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전환복무 '폐지'..연령제한 완화 '40세 미만'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경찰대학의 2020학년 고졸 신입생 선발인원이 기존 100명에서 50명으로 줄어든다. 2022대입부터 일반대학생과 현직경찰관 각 25명을 편입생으로 선발하기 위한 선행조치다. 입학연령 제한도 21세에서 40세미만으로 완화한다. 현행 12%로 제한한 여성 선발비율도 폐지하고 남/여 통합모집을 실시할 계획이다. 특혜논란이 있었던 병역 전환복무 제도는 올해 입학생부터 폐지한다. 학비 전액지원은 학업성취에 따른 장학제도로 전환할 방침이다. 경찰대학은 7월30일 개혁 추진위원회 발족과 함께 이같은 내용이 담긴 개혁방안을 공개했다.

경찰대학 진학의 메리트가 줄었지만 연령제한이 완화되고 여성 선발비율이 폐지되는 등 지원 증가요인도 이어져 지원양상을 가늠하기 어렵다. 경찰대학 경쟁률은 2015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다 작년부터 하락곡선을 그렸다. 2015학년 66대1에서 2016학년 97대1, 2017학년 113.6대1로 치솟은 경쟁률이 2018학년 68.5대1, 2019학년 60대1로 내려앉았다. 지난 2년은 1차시험 일정이 4개사관학교와 중복되면서 지원자가 분산된 탓으로 분석된다. 

경찰대학의 2020학년 고졸 신입생 선발인원이 기존 100명에서 50명으로 줄어든다. 2022대입부터 일반대학생과 현직경찰관 각 25명을 편입생으로 선발하기 위한 선행조치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모집인원 절반축소, 학비지원 폐지.. ‘경쟁률 감소하나’>
경찰대학은 30일 개혁 추진위원회 발족과 함께 개혁방안을 공개했다. 경찰청은 개혁위원회의 권고내용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세부 개혁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와 이상정 경찰대학장이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한다. 위원회에는 앞서 개혁 권고안을 마련한 ‘전 경찰개혁위원회 경찰대학 개혁 소위’ 위원을 비롯해 ‘경찰대학 발전자문위원회’ 위원과 경찰대학 교수 등 17명이 참여한다. 위원회는 경찰개혁위원회의 기존 권고안 가운데 경찰대학과 관련된 권고에 대한 면밀한 수정과 보완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개혁위원회는 1년간의 활동 끝에 지난달 15일 △일반대학생 현직경찰관 편입학 도입 △입학연령 제한 완화 △간부후보생, 변호사 경력채용 교육의 경찰대학 통합 △입학연령 제한 완화 △군 전환복무 폐지 △학비 전액지원 등 특혜개선 △현장경찰관 속진제 도입 등을 담은 개혁안을 권고했다.

이날 일부 공개한 개혁방안에 의하면 2020학년 고졸 신입생 선발인원을 100명에서 50명으로 축소한다. 2022학년부터 일반대학생과 현직경찰관의 편입을 허용하기 위한 것이다. 2020입학생이 3학년이 되는 2022년부터는 일반대학생 25명과 현직경찰관 25명 등 50명을 편입생으로 선발한다.

- 남/여 구분모집 폐지.. ‘체력기준 높아질 듯’
2020입시부터 정원의 12%로 제한한 여학생 비율을 폐지하고 남/여 통합모집을 실시한다. 경찰대학이 올해 공개한 모집요강을 통해서도 미리 예고한 사항이다. 경찰대학의 남/여 구분모집 폐지는 작년 11월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5개년 계획’에서 먼저 언급됐다. 경찰청이 발표한 개혁방안이 그대로 2020입시에 적용될 경우 여학생들의 지원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여학생 경쟁률은 2018입시에서 197.8대1을 기록, 200대1에 육박하는 경이로운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년간 경찰대학 입학 수석을 여학생들이 휩쓴 데다 지난해 육사 졸업생 1,2,3등 모두 여생도들이 차지하는 등 ‘여풍’도 상당했다.

전문가들은 경찰대학 입시에서 체력검정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공개된 경찰대학 모집요강에서도 ‘통합모집에 따라 남/여 입학정원, 체력조건(체력시험 불합격 기준) 및 평가기준 등 입학전형의 많은 부분이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경찰대학은 성비제한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성비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물리력과 강제력이 수반되는 경찰직무의 특수성과 경찰 전체의 적정 인력구조, 여경의 승진기회 보장 등을 감안할 때 현행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 학비 전액지원, 장학제도로 전환 ‘특혜축소’
학비 전액 국고지원의 혜택도 학업성취에 따른 장학제도로 전환한다. 그동안 학비 전액을 세금으로 지원받은 경찰대학생들이 졸업 후 학비를 상환하면서까지 로스쿨행을 택하면서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 작년 홍철호(당시 새누리)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경찰대학 출신의 로스쿨 입학생은 5년간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홍 의원은 자료를 근거로 경찰대학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학비지원이 불투명해지면서 남/여학생을 불문하고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2월 경찰대학 산하 치안정책연구소가 작년 9월 경찰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찰대학 진학동기 1순위로 ‘학비 면제 등 경제적 혜택’을 꼽은 학생들은 30.9%에 달했다. ‘경찰공무원이 되고 싶어서’라고 답한 학생이 42.7%로 가장 많았으며, ‘졸업 후 경위계급 임용’은 5.1%에 그쳤다.

- 병역 전환복무 폐지.. ‘남학생 지원주춤 전망’
병역 전환복무 제도는 올해 입학생인 2019입학생부터 폐지된다. 모집인원이 대폭 축소된 데 더해 병역혜택도 불투명해지면서 남학생들의 지원이 주춤할 전망이다. 전환복무 폐지는 의무경찰 단계적 폐지에 따른 것이다. 경찰대학생들은 의경 등으로 구성된 기동대 소대장으로 근무하는 방식으로 병역의무를 대체해왔다. 앞으로는 경찰대학생들도 일반대학생들과 동일하게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만 경위계급의 경찰관으로 정식임용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경찰관 응시자격과 동일하게 군 면제 또는 군 복무를 마친 자에 한해 임용함으로써 각종 특혜 논란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병역 전환복무는 경찰대학의 메리트 중 하나다. 2월 경찰대학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5년 전보다 ‘병역의무 대체’를 진학동기 1순위로 꼽은 학생이 두 배로 늘었다. 경찰대학생 414명 중 391명이 참여한 이 설문조사에 의하면 1순위 진학동기로 ‘기동경찰부대 소대장 근무로 병역의무 대체’를 꼽은 경찰대학생은 20.2%에 달했다. 2012년 같은 조사에서 동일한 응답을 한 비율은 10.7%에 불과했다. 병역의무 혜택이 없다면 경찰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학생도 2012년 59.7%에서 2017년 62.8%로 늘었다.

- 연령제한 완화.. 40세 미만까지 지원가능
지원자 연령제한은 21세에서 40세미만으로 대폭 완화한다. 2019모집요강에 의하면 올해 지원가능한 연령은 1998년 3월1일부터 2002년 2월28일 사이 출생한 자다. 고3 수험생을 기준으로 21세까지 지원가능한 셈이다. 연령제한이 완화할 경우 재수생까지만 열려있던 경찰대학의 문호가 삼수생 이상 N수생에게도 대폭 확대된다.

<경찰대학 쇄신.. ‘폐쇄성, 순혈주의’ 논란 반영>
경찰대학이 다방면의 쇄신을 단행한 배경은 폐쇄성과 순혈주의 논란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3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그동안 고교 졸업생을 선발해 4년간 교육 후 경위로 임용하는 데 따른 순혈주의, 폐쇄성, 기수문화 등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며 “지휘부 인적구성을 다변화하고 우수인재 확보, 경사 이하 입직자의 고위 진출기회 확대 등을 고려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무관 이상 고위직 내 경찰대학 졸업생 비율이 증가하면서 특정 입직에 의한 독점, 하위직 승진기회 차단 등을 우려하는 시선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경찰대학은 경찰간부 양성을 목적으로 1981년 개교한 4년제 특수대학이다. 기수마다 100명에서 120명 가량의 졸업생을 배출해 1기가 졸업한 1985년부터 현재까지 졸업생이 4000명에 달한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경위로 임용돼 경찰공무원 공채인 순경이나 간부후보 등 다른 출신에 비해 훨씬 어린 나이에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경찰 지휘부의 절반 이상을 경찰대학 출신이 차지한 이유다. 경찰 측에 따르면 경찰 내 세 번째로 높은 계급인 치안감 이상 34명 중 경찰대학 출신은 19명(55.8%)으로 과반이다.

경찰대학 출신을 향한 특혜시비도 꾸준히 제기됐다. 경찰대학생은 대학 4년간 학비를 전액 면제한다. 졸업 후에는 의무경찰 기동대에서 2년간 지휘관이나 참모 근무로 병역의무를 대체할 수 있다. 일반 대졸자가 공채에 합격하는 경우 순경(9급)부터 경찰 생활을 시작하지만 경찰대학 졸업생은 별도 시험 없이 경위(6급)부터 밟아 나간다. 이같은 혜택을 두고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팽팽히 맞서왔다.

홍 의원도 유사한 이유로 경찰대학 폐지를 주장했다. 경찰대학 설립 당시에는 4년제대학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경찰 관련학과가 크게 늘어난 것과 4년간 경찰대학 학생 1명에게 투입되는 세금이 1억원에 달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반론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경찰대학이 수험생들에게 매우 선호도가 높고 일반적인 4년제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수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점을 고려하면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하다는 입장이다. 로스쿨행을 선택한 중도이탈자 역시 대학 측에서 중도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폐지근거로는 빈약하다고 설명했다.

<‘폐지보다는 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경찰청은 경찰대학 개혁방안 외에도 다양한 개혁방안을 내놨다. 수사 전문분야 사법경찰관 양성과정을 개설해 경위까지 자동 승진하는 패스트트랙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치안대학원에 과학치안 전문가 양성과정도 개설해 우수인력을 경위로 경력 채용하는 등 경찰대학과 간부후보생 외에도 중간입직제도를 다원화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대학은 경찰대학생뿐 아니라 모든 중간입직자들의 교육을 전담하는 경찰교육기관으로 변화하고 발전할 것”이라며 “현행제도보다 더욱 다양한 중간입직 경로를 통해 경찰 고위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다원화하도록 개혁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이같은 개혁방안을 내놓은 데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동안 경찰대학 개혁방안이 지속적으로 논의선상에 올랐다. 경찰대학 배출 인원을 획기적으로 줄인다거나 올해 개설한 치안대학원을 확대 운영해 대학원을 졸업한 비경찰대학 출신에게 승진 기회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경찰대학 폐지론도 나왔다. 2월 이종걸(더불어민주) 의원은 경찰대학 학사과정을 폐지하고 치안대학원만 존치하는 내용이 담긴 ‘경찰대학 설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꾸준히 논란에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던 경찰이 쇄신을 단행한 것은 정부의 수사권 조정방침 때문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1월 청와대는 직접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다. 20년 만에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 개입한 것이다. 인권위 권고를 받은 여학생 선발비율 제한이나 로스쿨 진학으로 인한 폐지론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경찰대학이 수사권 확보를 이해 대대적인 개혁에 나선 이유로 지목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며 “수사권 조정 후 특정그룹이 권한을 독점하지 않도록 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 역시 “경찰대학의 순혈주의와 폐쇄주의를 해소하고 수사권 조정으로 커진 권한을 소수의 경찰대학 출신이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폐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경찰이 수사권 독립의 숙원을 위해 이제까지 다소 유보적이었던 경찰대학의 개혁방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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