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룰 적용대학, 17곳 불과.. ‘수능 대신 교과 늘어날 가능성’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교육부가 정시 수능전형 30%확대안을 제시했지만 실제 늘어나는 선발인원은 전체 모집인원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공론화 결과에 따라 정시비율 확대를 권고했지만 확대폭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더해진다. 적용 조건을 충족하는 대학이 많지 않은 데다 재정지원사업까지 연동할 경우 교육부 권고를 따라야 하는 대학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전형이 30%이상인 대학은 수능전형 비율조정 대학에 해당하지 않는 탓에 교과비율이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상위권대학이 수능전형을 늘려 수능 고득점자가 대거 상위대학으로 빠져나갈 경우 학생선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과전형을 중심으로 전형을 운영해온 지방대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기 위해 교과전형을 늘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교육부가 정시 수능전형 30%확대안을 제시했지만 실제 늘어나는 선발인원은 전체 모집인원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부 “정시, 최대 5354명 늘 것”.. 전문가들 “3300여 명 남짓”>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2입시에서 전형비율을 수정해야 하는 4년제대학은 전국 198개교 중 35개교(17.7%)다. 현 고1들이 치를 2020대입 때 수능과 학생부교과 전형비율이 모두 30%를 밑도는 곳들이다. 서울대(20.4%) 고려대(16.2%) 연세대(27.1%) 등 상위권대학이 거의 대부분 포함됐다. 교육부는 이를 근거로 2022대입에서 이들 대학의 수능전형 선발인원이 5354명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2020대입 수능전형 모집인원인 6만9291명의 7.7%에 해당한다. 

다만 적용대학에는 단서가 붙는다.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이하 기여대학사업)의 지원을 받는 학교여야 한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을 재설계해 대학들의 수능전형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여대학사업은 고교교육 내실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대입전형을 설계해 학생과 학부모 부담을 완하는 대학에게 재정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2014년 시작돼 올해 68개대학에 559억원이 지원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장 많은 서울대가 20억6600만원의 예산을 배정받을 정도로 재정 기여가 적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에 대학들이 사업 참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한 해만 각 2725억원(67개대학), 2012억원(21개대학)의 예산이 투여된 BK21플러스나 프라임사업에 비해선 예산규모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입학사정관 등 대입 평가인력의 인건비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사업으로서 영향력이 큰 사업이다. 

문제는 수능비율이 30%이상인 35개대학 중 올해 지원사업에서 탈락했거나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대학이 18곳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종교계열인 영산선학대 장로회신학대 중앙승가대 등과 예체능계열인 대구예대 한국체육대 등은 통상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18개대학은 지원사업 혜택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교육부의 30% 확대권고를 거부해도 사실상 교육부가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들 대학을 제외할 경우 교육부의 30%룰이 적용되는 대학은 17개대학으로 줄어든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17개대학이 권고에 따를 경우 늘어나는 수능위주전형 선발인원을 3383명으로 추산했다. 교육부 추산의 3분의 2정도로 2000여 명이 적다. 5월 대교협이 공개한 전국 198개 4년제대학의 2020대입전형 시행계획에 따른 전체 모집인원 34만7866명의 0.97%에 해당한다. 전형 공정성 문제가 지적돼 사업에서 배제된 연세대(109명) 이화여대(459명) 등이 향후 재정지원을 위해 30%룰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인원 증가폭은 1%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교육부가 예상한 2022학년 수험생 43만명에 견주면 0.76%에 불과한 수치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주요 대학들은 교육부 요청을 따를 가능성이 크지만 체대나 승가대에서 수능선발비율을 늘릴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며 “교육부가 제시한 5400여 명이라는 숫자는 통계상 수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도 이같은 가능성을 염두해 기여대학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교육부 심민철 대학학술정책관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대학도 있을 수 있다”며 “다만 올해 기여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이 68곳, 사업에 지원한 대학이 100곳 가까이 된다. 필요하다면 예산 규모나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 30%이상 대학, 미적용.. ‘수능 줄고 교과 늘어날 가능성도’>
수시 교과전형 비율이 30%이상인 대학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 역시 변수다. 수능전형을 확대하는 대신 교과전형을 30%대로 늘려 교육부의 사정권에서 벗어나는 ‘편법’을 쓴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교과전형 비중이 큰 일부대학은 수능전형보다 교과전형 비율을 30%까지 높이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교과전형 비중이 높고, 신입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지방대들은 교과전형을 확대해 미리 신입생을 확보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의 한 대학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교과전형 선발 인원을 늘리는 것이 제도 운용이나 우수학생 모집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 입시전문가는 “대학들이 기본적으로 수능전형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교과전형을 확대하되 면접을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능확대의 반작용으로 30%룰 미적용대학을 중심으로 수능전형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최상위권 대학이 수능전형을 늘려 수능 고득점자를 선발하면 다른 대학은 오히려 학종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에 의하면 수능위주전형을 30%이상으로 확대하더라도 기여대학사업 선정 시 가점은 없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7일 브리핑 이후 수능전형을 30%이상 늘릴 경우 가점이 있냐는 질문에 “기본 방향은 수능 30%이상 대학에 참여자격을 주는 것”이라며 “그 이후에 비율에 따라 가산점을 주는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전형비율 강제 ‘실효성 떨어져’.. 공론화 전부터 지적>
교육계는 특정 전형비율 강제가 두고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대입개편안이 발표되기 전부터 교육부가 특정 비율을 제시하더라도 대학이 거부하는 경우 규제할 방도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부가 대학의 전형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수단은 기여대학사업이 유일하다. 사업지원 대상이 아닌 대학에 대해서는 전형변화를 요청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 3년간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2016년 60개교, 2017년 62개교, 2018년 68개교에 그친다. 전국 4년제대학이 198개교란 점을 고려한 대다수 대학은 교육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국가교육회의 역시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김진경 대입특위 위원장은 학종 수능 전형간 비율설정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5월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학종 수능은 일률적인 비율을 제시하기 어렵다”며 “적정비율을 정해도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별로 소재지 등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비율 강제는 오히려 대학들의 학생선발 어려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일부 대학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시 없이 수시100%를 운영하는 포스텍은 정시모집을 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일 포스텍 김도연 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대학에 획일적으로 30%란 수치를 주고 그만큼 정시를 늘리라고 한 정부 방침에 동의할 수 없다”며 “대학 입장에선 매년 8억~9억원을 받던 재정지원이 끊길 경우 타격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지원을 못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이 10여년간 축적한 수많은 입시노하우를 정부가 이렇게 하루아침에 부정해선 안 된다”며 “입시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없애고 줄일수록 공정하고 단순해지는 게 아니라 대입을 진정한 ‘깜깜이’로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대입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부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 중 운 좋게 몇 개 더 맞으면 ‘댑가’이고, 운 나빠 몇 개 더 틀리면 ‘쪽박’나는 수능 제도가 정말 공정한 것인지 제대로 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우리 대학은 330명 선발을 위해 입학사정관 10명이 1년 내낸 전국 고교를 돌아다니며 우수한 학생을 찾는다”며 “학교 입장에선 돈과 시간, 노력도 엄청나게 많이 들지만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정성을 다해 제도를 만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텍은 KAIST GIST대학 DGIST UNIST와 함께 이공계특성화대로 불린다. 다만 4개교가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과학기술원인 반면 포스텍은 일반 사립대로 분류된다. 4개과기원의 정시비중은 10%미만으로 매우 낮지만 교육부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할대학으로 정시확대 유도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포스텍은 올해 기여대학사업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작년 7억900만원을 지원받은 포스텍이 사업에서 탈락했다는 것은 ‘이변’에 가깝다는 것이 교육계의 평가다. 그동안 고교교육 정상화의 ‘선두’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모범적인 입시를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당시 한 대학관계자는 “정시 없이 수시로만 선발하는 포스텍은 수시 전체를 학종으로 구성해 교육부가 그간 요구해온 학생부위주전형 중심의 전형설계에 가장 부합하는 대학 중 하나”라며 “대학별고사나 특기자전형 등 감점될만한 요인도 없고, 전형방법도 간명한데 왜 사업에서 제외된 것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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