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낮의 폭염에 지친 몸은 밤이 되어도 쉴 수가 없다. 열대야로 잠을 이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장마도 일찍 끝나 기록적인 무더위가 벌써 한 달이니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냉방병이다. 40도를 넘나드는 밖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흐르는데 냉방이 된 실내로 들어오면 25도 이하의 냉기가 땀을 식힌다. 하루에도 몇 번씩 15도 이상의 온도차를 겪어야 한다. 환절기 아침과 낮의 온도차가 15도를 넘어서면 감기가 잘 걸리는데 하루에도 몸이 극심한 온도차를 여러 차례 감수해야 한다. 몸이 힘들어지고 병이 날 수밖에 없다.

최근 내원한 고2 남학생은 인후통과 몸살증세로 1주일 이상 시달리고 있었다. 본인은 추워서 긴 팔 옷을 입고도 떨고 있지만 학원에서 냉방기를 아주 세게 가동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더군다나 머리 바로 위로 찬바람이 나와서 정수리가 얼얼할 정도라고 말했다. 아무리 감기약을 먹어도 몸이 좋아지지 않는단다.

이와 같이 감기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진 이유는 다름 아닌 냉방기 때문이다. 자가용으로 출근을 할 때도 에어컨은 켜져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에도 냉방기는 작동하고 있다. 근무하는 건물에도 냉방기가 가동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이같이 지나친 냉방은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잘 일으킨다. 머리가 아프고 밥맛도 없어진다. 코가 자주 막히고 어지럽다. 팔다리가 아프고 쉽게 피로해지기도 한다.

이 증상들이 냉방병이다. 증상으로만 보면 한의학에서 추위에 오래 노출되었을 때에 나타나는 ‘상한(傷寒)’증세다. 무더운 한 여름에 지나친 냉방으로 추위에 상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같은 냉방병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냉방병은 조금만 주의해도 막을 수 있다. 먼저 찬바람을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해서 체온이 너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특히 땀을 흘린 상태에서 찬바람을 직접 쐬면 체열의 손실이 너무 많아져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실외온도와 실내온도 차이가 5도 이상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몸은 온도차가 심한 곳을 오갈 때마다 온도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하려고 한다. 더운 곳이면 땀을 내서 체온을 유지할 준비를 하고, 서늘한 곳에선 체온을 높이려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그런데 실내온도를 너무 낮춰 실내외의 기온차가 커지면 몸이 적응을 하기 힘들어 진다. 체표의 온도가 수시로 바뀌는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결국엔 탈이 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바로 냉방병이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건강도 지키려면 실내외 온도차를 크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그 다음으론 환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냉방손실을 막기 위해 실내를 밀폐시켜 놓고 있으면 공기가 탁해지기 쉽다. 2시간마다 한 번씩은 환기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밀폐된 형태의 대형건물에선 환기조절을 하기 쉽지 않지만 창문개방이 쉬운 건물에선 자주 환기를 해줘야 냉방병을 예방할 수 있다. 승용차에서 에어컨을 틀고 장기간 있는 경우엔 최소한 30분마다 문을 열고 환기를 해줘야 한다. 또 외부공기를 차단한 상태로 차내공기를 냉각시키는 방법이 냉방의 효율은 좋지만 10분마다 1분 정도는 외부공기가 들어올 수 있도록 환기버튼을 조작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냉방이 잘된 곳에서 오래 있을 때엔 긴 옷을 준비해 체온손실을 막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쉬는 시간마다 가벼운 체조 등을 통해 몸을 움직여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운동을 통해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면 냉방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복통도 요즘 자주 보는 증상이다. 아침이면 사르르 배가 아프다면 에어컨을 켜고 자다 보니 배가 너무 차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뱃속은 소화흡수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화학적인 반응이 일어나는 화학공장인데 지나치게 냉각되면 기능이 저하된다. 밤새 냉기에 노출되면 당연히 배가 아플 수밖에 없다.

무더위로 찬 음료와 음식을 과하게 먹어 배탈이 나는 경우도 흔하다. 더우니 찬 음료수를 먹을 수 있다고 하지만 너무 많이 먹는다. 점심에 냉모밀을 먹고 냉커피를 마시거나 빙수를 먹으면 배가 편할 수 없다. 저녁엔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거나 찬 수박을 포식하기도 한다. 뱃속에서 소화가 잘 되려면 37도 이상의 온도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온도가 확 떨어지니 소화효소들이 작용하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10도 올라가면 효소의 작용은 2배가 된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차가운 음료와 음식은 소화기능을 뚝 떨어뜨릴 수 있다.

여름이 되면 소화기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든다. 몸속의 혈액은 유한한데 땀을 내기 위해 혈액이 체표로 몰리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소화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혈액 공급량이 줄어들어 힘든 소화기에 얼음물 폭탄을 쏟아부으면 배탈이 쉽게 난다. 평소 소화력이 떨어지는 분이라면 배앓이를 하게 마련이다. 찬 음식을 과하게 먹으면 살살 아픈 정도가 아니라 뱃속을 바늘로 찌르는 통증이 나오기도 한다.

찬 음식으로 인한 경증의 배앓이는 쉬게 풀 수 있다. 생강차나 인삼차 계피차 한 잔 정도로도 쉽게 풀어지기도 한다. 평소에 찬 음료와 음식을 줄이고 하루 한잔의 따뜻한 음료를 마시면 냉복통은 예방할 수 있다.

/한뜸 한의원 황치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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