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분량축소, 추천서 폐지'..'학생부 현행 유지' 정책숙려 취지 무시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2022학년 대입부터 학생부종합전형의 주요 평가자료 가운데 하나인 자기소개서를 폐지하는 대신 문항당 500~800자 분량으로 축소하고 사실기록 중심 개조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교육부는 13일 실시한 제6차 대입정책포럼에서 학종 공정성과 선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추천서를 폐지하고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학종 평가기준을 공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2학년까지 적성고사를 폐지하고, EBS교재가 교과서를 대체하는 수업파행 등 부작용을 고려해 수능 EBS연계율을 50%까지 축소한다. 과목별 특성에 따라 간접연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EBS연계 축소로 사교육 시장이 반색을 띨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왔다. 포럼은 5월31일 국가교육회의가 확정한 대입개편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돼 교육부 결정사항으로 넘어간 사안들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문제는 교육부가 결정할 자소서/추천서 추진안이 전날 '학생부 개선' 정책숙려제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12일 시민정책참여단의 숙의 결과 발표한 학생부 개선안은 기재항목을 줄이고 기재분량을 축소하자는 교육부의 간소화방침에 제동을 건 결과였기 때문이다. 대학 한 관계자는 "정책 숙려제의 결과 학생부 기재는 현재 학종의 틀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교육부가 결정키로한 학종의 자소서 추천서 부분에서 다시 간소화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하루만에 정책 방향을 뒤집는 일이다. 이미 교육부가 방향과 틀도 정하지 않은 채 대입을 무분별하게 하청을 줄 때부터 우려해온 일이다. 무책임한 것을 넘어서 아예 생각이 없는 듯하다. 장관퇴진으로  끝날 게 아니라 교육부가 폐지돼야 하는 이유를 하나더 수요자들에게 보여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학종의 가장 큰 흐름이 학생부이고 학생부 기재요령을 놓고 정책숙의 결과가 나왔다면 교육부는 학종 정책 방향과 취지를 수용했어야했다. 하루만에 자소서를 개조식으로 바꾸고 추천서를 폐지한다는 추진안을 내놓는 것은 도대체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미리 간소화의 틀을 짜놓고 애초 포럼을 추진하는 바람에 뒤집어진 정책숙려제의 결과를 중간에 틀기 어려웠다고 변명할진 모르지만 수요자들에게는 이랬다 저랬다 피로감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학생 학부모 교원 대학관계자 등 100명으로 구성된 시민정책참여단은 2주 간의 숙의 끝에 수상경력을 폐지하고 자율동아리 활동내용 기재를 금지하도록 한 교육부 최초안을 뒤집어 기재 유지의 결론을 내렸다. 학생부 기재는 학종의 가장 중요한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사안. 교육부역시 독자적 결정의 부담을 덜기위해 정책숙려제의 첫 대상으로 선정했다. 특히 학생부 기재에 대한 정책숙려제 결과는 그간 수상경력 항목을 폐지하자는 온라인상의 여론과 달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책참여단은 기재항목 축소는 물론 기재분량 축소에도 신중한 의견을 보였다. 애초부터 평가자료 축소를 반대해온 대학 관계자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 교원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정책참여단도 숙고 끝에 학종 간소화 칼날에 유보적 태도를 보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생부와 함께 학종 주요 평가서류인 자소서와 추천서를 축소/폐지한다는 교육부의 방침은 정책 일관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한 대학 관계자들은 자소서 분량을 축소한다고 해서 대필이나 허위작성의 우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교내 활동내용을 사실 나열식으로 기술한다면 학생부와 자소서의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추천서 역시 학생과 학부모가 열람할 수 없는 유일한 전형자료라는 점에서 폐지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포럼 말미에는 학종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간소화 일변도로 흐르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정선 연세대 책임입학사정관은 “학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공정성 투명성 객관성 등인데, 논의 중인 개선방안을 보면 학생부 기록을 단순화하고, 자소서와 추천서를 폐지하는 등 전체적으로 기록을 단순화하고 제출서류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며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단순화 방향이 오히려 학종 평가를 더 어렵게 하고, 평가를 더 모호하게 할 수 있다. 공정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오히려 공정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입학사정관으로서 학종이 공정하고 믿을만한 전형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자료를 얻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교육부는 13일 오후4시부터 한국방통대 서울지역대학 대강당에서 2022학년 대입개편 중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미포함 과제 논의를 위한 제6차 대입정책포럼을 실시했다. 5월31일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대입 개편 공론화 범위’를 발표하면서 일부 안건은 기술적 전문적 성격이 높은 사항으로서 교육부에서 결정할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공론화 미포함 과제로 교육부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은 ▲학종 공정성 제고 방안 중 대학 선발의 투명성 제고 ▲수능과목구조 ▲지필고사 축소/폐지 ▲면접/구술고사 개선 ▲수능-EBS 연계율 개선 등이다. 수능과목구조의 경우 지난달 29일 실시한 5차 포럼에서 논의한 내용으로 이날 안건에서는 제외했다. 발제는 강기수 동아대 교수가 맡았다. 한국교육평가학회 회장인 지은림 경희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토론자는 대학입학처장 2명, 입학사정관 1명, 교사 2명, 학생 1명, 학부모 1명, 교육평가전문가 1명 등 8명이 참여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주요 평가자료 가운데 하나인 자기소개서를 문항당 500~800자 분량으로 축소하고 사실기록 중심 개조식으로 개선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13일 실시한 제6차 대입정책포럼에서는 학종 공정성과 선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추천서를 폐지하고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평가기준을 공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의문 남긴 자소서 개선방안.. '사실중심 개조식 기술' 실효성은?>
4월11일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로 전달할 대입개편 이송안을 발표하면서 학종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형서류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대필이나 허위 작성 등의 우려가 있는 자소서를 폐지하고, 교사추천서는 학생부 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으로 대체할 수 있으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발제를 맡은 강 교수는 여러 의견을 검토한 결과 자소서는 폐지보다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회의의 부대의견과 정책숙려를 거쳐 학생부 기재사항이 간소화될 점을 감안해 폐지보다는 양식을 개선해 자소서를 전형자료로 유지하자는 의견이다. 강 교수는 “자소서를 폐지할 경우 대필이나 허위작성을 방지할 수 있고, 사교육 의존을 해소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학생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자소서 폐지로 인해 학생의 자기표현 기회를 제한하고, 대학 입장에서 대학별 학과별 특성에 맞는 학생 고유의 특성을 확인하는 데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소서 개선방안으로 문항당 1000자~1500자 분량 서술형 에세이 양식인 현행 자소서 양식을 문항당 500~800자 분량의 사실 기록 중심 개조식으로 작성할 것을 제안했다. 중요한 사실이나 대학에 드러내고 싶은 내용을 사실 위주로 기록하는 것이다. 자소서가 학생의 글쓰기 능력에 좌우되지 않도록 하고, 분량을 줄여 작성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강 교수는 “개선된 자소서를 활용하면 면접에서 자소서 내용의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필이나 허위작성 등 부정사례를 제재하기 위한 조치도 강화한다. 기존 ‘0점 처리’에서 ‘의무적 탈락 또는 입학취소 조치’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정선 연세대 책임입학사정관은 개선안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다. 박 사정관은 “자소서 양식 개선방안으로 제시한 글자 수 축소와 사실중심의 개조식 작성에 관련해서는 몇 가지 의문이 든다”며 “이미 학교생활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활동들은 학생부에 기록하고 있다. 학종 평가에서 자소서가 갖는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가 학생부에 기록된 여러 가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성취과정이나 동기, 이로 인한 발전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자소서도 사실 중심 개조식으로 작성한다면 학생부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자소서를 사실 위주로 작성하고, 글자 수를 줄인다고 해서 대필이나 허위 기재와 같이 우려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박 사정관은 대학별 자율문항인 4번문항도 공통문항으로 통일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자소서 폐지는 꾸준히 거론됐던 사안이지만 번번이 대학과 교육현장의 반대에 부딪혔던 사안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입전형 서류로서 자소서는 학종을 운영하는 대학 150곳 중 79%인 116곳에서 제출을 요구한다. 많은 대학이 자소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마다 다른 양식으로 인한 학생들의 작성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육부와 대교협은 2010학년부터 공통양식을 마련해 활용하고 있다. 공통문항은 1번부터 3번까지 3개 문항이며 대학에 따라 자율문항인 4번 문항을 추가해 활용하기도 한다. 자소서에 외부 수상실적을 작성할 경우 0점 처리하며, 올해 입시부터는 부모직업도 기재할 수 없다. 

국가교육회의는 자소서 폐지의 경우 반대 의견이 상당히 제기되고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좌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자소서는 학생이 자신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기회이며, 대학에는 판단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입학처장협의회는 대학 간 입장차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대학 자율에 두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추천서 폐지, 신중론.. ‘학생 학부모 열람불가능한 유일한 전형자료’>
반면 교사추천서는 대입 단순화와 공정성 차원에서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강 교수는 “교사추천서는 자소서와 마찬가지로 대학별 학과별 특성에 맞는 학생 고유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전형자료지만, 교사 간 추천서 기재수준이 달라 학생의 대입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추천서를 폐지할 경우 대입에 미치는 영향력을 축소해 공정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학처장협의회는 여러 대학이 추천서 폐지에 찬성의견을 보였다고 전했지만 추천서 자체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박 사정관은 교사들의 추천서 작성부담을 생각하면 폐지도 고려해볼만 하지만 ‘공정성’ 차원에서 추천서를 폐지하는 주장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박 사정관은 “일반적으로 학종 서류평가와 같은 정성평가에서 공정한 평가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와 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며 “추천서를 폐지하는 것이 어떻게 공정성을 위한 것인지 답해주길 바란다”고 반문했다. 

추천서가 가진 장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사정관은 “학생부의 여러 항목들을 통해 어느 정도 교사들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와 같이 학생부의 모든 기록이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노출되고, 기록이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기록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앞서 논의한 것처럼 자소서는 허위 기재와 대필이 가능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갖는 반면, 추천서는 교사들이 갖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소서가 갖는 문제점에 대한 최소한 방어 장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폐지를 전제하기보다는 보다 간단하게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자소서와 추천서를 연계해 추천서를 통해 자소서를 확인하거나 학생부 일부 항목을 비공개로 전환해 추천서로 기능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추천서를 학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항목으로 대체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박정환 강원고 교사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추천서로 갈음하되 학생과 학부모에 노출되지 않게끔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실제로 강원지역에서 한 고교생이 자신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공감능력이 부족한 편’ 등과 같이 단점이 작성된 것을 보고 이를 정정해 달라며 담임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으나 패소한 사례가 있다”며 “사실에 부합하며 절차적 하자가 없는데도 대입에 불이익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무분별한 정정을 허용한다면 오히려 학생부의 신뢰도가 덜어지고 판단자료로서 가치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자소서 축소 ‘하루 전 숙려결과와 배치’.. ‘정책 비일관성 논란’>
자소서를 축소하고 추천서를 폐지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은 하루 전 발표한 정책숙려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비판을 낳았다. 12일 교육부가 공개한 학생부 개선 정책숙려 결과는 예상과 달리 대학 관계자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 교원들도 학생부 기재항목을 축소하는 데 반대의견을 표했기 때문이다. 정책숙려제 1호 안건으로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이 선정되면서 여론으로 대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2주 간의 숙의 결과 학생과 학부모 역시 학생부 기재항목을 축소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은 셈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평가자료를 간소화하는 것이 학종 선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아니라는 사실이 숙의결과에서도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를 교육부가 직접 발표했음에도 하루 뒤인 포럼에서는 학종의 전형자료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정책 일관성 시비를 불러왔다. 

당초 대입개편의 핵심인 학생부 개선은 정책숙려제 대상에 포함하고, 자소서와 추천서는 교육부 결정사항으로 분리해 결정한 것부터 정책엇박자라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이다. 지난해말 교육부는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학생부 기재항목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뒤, 학생부와 함께 학종 주요평가 서류인 추천서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연계해 폐지를 밀어붙이려 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 교육 전문가는 “학생부 기재사항 간소화와 추천서 폐지는 따로 떨어뜨려 볼 사안이 아니”라며 “추천서는 이미 폐지 압박을 넣으면서 학생부 기재사항만 숙려대상으로 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이 이미 한 차례 제기된 상황에서 교육부가 학종평가에서 추천서보다 활용도가 높은 자소서를 학생부와 분리해 논의한다는 것은 비판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행보인 셈이다. 특히 학생 학부모가 열람할 수 없는 전형자료로서 가치가 있는 추천서의 경우, 학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항목을 비공개로 전환해 추천서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상황인 탓에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크게는 현재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는 2022학년 대입개편 역시 분리해서 논의해선 안 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또다른 교육 전문가는 “대입이라는 큰 틀에서 논의해야 할 사항을 ‘교육부 따로, 국가교육회의 따로’ 논의하도록 한 점이 우려스럽다”면서 “대입에서는 어떤 요소도 독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크든 작든 어느 한 가지 쟁점이 바뀌면 나머지 요소 또는 전체 틀에 영향을 미치는 유기적 관계”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엇박자 대입안이 나올 가능성이 더욱 커진 양상이다. 

<수능, EBS연계율 ‘50% 축소’ ‘간접연계 전환’>
수능 EBS연계율은 50%로 축소하고 과목 특성에 맞춰 간접연계로 전환할 것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EBS 연계정책을 폐지하더라도 다른 문제집으로 문제풀이 수업이 우려되므로 전면 폐지에 따른 실익은 적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간접연계 전환을 통해 EBS교재에 나온 영어지문을 암기하는 등 교육과정을 왜곡하거나 단순 암기식으로 학습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능 EBS연계는 EBS교재가 교과서를 대신하는 등 수업파행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사안이다. 교육현장에서는 EBS연계율 70%로 인해 고3 수업과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오래 전부터 나왔다. 하지만 EBS연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농어촌 도서벽지 등 취약지역에서는 TV를 통해 손쉽게 수능시험을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EBS연계의 도입취지와 강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EBS연계율 축소로 사교육 시장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EBS 연계율이 달라질 때마다 사교육 주가가 출렁일 정도로 EBS연계율 축소는 사교육을 확대한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에는 EBS연계를 70%로 고정하지 않고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 이후 모 사교육 업체 주식이 주당 5만15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EBS연계율의 축소/폐지가 사교육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사례다. 

토론자인 계명대 박찬호 교수는 EBS연계가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와 엇박자라는 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EBS연계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학생 참여형 수업, 과정 중심 평가의 안착에 있어 큰 걸림돌”이라며 “EBS연계율을 낮추고 간접연계 방식으로 전환하는 대안이 아니라 EBS교재 연계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시문기반 면접 폐지 ‘합의점 도출 어려워’.. ‘적성고사, 폐지되나’>
제시문기반 면접을 폐지하고 학종에서 학생부 기재내용 확인면접만 실시하자는 안건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교육부가 공개한 교육회의 이송안에서는 면접/구술고사 개선방안으로 학생부 기반 맞춤형 확인 면접을 원칙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공통문항을 출제하는 제시문 기반 구술고사는 가능한 지양하고, 부득이한 경우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 내에서만 출제하는 안이다. 

강 교수는 제시문 기반 구술면접 폐지여부에 대한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학생부담을 완화하고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생부 기반의 확인용 면접 외에 제시문 기반 구술고사는 폐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행학습금지법 제10조 및 고등교육법시행령 제35조를 개정해야 한다. 다만 강 교수는 “구술면접은 법령상 허용사항이기 때문에 폐지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대학의 자율성 침해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2안은 공통 문항을 출제하는 제시문 기반 구술고사는 가능한 지양하고 부득이한 경우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 내에서만 출제하는 안이다. 2안은 사실상 현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선행학습금지법 위반을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선포한 수준에 불과했다.  

박 사정관은 “구술면접으로 인한 장점과 단점이 모두 타당하기 때문에 두 가지 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보다는 각 대학 특성에 맞게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며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박 사정관은 “토론자로서 한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면 수능최저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학종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경우에는 학생부 확인면접(1안)만 실시하고,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 제시문면접(2안)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성고사는 교육부 이송안대로 폐지를 주장했다. 교육부의 이송안은 2022학년부터 대학별 객관식 지필고사(적성고사) 시행을 금지하도록 명시했다. 강 교수 역시 대입 단순화 차원에서 적성고사를 폐지하자는 의견이다. 강 교수는 “교육부는 학생 부담과 대입전형료 인상 요인 등 문제점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적성고사 억제를 유도해왔다”며 “적성고사 문항이 사실상 수능과 유사하고,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성고사는 내신성적과 적성고사성적을 합산해 선발하는 방식으로 교과전형으로 분류돼있긴 하지만 적성고사 실질 반영률이 높아 교과전형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 표준전형체계에도 혼란을 줄 수 있는 등 다양한 의견을 고려해 대입전형기본사항을 개정, 적성고사를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적성고사전형을 운영하는 대학 중 하나인 가천대의 이재희 입학처장은 적성고사 폐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이 처장은 “적성고사는 시행 대학의 여러 전형 가운데 매우 높은 지원율을 보이는 전형이다. 특히 대입 준비를 늦게 시작했지만 수도권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다수 중위권 수험생들에게 매우 유용한 진학 기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적성고사는 수험준비를 위해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고 사교육부담도 크지 않아 고교 교육과정을 잘 이수하고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손쉽게 준비할 수 있는 수시전형으로 효용이 매우 높다”며 “중위권 수험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학진학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고, 뒤늦게 수험 준비를 시작한 많은 학생들을 위해 소중한 대학 진학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입 전형별, 고교유형별 신입생 정보공개.. ‘대학알리미 개선될까’>
강 교수는 선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대학의 평가기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알리미를 통해 대입 전형별로 신입생 고교 유형별 지역별 정보도 공개하자는 의견이다. 교육부가 교육회의로 보낸 이송안에 담긴 내용과 동일하다. 다만 당시 교육부가 제시한 공개 항목 중 하나인 모범사례 공개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입학처장협의회는 세부적인 평가기준이나 모범사례를 공개할 경우 맞춤형 사교육 컨설팅이 나타날 수 있으며, 모범사례보다는 탈락사례 공개가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탈락사례나 부정사례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박 사정관은 “‘대학별 부정적 감점 사례’ 공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발제자가 지적한대로 긍정적 사례를 공개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긍정적 사례를 공개하는 것에 비해 부정적 사례를 공개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입시에서 합격은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 사례에 포함되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으면 합격할 수 있는 것이 입시”라며 “긍정적 사례든 부정적 사례든 입시와 관계된 사례 공개는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대학 현장에서 수년간의 학생 선발 경험이 담긴 지적이다. 부정적 사례를 언급할 경우 사례에 포함된 지원자가 반드시 불합격한다는 보장은 없으며, 만약 사례와 유사한 학생이 합격하거나 합격했다면 선발결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교육부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는 현재도 대학 신입생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등록현황은 개별전형이 아닌 전형유형별로, 신입생 출신고교는 전형 구분 없이 대학 전체현황만 공개한다. 강 교수는 유의미한 정보공개를 위해 세부 대입전형별로 입학생 고교유형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학마다 전형별로 신입생 고교유형별 정보를 공개하고 현재 ‘자율고’로 분류돼있는 항목은 자사고와 자공고로 재분류해 공시할 것을 지적했다. 다만 지역별 정보는 지역간 서열화 조장 등의 문제를 고려해 개별지역이 아닌 ‘특별시, 광역시, 중소도시, 읍면기타’ 등 유형별 분류수준으로 공시한다. 

대학알리미 공시항목 가운데 하나인 ‘신입생 출신고교 유형별 현황’의 자율고 유형분리는 본지가 끊임없이 지적해온 사안이다. 교육당국은 수요자의 통념을 고려하지 않고 관련법을 기준으로 만든 유형분류를 고집해왔다. 교육부의 고교유형 분류기준은 초중등교육법의 분류체계를 따른 것으로, 자율고는 교과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한 자사고와 자공고를 포괄하는 고교유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자율고 분류가 수요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정보와 격차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자공고와 자사고는 공립 사립 등 설립유형의 차이 외에도 학생선발 방식과 대입실적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자공고는 일반고에 교육과정 운영 자율성을 부여한 고교유형으로 학생선발권이 없는 반면, 자사고는 단계별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특히 서울지역 자공고는 과거 명문고를 중심으로 지정된 지방 자공고와 달리 교육 취약지역에 설립된 일반고가 전환된 사례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일반고에도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무의미한 분류라는 지적까지도 나오고 있다. 본지가 자율고에서 자사고와 자공고를 분리해 자공고를 일반고로 분류한 배경이다. 

학종 평가 공정성을 위해 사정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나왔다. 교육부는 4월 평가자간 신뢰도를 담보하기 위해 다수 입학사정관제 평가를 의무화하고,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평가 전 지원자와 관계가 있는 사정관을 회피/제척하는 시스템을 의무화할 것을 제안했다. 입학처장협의회는 현재도 2인 이상의 사정관이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전형요강 등에 명문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회피/제척 시스템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친인척 적용의 범위나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문제 등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계명대 박찬호 교수는 사정관 수를 늘리는 데 주목하기보다는 사정관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봤다. 박 교수는 “다수 입학사정관 평가제는 평가 원칙에 부합하는 것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며 “문제는 다수 평가제라는 방식의 도입여부보다는 사정관의 평가 전문성 강화, 평가자간 불일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전임사정관 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박 교수는 “국내대학은 위촉사정관의 비중이 높아 평가자로서 전문성에 편차가 있고, 심사 과정에서 평가자를 상시 점검하는 체계를 갖추기도 어렵다”며 “다수 평가제, 회피/제척 의무화 등 조치와 함께 장기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전임사정관 수를 증가시키려는 노력 등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입에서 부정비리가 확인될 경우 부정 입학생의 입학취소, 대학에 대해 행/재정 제재, 관계자 고발 및 중징계 요구 등 엄정한 처벌에 대해선 대체로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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