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무용론 팽배..'교육부 해체 여론 비등'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폭탄이 교육부에 다시 되돌아갔다. 국가교육회의가 논란의 중심에 선 정시비율을 특정하지 않고 ‘확대권고’ 수준에서 교육부 판단으로 넘겼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정부서울청사에서 5차회의를 개최해 대학입시제도 개편권고안을 심의의결했다고 7일 밝혔다. 권고안은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대입개편 공론화결과를 바탕으로 대입특위가 ‘대입개편 권고안’을 논의하고 국가교육회의가 심의/의결하는 과정을 거쳐 확정됐다. 

권고안을 토대로 8월말 확정안을 발표할 교육부의 입에 이목이 쏠리게 됐지만 교육부도 명확한 비율을 제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수시/정시비율이 공론화범위에 포함됐을 때부터 대학자율의 영역을 특정비율로 강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대두돼왔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공론화범위가 정해지기 전부터 대입특위위원장이 학종수능비율을 정하는 것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별로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비율 강제는 어렵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실현불가능한 논의를 시작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당초 네 가지 공론화의제 중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의제1 의제2가 아닌 제3의 안이 도출됐다는 점에서도 이미 교육계는 시끄럽다. 사실상 정시확대비율과 수능최저 활용여부는 대학자율에 맡기고, 수능은 현행 일부상대평가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현행제도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실패한 대입개편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1년을 돌고돌아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 결과를 두고 교육부의 책임을 물어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실정이다.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결과를 토대로 대입개편 권고안을 내놨지만 현행과 크게 다를 바 없어 1년의 대입개편 과정이 시간낭비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팽배하다. 정시를 확대하라고 권고했지만 특정비율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정책브리핑 영상 캡쳐

<‘정시확대’ 권고.. 정시비율 특정 못해>
정시비율은 현행보다 확대된다. 다만 특정비율을 명시하지 않아 최종판단은 교육부의 몫으로 넘어갔다. 설립목적이나 학생수감소에 따른 충원난 등을 고려해 적용제외대상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국가교육회의 관계자는 “공론화결과 시민참여단이 수능위주전형의 일정한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일반대학의 적정수능위주전형 비율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 21.2%가 30~40%를, 27.2%가 40~50%를 수능위주전형의 적정 수준으로 응답했으며, 누적통계기준으로 응답자의 47.3%가 40%이상을, 68.5%가 30%이상을 적정수준으로 본 점을 고려했다. 중간값으로 보면 응답자가 적절하다고 본 수능위주전형 비율은 약 39.6%라고 공론화위에서 밝혔다”고 설명했다. 

국가교육회의가 교육부 몫으로 돌리기는 했지만 교육부 역시 정시비율을 특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별로 처한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전형비율을 강제하기는 쉽지않을뿐더러 대학자율권을 침해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송안 발표 당시 교육부가 제시한 자료를 보더라도 전체 대학을 기준으로 했을때와 수도권/지방으로 소재지를 구분했을 때 대학들의 전형비율 양상은 달랐다. 2019학년 기준 전체대학의 전형비중은 교과가 41.5%로 가장 많고 학종24.4% 수능20.7% 순으로 이어졌지만, 수도권대학만 놓고 보면 학종33.4% 수능24.7%로 교과21.7%를 압도하는 규모였다. 반면, 지방대학은 교과가 53.1%로 절반이상이었고 학종19.2% 수능18.4%로 학종과 수능의 비중이 비슷했다. 

교육부도 마땅한 비율을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애초 수시/정시비율을 공론화범위에 포함시킨 것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공론화범위가 확정되기 전부터 32개 교육단체가 속한 ‘학교교육정상화를위한 교육혁신연대’는 “수시/정시비율문제를 공론화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수시정시비율은 공론화를 통해 국민합의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혁신연대관계자는 “비율을 정하자는 주장은 애초 일부의 정시확대 요구 때문에 대두된 것으로, 학부모간에도 계층별/지역별 이해관계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수시/정시 비율 문제는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대신 별도로 일선교사/대학관계자/교육정책연구가/학부모가 참여하는 ‘수도권대학 대입전형 적정화 협의회’를 구성하고 ▲‘수도권대학 대입전형 적정화 협의회’는 심사숙고해 그 결과를 대학에 권고하고 ▲대학은 이 권고안을 존중하는 방안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율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현행보다 정시확대는 확실시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현재 4년제대학 전체 정시모집 비율은 2019학년 23.8%, 2020학년 22.7%인데 2022학년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0정시에서 서울대 고려대를 제외한 나머지 서울지역 주요대학은 30%이상 모집하는 대학이 많은데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까지 감안하면 2022정시 선발인원은 40%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정시확대에 따라 교과보다는 학종이 감소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비중이 줄더라도 수시에서 가장 중요한 전형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영덕 소장은 “서울지역 대학들은 수시에서 교과전형 선발비율이 낮고 학종 선발비율이 높은데, 교과전형을 늘리고 학종을 줄일 것이다. 교과전형이 없는 대학들은 교과전형을 신설할 가능성이 많다”면서도 “학종은 선발인원이 다소 줄겠지만 여전히 수시에서 가장 중요한 전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교과전형 선발비율이 높은 지방대학은 학종비율이 낮기 때문에 교과전형을 줄여 정시를 늘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상대평가 유지.. 제2외/한문 절대평가 도입>
수능 평가방법은 제2외/한문을 제외하면 현행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일부 상대평가유지원칙 적용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현행대로 국수탐 선택과목은 상대평가를, 영어 한국사는 절대평가를 유지하며 제2외/한문에 한해서는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향후 수능과목 구조에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이 포함될 경우에는 절대평가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제2외/한문에 절대평가가 도입될 것으로 보이면서 수능최저에 제2외/한문이 제외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임성호 종로하늘 대표이사는 “인문계열 학생들의 경우 제2외/한문은 주요대학들에서 수시 수능최저나 정시 반영비중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론화위가 발표한 공론화결과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당장 전과목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지지한 경우가 높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절대평가를 확대할 경우 정시확대 지침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계자는 “공론화위는 공론화결과에서 중장기적으로 전과목절대평가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26.7%로 시민참여단은 2022대입개편에서 전과목절대평가로의 전환은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며 “수능위주전형 확대의견이 우세하다고 밝힌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수능최저 활용여부 대학자율.. 8월말 교육부 확정안 발표>
수능최저활용여부는 대학 자율로 맡겼다. 활용시 선발방법의 취지를 고려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국가교육회의관계자는 “네 가지 공론화의제의 경우 수능최저에 대해 기본적으로 대학자율/활용가능 입장이었으며, 공론화위는 수능최저와 관련해 공론화과정에서 대학의 자율적 활용에 대해 시민참여단의 큰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국가교육회의는 권고안과 별도로 공론화위가 제출한 공론화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안, 중장기적으로 수능절대평가의 단점보완방안 등을 교육비전, 중장기교육개혁방향마련과 연계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이 그간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의 단점에 대한 보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정책 당국과 교육전문가들을 질타하고 단점 보완을 요구했으며, 상당수 시민참여단이 중장기적으로 수능 절대평가과목 확대를 지지했으므로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 방식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가교육회의가 권고안을 마련해 교육부에 넘김에 따라 교육부는 8월말까지 확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권고안 내용을 포함해, 수능과목구조 학생부신뢰도제고방안 EBS-수능연계율 등 공론화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안에 대해서도 결론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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