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유난히 푹푹 찌는 더위와 함께 여름방학이 시작된 7월의 끝자락,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교사들의 방학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교사들이 방학 때 쉬는 명분으로 내세운 교육공무원법 ‘41조 연수’는 다음 학기 수업을 위해 학습 준비물을 제작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자기 발전을 위한 개인적인 연수를 의미한다”며 “일반 직장인들은 그런 자기계발을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하는데, 왜 교사들만 방학을 이용해 자기계발과 수업 준비를 하냐”며 청원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뒤에 나오는 모양입니다. “실상 교사들은 방학 때 본인들 집 청소, 밀린 집 정리, 자녀들과 여행, 피부과 예약, 미용실 예약 등 개인적인 일을 한다”며 교사들도 방학 없이 학교에서 수업 연구와 연수를 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학생들의 방학 기간 동안 학부모들에게 상담전화를 돌리거나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 사교육 없이 공교육만으로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 청원은 7000여 명이 동의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청원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 며칠 후 자신을 한 고교 교사라고 밝힌 이가 “차라리 교사 방학을 없애 달라”는 청원을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방학 때문에 교사가 ‘무노동 무임금’의 적폐 세력으로 몰리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표하며, 교사의 방학을 ‘불로소득’이라고 지적한 시각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습니다. 작성자는 “교사라는 직업이 자랑스럽지는 않아도 부끄럽지는 않았는데, 진정 부끄럽다”면서 “저는 적폐가 아니라 아직도 이 나라, 대한민국의 교육발전과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무명의 교사”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다른 교사는 “일반 직장인의 업무는 어렵고 교사의 수업은 쉽다는 식의 논리에 화가 났다”며 “수십 명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 아이들의 학부모를 상대하는 일을 왜 그리 쉽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따지자면 교사들은 학기 중에 직장인들처럼 연차도 쓸 수 없고, 방학 중에는 해마다 60시간 이상 이수하도록 권고하는 교육청 ‘직무 연수’도 받아야 합니다. 중고교의 경우 방학 때도 보충학습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사회가 어려울수록 혐오는 약자를 향한다고 합니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경제사정이 안 좋을수록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높아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문제의 근본을 찾으려는 시도보다는 당장 주변에 보이는 외국인이나 이민자가 내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입니다.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교육정책이 불안정하니 화살이 애먼 곳으로 향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 방학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곱씹을수록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가 떠오릅니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삼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교사들의 방학을 탓할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학업을 놓아야 할 방학(放學)에 학생들을 학원에 붙잡아 두는 것도 모자라 교사들까지 학교에 나올 것을 요구하게 됐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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