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등 불합격자 일반고 2단계 지원 가능.. 서울교육청, 고입 기본계획 수정안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올해부터 후기모집으로 지원시기가 변경된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지원자도 불합격 시 일반고 배정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않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효력정지 가처분 일부인용결정에 따라 서울교육청이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자도 거주지 인근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도록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수정해 18일 발표했기 때문이다. 기존 기본계획은 외고/국제고/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일반고 이중지원을 금지하고, 불합격하는 경우 강제로 정원미달인 일반고에 배정하는 등 자사고 등 지원자에 대거 불이익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평준화 지역 거주자도 자사고 등에 불합격할 시 강제로 비평준화 일반고에 배정되는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내놔 논란을 한층 부추기기도 했다. 변경된 기본계획은 자사고 등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에게도 거주지 인근지역 일반고 지원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자사고 등은 큰 폭의 경쟁률 하락을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존 기본계획은 자사고 등 지원자에게 사실상의 ‘역차별’을 강요함으로써 지원 자체를 쉽지 않게 만들었던 반면, 변경된 기본계획대로라면 불이익을 받진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경쟁률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급한 불은 꺼졌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이번 기본계획 변경은 헌재 가처분 결과에 따른 것이기에 본안심판 결과에 따라 다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자사고 등 지원자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밀어붙이는 등 ‘정책 밀어붙이기’에 여념이 없는 교육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해소되지 못한 문제점이다. 특히, 내달 발표될 대입개편안의 직접 적용 당사자인 현 중3은 고입과 대입 모두에서 ‘실험쥐’ 취급을 받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난해 말 이중지원 금지 방안을 내놓는 등 불도저식 정책 밀어붙이기를 선보이는 교육부의 행동들은 일단 헌재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이미 영재학교/과고 등의 고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고입제도로 혼란을 겪은 중3들은 내달 발표될 2022학년 대입개편의 시험대 역할까지 해야 한다.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셈”이라며 “그럼에도 교육부는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상곤 부총리가 혼란을 겪은 중3을 두고 ‘미래혁신교육의 1세대’ 운운한 것만 보더라도 현 정부가 얼마나 교육수요자들을 무시하는지 알 수 있다. 대입과 마찬가지로 고입 역시 사전예고제를 법으로 못박아놔야 이런 막무가내식 정책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별적 요소가 강해 '자사고 말살정책'이라 불리던 자사고 외고 국제고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이 고입전형 기본계획에서 삭제됐다.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이중지원이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낳을 수 있다며 자사고들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한 데 따른 것이다. 사진은 지난해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 추진 당시 반대 목소리를 낸 학부모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교육청 고입전형 기본계획 변경안 발표.. 자사고 등 지원자 ‘이중지원 허용’>
서울교육청은 18일 ‘2019학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일부 변경해 발표했다. 변경된 기본계획에는 자사고 등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지원 금지 철회를 비롯해 일반고 합격자 발표일정 조정, 서울미술고 모집지역 조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중지원 금지’가 철회됐다는 점이다. 

서울 일반고 배정은 고교선택제에 따른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원은 2단계, 배정은 3단계로 이뤄진다. 학생들은 1단계에서 서울 전체 고교 중 2개교를 선택하고, 2단계에서는 거주지 일반학교군 소속 고교 중 2개교를 선택해 지원한다. 배정은 1단계 서울 전체 단일학교군, 2단계 일반학교군, 3단계 통합학교군 순서로 진행된다. 1단계에 20%, 2단계와 3단계에 각 40%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변경 전 기본계획에 따르면, 자사고와 외고/국제고에 지원했다 탈락하는 학생들은 자동으로 3단계 통합학교군 배정에만 포함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고입전형 기본계획 변경으로 자사고 지원자는 일반고 지원자들과 동일하게 인근지역 고교에 지원하는 2단계 지원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자사고나 외고/국제고 중 한 곳에 지원하고, 거주지 일반학교군 내 일반고 2개교에도 지원 가능한 방식이다.

자사고 등 지원자가 꼭 일반고 2단계 지원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일반고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에는 자사고 등에 불합격한 후 추가모집하는 학교를 찾아 재지원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기본계획 변경은 헌재 판결에 기초해 이뤄진 조치다. 헌재는 지난달 28일 자사고 등과 일반고의 이중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자사고들의 가처분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더라도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는 경우 지원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으며, 불합격 시 인근 일반고에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입전형 실시가 임박한 만큼 손해를 방지할 긴급할 필요가 인정된다며 효력정지 이유도 덧붙였다. 

헌재가 제시한 이유처럼 기존 기본계획이 갖고 있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사고 등 지원자에게 너무 많은 불이익을 강요한다는 점이었다. 본래대로라면 자사고 등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불합격자는 일반고로 교육청이 배정한다’는 강제배정 동의서를 작성함으로써 자사고에 불합격하는 경우 강제로 정원미달인 일반고에 배정되거나,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고 계속해서 정원미달인 자사고 등의 추가모집에 지원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자사고 등에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불이익을 피하기 어려웠다. 동의서 작성 시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반고로 배정될 위험성이 컸고,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고입 재수’까지 염두에 둬야 했다.

일부 시/도 교육청의 기본계획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경기 전북 충북 강원 제주의 5개 시/도 교육청은 자사고 등에 불합격하는 경우 평준화 지역 일반고로는 배정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기본계획을 내놨다. 해당 시/도 수험생들은 자사고 등에 지원했다 탈락하는 경우거리가 먼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에 입학하거나 계속해서 추가모집 등에 지원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당시 교육청들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비평준화 지역 고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해명했지만, 자사고들은 지원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자사고 말살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자사고 등의 폐지에 동참한 교육감들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자사고 등에 지원하는 경우 주어지는 불이익들이 산적해 있는 탓에 올해 고입에서는 자사고 지원 자체를 꺼릴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로 인해 상당 폭의 경쟁률 하락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존재했다. 특히, 문제는 서울 지역이었다. 최근 몇 년간 서울 자사고 등은 경쟁률에 따라 ‘추첨’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우수한 성적을 지닌 수험생이라 하더라도 합격을 장담할 수 없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떨쳐내기란 불가능했다. 

‘말살정책’에 헌재가 급제동을 걸고 나서자 교육부는 일단 수긍하는 모양새로 돌아섰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달 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중지원 허용 방침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헌재의 가처분 인용 대상은 자사고지만 외고/국제고에도 같은 방침을 적용, 이중지원을 허용하기로 했다. 결국 이번 기본계획 변경은 이달 초 밝힌 교육부 방침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일단 자사고 등 지원자에 주어질 예정이던 과도한 불이익이 제거됨으로 인해 올해 자사고 등의 입시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우려됐던 과도한 경쟁률 하락은 당장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모집에서 후기모집으로 모집시기가 조정된 탓에 지난해와는 다소 지원양상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자사고 등에 지원하더라도 인근지역 일반고에는 배정될 수 있으므로 지원을 꺼릴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급변하는 고입.. ‘사전 예고제’ 절실>
추후 본안심판 결과에 따라 구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일단 자사고 논란은 안정추세로 들어섰다는 평가다. 당장 12월 실시되는 입학전형까지는 현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고, 국정과제에도 고교체제 단순화를 포함시키며 자사고 등을 폐지하겠단 의지를 알린 상태다. 당장의 문제만 해결됐을 뿐 지속적인 자사고 말살정책이 되풀이 될 것이란 건 누구나 예상 가능한 대목이다. 

자사고 등의 폐지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수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무시한다는 데 있다. 원칙과 근거 없이 무턱대고 변화를 줌으로써 당장 고입을 치를 수요자들은 정책변화를 예상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때문에 고입에도 대입과 마찬가지로 ‘사전 예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대입은 재학생 학년 기준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고1 8월말,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고2 4월말, 수시 모집요강을 고3 4월말이 되면 내놓고,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변경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수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반면, 고입은 이러한 ‘안전장치’가 사실상 없다. 중3 3월에 시/도 교육청이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원서접수 3개월 전까지 각 고교가 모집요강을 발표하는 것이 전부다. 중3이 돼서야 자신이 겪게 될 고입전형을 알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실제 세부내용은 고교별 모집요강이 나올 때가 돼야 알 수 있기에 3개월 전까지는 전형변화를 대비할 수 없는 ‘깜깜이’식 고입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가 갑작스레 지난해 말 이중지원 금지와 자사고 등의 후기모집 전환 방침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별다른 제도적 장치가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7학년 고입에서는 서울교육청이 원서접수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자기소개서 폐지를 강요하는 일도 존재했다. 

고입이 대입에 비해서는 무게가 다소 가볍지만, 각기 다른 이중잣대를 적용할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대입에서는 사전 예고제를 강화하겠다며, 중3 8월말까지 대입정책 변화를 공고하는 방안을 도입하려고 하면서 고입에서는 어떠한 변화를 주지 않는 것도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사전예고제가 없다 보니 고입은 사실상 ‘깜깜이’ 상태다. 현재 수험생들은 모집요강이 나오기 전까지 상세 입시내용을 알 방법이 없으며, 정부나 교육청이 고입정책을 마음대로 휘둘러 혼란을 초래하는 것도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 완수를 위해 교육정책의 기본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 정부가 진정 수요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싶다면 고입에도 사전예고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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