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논란 자초'.. 의협 반발 '의료계 패싱'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해 만들어지는 국립공공의료대(공공의대) 설립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1일 교육부가 ‘제2차 국가특수법인 대학설립 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연 결과 공공의대 설립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령 제정, 설립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쳐 2023년 개교하는 일정이 목표다. 당초 논의되던 6년 학부모집, 4년 의전원 체제 중에서는 의전원으로 일단 가닥이 잡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포함한 의료계는 교육부의 결정에 대해 강한 반발에 나섰다. 의협은 2일 “의학교육을 말살하는 결정”이라며 “공공의대 설립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의협이 이처럼 강한 반발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 결정이 ‘밀실행정’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심의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위원회 구성조차 일체 함구하고 있고, 위원회 표결결과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공의대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의료계의 의견 수렴 역시 없었다. 의협 뿐만 아니라 의학교육평가원 의대/의전원협회 등 의료계 전체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고 있음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교육부가 의료계를 ‘패싱’하고 공공의대 설립을 강행함으로써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공공의대 설립을 환영하고 나서는 등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6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노조)는 성명을 통해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며 의협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공공의료 강화정책을 가로막는 의협의 주장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찬반이 엇갈리는 혼란상으로 인해 공공의대 설립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부가 꾸준히 공공의대 설립 의지를 보여왔고, 공공의료인력이 필요하다는 명분도 충분하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적게 잡아도 1700억여 원의 비용이 들고, 전공의 수련, 군 복무 등을 고려했을 때 15년 이후에나 의료인력이 배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9명의 의료인력이 공공의료에 미칠 효과도 명확하지 않다”며 “해결을 요하는 부분은 많은데 걸림돌은 많다. 의료계와 대립각을 세우며 장애물을 늘리는 것은 결코 옳은 방향이 아니다. 공공의대 설립과 관계없이 배출되는 의사 수는 동일하다는 점을 볼 때 의료계의 ‘이기주의’로 몰 수도 없는 노릇이다. 타협점을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2023년 4년제 의전원 체제 설립으로 공공의대의 설립시기/체제 등의 가득이 잡혔다. 다만, 의협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논의를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사진=울산대 제공

<공공의대 설립 본격화.. 2차 위원회 ‘찬성 압도적’>
교육부는 공공의대 설립 여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제2차 국가특수법인 대학설립 심의위를 1일 열었다. 표결 결과 등 상세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설립 찬성 측이 10명으로 반대의견 3명을 크게 압도한 사실은 드러났다.

의견이 모아짐에 따라 공공의대는 본격적인 설립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남은 절차는 공공의대 설립근거가 되는 법령 제정, 설립계획 수립, 시설물 건축 등이다. 교육부나 의료계가 예상하는 설립완료 시점은 2022년 내지 2023년이다. 교육부 등은 2023년 개교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규모나 교육방법 등은 기존 논의와 차이가 없다. 서남의대 폐교로부터 시작된 논의이기에 정원은 서남의대와 같은 49명이 유력하다. 입학생들은 국립중앙의료원과 전북지역공공병원 등 전국 협력병원에서 순환교육을 받고, 의료 취약지역이나 공공의료가 필요한 기관에서 일정기간 이상의 의무복무를 거치게 된다. 의무복무 기간은 유사제도인 일본의 자치의대와 동일한 9년 또는 그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하지 않다.

그간 의견이 분분하던 공공의대 체제는 4년제인 ‘의전원’ 체제로 가닥히 잡히는 모양새다. 1일 위원회는 4년제 의전원을 설립하는 것으로 일단 결론을 내렸다. 6년제 의대 학부모집에 비해 교육기간이 짧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기재부의 목소리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락이 났음에도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대 체제를 원하는 지역여론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공공의대 설립지인 전북/남원, 보건복지부 등은 그간 꾸준히 의대 체제를 지지해 왔다. 공공의대 설립지인 전북지역 국회의원 10명은 5월경 “의전원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설립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대체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교육 전문가들도 의전원보다는 의대가 낫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한때 의전원이 대량으로 생겨났다가 대부분 의대로 환원했고, 결국 남은 의전원은 전국 3개교에 불과하다는 점을 볼 때 우수인재 육성에는 의대가 더 효율적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엇갈리는 여론.. 찬반의견 ‘맞불’>
- 의협, 교육부의 공공의대 강행 ‘밀실행정’ 비판
교육부의 결정에 의료계의 반발은 격화되는 모양새다. 의협은 2일 성명서를 내고 “공공의대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의료 발전과 의료서비스 접근성 확대 등의 중요한 문제가 걸린 공공의대 설립 문제를 교육부가 졸속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먼저 의료계를 논의에서 제외한 점, 비공식적으로 논의를 진행한 점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의대 설립은 의료계가 주축이 돼 추진해야 하지만, 교육부는 위원 추천을 요청하지도 않고 어떤 의견도 구하지 않았다”며 “2차 위원회를 밀실에서 비공식적으로 진행하고 의견서 전달조차 거부한 것은 의학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태”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의료계가 그간 꾸준히 지적해온 ‘효율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렸다. “국립의대와 부속병원을 설립/운영하는데 3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된다. 병원 설립을 제외하고도 1744억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개교 후 15년 이상 기다려야 효과가 나타나는 장기정책이기도 하다. 보다 효율적인 방안을 제안한 의료계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협은 지적했다.

의협이 지적한 부분들 가운데 효율성 문제는 그간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거론해온 사안이다. 의협은 서남의대 폐교 정원의 활용법에 대해 여러 방안이 거론되던 올해 초부터 공공의대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공공의료 강화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공공의대를 통한 의료인력 공급은 근본적인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공공보건의료 양성 정책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의협은 “의료소외지역 주민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기존 국립의대나 공공의료기관을 적극 활용해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 정책을 마련하고 의료 취약지의 근무환경을 개선해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이라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천문학적인 세금을 낭비하며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발상”이라고 했다.

의협은 공공의대 설립을 찬성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공공의대 설립 근거 법률이 만들어지는 차후 국회에서 설립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란 점도 밝혔다. 의협은 향후 의료계의 의견을 조율해 관련 TF를 구성하는 등 설립저지를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다. 

성명을 낸 것은 의협이지만, 의료계 대부분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는 모양새다. 의협 외에도 병원협회 의학교육평가원 의대/의전원협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대한의학회 의학교육학회 개원의협의회 기초의학협의회  의학교육연수원 국립대병원장협의회 사립대의료원협의회 등이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 목소리를 일관되게 내고 있다.

- 보건노조, 의협 비판 공공의대 ‘환영’
의협이 공공의대 설립에 날을 세운 반면, 공공의대 설립을 환영하는 의견도 존재했다. 보건노조는 6일 성명서를 통해 “공공의대 설립은 공공의료에 종사할 인력을 국가가 책임지고 양성하겠다는 공공의료 강화정책의 신호탄이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공공의대 설립으로 공공의료 공백과 지역의료 격차 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보건노조는 의협의 주장을 ‘이기주의’라고 평가했다. OECD 보건통계나 간호사가 의사를 대신하는 진료보조 상황 등을 볼 때 의사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의사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의대 설립을 막아서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라는 게 보건노조의 주장이다. 

보건노조는 공공의대 설립을 위해 주저없이 힘을 보태겠다고도 밝혔다. 의협이 공공의대 설립을 막기 위해 법률제정 등을 저지하려는 경우에는 범국민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국회가 관련 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료 인력양성 ‘공공의대’.. 왜 찬반 엇갈리나>
국내 의료인력이 수도권 등에 크게 집중된 탓에 의료 취약지가 다수 발생하고 있고, 이를 메우기 위한 공공의료 인력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공공의대 설립에 의협 등이 반대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공공의대가 공공의료 인력 양성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간 공공의료 인력 양성에 손을 놓고 있던 것만은 아니다. 의대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일정한 기간 동안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도록 하는 ‘공중보건 장학의사’ 제도도 한 때 존재했다. 다만, 당시에도 의대생 대부분은 졸업에 맞춰 공공의료기관을 택하지 않고 장학금을 반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공의대 역시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볼 때 졸업생이 그간의 혜택을 반납하고 사회진출을 택하는 경우 막을 수 없다는 선천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공공의대를 추진하는 것은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기존 국립의대를 활용해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국립대라고 해서 공공의료에 대한 소명을 가진 인재들이 입학하는 게 아니다. 졸업 후에는 인기전공을 선택하거나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국립의대에서 공공의료인력을 키워내기란 불가능”이라며 “국립의대에 일정인원을 할당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도 나돌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라고 본다. 공공의료에 대한 소명을 지닌 학생들만 모아놓더라도 이탈자가 나올 판국에 장학금만으로 공공의료에 대한 생각을 갖게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23년 개교목표, 공공의대.. 대입에 미칠 영향은?>
공공의대가 2023년 개교하면 국내 의대는 40개교에서 41개교 체제로 바뀐다. 본래 의대는 41개교 체제였지만, 서남대가 지난해 모집정지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올해 2월 완전 폐교되면서 40개교로 1개교가 줄어든 상태다. 서남대가 갖고 있던 49명의 정원은 현재 원광대와 전북대에 한시적으로 배정돼 있는 상태다. 공공의대가 계획대로 49명 체제가 되면, 원광대와 전북대는 해당 시기에 정원을 반납하게 된다. 

공공의대가 대입에서 가질 위상은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다만, 6년제 학부모집 의대로 설립될 시 선호도가 크게 낮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한 대입전문가는 “의대가 현재 자연계열 입시에서 가지는 위상은 다른 대학/학과들과 궤를 달리한다. 최상위 치대와 선호도 낮은 의대를 동시합격 하는 경우 의대를 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며, 국내 최고대학인 서울대에 붙더라도 의대를 택하는 수험생들이 상당수 나오고 있다. 비록 졸업 후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악조건이 있지만, 수험생들의 관심은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의대들에 크게 뒤지지 않는 선호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공공의대가 현재 논의대로 4년제 의전원으로 세워지면 대입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대 진학을 위해 생명과학 등을 선택하는 수험생들이 다소 생기겠지만 그 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의대가 의전원을 택했던 시절에는 생명과학 등의 인기가 크게 올랐지만, 49명 정원의 의전원 설립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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