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축소 26.6%

[베리타스알파=나동욱 기자] 좋은교사운동이 475명의 초/중/고 교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현장 교사들은 수능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교사들 가운데 75%가 수능 절대평가를 찬성했다. 수능 절대평가 지지는 학교급에 관계없이 초/중/고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최근 불거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수능 비율논쟁에 대해서는 학종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개선해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축소해야 한다는 반응보다 월등히 많았다. 학종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전체 응답자의 26.6%에 불과했다. 이처럼 일방적인 결과가 나온 것은 학종이 수업에 불러온 변화들 때문으로 보인다. 학종으로 인해 수업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응답한 비율은 ‘매우 동의한다’와 ‘약간 동의한다’를 더했을 때 76.1%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학종에 대한 교사들의 강한 지지와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찬성의 뜻을 재확인시켜 준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최근 국가교육회의가 제시한 4개 시나리오 가운데 2번 의제와 맞닿아 있다. 2번 의제는 대학이 전형비율을 자율설정하고 수능에는 전 과목 절대평가를 도입, 수능최저도 활용 가능토록 하는 방안”이라며 “대학에 자율권이 있는 전형비율을 강제조정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사안이다. 남은 건 대학에 전형비율 조정 관련 자율권을 준 의제2와 의제3 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객관식 시험의 폐해를 몸소 체험한 교사들이 의제2에 쏠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2022대입 개편에 대한 현장교사들의 의견은 의제2로 쏠리는 모양새다. 9일 좋은교사운동이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수능 절대평가, 학종 확대/유지 등에 관한 찬성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사진=충남교육청 제공

<수능 절대평가/상대평가? 절대평가 ‘압도’>
기독교계 교사 단체 연합인 좋은교사운동은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초/중/고 교사 4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입공론화 의제 관련 현장교사 설문조사’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참여한 교사들 중에서는 고교 교사가 18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초등학교 교사 167명, 중학교 교사 113명 순이었다. 나머지 14명은 기타 인원으로 분류됐다. 지역별로는 경기지역 교사가 34.2%로 가장 많았고, 서울 16.9%, 인천 6.8% 등의 순이었다. 이외 지역들은 대부분 3~4%대를 오갔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울산 세종 제주 등의 교사들은 1% 내외를 차지했다.

가장 먼저 주어진 질문은 ‘수능 절대평가’에 관한 것이었다. 수능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근거를 각각 제시한 후 어느 입장에 찬성하는지 묻는 방식이다. 절대평가를 찬성하는 근거로는 ▲상대적 서열을 가리는 점수에 의한 과잉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 ▲오지선다형 EBS 문제풀이 위주의 수능이 배움의 질을 저하시킨다 등이 제시됐다. 상대평가 찬성 근거는 ▲수능이 가장 공정한 평가 방법이다 ▲절대평가가 되면 변별력이 약화된다였다.

교사들은 절대평가를 단연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들 가운데 75%가 수능 절대평가를 찬성한 ‘압도’적인 모습이다. 수능 상대평가를 찬성하는 의견은 21.8%에 그쳤으며, 나머지 3.2%는 기타 의견이었다. 

학교급에 관계없이 수능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현장 교사들의 의견은 공고했다. 중학교와 고교 교사들의 73.5%가 수능 절대평가를 찬성했으며, 초등학교 교사들은 76%가 절대평가를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능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고교 교사들보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절대평가 찬성이 더 높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절대평가/상대평가에 대한 기타 답변에서도 절대평가를 찬성하는 입장이 전반적으로 많았다. “4차산업에 대비하는 시대적 요구에 수능이 적합한지 의문이다”라는 의견이나 “수능 자체가 배움의 질을 저하시킨다. 객관식 시험은 의미없다” 등이 절대평가를 찬성하는 이유였다. “국어 수학만 상대평가 하고 나머지 과목은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절대평가 확대 의견도 일부 존재했다. 

이처럼 수능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현장 교사들이 많은 것은 수능의 단점들 때문으로 보인다. 그간 교육계는 단 한 문제로 당락이 뒤바뀌는 수능 제도가 정확한 실력측정 수단이라고 볼 수 없으며, 미래사회나 4차 산업혁명 대비에도 적합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시했다. 한 고교 교사는 “수능은 절차적인 공정성에서 보면 분명 훌륭한 시험이다. 하지만, 교육적 의미에서 보면 상당히 바람직하지 못한 시험이라고 봐야 한다.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엇갈리며, 시험 당일 컨디션 등에 크게 좌우된다는 데서 실력측정에도 적합하지 못하다. 학교교육이 중심이 된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수능을 폐지하거나, 절대평가로의 완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종이 가져 온 현장변화.. 76.1% 동의>
‘학종이 도입됨에 따라 과거의 획일적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에서 학생의 다양한 능력을 계발하는 방향으로 학교교육의 내용이 변화돼왔거나 앞으로 변화돼가는 추세’라는 주장에 대해 현장 교사들 대다수는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매우 동의한다는 반응이 42.3%였으며, 약간 동의한다가 33.8%였다. 76.1%의 교사들이 학종이 가져 온 현장변화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능 절대평가와는 달리 학종 현장변화 관련 설문에서는 고교 교사들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고교 교사들 가운데 현장변화에 매우 동의한 사례는 48.1%로 절반에 육박했으며, 약간 동의하는 의견도 30.9%로 많았다. 반면, 초등학교는 매우 동의한다가 37.1%, 약간 동의한다가 32.9%로 합산 70%를 기록, 79%의 비율을 보인 고교 교사들에 비해 정도가 낮았다. 학종이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학교급이 고교라는 점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장변화에 대한 인식과 관계없이 학종에 대한 ‘우려’는 일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타 의견을 살펴보면 “기본 취지는 좋지만 너무 많은 수의 학생을 평가하는 교사에게는 개별화된 과목별 성취상황을 기록하는 데 한계가 있다”거나 “동아리활동이나 수상경력 등을 학생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기에 전면적 개선이 필요한다”는 의견이 눈길을 끌었다. “학교활동을 기록해야 하는데, 기록을 위해 학교활동을 하는 교육 역전현상이 매우 심각하다”는 의견이나 “사회구조와 시민사회 수준을 바꾸지 않는 한 경쟁은 피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도 존재했다. 

<학종 어떻게 해야 하나? 유지/확대 58.2%>
현재 대입에서 학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동아리/봉사 등 비교과활동의 과열, 교사 기록의 과장이나 허위 등이다. 좋은교사운동은 학종을 지지하는 입장은 문제점을 개선해 유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구했다. 

교사들의 의견은 학종을 유지/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모양새다. 학종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39.7%에 그친 반면, 학종을 개선해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31.6%, 학종을 개선해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26.6%를 각각 차지했다. ‘개선’이란 전제가 있긴 하지만, 현재보다 학종을 늘리거나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8.2%로 절반을 넘긴 것이다. 

다소 의외인 것은 학종 확대에 대한 요구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교 순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교사들 중 38.3%가 학종확대를 지지한 반면, 고교에서는 26.5%로 다소 그 비율이 낮았다. 고교 교사들은 확대보다는 유지 쪽을 택한 사례가 더 많았다. 43.6%의 고교 교사들이 학종을 개선해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반면, 초등학교 교사 중 학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30.5%에 그쳤다. 

이처럼 고교 교사들이 학종확대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학종의 문제점들을 직접 체험한 당사자들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타 답변을 보더라도 “학종을 개선하려면 사회의식 수준부터 바뀌어야 한다”거나 “교사들도 필요없다고 여기는 기록들이 있다. 그런 부분을 줄이고 의미있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사들의 의견 반영이 중요하다”는 등 학종에 대해 느낀 부정적인 면을 솔직하게 짚은 사례들이 눈길을 끌었다. 

<수능최저 폐지 과반수.. 51.7% 선택>
현재 수시에서 학업역량을 검증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에 대해서는 다소 첨예한 대립이 발생했다. 수능최저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1.7%로 과반수를 넘긴 가운데 수능최저 유지 의견이 30.4%였고, 수능최저 완화 의견도 16%나 됐다. 수능최저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의견과 그 외의 의견들로 나눠보면 차이가 크지 않았다. 

수능 절대평가는 수능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수능최저 완화나 유지는 일정수준 이상의 영향력을 담보하는 성격이기에 대치되는 상황. 교사들이 수능최저 완화/유지를 선택하며 수능최저가 당장은 존재해야 한다고 본 것은 대입전형의 성격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기타 답변을 보면 “학생부교과전형(교과전형)에 한정해 최저기준이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했다. 현 대입에서 교과전형은 고교 체제가 상이한데도 불구하고, 교과성적을 정량평가하는 전형이기에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 학종이나 논술 등은 의대와 같은 특정 모집단위가 아닌 이상 수능최저 없이도 선발이 어렵지 않은 전형이지만, 교과전형은 수능최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소 높다는 것을 교사들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 2022 대입개편 의제2 '가닥'>
현재 정부는 2022학년 대입개편을 놓고 4개 시나리오를 제시한 상태다. ‘의제’로 불리는 각 시나리오는 ▲수능/학생부 전형 비율 ▲수능 평가방법 ▲수능최저 활용 여부의 3개 요소로 이뤄져 있다. 

의제들의 면면을 보면 의제1은 정시45%이상 선발에 수능 상대평가, 수능최저는 대학 자율로 구성된다. 의제2는 전형비율을 대학자율에 맡기고 수능을 전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하며, 수능최저를 현행보다 강화하지 않는 선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의제3은 의제2와 유사하지만, 수능최저를 학종이나 교과전형의 취지를 반영하는 수준에서 설정하며 지원자의 전공/계열 유관 영역으로 적용범위를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하여 수능을 상대평가로 남겨놓는다는 점에서 의제2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남은 의제4는 정시를 확대하고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며, 수능최저는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식이다.

폐지와 완화/유지로 의견이 팽팽한 수능최저 관련 내용을 제외하고 보면, 교사들의 의견이 몰린 수능 절대평가, 학종 유지/확대는 의제2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제2는 4개 의제 가운데 유일하게 수능 절대평가를 담고 있는 데다 전형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기게 됨으로써 사실상 학종 확대/유지 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능이 절대평가화 되면 그만큼 수능의 변별력이 낮아지게 되고, 대학들이 선발 수단으로 활용하길 꺼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의제2에는 단서로 ‘특정 전형에 대한 과도한 치우침을 지양’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면 현재 비중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울 것이란 게 정설이다. 

현장 교사들은 4개 의제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정부의 ‘나열식’ 대입개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나마 의제2가 나은 방향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는 모양새다. 한 고교 교사는 “이미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수능 절대평가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개정 교육과정은 수능 상대평가가 이어지는 이상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라며 “유일하게 수능 절대평가를 포함하고 있는 의제2를 선택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여기서 만약 정시를 확대하는 길로 회귀한다면, 지난 십수년간 교육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현장 교사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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