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 인터뷰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경희대 경제학과 89학번인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이하 종로하늘) 대표이사가 교육판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군 입대 전 휴학기간 동안 중앙학원 수학강사로 잠시 있었던 것이 시발점이다. 당시 임 대표를 인상깊게 본 서진원 대표이사(하늘교육 설립자)의 제의로 롯데전자(현 롯데정보통신)를 퇴사, 서 대표가 창립한 목동종로중학생학원에 합류한 것이 1996년의 일이다.

이후 행보는 승승장구였다. 2년 후에는 함께 운영하던 중앙편입사의 기획실장을 맡았고, 1999년에는 신설된 하늘교육의 같은 직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하늘교육에서 ‘한국수학경시대회(KMC)’ ‘성대경시’를 만드는 등 굵직한 사업들에 참여, 2011년부터는 서 대표와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2014년 초/중 대표 교육기업 하늘교육이 역사와 전통의 대입학원인 종로학원 인수 이후 종로하늘을 대표하는 ‘입시 전문가’로 각광받고 있다. 종로하늘의 데이터분석력도 탁월했지만 초중고를 아우르는 시각을 지닌 전문가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물론 급부상의 과정에서 ‘성급함’을 지적받기도 하고 구설수도 없지 않았다. 임 대표를 만나 이에 대한 해명과 더불어 학령인구 감소라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 교육계가 앞으로 나아갈 길 등 교육계 현안들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 ‘학령인구 감소’문제가 심각하다.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지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가장 먼저 변화가 생기는 곳은 오프라인 학원들이다. 예전에는 좋은 강사들이 한 학원에 모여 강의했다. 지역별로 지점을 내기보다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좋은 학원을 찾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로컬(지역)’이 중요해졌다. 본원이 중심이 돼 학원업을 끌고 나가는 시대는 끝났다. 백화점들도 이제는 더 이상 본점이 최고인 시대가 아니다. 지역별 학생 수와 성향, 생활기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붐업되고 있는 지역이 어디인지 파악하고, 항상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1999년 설립한 하늘교육 대전지국은 최근 세종으로 위치를 옮겼다. 떠오르는 지역으로 터전을 옮기는 것은 무엇보다 교육기업에 있어 중요한 과제다.

불과 1~2년, 길어야 3~4년 안에 서울 내 25개 구의 지형지도는 바뀔 것이다. 강남신화도 끝이 보인다. 현재 강남은 한 학년에 8000명대 수준이지만, 오래지 않아 4000명대로 떨어진다. 예전에는 학교급이 오를수록 강남으로 모이는 것이 패턴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올라버린 집값 등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학령인구 유입이 많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최근에는 마포 망원 상암이 있는 신촌 일대가 다시 새롭게 뜨고 있다. 목동도 마곡과 김포 강서 등의 지역에서 유입이 활발하다. 목동만 바라볼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위례가 있는 송파도 많이 급등하는 곳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지역에 따라 달리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 전체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강북과 성북은 10년 뒤가 되면 도리어 학생 수가 늘어난다. 아파트 등이 개발되면서 유입인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부적인 지역별 상황들을 전부 고려해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자 한다.

- 기업 인수 등 공격적인 방법은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
“최근 이름을 들으면 알 법한 교육기업들로부터 인수 제의가 많이 온다. 현재 적자 상황이 아님에도 인수해달라는 요청들이 많다.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현재 교육업계에 있는 기업들 간 구조조정 열기가 뜨거운 구도다. 예전에는 기업 내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면 현재는 기업 사이에서 업계가 개편되는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물밑작업이 치열한 셈이다. 앞으로도 교육기업들의 통합이나 구조조정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업계의 고민’이 큰 만큼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을 받는 분야라면 모두 기업간 통합 상생 시너지 등의 모토가 힘을 얻게 될 것이다. IMF 당시 기업들이 쓰러지던 상황에서도 교육업은 불황을 몰랐지만 지금은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 교육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충분해 보인다.

여러 선택지들을 두고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상생’이다. 기존의 조직 입장과 심정을 이해해 줘야 한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긍정적으로 구성원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상생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인수도 고려해볼 생각이다.”

- ‘업계의 고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사교육업계는 현재 ‘적폐’ 취급을 받고 있다. 모든 사교육은 ‘나쁜 사교육’으로 매도되기 일쑤다. 현장에서 23년간 일하면서 교육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부터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사교육도 하나의 기업활동이기에 정직하고 착하게, 나름의 철학적 배경까지 더해 운영하며 보람을 느꼈다면, 지금은 아니다. 마치 사교육계는 전부 나쁜 일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삶의 가치나 행복지수, 보람 등을 찾기가 어렵다. 예전에는 교육기업에 몸 담은 것을 후회한 적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간혹 후회된다는 생각이 든다. 괜한 비판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뭐든지 조용히, 티 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자리잡았다. 학령인구 감소보다는 이처럼 사교육계의 가치와 보람이 희석된 것이 운영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나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교육기업들은 규모를 떠나 하나로 얽힌 구조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적폐나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현상으로만 보지 말고 얽혀 있는 종사자들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만 1400여 명 수준이다. 이들의 경제적 풍요나 생존문제는 우리가 노력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사회적 시선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 자료발표가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입시분석 등을 진행하면서 다소 성급하게 발표한 사례가 있다. 지적들에 대해 전부 인정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먼저 발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에는 적극 동의한다. 업계 전반적으로 ‘빠른 발표’에 매달리는 것은 경쟁 구도에서 비롯된다. 답변이나 발표가 조금만 늦으면 분석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여기는 시선도 한몫 한다. 무리한 예측을 요구하는 곳도 일부 존재한다.

지금처럼 경쟁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힘을 합치는 방법이 없을지에 대해 여러 생각을 갖고 있다. 현재는 방송사들조차 선거 때 공동 출구조사 내놓는 시대다. 교육기업들끼리 모여 함께 설명회를 가지거나, 수능/모평 등 큰 이슈가 있는 날은 자료 발표를 일정시간 이후로 정하는 방법을 택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설명회 한번으로 학원 선택이 결정되는 구조도 아니지 않은가. 기업들도 비용구조를 절감할 수 있고, 수요자들도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고로움이나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경쟁의식들이 강해 쉽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이뤄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2022 대입개편 과정에서 학종에 대한 비판이 많다. 대입 전문가로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학종에 대한 비판은 바뀐 시대상을 간과해 발생하는 일이다. 단순히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평가를 지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낡은 접근방식이다. 예전에 수능이나 학력고사 중심의 입시일 때는 간단했다. 자체 모의고사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우수한 정보력을 지닐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수집의 방법이나 양적인 개념 등이 완전히 달라졌다. 학교와 학생, 학원이 힘을 합쳐야 우수한 자료를 만들 수 있다.

학종도 마찬가지다. 바뀐 대입환경에 맞춰 많은 부분이 변했다. 몇몇 입학사정관 등 사람이 중심이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빅데이터를 근거로 하는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통계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학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전형부터 보면 십년 넘는 세월이 지났다. 지금은 굉장히 스마트한 방법으로 입시가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 스마트화는 물론이고 인공지능 등의 개념들도 들어갈 수 있다. 초창기에나 지적될 법한 사안들을 두고 지금까지 같은 지적을 이어가는 것은 잘못됐다.”

- ‘성대경시’ 폐지로 인해 학부모들이 들썩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폐지’가 아니다. 개선의 과정에 놓여 있다고 봐주면 고맙겠다. 현재 ‘성대경시’로 불리는 대회의 정식 명칭은 ‘전국 영어/수학 학력 경시대회’다. 여기에 주최기관과 횟수가 따라붙는데, 성균관대가 주최기관으로 참여하면서 ‘성대경시’로 알려지게 됐다. 대학의 참여가 문제라는 지적에 따라 성대가 주최기관에서 빠질 뿐, 대회 자체가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주최기관을 변경하면서도 대회의 정통성은 유지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여러 사안들을 놓고 활발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성대와도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문제되는 부분은 개선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도록 대회를 업그레이드할 구상을 가지고 있다. 현재 실무적인 조율은 어느 정도 끝난 상태다. 수요자들이 폐지 소식에 불안해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수요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방침을 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경시대회에 대해서는 참 할 말이 많다. 개인적으로 교육업에 투신하면서 가진 목표 중 하나가 토익 주관사인 ETS 같은 수학/영어 인증기관을 만드는 것이었다. 때문에 많은 연구를 통해 성대경시를 처음 시작하게 됐다. 수학하면 우리나라가 항상 우수국가로 거론되는데, 세계시장에 당당히 내밀 수 있는 시험을 만들겠다는 자신이 있었다. 역사와 전통을 만들기까지 고생한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시험에 대한 애착이 크다. 이번에 주최기관을 바꾸면서 같이 업무를 담당하던 한 직원은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하늘교육이 처음 만든 경시대회였던 한국수학경시대회(KMC)가 처음 시행된 1999년에는 올림피아드가 수학 실력을 측정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험이었다. 하지만, 올림피아드는 학년별 시험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중/고교 모두 전체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시험을 출제하기에 고1이 시험에 응시하더라도 3학년 과정까지 마쳐야 하는 구조였다.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올림피아드가 없다는 것도 약점이었다.

KMC는 최초 ‘인증시험’의 형태로 출발했다.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였던 박한식 교수의 조언을 따른 결과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학년별 시험을 실시함으로써 학생들이 정확한 자신의 실력을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해외에서 협력 제안이 오는 등 반응이 상당했다.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시험지 없는 위성 생중계 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생겼다. 10년 이상 시험을 진행하다 보니 ‘선행학습 금지법’이 만들어졌다. 그 전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상위학년 응시가 문제가 됐다. 지적이 나오자마자 바로 인원들을 체크하고, 상위학년 응시를 불허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공립학교에서 시험을 여는 게 서울시 조례에 위반된다는 지적도 바로 수용한 상태다.

‘과열’을 지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실제 응시생들의 지역분포를 보면 강남 등 교육특구에서만 보는 시험도 아니다. 학원가에서 경시대회 대비반이 만들어지는 것도 지적의 대상이지만, 실제 대비반을 갖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학원들 입장에서는 괜스레 시험에 응시하게 했다가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긁어 부스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ETS 같은 기관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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