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형 수업 강화 취지 무색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22대입개편으로 고교현장의 혼란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회성 시험으로 판가름나는 수능위주전형(정시)이 일부상대평가제를 유지한데다 규모까지 확대되면서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와 역행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022수능에서 국어 수학은 공통형+선택형 구조로 실시한다. 공통형은 모두 예외없이 응시하고, 선택형은 일부과목 중 선택해 치를 수 있는 방식이다. 과목선택권을 높여 원하는 과목을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에만 몰려 선택권 강화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비판이다. 토론 실습 등 참여형 수업을 강화한다는 취지도 살리기 어렵게 됐다.

2022대입개편이 2015개정교육과정과 엇박자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참여형 수업으로 이끌어간다는 취지였지만 수능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비판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상대평가 정시확대’.. 문제풀이식 수업개선 '제동'>
2022대입에서 일부상대평가제 유지가 결정되면서 2015개정교육과정과의 ‘엇박자’ 지적이 이어진다. 토의/토론, 프로젝트 등 다양한 수업과 과정중심 평가를 제공해 교실수업 개선을 유도하고자 했지만 객관식 오지선다형 풀이의 수능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어 수학 탐구에서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선택형’ 과목구조가 제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본인의 진로에 맞게 과목을 선택해 체험중심의 참여형으로 수업을 운영한다는 취지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2015개정교육과정은 고교 문이과 이분화와 수능과목 중심의 지식편식 현상을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개정된 것으로, 지식의 융합에 초점을 맞춰 문이과 공통으로 공통사회 공통과학 교과를 신설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선택과목과 함께 학생들의 진로에 따른 심화/보충학습과 진로탐색/체험을 지원하는 진로선택과목도 개발했다. 일반선택과목은 교과별 주요학습영역을 일반적 수준에서 다루는 과목으로, 고교단계에서 필요한 교과별 학문의 기본적 이해를 바탕으로 했다. 반면 진로선택과목은 교과융합학습 진로안내학습 교과별심화학습 실생활체험학습 등이 가능한 과목으로 구성했다. 

당초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실시하는 첫 수능은 2021수능으로 정해졌으나 수능개편이 한차례 유예되면서 2022부터 2015개정교육과정과 발맞춘 수능이 될 예정이었다. 2021까지는 기존의 2009교육과정대로 실시한다. 

하지만 막상 대입개편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2022수능 역시 2015개정교육과정과 엇박자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부상대평가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선택형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과목선택권을 강화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높은 점수를 받기 유리한 과목에 쏠리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2022수능과목구조는 2015개정교육과정의 문이과 통합취지를 반영해 가/나형 분리출제를 폐지하고 국어/수학에서 공통형+선택형 구조로 실시한다. 국어의 경우 공통과목은 독서 문학, 선택과목은 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 중 택1이다. 수학은 수학Ⅰ 수학Ⅱ를 공통과목으로 하며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중 택1하도록 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국어는 화법과작문 선택이 많을 것이고, 수학은 확률과통계 선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탐구과목 역시 마찬가지다. 과목구분없이 사회9과목, 과학4과목 중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방안을 두고 ‘사탐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학습하기 쉬운 사탐위주로 선택하고 과탐은 기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관계자는 “대학들이 탐구영역 반영예시 등을 제시할 수 있어 특정분야로 쏠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융합적 소양이 필요한 경우 사회1과목+과학1과목을 요구하거나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 과학기술분야의 소양이 필요한 경우 과학2과목을 요구하는 방식 등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탐구영역은 당초 교육부 발제안에서는 사회9과목 중 1과목, 과학4과목 중 1과목을 교차선택하는 방안이었으나 최종 확정안에서는 과목구분이 없는 방안이 담겼다. 교육부관계자는 “교육청/고교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인문사회계열 진학 희망학생의 수험부담 가중, 특정분야로 진학하려는 학생의 선택권을 제약할 가능성, 수능에 유리한 특정과목으로의 쏠림 예상 등의 의견이 있었다”며 “문이과를 구분했던 기존 수능 탐구영역에 비해 ‘문이과 구분없는 자유로운 과목선택권 강화’라는 2015교육과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식암기’ 수능 확대.. 2015개정교육과정 정면충돌>
수능이 일부상대평가로 유지된데다, 정시확대방침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정시확대를 반대한 교육단체들의 성토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5개교육단체는 “고교의 수업과 평가를 진로맞춤형으로, 토론/실습/체험 중심의 참여형 수업으로 개정하는 것이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다. 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이었다. 지식암기중심이며 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어야 유리한 수능시험이 미치는 영향 때문에 학교교육이 황폐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과정을 개정했는데, 수능전형을 확대해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교교육정상화를위한교육혁신연대 역시 2022대입개편이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교육혁신을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연대는 “2015개정교육과정은 인문학적 상상력,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상을 제시했다. 취지는 창의성 문제해결력 협동 공감능력 비판적사고력 심미적감성 공동체의식 등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정시 수능위주전형 비율이 30%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대학에 권고하고, 수능평가방법은 현행과 동일하게 국어 수학 탐구 선택과목은 상대평가로 하며, 영어 한국사만 절대평가를 유지하는 것으로 2022대입개편을 끝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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