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뺑뺑이'로 결정된 시민 550명이 '4문항 각5점척도' 점수 매겨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10일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참여단 구성 발표를 두고 교육계에서 맹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시민참여단 550명을 결정, 약 2주간의 습득 및 토론을 통해 결과를 대입개편특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시민참여단은 무작위 전화통화를 통해 참여를 수락한 일반시민 가운데 지역과 성별 나이 등을 공평하게 배분해 결정됐다. 참여단은 네 가지 시나리오에 각 5점 만점 점수, 즉 0~5점 사이의 점수를 매긴다. 결과는 대입제도개편 권고안의 토대가 된다.

교육계는 대입정책을 향한 정부시각이 무책임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 대입정책은 국가를 이끌어갈 백년지대계인 교육과 한 궤로 굴러가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지난 대선 때 거론된 '국가교육회의'가 정권교체와 관계 없이 전문가들로 구성, 정책을 만들어 하달하는 방식이라는 데 환영의 목소리가 높았다. 전문가에 의해 흔들림 없는 입시가 지속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다. 반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입개편 공론화는 일반시민들이 단 2주 만에 점수 매기기 방식으로 정책결정의 방향을 좌우하게 한다는 데 포퓰리즘 경향이 크다. 교육정책 대입정책을 인기투표로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관계자는 "시민참여단 구성을 전화 뺑뺑이 돌려 '하실래요?'라 묻는 식으로 구성했다니 어이가 없다"며 "이들이 2주간 동영상 보며 설명 듣고 결정한 결과를 과연 반영할 것인지 의문이다. 이미 결정된 사안에 '쇼'하는 건 아닌가"라고까지 맹비난했다.

실제로 2022대입개편은 네 차례에 걸친 국민대토론회에서도 지지 성향에 따른 입장차만 드러내며 논의가 합의에 이르기보다는 치열한 여론전으로만 치달으면서 공론화 방식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는 실정이다. 공론화 방식으로 교육정책을 결정할 경우 장기적인 교육 가치를 고려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궁극적인 교육 지향점에 대한 논의 없이는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입시 뜯어고치기'의 재현일 뿐"이라 비판했다. 공론화 방식보다는 교육 전문가들의 심도깊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공론화위원회는 8월초까지 공론조사 결과를 정리한 후 대입개편특위에 제출한다. 대입개편특위는 공론화 결과를 바탕으로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마련하고 국가교육회의에 심의/의결을 요청할 예정이다. 국가교육회의의 심의/의결을 통해 확정된 최종권고안은 교육부에 제출될 예정이며 교육부에서는 이를 토대로 8월말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하게 된다.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시민참여단 구성이 완료됐지만 교육계에서는 2주 남짓한 숙의기간 동안 충분한 논의가 가능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의제를 둘러싼 여론전이 심화되면서 공론화 방식에 대한 의구심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사진='모두의 대입발언대' 홈페이지 캡쳐

<시민참여단 1,2차 숙의토론회 참여>
공론화위원회는 1,2차 숙의토론회에 참여할 시민참여단 구성을 위해 6월20일부터 전화로 대국민조사를 실시한 결과 550명의 참가자가 10일 선정됐다고 밝혔다. 시민참여단 선정을 위한 대국민조사는 19세 이상 국민을 모집단으로 실시했다. 성 연령 지역 등에 따라 2만명을 조사한 후 성, 연령, 대입제도에 대한 태도 등을 고려해 550명을 선정했다. 시민참여단 구성 분포는 남성 272명(49.5%), 여성 278명(50.5%)이다. 연령별로는 19세를 포함한 20대는 96명(17.5%), 30대는 94명(17.1%), 40대는 111명(20.2%), 50대는 109명(19.8%), 60대 이상은 140명(25.4%)이다. 

1차 토론회는 14일(서울 광주)부터 15일(부산 대구)까지 4대 권역에서 진행한다. 1차 토론회 추진방향은 '정보공유와 브레인스토밍'으로, 시민참여단에게 공론화 의제와 관련된 기본지식과 의견 공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시민참여단은 공론화 의의와 시민참여단 역할, 추진경과, 대입제도, 공론화 의제(시나리오)에 대한 설명 청취 및 발표자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와 의제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공유하게 된다. 습득/공유된 기본지식을 토대로 시민참여단은 소규모 분임토의를 통해 공론화 의제에 대해 브레인스토밍 방식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그 결과를 서로 공유한다. 1차 토론회를 통해 공론화 의제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관련된 다양한 입장을 이해한 후 온/오프라인 숙의자료 학습, 각종 토론회 영상자료 시청 등을 통해 2박3일로 이뤄지는 2차 숙의토론회를 준비하게 된다.

2차 토론회는 27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하는 2박3일로 마무리된다. 시민참여단은 네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각각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의견을 모으게 된다.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5점 척도로 각 시나리오에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분석/정리한 결과를 8월 초까지 대입개편특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대입개편특위는 내용을 정리해 국가교육회의로 제출한다. 

<2주 남짓한 숙의 기간.. 대입 고차방정식 풀어낼까>
시민참여단이 구성되긴 했지만 촉박한 일정 탓에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첫 번째 프로그램인 1차 토론회가 14일부터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2차가 마무리되는 29일까지 기간은 15일에 불과하다.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복잡한 대입방정식을 풀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촉박한 논의를 거쳐 나온 결과물이 교육 현장에서 얼마만큼 받아들여질지도 미지수다. 대입 개편이 현장에 미칠 변화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지 못해 전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현실화하기 어려운 안건을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현장에 발생할 부작용이 우려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문제점이 예상되는 안이 도출되더라도 여론을 방패삼아 밀어붙일 경우 교육계 전반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결정된 시민 참여단 의견을 수정하기에도 부담이 따른다.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해도 문제지만, 수용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또 다른 교육 전문가는 "시민참여단의 결정대로 실제 대입 전반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 현실적인 여건에 맞게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할 때 과연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수정을 시도하면 '공론화 작업은 왜 거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제 작성그룹별로 대표자를 추천받아 공론화 의제 협의회를 구성했지만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 참여한 시민단체와 교육전문가 등이 공론화 과정에 불만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현행 공론화 과정에 대해 비판하며 공론화에 불참한 상태다. 전교조는 "일반시민들이 1박2일과 2박3일 두 번의 숙의과정을 통해 대입제도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며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대입제도 개편의 기본방향을 포기하고, 공론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일반시민의 인기투표에 맡김으로써 정치적 부담이 약한 쪽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모든 결정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겨 정부와 교육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정치적 계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네 가지 시나리오.. 좁히지 않는 입장차 '피로감 극도'>
지금까지 네 차례의 국민대토론회를 실시했지만 입장별로 차이를 확인하는 데만 그쳐 이미 피로감만 가중된 상황이다. '국민대토론회'는 지난달 26일 충청권을 시작으로 6월28일 영남권, 7월5일 호남권/제주, 7월10일 수도권/강원 순으로 진행했다. 국민대토론회에서 수렴된 국민의견 역시 이번 시민참여단에 숙의 자료로 제공된다. 

토론회 주제가 된 네 가지 시나리오는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비율, 수능 평가방법,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를 조합했다. 대입 개편의 '뜨거운 감자'인 정시 및 학생부전형의 비율의 경우 '정시 확대'와 '대학 자율'의 안으로 구분된다. 의제1은 정시로 45% 이상 선발하는 안으로, 정시가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되는 경우다. 의제4 역시 정시 확대 안이지만 세부적 비율을 명시하진 않았다. 의제2와 의제3은 대학 자율로 두고 있긴 하지만 의제3이 수능을 상대평가로 유지하고 있어 정시가 다소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전형으로 치우치는 것을 제한하는 단서를 달고 있다는 점도 정시 확대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수능 평가방법에서 상대평가 유지가 3개,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이 1개로 갈리면서 상대평가에 방점이 찍혔다. 상대평가로 수능 변별력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정시 확대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수능최저 활용 여부는 '대학 자율'로 기운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을 따져보면 현행보다 기준 강화가 불가능하도록 하거나, 지원자 전공/계열과 관련 있는 영역으로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차이를 둔 의제도 있다. 

네 가지 의제를 두고 교육단체들의 여론전도 치열하다.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마지막 국민대토론회가 열린 10일 서울교육청 교육연수원 앞에서 '대입제도 공론화 의제 정시 45% 확대안지지 기자회견'을 실시하기도 했다. 공정모임은 "내신이 좋지 않은 재학생, 재도전 하는 재수생, 검정고시생, 만학도에게 목표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의제1을 지지했다. 반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전교조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실시하며 맞불을 놨다. 전교조는 "수능은 주입식 수업과 암기, 문제풀이 중심의 낡은 학습방법을 강요하는 학교교육 왜곡의 주범이 되고 있으며, 높은 사교육비를 유발해 계층 간불평등을 확대하는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첨예한 대립은 지난해 연말부터 네 차례 실시된 대입개편포럼과 국민제안 열린마당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논의가 합의점에 다다르기보다는, 학종-수능 적정비율을 둘러싼 극명한 대립만 확인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공청회에서는 여전히 줄세우기 식 수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2015개정교육과정이 이미 학교 현장에서 실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 대입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며 "개편할 제도가 적용될 학생들은 현재 중2학년 이하 학생들이다. 자유학기제 등을 통해 학교 수업과 평가방식이 바뀌고 있는데 수능을 확대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능 문제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한 고등학생은 "수능수학에서 29~31번 문제는 변별력 문항이라고 한다"며 "나머지 문제는 모두 쉬운 문제로 출제해 쉬운 문제 중 하나라도 실수하면 무조건 재수를 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두가 풀 수 있는 문제와 모두가 풀기 힘든 3문제를 두는 것이 정당한지 모르겠다"며 "수능 난이도 조정과 개혁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수능의 공정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성남에서 온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는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어떤 교육제도를 도입해도 학종처럼 좋은 취지가 왜곡될 것"이라며 "수능이 완벽한 체제는 아니지만 지금 현실에선 상당기간 유지돼야 하고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또 다른 학부모는 "학종은 내신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에게 유리한 선발제도"라며 "아무리 성실한 학생도 결코 합격을 담보할 수 없다. 고액 컨설팅까지 받아 지원한다고 해서 선발될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공론화 방식 의구심 심화.. 혼란만 가중>
찬반 대립 양상만 반복되면서 교육 정책을 공론화 방식으로 정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여론전으로 치달으면서 '모두의 대입발언대' 사이트는 댓글/문자의견 전체 개수를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공개 돼있던 정보를 갑작스레 비공개로 전환한 데 대해 반발의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 구성 시점에 맞춰 전환을 예정하고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굳이 공개하고 있던 정보를 도중에 차단한 데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공론화 방식의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 문제에 얽힌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원전 찬반 등의 문제와는 결이 다르다는 얘기다. 교육열이 강한 한국에서 공론화 방식으로 교육정책을 결정할 경우 장기적인 교육적 가치를 고려한 선택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개인에게 선택을 맡길 경우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에 따라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정시에 유리한 학생을 둔 부모라면 정시를 지지할 것이고, 정시에 자신이 없는 아이 학부모라면 수시를 지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그렇다고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은 교육정책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전으로 사안이 결정될 경우 단순히 눈앞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장기적인 교육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론화 방식보다는 현장 교육전문가들의 장기간 치열한 토론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최근 대입개편을 둘러싼 논의에서 교육적 가치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는 드러난다. '공정성' '신뢰성'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교육 지향점에 대한 논의 없이는 결국 지난 정권에서 되풀이 된 입시 뜯어고치기와 다를 바 없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미래 인재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 풀이로는 기를 수 없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학종이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당초 학종 도입 시 논의됐던 '미래 교육'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단순히 전형 비율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논의가 치환됐다"고 지적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 차가 크다보니 공론화를 통해 국민합의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시/정시 비율 문제가 대표적이다. 32개 교육단체가 속한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는 "수시/정시 비율을 정하자는 주장은 애초 일부의 정시확대 요구 때문에 대두된 것으로, 학부모간에도 계층별/지역별 이해관계가 충돌한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