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미니면접 늘고있지만 지방대 대부분 외면'..'학종 27.5%그쳐'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올해 의대입시도 여전히 성적중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대비 학종비율이 소폭 확대되긴 했지만 정량평가의 정시가 여전히 입시의 중심축이다. 최근 여러 의사군상을 그린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의사윤리가 조명되는 상황에서 인성평가 중심으로 입시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적중심 의대입시에 제동이 걸린 결정타는 잇따른 의대생 범죄다. 최근 몇 년간 집단 성희롱 징계 사건, 동기 성추행 사건, 성추행 학생의 타 의대 입학사건 등이 불거지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확대됐다. 생명을 다루는 직종임에도 인성검증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성적순으로 입학시킨 데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016년에는 성추행사건 가해자 중 한 명이 타 의대 정시로 입학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씨를 키웠다. 해당 의대/의전원 학생들은 제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는 성적중심의 의대입시가 계속될 경우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성검증을 위해 다중미니면접이 대안으로 부각된다. 2008학년 강원대 의전원이 처음 도입해, 서울대를 필두로 주목받고 있는 다중미니면접은 여러 면접실을 정해진 시간에 따라 돌며 제시문을 분석하거나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한 시간 동안 실시하는 다중미니면접만으로 지원자 인성을 전부 파악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지만, 윤리의식이 부족한 학생을 거르는 안전장치로 작용하기에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의대입시에서도 여전히 성적위주의 정시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성검증을 위한 장치를 의대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울산대 제공

<2019의대입시.. 학종확대 불구 ‘여전히 부족’>
올해도 의대입시는 정시중심이다. 의대 수시비율은 2016학년 55.6%, 2017학년 57.8%, 2018학년 62.9% 순으로 높아지다가 올해는 62.5%로 오히려 소폭 줄었다. 의대입시지형과는 달리 상위17개대는 2016학년 62.2%, 2017학년 65.7%, 2018학년 70.5%, 2019학년 71.5%로 70%대를 넘긴 상태다. 상위17개대에서는 학종이 입시중심으로 자리해 ‘학종시대’라 불릴 정도지만 의대는 여전히 뒤늦게 좇는 형국이다.

범위를 좁혀 학종을 봐도 마찬가지다. 학종확대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2019학년 의대 학종의 비중은 27.5%로 상위17개대의 40%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의대 학종 모집비율은 2016학년 16.9%, 2017학년 17.2%에서 2018학년 26.3%로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상위17개대 학종비율은 2016학년 26%, 2017학년 29.7%에서 2018학년 38.8%로 대폭 뛰어올라 올해는 40%까지 확대됐다.

같은 수시임에도 논술은 인성 검증수단이 전무한 ‘깜깜이’ 전형이다. 오로지 성적만을 기준으로 선발하다 보니 인성을 확인할 방도가 없다. 성적중심 입시로 구분가능한 논술/정시 합산비율은 2016학년 54.1%로 절반이상이었다. 2017학년 53.5%, 2018학년 47.1%, 2019학년 46.2%로 꾸준히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유지중이다.

학종취지를 고려하면 오히려 의대입시에서 상위17개대 평균을 뛰어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의사가 되려면 의대를 졸업하고도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하지만 95%이상 합격률로 사실상 의대입학이 곧 의사자격증 획득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특성상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입학부터 인성검증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작년 불거진 의사 성범죄도 논란을 부추겼다. 의대 재학생들의 집단성희롱사건 동기성추행사건뿐 아니라 현직의사의 내연녀 시신유기사건 등 경악할만한 사건이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의 성범죄에 예민한 이유는 환자와의 신체접촉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있다. 인성검증을 아예 거치지 않은 의사에게 진료를 맡기기에는 불안하다는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인성검증 필요성 불구.. 심층인성면접 장려 미온적>
의대입시에서 인성평가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는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작년 대교협이 발표한 ‘2019대입전형기본사항’에 의하면 의학계열의 인적성평가를 전형방법수 산정시 고려하는 전형요소에서 제외해, 전형간소화 제한에서 벗어나도록 했지만 간접적인 유도책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인적성평가 도입에 대한 제도상 걸림돌을 제거한 의의일 뿐 그 이상으로 나아가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현재 대입은 간소화정책에 따라 대학별 전형방법수를 수시4개 정시2개 등 최대6개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의학계열에서 인적성평가를 도입하더라도 전형방법수를 추가시키지 않겠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의대입시가 그간 인성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를 무시해온 상황에서 의학계열 인적성평가 도입에 대한 기대는 컸다.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의 높은 진학열기와 대학/교수들의 미온적 태도로 인성을 등한시한 성적중심 선발이 이어져온 것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러 영향력이 낮다는 평가다.

2019기본사항이 소극적인 대책으로 그친 데다 인적성평가에 대한 공통매뉴얼이 없고 평가방식도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 이렇다 할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의평원은 2주기 의학교육평가인증기준에 ‘의사가 되는 데 필요한 인성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면접을 실시’하고 있는지 여부를 우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었지만 내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평가인증에서는 해당 문구가 삭제된 상황이다. 의평원 관계자는 문구삭제가 기준약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ASK2019의학교육평가인증 기준은 세계의학교육연합회에서 가이드로 제시한 글로벌 표준기준을 적용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만들어낸 기준이다. 정량지표로 제시하지 않고 대학특성에 맞게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질적으로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둔다. 2주기 기준도 참고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이 줄었다고 해서 약화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학들이 심층면접에 소극적인 이유는 그만큼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의대교수들은 ‘수능만으로 학생을 뽑아도 충분한데 왜 다른 전형을 통해 의대생을 선발해야 하느냐’는 시각을 견지한 경우도 있다. 한 대학관계자는 “교수들의 인식이 성적이 좋은 학생을 뽑아야 한다는데 매몰돼 새로운 전형요소를 도입하는데 반대가 극심하다”며 “짧게는 30~40분, 길게는 1시간이상 실시하는 면접을 시행하기 위해선 의대교수들의 헌신에 가까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보기’ 서울대 다중미니면접 2013학년 도입>
의대신입생의 인성을 평가하기 위해 서울대 다중미니면접이 최선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서울대 다중미니면접은 수시일반전형에서 활용하는 평가로, 여러 면접실을 정해진 시간에 따라 돌며 제시문을 분석하거나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대 의대가 전국 최상위선호도로 정평이 난 의대임에도 성적중심의 입시 대신 다각도 인성검증을 위한 심층면접을 도입해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서울의대는 정시에서도 면접을 도입해 선도적으로 의대입시개편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는 2013학년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한 이후 수시에서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 올해 초 신찬수 신임학장은 다중미니면접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신 학장은 “마음이 따뜻한 의사, 공감능력을 갖춘 의사가 진료현장에선 훨씬 중요하다. 아무리 천재적인 머리를 갖고 있어도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은 의사가 되면 안 된다”며 “스무 살이 넘은 학생들에게 배려와 공감을 대학에서 가르쳐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입시가 매우 중요하다. 좋은의사는 좋은학생을 선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 의대는 MMI(다중미니면접)라는 심층면접을 하고 있다. (다중미니면접을) 더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중미니면접 강화가 우수인재선발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 학장은 “서울의대 학장으로서 우수학생선발에 대한 의지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우수 학생을 선발해 의학자로 양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 학장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의대 내부를 향한 발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내부에서도 기류가 갈리는 다중미니면접을 대외적으로 옹호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한 서울대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다중미니면접에 대한 인식은 엇갈린다. 우수인재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전히 과거와 동일하게 ‘학업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곧 우수인재’란 생각을 가진 교수들이 존재한다. 전반적으로 젊은 교수들 사이에선 다중미니면접에 대한 인식이 좋은 반면, 연령층이 높은 교수들 사이에선 ‘성적우월론’이 팽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중미니면접(Multiple Mini Interview, MMI)은 미국 등지에서 시행 중인 의대 면접형태로 여러 개의 방을 두고 수험생이 1개 방마다 8~10분가량 면접을 치르는 마라톤 형태의 면접이다. 한 대학관계자는 “다중미니면접이 의대 선발에서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해외에서는 이미 공감하고 있다. 캐나다는 전 의대에서 실시하고 있고, 미주 등지에서도 계속해서 확대추세”라 말했다.

서울의대는 최초도입 당시 교수들이 각 면접실을 방문하는 형태로 진행했으나 현재는 학생들이 면접실을 도는 형태로 변경했다. 최상위권의 관심이 쏠린 만큼 사교육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년 형태를 바꾸고 있다. 여러 상황을 제시하고 학생의 생각과 선택을 평가함으로써 단순 지식위주의 의사가 아닌 인성을 갖춘 의사를 선발하는 본질은 매년 유지해왔다.

작년 서울대 다중미니면접의 기출문제는 웹진 아로리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공개한 제시문은 4개이며 질문은 공개하지 않았다. 첫 질문은 지원자에 관계없이 유사한 양상이지만 어떤 답변이 나오느냐에 따라 후속 질문은 지원자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5개면접실 60분체제로 진행되며 상황제시 없이 제시문분석방만 4개였고 1개방에선 제출서류확인과 제시문분석이 함께 이뤄졌다.

아로리를 통해 공개된 1번제시문은 사진도 함께 주어졌다. 보이저1호가 1990년 촬영한 지구 사진과 이에 얽힌 일화다. 명왕성 부근을 지나고 있던 보이저1호의 망원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찍어보자는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제안이 있었으나 당시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았던 상황에 대한 설명이었다. 베리타스알파가 합격자 인터뷰를 통해 복기한 질문은 ‘사진이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동의하면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망원경 방향을 지구 쪽으로 돌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원자가 칼 세이건의 결정과는 반대 입장이라면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등이었다.

<2018성대, 2019울산대 도입.. 확산 기류>
고무적인 사실은 최근 다중미니면접이 확대기류를 보인다는 점이다. 서울대 한림대 인제대 등 기존 실시대학에다 건양대 대구가톨릭대 동아대 부산대 아주대 등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빅5’ 역시 확대세다. 2018학년 성대가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했고 울산대는 올해부터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한다. 가톨릭대의 경우 10분내외였던 면접시간을 올해부터 20분내외로 확대한다고 요강에 명시하며 향후 도입가능성을 내비쳤다.

여타 지역거점국립대가 다중미니면접도입에 소극적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부산대는 다중미니면접을 적극 시행 중이다. 2017 2018에는 40분내외로 실시했고 올해 역시 같은 방식을 유지할 예정이다. 동아대의 경우 내부적으로 시행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입학관계자는 “원래 6개면접실 체제로 실시했지만 2018부터 5개로 면접실을 하나 줄였고 올해도 5개면접실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라 밝혔다.

다수 면접실을 운영해야 해 도입이 쉽지 않지만 인성이 중시되는 직업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인성평가 확대를 위해서 정부나 대교협 차원에서도 도입을 장려하는 적극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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