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반발 불가피'..'교육부 교육회의 존폐의 시험대 오를 듯'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7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2차숙의토론회를 끝으로 대입개편 공론화절차를 모두 마무리했다. 1년간 끌어오던 대입개편이 종지부를 찍게됐지만 그간의 논란을 모두 종식시킬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숙의자료집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데다, 시민참여단의 2주 숙의기간이 턱없이 짧았다는 지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2박3일로 진행된 숙의토론회에서는 숙의가 끝날때까지 대입제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참여단이 있을 정도여서 충분한 숙의가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2주만에 ‘뚝딱’ 만들어진 대입개편안이 현장에서 수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반발이 적은 사안만을 골라 봉합하는 ‘엇박자’ 결론안에 대한 우려가 벌써 터져나온다. 이미 전교조 교총 등 진보보수를 막론한 교원단체가 논의에 불참하면서 현장반발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교육전문가가 아닌 일반시민이 논의한 결과다보니 현실성이 부족한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도 크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전문가들이 해당 사안에만 집중해 몇개월간 논의해도 모자란데, 낮에는 본업에 바쁜 일반시민이 저녁시간 짬을 내 숙지한 것만으로 심도있는 논의가 가능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론화에 직접 참여한 시민참여단조차 숙의기간이 짧았던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복잡한 입시문제를 단 2주만에 일반시민 대상 설문조사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부터 문제가 컸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교육전문가는 “숙의토론회가 끝날때까지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헤매는 참여단도 있었다는데 이들의 설문조사결과로 도출한 결론이 현장반발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혼란의 대입개편 책임을 두고 교육부과 교육회의가 존폐의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가 책임을 교육회의에 떠넘긴 데 모자라 교육부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교육회의가 산하기구의 결정 뒤에 숨어버린 꼴이었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애초 2022대입개편안이 교육부에서 교육회의로, 대입개편특위에서 공론화위로 무려 4단계 하청이 이뤄진 것부터 ‘책임회피’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공을 넘겨받은 공론화위는 복잡한 대입방정식을 단순히 네 가지 의제로 봉합해 현장의 고민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대입정책 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방선거이후 부분개각에 교육부장관 포함설이 파다한 상황에 교육회의의 존폐도 위태로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년을 끌어온 대입개편이 마무리 수순에 돌입했다. 시민참여단의 2차숙의토론회를 끝으로 공론화절차가 마무리됐지만, 그간의 논란을 종식시킬 결론이 도출되기는 어렵다는 시선이 팽배하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주 숙의기간 완료.. 최종 설문조사까지 끝마쳐>
29일 마무리된 숙의토론회는 총2차에 걸쳐 진행했다. 1차토론회는 14일과 15일 양일에 걸쳐 서울 광주 부산 대전의 4대권역에서 진행했다. 시민참여단은 성 연력 지역 등에 따라 2만명을 대상으로 대국민조사를 실시한 후 성 연령, 대입제도에 대한 태도 등을 고려해 10일 선정했다. 

1,2차 숙의토론회에서는 시민참여단 1~3차 조사를 통해 숙의효과를 파악하고 대입제도개편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의견/추이를 분석 정리했다. 조사내용은 의제별 지지도, 대입제도 관련 기본지식 등을 공통질문으로 하며, 의제별 지지사유, 공론화과정의 공정성을 단계별로 물었다. 

시민참여단은 온오프라인 숙의자료 학습과 각종 토론회 영상자료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숙의토론회를 준비해왔다. 시민참여단의 공론화와 공론화의제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돕기 위해 공론화 의의, 대입제도 및 공론화 의제별 설명 등의 내용을 포함한 숙의자료집을 발송해 시민참여단이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2차토론회에서는 의제에 대한 발표, 질의응답, 발표자 상호토론, 분임/전체 토의 등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첫날에는 분임토의를 통해 현행 대입제도에 대한 의견, 대입제도 개편논의 시 고려해야 할 가치 등에 대해 논의하고 그 결과를 전체 참여자와 공유했다. 둘째날부터는 의제 발표를 청취하고 분임토의 및 발표자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각 의제에서 중시하는 가치를 검토하는 한편, 의제 발표자간 상호토론을 청취해 각 의제 장점/단점, 2022대입제도에 각 의제를 적용할 경우 예상되는 기대효과와 한계 등을 분석했다. 마지막날은 각 의제의 타당성 수용성 실현가능성에 대해 발표자와의 질의응답과 분임토의를 거쳤다.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각 의제를 평가하고 대입제도개편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2차토론회가 완료됨에 따라 공론화위는 대입제도개편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분석/정리해 그 결과를 3일 국가교육회의에 제출한다. 의견분석 시 각 의제에 대한 지지정도를 파악하고, 2차토론회에 참석한 시민참여단 규모와 성/연령별 최종의견 분포에 따른 표본추출오차를 기준으로 삼되, 오차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다수의견을 명시해 최종결과를 작성할 예정이다. 의견차이가 오차범위내인 경우 1~3차 시민참여단 조사결과의 의견분포 변화, 오차범위내에서의 차이, 기타문항 조사결과 등을 정책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항을 종합반영할 예정이다. 국가교육회의는 결과를 토대로 권고안을 만들어 보내면 교육부가 대입개편안을 확정하게 된다. 

<‘일반시민’ 2주논의.. 어느쪽 결론 나도 현장반발 불가피>
공론화절차가 모두 마무리됐지만, 도출될 결과를 두고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가장 많이 지적된 것은 짧은 논의기간과 논의 주체의 비전문성이다. 시민참여단 구성부터 2차토론회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2주였다. 대입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해당사안을 처음부터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이 ‘작은 대한민국’을 구성했다고 알리고 있지만 단순히 성 연령 등을 고려해 인기투표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공론화위는 단순히 의제 하나씩을 골라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의제 각각에 대한 지지정도를 파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지만 시민참여단의 ‘취향’이 결과에 반영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점수 매기기로 정책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포퓰리즘 경향이 크다”고 비판했다. 

논의시작부터 우려가 제기되다보니 도출된 결과물이 현장에 제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입개편이 현장에 미칠 변화를 충분히 숙고하지 못해 전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실화하기 어려운 안건을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현장에 발생할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시민참여단 의견을 대폭 수정하기에도 부담이 따른다. 한 교육전문가는 “시민참여단의 결정대로 실제 대입 전반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 현실적인 여건에 맞게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할 때 과연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수정을 시도하면 '공론화 작업은 왜 거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 가지 의제로 압축..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도>
의제는 네 가지다. 학생부위주전형/수능위주전형비율, 수능평가방법,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여부를 조합한 결과다. 대입개편의 ‘뜨거운 감자’인 정시와 학생부전형의 비율의 경우 ‘정시확대’와 ‘대학자율’의 안으로 구분된다. 의제1은 정시로 45%이상 선발하는 안으로, 정시가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의제4 역시 정시확대안이지만 세부비율을 명시하진 않았다. 의제2와 의제3은 대학자율로 두고 있긴 하지만 의제3이 수능을 상대평가로 유지하고 있어 정시가 다소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전형으로 치우치는 것을 제한하는 단서를 달고 있다는 점도 정시확대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수능평가방법의 경우 상대평가 유지가 3개, 전과목 절대평가전환이 1개로 갈리면서 상대평가에 방점이 찍혔다. 상대평가로 수능변별력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정시확대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수능최저 활용여부는 ‘대학자율’로 기운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을 따져보면 현행보다 기준 강화가 불가능하도록 하거나, 지원자 전공/계열과 관련있는 영역으로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차이를 둔 의제도 있다. 

최근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린 의제2다. 수능확대를 지양하고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머지 의제가 상대평가인 것과 달리 유일하게 절대평가전환을 주장하는 안이다. 교과 학종 정시 비율은 자율에 맡기되 특정 전형에 과도하게 치우치지 않도록 하며, 수능최저는 수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되, 현행보다 강화하지 않는 전제를 뒀다. 

이에 반해 의제1은 사실상 정시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각대학은 모든 학과(실기 제외)에서 정시선발인원을 45%이상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상위대학 중 정시선발비율이 45% 이상인 곳이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대적인 정시확대로 해석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정시를 45% 선발하면 실제 정시모집은 수시 이월 인원을 감안해 50% 정도로 선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능 평가방법은 현행 상대평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정시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수능 평가 방법이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될 경우 다수의 동점자가 발생해 수능은 변별력 상실로 대입선발 기능이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능최저는 현행과 같이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안이다. 교육부는 어떤 영향력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방안에 대해 이영덕 소장은 “교육부 영향력을 배제하면 대학들은 수능최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보다 수능 비중이 대폭 확대되는 의제”라고 설명했다. 

의제4 역시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각 전형비율을 수치로 제시하는 것은 ‘명확한 지침’의 효과는 강하지만 대학마다 여건이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강제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 세부적비율은 대학이 결정하도록 한 방안이다. 수능평가방법은 상대평가 유지 입장이다. 수능최저 활용여부는 대학자율에 맡긴다.

의제3은 현행 입시제도에서 가장 큰 변화가 없다. 전형비율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며 수능평가방법은 변별기능을 확보하도록 상대평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능최저는 대학특성이나 모집단위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네 가지 의제 중 절대평가안이 하나에 불과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터져나온데 이어 숙의자료집 제작과정에서 불공정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의제2 참여단체에 의하면 상호 검증회의를 실시한 후 최종 인쇄본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의제2팀은 “의제4팀의 수정 내용은 의제2 내용에 대한 반론적 보완 부분이 몇 군데 있다”며 “공론화위가 이를 제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와 같은 사실을 의제2팀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검증회의를 통해 상대방 자료를 다 본 상태에서 이를 반영해 보완하는 것은 마치 상대방의 답지를 보고 자신의 답지를 고치는 부정행위와 같다”고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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