예체능 교과, 인성, 감성 교육은 뒷전이 된 지 오래였다. 야자로 밤을 새고 학원으로 다시 몰려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며 "공들여 만든 교육과정보다 대입전형이 더 위력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학종을 통해 교육과정이 바뀌었다. 전 학년 교과수업, 전 학년 동아리, 전 학년 예체능활동, 독서, 봉사, 인성, 소통력이 교육현장으로 녹아들기 시작했다"고 학종당위를 주장했다. 중마고 김선구 교사도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비롯 체육대회 축제 등 예전에는 교사들이 맡아서 했던 일들을 대부분 스스로 계획하고 진행한다.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는 자기주도적 학교생활이야말로 학종이후 학생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고, 공주사대부고 최영수 교사도 "일반적인 지식의 전달과 주입, 결과에 대한 평가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구성한 지식과 경험의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 포함한 교육적 발달을 강조하는 패러다임으로 교육이 변화하고 있다. 패러다임 변화에 부응하는 전형이 바로 학종"이라 피력했다.

교육부가 현재의 '고교교육 기여대학'사업 전신인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사업을 개시한 것도 2014학년이다. 고교교육에 기여할 전형으로 학종이 우선시됐고, 수능과 논술 특기자가 뒷전으로 밀렸다. 수능 논술 특기자가 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당시 판단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시책으로 상위권대학 중심 학종확대가 본격 이뤄진 게 2015학년인 점에서, 서울대의 2013학년 입시개혁 의미가 깊다. 서울대가 앞장선 데 이어 고려대도 흐름을 같이 타면서 고대 학종비중(정원내기준, 사이버국방포함)은 2016학년 10.7%에서 2017학년 14.2%, 2018학년에 논술폐지 교과축소를 통해 무려 61.6%까지 확대했다. 교과 특기자를 포함, 수시비중이 84%라는 2018고대 전형구조는 수시비중70%대까지 올라온 상위권대학 중 단연 돋보이며 서울대와 '투톱'으로 공교육정상화를 리드하는 대표대학으로 자리한다. 상위권대학의 '학종중심' 입시가 고교에 활력을 주는 메시지인 건 당연하다.

문제는, 이번 2022대입개편안에서 '수능30%'를 못박은 정부지침이다.

<2022서울대 3개시나리오 '교과신설 지균폐지 가능성'>
정부는 17일 2022대입개편안을 내놓으며 사실상 '정시30%'를 강제했다. 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 예산지원을 통해 '정시30%'를 이룰 심산이다. 2019기준 정시비중이 20%가량에 불과한 서울대와 고대에 교육계 관심이 집중된 배경이다.

서울대는 작년 실시한 2018, 올해 실시하는 2019, 전형계획으로 내놓은 2020까지 공히 '수시78.5% 정시21.5%'(정원내 기준) 구조다. 정부의 '정시30%'에 못 미친다. '정시30%'에 도달하지 못하면 기여대학사업에 지원할 수 없다. 서울대가 매년 최고액의 예산(최근 3년간 20억 20억6800만원 20억6600만원)을 가져간 걸 고려하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서울대가 정시를 20%선에 묶어온 이유는 절대평가로 인한 수능무력화 예고보다도 유형암기위주의 수능학습이 대학수학에 큰 영향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량평가 방식의 수능보다는 서류와 면접및구술고사를 통한 학종을 통해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서울대가 정부방침이라 해서 '정시30%'로 후퇴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3개다. ▲(1안)포스텍처럼 교육부예산을 받지 않고 현행을 밀어붙인다 ▲(2안)정시30%로 늘리고 수시 지균과 일반을 일정부분 축소한다 ▲(3안)지균을 폐지하고 교과30%를 신설, 정시20%비중을 유지한다이다. 타 대학은 수시 논술과 특기자를 축소하거나 폐지해 정시비중을 늘릴 수 있지만, 수시=학종인 서울대로선 3개안으로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포스텍은 대입개편안이 나온 17일 이후 이틀 만인 19일, 김도연 총장이 나서 '수용불가'의 입장을 밝혔다. 신입생 전원을 수시학종100%로 선발해온 포스텍 입장에서 느닷없는 정시30%는 포스텍 방침에 정면배치되기 때문이다. 포스텍 인재선발을 위해선 학종이 절대적이라는 신념으로 쌓아온 포스텍철학을 기여대학사업비를 볼모로 포기하기엔 자존심이 가만있지 않을 테다. 게다가 포스텍은 2018사업에서 탈락, 현장에선 '이변'이란 반응이다. 그만큼 많은시간과 노력을 들여 잘 다듬어온 손색없는 입시이기 때문이다.

다만 포스텍의 '배짱'은 포스코라는 뒷배가 있어 가능하다. 사립대이자 포스코재단이 밀어주는 이공계특성화대학 포스텍은 예산차원의 문제에 대해선 서울대보다 자유롭다. 신입생 300명 규모로 3000명 규모인 서울대보다 예산부담도 덜하다. 반면 서울대는 법인이긴 하지만 '국립대법인'이다. 대표적인 국립대가 정부방침에 반기를 든다는 건 어렵다. 기여대학사업비로 받는 20억원에 '불과'라는 단서가 붙을 정도로 큰 대학이지만, 확대한 학종에 수십 명의 입학사정관 인건비는 교비가 아닌 사업비를 통해서만 집행가능하다. 게다가 교육부로부터 매년 4000억원 이상을 지원받는 서울대 입장에서, 교육부에 밉보였다간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1안은 실현가능성이 없는 셈이다.

정부에 따라 정시30%로 늘리는 2안은 사업비는 따내겠지만, 서울대가 그간 보여준 기조에 금이 가는 결정이다. 무엇보다 서울대가 지닌 '책무성'에 위배된다. 서울대는 2013학년부터 고교현장과 학종운영에 관한 신뢰를 쌓아왔다. 정치권압력에도 불구하고 학종확대와 안정화에 노력해왔다. 매년 사업비1위라는 계산을 접어두고라도, 서울대의 학종을 본받아 많은 대학들이 학종시대에 합류했다. 입시결과로도 정시보다는 수시에 무게를 둔 서울대학종이 성공적임이 입증된다. 학종도입(특기자→일반)한 2013학년을 기점으로 교육특구에 집중된 정시합격생배출 고교수를 더 넓은 지역의 수시합격생배출고교수가 뒤엎었다. 2011학년 수시일반373개교 정시일반456개교, 2012학년 수시일반332개교 정시일반450개교로 정시배출고교가 많았던 반면, 2013학년부터 수시일반이 정시일반보다 많아진다. 2013학년 수시일반468개교 정시일반253개교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 것이 2018학년 수시일반456개교 정시일반292개교로 이어진다. 이미 고교사회엔 '서울대=학종'이란 인식이 강한 상황에서, 학종을 통해 '국가적 책무'인 인재양성의 길을 연 서울대가 돌연 '이 길이 아닌가봐' 할 수 없다. 역시 실현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가능성 있어 보이는 건 3안이다. 정부의 '교과30%인 경우 수능비중은 자율로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교과전형이 30%인 경우 수능비중은 어떠하든 상관없다. 서울대가 교과30%를 신설한다면, 수능20%도 지켜낼 수 있는 셈이다. 관건은 교과를 신설하며 어떤 전형을 축소할지다. 수시 지균 또는 일반을 거론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지균폐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균충'이라는 신조어가 나돌 만큼 대학가는 지균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나이 든 교수들의 경우 지균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아무리 서울대 교수라 할지라도 지균이 지닌 사회적가치 대신 수능중심 문제풀이 잘하는 '수능충'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없다 할 수 없다. 모집단위별로 교수 눈치를 더 많이 볼 수밖에 없는 서울대 입장에서, 손쉬운 건 일반이 아닌 지균을 폐지하고 그 자리를 교과로 채우는 것이다. 지균을 폐지한다면 매년 '지균인데 왜 지역별로 같은 인원을 선발하지 않느냐'는 국감의 '무식한' 질문도 피해갈 수 있다. 물론 지균이 23.8%이므로, 30%로 만들기 위해선 일반에서도 일부 감축이 불가피하다.

다만 지균폐지는 '엎는 게' 좋겠다. 2011~2018학년 8년간 합격생데이터가 근거다. 지균을 통해 일반고는 물론 서울외지역의 서울대루트가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2011~2018학년 8년간 서울대합격생의 고교유형별 현황을 보면, 일반고의 경우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균에서 수시일반전형과 비슷한 숫자의 합격생을 내왔다. 심지어 해가 갈수록 지균합격일반고수가 늘고 있다. 2013학년을 기점으로 한 서울대의 서울대입시안내 활성화로 인해 고교사회에 서울대학종이 안착하기 시작한 2015학년 이후 지균합격일반고수는 늘고 있다. 2015~2018학년 481개교→513개교→517개교→585개교 흐름이다. '최근3년간 서울대합격생이 없던 일반고'에서 서울대합격생을 배출한 건 2016학년66개교 2017학년90개교 2018학년91개교 수준이다. 매해 '최근3년간 합격생이 없던 군지역'에서 합격생이 나오기도 한다. 2018의 경우 경남고성 고성중앙, 경남하동 하동여고, 경북예천 대창고, 경북예천 예천여고, 전남고흥 고흥고, 전남완도 완도고, 전북무주 무주고, 전북임실 임실고 등 7개교다. 서울대 수시중심 입시체제가 아니고선 서울대합격생을 배출하기 어려운 지역들이다.

2011~2018학년 8년간 서울대합격생의 지역별 현황을 봐도, 지균운영을 통한 서울대 책무성 유지 희망을 통감하게 한다. 정원내 최초합격생 기준, 서울/광역시/시/도로 구분해보면 '지균=시' '수시일반/정시=서울'의 흐름이 일정하다. 학종개념이 없던 2011과 6년만의 불수능으로 사교육유형학습보단 개념학습에 강했던 시가 정시합격이 많았던 2017를 제외하곤, 정시와 수시일반이 서울에서 가장많은 합격생을 냈고 수시지균은 시에서 가장많은 합격생을 냈다. 지균을 통해 다양한 지역에서 서울대에 합격해온 셈이다. 2018의 경우, 지균합격생의 가장많은 지역은 시(44.6%)다. 서울(25.8%) 광역시(25.4%) 군(4.2%) 순이다. 반면 수시일반합격생이 가장많은 지역은 서울(41%)이다. 시(33%) 광역시(22.8%) 군(3.1%) 순이다. 정시도 수시일반과 맥을 같이 한다. 정시합격생이 가장많은 지역은 서울(42%)이다. 시(40.1%) 광역시(12.4%) 군(5.5%) 순이다. 지균폐지는 곧 지역다양화를 위축시킬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지균폐지보다 수시일반축소' 차기총장선출 관심>
2022서울대입시는 내년4월이면 베일을 벗을 듯하다. 내년4월은 2021전형계획을 발표해야 하는 때인데, 서울대는 급격한 입시변화는 현장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공지해왔다. 2021전형계획을 발표하면서 2022전형변화를 함께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2022서울대입시의 3개시나리오 가운데 서울대의 철학을 올곧게 유지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이다. 교육부를 무시할 수 없는 서울대 입장에서 '교과30% 정시20%'로 가는 게 불가피해보이지만, 교과신설로 인한 지균폐지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 서울대 전형방법은 지균의 경우 서류+서류기반면접+수능최저를 통한다. 타 대학의 '수능최저 있는 학종'과 다름없는 전형방식이다. 반면 수시일반은 면접방식의 당위를 아무리 외쳐본들 현 상황에선 교과기반면접으로 정부강제를 받기 쉽다. 합격생의 고교다양화 지역다양화에 역할을 해온 지균의 역사를 올곧게 지키되, 정시일반과 함께 서울출신들이 많이 합격하는 수시일반을 축소하는 게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교과30%신설은 부작용도 예고돼있다. 내신극상위가 모이는 서울대 학생부교과전형은 옥석을 가리는 장치로 타 대학 교과전형에서도 실시하는 면접을 통할 수 있고, 학종방식을 유지하되 전형방법상 교과반영50%를 넘기면 명목상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남기는 방법 등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내신부풀리기'다. 서울대가 교과전형운영에 대한 제대로된 사인을 주지 않는다면 고교현장은 서울대생배출을 위해 내신사기극으로 진통하기 쉽다. 교과성적이 절대적이지 않은 학종에서도 이미 서울강남 S고가 '내신자작극' 의혹에 휩싸여있다.

2022서울대입시의 공은 사실상 차기총장에 넘어갔다. 서울대가 초유의 선출총장 낙마로 인해 총장선거를 처음부터 다시해야 할 판이다. 12월 선출을 목표하지만, 학생회 등 구성원의 움직임으로 봐선 요원해 보인다. 신임총장의 시험대1호는 바로 2022서울대입시결정으로 보인다. 김도연 총장이 포스텍에서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다면 1안이 될 가능성도, 차기총장 신념에 따라 2안 또는 3안이 될 가능성도, 어쩌면 수시일반을 줄여 교과30%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내년4월까진 결론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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