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유불리, 복잡한 셈범 불가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22수능을 치를 현 중3학생들은 선택과목을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81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선택형으로 실시하던 탐구영역에서 사/과탐 구분을 폐지할 뿐 아니라 국어 수학까지 선택형을 도입하게 됐기 때문이다. 수많은 조합 중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할지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한 교육전문가는 “과목선택권을 강화한다는 말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당장 수능을 통해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학생들은 머리만 더 아플 뿐이다. 논술/특기자를 폐지하면서 대입전형을 간소화한다더니, 왜 수능과목은 더 복잡한 방향으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22수능의 혼란도 문제지만 이번 개편으로 인해 2020 2021 2022수능을 제각각 다르게 치르게 된 점도 문제다. 내년 고3은 재수는커녕 삼수도 고려하기 어렵게 됐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량평가인 수능은 반복학습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로 재학생보다는 재수생이 유리하다. 재수생이 학습에 들인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출제범위가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내년 고3이 될 학생들은 재수, 삼수시 치러야 할 수능 범위가 제각각이어서 현역에서 단판승부를 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2수능에서 국어 수학을 선택형으로 도입하면서 과목조합의 경우의수가 81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목별 유불리를 고려해야 하는 현 중3의 입장에서는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816개 경우의 수.. 대입간소화 맞나>
2022수능에서 국어 수학에도 선택형이 도입됨에 따라 수능과목구조가 오히려 복잡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28~36개 조합에서 816개까지 훌쩍 뛰어오른 경우의 수를 두고 ‘대입간소화’ 취지에 맞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모든 수험생이 동일하게 치르는 공통형 과목을 제외하고, 과목별 선택형과목 개수를 살펴보면 국어2개(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 수학3개(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탐구17과목(사탐9과목+과탐8과목)이다. 가능한 조합이 무려 816개에 이른다. 현행 수능에서는 탐구만 선택형으로 실시하다보니 사탐을 선택하는 경우 36개, 과탐을 선택하는 경우 28개조합이 가능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수능선택과목이 복잡해지면서 현 중3 수험생의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학에서 선택과목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특정과목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거나, 선택과목에 따라 수험생들이 골라야 할 선택과목 조합이 많게는 수백개의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택과목 유불리 논란.. 특정과목 쏠림현상 우려>
다양한 경우의 수와 맞물려 유불리문제가 대두된다. 교육부는 유불리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선택과목 배점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면 공통과목75점 선택과목25점으로 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선택과목의 비중을 낮추는 것만으로 유불리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선택형으로 실시하는 탐구에서도 표준점수를 활용해 보정하고 있지만 유불리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표준점수로 조정하더라도 완벽하게 조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학생의 선택권을 중시하는 교육과정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수험생들이 자유롭게 선택권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유불리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특정과목 쏠림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학습의 어려움 정도에 따라 기피하는 과목이 생기면 상대적으로 많은 응시인원이 분포하는 과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영덕 소장은 "국어는 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 중 화법과작문 선택이 많을 것이고, 수학은 확률과통계 미적분 중 확률과통계 선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어 수학이 탐구과목처럼 선택과목이 많지 않다고 해서 심각성이 작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상대평가체계에서 중요한 것은 응시인원수와 응시집단의 성격이다.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의 수가 많고 적음이 아니라 특정과목에 쏠림현상이 나타났을 때 난이도와 점수 산정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택형 실시에 따른 유불리문제는 이미 제2외/한문에서 드러났다. 현재 선택형으로 치르는 제2외/한문은 특히 쏠림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2018수능에서 아랍어Ⅰ 응시자는 5만1882명으로 무려 73.5%에 달했다. 고교교육과정을 통해 제2외국어 수업이 이뤄지고 있긴 하나 아랍어를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한 학교가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략상 과목별 유불리를 고려한 쏠림현상이었다.

특히 ‘로또과목’으로 통할 정도로 대부분 학생들이 아랍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찍기’로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2018수능에서 아랍어 전체 응시자의 원점수 평균은 14.32점으로 9개과목중 가장 낮았다. 찍기로 시험을 치르면서도 오히려 다른 과목에 비해 2등급이상의 성적을 얻기가 쉬워 매년 쏠림현상은 심화된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제2외/한문은 2022대입개편을 통해 절대평가로 전환된 상황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아랍어를 가르치는 학교는 극히 적고, 아랍어에서 절대평가로 1등급 등 상위등급을 받는 것이 다른 과목과 달리 훨씬 어렵게 돼 제2외에서 아랍어 지원/응시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제2외/한문에서 쏠림현상이 해소되는 것과 달리 국어 수학에서는 오히려 역행하는 셈이다. 

<내년 고1, 고2, 고3 제각기 다른 수능>
2022수능에서 기하를 포함하기로 결정하면서 내년 고1 고2 고3이 각 치르게 될 2020 2021 2022수능은 모두 다른 범위에서 출제하게 됐다. 혼란의 원인은 2021대입개편의 한차례 유예뿐 아니라 수학/과학계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결정한 2021수능범위를 2022에서 번복했기 때문이다.

엇박자의 시작은 2021부터다. 내년 고2가 치르게 될 2021수능 수(가)에서 기하를 제외한 출제범위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교육부 측은 “기하를 출제하는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과 수험생 부담완화라는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라며 “기하를 모든 이공계의 필수과목으로 보기는 곤란하며 대학이 모집단위별 특성에 따라 필요할 경우 학생부에서 기하 이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 기하 출제 제외를 지지하는 의견이 다수였다는 점도 언급했다. 

교육부의 해명이 무색하게 2022수능에서는 다시 기하가 포함됐다. 2021수능 범위가 발표된 후 수학/과학계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국내 기초과학계 대표단체인 대한수학회는 2월 성명을 통해 “기하는 자연과학 공학 의학뿐 아니라 경제 경영학을 포함한 사회과학분야를 전공하는데 기초가 되는 학문”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로봇 인공지능 3D프린팅 자율주행차 컴퓨터그래픽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신기술 개발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는 핵심 분야”라고 강조했다. 기하과목을 소홀히 할 경우 일반고 학생들이 이공계로 진학 시 특목고 학생들과 학력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하에 대해 “고교교육과정에서 도형과 좌표를 통해 공간에 대한 개념과 이해를 다루는 유일한 과목”이라며 “이공계 진로를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수능에서 기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하고 필수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공계 기초과목인 수학에서 기하가 차지하는 비중을 간과해 미래이공계인력의 기초실력배양과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부의 진정한 교육목표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수능출제범위 설문조사 과정에서 절차상 왜곡이 있었다며 공정성과 투명성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대한수학회 측은 “수학분야 최다수 회원들로 구성된 대한수학회는 공식적으로 설문조사 협조요청을 받지 못했다”며 “수학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수학 출제범위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1안과 2안 모두 ‘기하’를 제외하는 것을 전제로 설문문항을 왜곡해 응답자들의 선택폭을 극히 제한해 혼란을 일으켰다”며 “잘못된 설문조사로 수학 가형에서 84%의 교수 교사 학부모가 기하의 수능 출제범위 제외에 찬성했다고 발표한 것은 여론 호도”라고 비판했다. 

실제 출제범위 정책연구팀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수(가)의 경우 1안과 2안 모두 수학Ⅰ 미적분 확률과통계를 범위로 제시했다. 대학교수 고교교사 학부모 시민단체 등 21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4%에 해당하는 1790명이 1안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2020학년 수(가)는 미적분Ⅱ 확률과통계 기하와벡터, 수(나)는 수학Ⅱ 미적분Ⅰ 확률과통계를, 2021학년 수(가)는 수학Ⅰ, 확률과통계, 미적분, 수(나)는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통계를 출제하며 2022학년 공통형은 수학Ⅰ 수학Ⅱ, 선택형은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중 선택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해마다 수능범위가 달라지게 된 탓에 고교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수험생의 경우 재수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본인이 치르게 될 수능방식만 고려하면 되지만, 고교교사는 다르다. 해마다 수능출제범위를 파악하고 수험생에 맞게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심이 더해졌다. 한 고교교사는 “하도 수능범위가 바뀌다보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며 “2022대입개편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이러다가 2023에 또 바뀌는건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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