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경화 기자] 대부분의 수험생은 6월모평 이후 특정한 영역에 집중해 학습계획을 세우려는 경향이 있다. 부족한 탐구 한 과목을 보완한다거나, 수학 등의 영역에서 4점짜리 한 문제를 더 맞히기 위한 공부를 하는 식이다. 특정한 영역 중심의 학습계획 수립이 정말로 입시에서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혹은 전략 과목을 설정해 학습하는 것은 바람직할까?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이 수험생들에 조언을 전한다.

<수학을 중심으로 → '수학 원점수 92'의 의미>
계산상의 편의를 위해 대학마다 신입생 3000명을 선발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상위 6개대학은 총 1만8000명을 선발한다. 인문계와 자연계가 딱 반반이라고 생각한다면, 해당 6개대학의 인문계열 선발인원은 총 9000명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해서 내가 인문계열 전국 석차 9000등 이내라면 6개대학에 입학할 가능성이 있다.

2018수능에서 수학 나형 1등급을 받은 학생은 2만5788명이었다. 전체 수학 나형 응시자 중 7.68%가 1등급을 획득했다. "수학에서 1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 좋은 사실이다. 통상 수학 나형에서 1등급의 성적을 받으면, 상위 6개대학 지원을 고민하며 행복한 상상을 하게 된다. 이 2만5788명 중 77.2%가 원점수 92점을 받은 학생이었다. 2017-2018 수능 1등급 학생들의 분포는 다음과 같다.

2018수능 수학 나형에서 93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5851명이다. 여기까지는 6개대학에 모두 합격한다고 가정하자. 3000개 정도의 자리가 남았다. 수학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 3000개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학생들은 92점을 받은, 1만9937명의 1등급 학생들이다. '한 대학에서 신입생 3000명을 선발한다'는 전제가 매우 낙관적임을 생각한다면 상황은 이보다 좀 더 심각하다.

즉, 2018대입에서 수학 나형 92점은 상위권 대학 지원을 위한 '필요조건'으로만 기능했으며, 사실상 변별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자연계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경쟁자들과의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국어와 탐구 영역의 점수였다. 수학이 92점이라는 전제하에 국어와 탐구의 점수가 상위권 대학의 당락을 가르는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상위권 학생들에게 92점은 '평범한' 점수였고, 그렇기에 국어와 탐구의 점수로 자신만의 우수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나아가 수학 92점을 기준으로 볼 때, 96점이나 100점이라면 상당히 편한 입시를 치를 수 있었다. 반대로 88점이라면 그 4점의 차이를 좁히기는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 이런 경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 한 문제 한 문제를 더 소중히 여기는 공부를 해야 한다. 92점을 완벽히 확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96점에 도전할 수 있다면 단지 4점 차이가 아니라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수학을 중심으로 → '수학 가형' 중요성 증대>
2018부터 도입된 영어 절대평가는 정시 입시 환경에 다양한 변화를 가지고 왔다. 영어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타 영역의 비중이 증가하였는데, 이로 인해 과거와 다른 입시 셈법이 필요하게 됐다.

2017까지 고려대는 자연계열에 2:3:2:3이라는, 전형적인 반영 비율을 적용해 왔다. 하지만 절대평가로 인해 영어 영역의 변별력이 사라지면서, 영어는 총점에서 배제해 등급별 감점의 형태로 적용하고, 국:수:탐을 1:1.2:1의 비율로 조정했다. 2017까지 고대 자연계열을 지원할 때 영역별 중요도가 [수학=과학 > 국어=영어]의 형태였다면, 2018부터는 [수학 > 과학=국어]의 형태가 된 것이다. 명목상 반영비율이 30%에서 37.5%로 상승한 것보다 타 영역과의 비중 관계에서 수학 가형의 점수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아주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2017까지 수학에서 4점은 과탐에서의 4점과 동일했지만 2018부터는 수학에서의 4점은 과탐 4점의 1.2배, 즉 4.8점의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나아가 과탐은 최근 몇 년 간 자연계열에서 표준점수 최고점 과목의 지위를 압도적으로 점유해 왔다. 수학과 과탐의 비중이 비슷하다면 과탐의 좋은 점수로 수학의 부족한 점수를 덮을 수도 있는 점수의 형태였다. 하지만 2018 결과는 '압도적'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려운 수준까지 그 격차가 좁혀졌다. 서강대처럼 수학과 과학의 반영비율 차이가 큰 대학에서는 과탐에서 아무리 좋은 점수를 받아도 수학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과탐의 좋은 점수를 활용조차 하기 힘들다. 

이런 내용들을 앞선 쟁점과 함께 고민해보자. 지금까지 대입에서 수학이 차지해 온 위상은 충분히 강력했다. 그리고 최근 수능의 결과로 나타난 1등급 학생들의 분포,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의 변화, 영어 절대평가로 인한 대학별 정시 수능 반영비율 변화는 이런 수학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탐구를 중심으로 → 그럼에도, 여전히 과학>

연세대와 한양대, 그리고 앞서 설명한 고대의 2017학년도 정시 영역별 반영비율은 모두 같았다. 그렇기에 점수 구조에 따른 유불리를 고려할 필요 없이 본인의 점수 그 자체로만 지원하면 됐다. 하지만 2018에는 세 학교의 점수 구조가 달라졌다. 2017에는 고대에 합격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한대에도 합격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2018에는 고대에 합격하고도 한대에서는 불합격할 수도 있고 연대에 합격하고 고대에 불합격할 수도 있었다.

각 대학의 정시 영역별 반영 비율이 세분화되면서 고대처럼 과탐이 이전의 지위를 상실한 대학이 있는 반면 연대 한대처럼 이전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대학도 있다. 이때 수학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과탐의 표준점수는 여전한 위력을 갖는다. 2018수능에서 수학과 과탐 둘 모두에서 만점을 받았을 경우, 수학은 130점으로 활용됐지만 과탐은 136.5점의 가치로 환산되었다. 과탐은 표준점수 최고점 과목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수학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과목일 수도 있다.

특이한 점은 통계적으로 과탐 두 과목 모두 우수한 학생이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극상위권 학생이라도 두 과목 사이의 격차가 다소 있고, 상위권 학생이라도 한 과목에서는 만점에 준하는 점수를 받는 반면 다른 한 과목에서는 3등급대 이하의 점수를 받는 학생도 상당히 많다. 과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열심히는 하지만, 균형 잡힌 학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제대로 된 학습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본인이 과탐의 비중이 수학만큼 높은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두 과목 모두 고득점을 확보할 수 있는 체계적인 학습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탐구를 중심으로 → 사탐 백분위의 불안정성과 제2외국어/한문영역>
사탐은 과탐과는 다른 문제가 매해 발생한다. 문제의 난이도나 응시자 쏠림에 따른 백분위 불안정 현상이다.

탐구 과목에서 단순 표준점수를 반영할 경우 과목 선택에 따른 점수 편차가 발생해 학생의 실력을 제대로 비교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에서는 과목별 백분위에 따라 동일한 자체 표준점수를 부여한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과목별 백분위에 따른 형평성 차이가 존재한다. 똑같이 실수로 한 문제를 틀렸다고 가정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세계사를 선택한 학생은 백분위 98로 타 과목의 만점에 가까운 백분위를 받으면서 별 타격이 없지만, 경제를 선택한 학생은 백분위 82로 3등급을 받게 되면서 자신의 실수를 더욱 심각하게 자책해야 할 수도 있다.

중하위권 학생들이 사탐 과목의 완성도를 높이는 공부를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면, 상위권 학생들은 실수를 줄이면서 본인이 가진 점수를 더 확실하게 하려는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수는 이런 준비를 무색하게 만들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하다. 잘 공부한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이럴 때 아주 유용한 보험이 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성적의 고하를 막론하고 제2외/한문 응시를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상위권은 권장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소수점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위권이기에 모든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아랍어를 공부해 50점 중 25점을 맞았다면 백분위 92를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탐 과목에서 한 문제를 실수하고 받는 백분위보다 더 높은 점수다. 만약 아랍어에서 40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았다면, 상황에 따라 다른 사탐 과목 만점을 받은 것보다 더 높은 백분위를 취득할 수도 있다.

상위대학 중 고대 서강대 홍익대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학이 정시에서 제2외/한문으로 탐구 한 과목을 대체할 수 있다. 상위권 도약을 목표하는 학생들은 성균관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등이 수시 수능최저에서도 대체를 허용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입시는 결국 여러 가능성을 조합해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일이다. 10%의 가능성을 15%로, 15%의 가능성을 20%로 만들 수 있다면 무엇이든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주요 과목들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더 중요한 일임은 분명하지만, 조금의 여력이 남아있다면 마땅히 도전해야 한다. 본인이 '상위권'이라고 생각하는 수험생이라면,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국사, 만만히 보다가 발목 잡힌다>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이 된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중등교육과정을 모두 마친 이에게 필요한 필수적인 역사적 소양을 쌓게 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우경화 등 주변국의 우려스러운 역사 인식에 대응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한국사는 '우수한 학생'을 가리는 입시적인 변별을 위한 수능 과목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지식 함양이 목적이다. 불필요한 고난도 문제는 출제되지 않으며 평가 방식도 절대평가로 운용되므로, 다른 영역들과는 달리 매우 평이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사를 등한시하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첫째, 한국사 때문에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본인의 서류나 논술 실력이 평가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다. 수능최저를 요구하는 논술전형 대부분은 한국사 최소 등급을 지정하고 있다. 연대가 3등급이며, 서강대 성대 중대 등은 4등급을 지정한다. 그런데 한국사 3~4등급을 확보하지 못해 논술에 응시하지 못한 학생이 생각보다 매우 많다. 심지어 극상위권이라고 평가받는 의예과 지원자 중에서도 존재한다.

둘째, 정시에서 한국사 감점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다. 대부분 대학은 3~4등급까지는 모두 만점으로 처리한다. 하지만 그 등급을 받지 못해 시작부터 감점을 받고 시작하는 학생들이 있다. 경희대처럼 가산점이 아니라 수능 총점 반영비율에 포함되는 경우 그 타격은 배가 된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한 전략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정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이런저런 핑계로 한국사를 등한시하다가 이런 사태를 초래한다.

추가로 한국사에도 등급별 점수에 차등을 두어 한국사 1등급을 받을 경우 적지 않은 가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대학들이 존재한다. 숭실대 상명대 성신여대 등 서울 소재 중위권 대학들이다. 절대평가 과목인 만큼 당연히 상대평가 과목에 비해 적은 노력으로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서울 소재 중위권 대학이 지원 가능선인 학생들은 한국사에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결론, '모두의 전략 과목'은 없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의 차이가 줄어들고 있고, 대학별 반영비율에 따른 유불리가 조금 더 세분화됐다. 조금 더 섬세한 입시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모두가 동일한 학습계획을 수립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

기존까지 영어는 인문계열에서 가장 큰 변별력을 갖는 영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절대평가 도입으로 그 변별력을 상실하면서, 학생들은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을 다른 영역, 다른 과목으로 분산 투자했다. 그 결과는 전 영역에 걸친 학습 완성도의 증가이며, 이는 등급컷 상승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사실 국어/수학/탐구 세 영역으로 변별되는 현행 입시에서 더 이상의 특별한 '전략 과목'은 없으며, 세 영역의 완전한 학습이 더욱 중요해졌다. 실력을 뛰어넘는 입시는 없고, 역량을 뛰어넘는 전략은 없다. 본인의 학습 완성도가 발판이 되어야 입시 전략이 그 빛을 발한다.

입시 쟁점들을 알고 이해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의미는 그것들을 향후 학습 계획에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려있다. 이런 입시 이슈에 매몰되어 본인의 학습을 게을리 하거나, 전략적 요행으로 학습의 부족함을 덮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6월모평 이후부터는 입시적인 고민을 충분히 하되, 전제 조건은 내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원서는 내 점수로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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