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혼란 중3’ 두고 ‘혁신교육 1세대’.. 경솔발언 ‘뭇매’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일반고와 자사고의 중복지원을 허용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외고 국제고도 일반고와 중복지원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헌재가 자사고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지만 외고 국제고도 자사고와 같이 가는 것”이라며 “중복지원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시도별 현황과 대응책을 점검한 뒤 고입 가이드라인을 4일 확정할 방침이다. 

공론화로 정해지는 대입개편 1세대가 될 중3학생들이 당장 고입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김 부총리가 보여준 경솔한 언행은 학부모들의 거센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김 부총리는 현 중3학생들이 혼란을 겪는다는 지적에 대해 “중3 학부모들이 아쉬운 생각을 하면서 ‘피해자’라고 하는데 피해자가 아니라 미래혁신교육의 1세대”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대체 학생과 학부모 입장은 생각이나 하고 말하는 것이냐”며 “전형적인 탁상행정가의 표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의 가처분 신청 인용과는 별개로 서울과 경기의 자사고 법인들도 해당 교육청에 고입전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고를 포함한 서울 23개 자사고 법인은 서울교육감을 상대로 5월30일 자사고의 전기 선발권을 박탈하고, 자사고 일반고의 이중지원을 금지한 올해 서울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제기했다. 하루 뒤인 5월31일에는 동산학원 청심학원 등 경기의 자사고 외고 국제고 학교법인도 경기교육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고와 자사고의 중복지원을 허용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외고 국제고도 중복지원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현 중3들이 또다시 혼란을 겪게 될 것을 우려했다. 지난해까지 8~11월 전기모집을 실시했던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입학전형이 올해부터 일반고와 함께 12월로 바뀌면서 고입 지원전략을 다시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외고, 국제고 지원자도 '중복지원 허용'>
김 부총리는 2일 열린 취임 1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자사고 학생들이 2개 이상 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방침이 정해졌다”며 “4일 부교육감 회의를 소집해 (세부계획을)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고입 업무 담당자 회의를 거쳐 현황과 대응책을 점검한 뒤 4일 부교육감 회의에서 향후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헌재는 자사고와 일반고의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헌재가 고입 동시실시는 문제가 없지만 사후배정은 학생 선택권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헌재가 자사고가 낸 가처분신청 가운데 이중지원 금지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은 인용한 반면 자사고를 전기고에서 제외하는 내용에 대한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기 때문이다. 

고입 동시실시의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자사고가 냈지만 교육부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동일한 조치를 외고 국제고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김 부총리는 “판결은 자사고에만 해당되지만 외고와 국제고에도 동시에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자사고는 물론 외고와 국제고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일반고와 함께 지원하게 되는 셈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현 중3들이 또다시 혼란을 겪게 될 것을 우려했다. 지난해까지 8~11월 전기모집을 실시했던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입학전형이 올해부터 일반고와 함께 12월로 바뀌면서 고입 지원전략을 다시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불합격 시 일반고 배정에서도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는 지적까지 제기된 가운데 고입이 한번 더 바뀌게 되는 셈이다. 특히 중3학생들은 현재 논의 중인 2022학년 대입개편의 당사자이기도 한 탓에 급변하는 교육정책의 희생양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날 오찬간담회에서도 입시변화가 잦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부총리는 “(2022학년 이후) 새 교육과정이 도입되기 전에는 당분간 입시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입시도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육과정이 바뀔 순 있지만 당장 2015 교육과정을 적용받는 학생들은 입시의 큰 틀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현 중3이 치르게 될 2022학년 대입개편 공론화에도 신뢰감을 표했다. 김 부총리는 “결론 도출 과정은 굉장히 합리적일 것이고, 의사결정이 국민 의견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론화를 통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도출된 결론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대입-고입 이중혼란' 중3, 혁신교육 1세대?.. '경솔 발언, 뭇매'>
이 같은 혼란에 더해 김 부총리의 경솔한 발언까지 더해져 뭇매를 맞고 있다. 고입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책이 뒤집힌 가운데 김 부총리가 중3학생들을 두고 “피해자가 아니라 미래혁신교육의 1세대”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 중3은 1년 전 교육부의 수능개편 유예로 갈피를 못 잡는 대입개편의 첫 세대가 된다는 점에서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고입과 대입 정책이 모두 바뀌는 현 중3학생들이 혼란을 겪는다는 지적에 대해 “중3 학부모들이 아쉬운 생각을 하면서 ‘피해자’라고 하는데 피해자가 아니라 미래혁신교육의 1세대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가능하면 중3 학생들이 피해의식 없이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도록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을 접한 학부모와 교육계 관계자들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가의 전형적인 발언”이라며 분노했다. 중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입시가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입정책이 급변하고 있는데 교육당국은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은 안중에 없어 보인다”며 “충분한 숙고 없이 정책만 밀어붙인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경기 자사고, '중복지원 금지' 고입전형 취소소송>
서울 23개 자사고도 법적대응에 합세했다. 2일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에 따르면 자사고 법인 이사장들은 5월30일 자사고와 일반고의 동시선발을 담은 올해 서울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고교 입학전형은 시도교육감이 결정하기 때문에 서울교육감을 상대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낸 것이다. 하루 뒤인 5월31일에는 동산학원, 청심학원, 봉암학원 등 경기지역 자사고 외고 국제고 학교법인 8곳도 경기교육감을 상대로 수원지법에 입학전형 기본계획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자사고 측은 행정소송에 따라 지난달 19일 집행정지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입전형 3개월 전에는 고교 입학전형 실시계획을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헌재 결정에 따라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따라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논의 결과에 따라 서울행정법원도 집행정지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교육청은 자사고 지원자의 희망 자사고와 일반고 1~3지망을 고입 시작 전 미리 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한 자사고에서 탈락하더라도 이미 제출한 일반고 1~3지망에 따라 배정받을 수 있는 셈이다. 

자사고 측은 자사고 선발시기를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동고 교장인 오세목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장은 “이번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하지만 자사고 입시시기와 중복지원 허용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며 “이중지원을 허용하더라도 자사고와 일반고 입시를 같은 시기에 진행할 경우 일반고 배정일정 때문에 자사고 선발전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행정소송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내다봤다. 현재 서울외 시도의 자사고 법인들도 해당지역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외 지역 중에서는 자사고 탈락 이후 평준화 지역 일반고 배정이 금지된 지역도 적지 않아 해당지역 학교법인을 중심으로 고입전형 계획 취소소송을 낼 가능성이 높다. 

<자사고 일반고 '중복지원 가능'.. 동시선발은 그대로>
지난달 28일 헌재는 자사고 등과 일반고의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헌재 재판관은 “2019학년 고교 입학전형 실시가 임박한 만큼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고 효력정지 이유를 밝혔다. “본안심판이 명백히 부적합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자사고 지망생들의 학교선택권과 자사고 법인의 사학 운영의 자유가 침해되는지 여부 등이 본안심판에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사고 지원 후 탈락 시 일반고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재판관은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더라도 불이익을 감수하지 못하면 자사고 지원 자체를 포기하게 되고, 그럼에도 지원한 학생들은 불합격 시 일반고를 진학할 때 해당 학교군 내의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학생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사고 외고 국제고와 일반고의 고입 동시실시는 그대로 진행한다. 자사고가 일반고와 동일한 후기전형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기 때문이다. 평준화 지역에서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이 일반고에 지원하는 학생과 달리 2개 학교 이상을 선택해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5항에 대한 가처분 신청만 인용한 것이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12월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일반고와 동시에 입학전형을 진행하지만 중3학생들은 일반고와 자사고 등에 모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에 따라 3월말 각 시도교육청이 2019학년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불합격자 배정을 놓고 한 차례 더 논란이 일었다. 지역에 따라 평준화 고교의 배정을 허용한 지역이 있는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평준화 배정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각 교육청의 고입전형 기본계획에 따르면 경기 전북 충북 강원 제주 등 5개 지역 중학생들은 탈락 후 임의배정 동의서를 작성하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지원하더라도 불합격 시 평준화 지역 일반고에 배정될 수 없다. 집에서 먼 비평준화 지역 미달 고교에 지원하거나 ‘고입재수’를 택해야 한다. 이와 달리 전남 충남 경남 경북 등에서는 자사고 등의 불합격자를 포함해 추가모집을 실시, 평준화 일반고 배정을 허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에 따라 학교선택권을 달리하면서 평준화 배정을 금지한 자사고 외고의 반발과 함께 교육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경기의 한 자사고 교육감은 “평준화 지역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내용”이라며 “교육청의 결정은 자사고에 지원하는 것 자체를 매우 어렵게 만드는 자사고 말살정책의 일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고 싶은 학교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통학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고 원하지도 않은 비평준화 미달 학교의 추가모집에 지원하든지 재수를 하라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이 같은 정책결정이 수요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현행 대입에서는 3년 전부터 입학전형을 예고한다. 정부는 대입 사전예고 시기를 이보다 앞당겨 사전예고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이 같은 입시기조와 달리 고입에서는 입시 1년 만에 내용을 바꾸면서 ‘정책엇박자’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고입 동시실시는 대입사전예고제 강화에 정면으로 맞서는 정책”이라며 “선의의 피해자를 위한 구제도 없이 1년 만에 선발권 폐지를 밀어붙이는 게 말이 되느냐. 대입수요자는 수요자이고 고입수요자는 수요자가 아니라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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