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나동욱 기자] DGIST의 학부과정은 태생부터 남다르다. 타 과학기술원이 대학원체제로 운영하다 학부과정을 설립한 것과 달리, DGIST는 개교준비 당시부터 학부과정을 설계해 운영해오고 있다. DGIST 학부과정을 관통하는 교육철학은 ‘융복합 교육’ ‘기업가정신 교육’ ‘리더십 교육’의 3개축으로 설명할 수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은 융복합에서 나온다. 융복합 교육은 기초과학과 기초공학 교육을 튼튼히 내실 있게 해 융복합적 연구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워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1세기의 또 다른 흐름은 기업가정신 교육이다. 대학에 기업가정신을 도입한 대표적 대학인 스탠포드대는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연간 540만의 일자리, 2조7000억달러의 연 매출을 창출하며 실리콘밸리 태동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DGIST 역시 기업가정신을 교육해 과학기술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첨단과학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도록 기초연구에서 응용/상용화 연구에 이르는 일련의 교육과정을 거치고 있다. 리더십 교육 역시 중요하다. 과학기술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바탕인데, 과학기술이 급속하게 변화해가는 만큼 국가를 비롯해 기업을 이끄는 리더들에 있어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이공계 인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기에 이공계 교육에서 리더로서의 소양을 길러주는 교육은 빠질 수 없는 영역이다.

DGIST의 대표적 교육실험인 ‘무학과 단일학부’는 DGIST의 교육철학 3개 축을 모두 교육과정에 담아내는 데 필연적 체제다. DGIST는 특정 전공을 갖지 않고 무학과 단일학부 시스템을 통해 학부생들은 기초과학과 기초공학을 전반적으로 필수 커리큘럼으로 이수하도록 했고, 고학년으로 가면서 자신의 진로방향에 맞춘 전공심화 과목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3학년부터는 단순 이론 및 실습교육을 넘어서 그룹을 이뤄 실질적인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는 ‘UGRP’라는 교과를 필수 이수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이 실질적인 경험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교과운영을 하고 있다.”

학부공동연구프로그램인 UGRP는 학생들의 협업적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한 학부 정규교육 과정이다. /사진=DGIST 제공

DGIST의 대표적 교육과정이라 할 UGRP(Undergraduate Group Research Program, 학부공동연구프로그램)는 학생들의 협업적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한 학부 정규교육 과정이다. 학부 3,4학년을 대상으로 2016년부터 시행됐다. 5명 내외로 그룹을 형성해 학부 및 대학원 교수, DGIST 융합연구원 소속 연구원 및 외부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1년 단위의 융복합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UGRP는 기초과학 간 융복합 연구(프랜시스 크릭 코스), 기초과학과 공학 간 융복합 연구(장영실 코스), 기초과학과 인문사회학 간 융복합 연구(정약용 코스), 산업체 협력 및 과학 벤처(빌게이츠 코스) 등 네 가지 코스로 나눠 진행중이다. DGIST 교수 및 연구원이 제안한 주제(UGRP위원회 제안 과제, Top-down 방식)나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정한 주제(학생 제안 과제, Bottom-up 방식)로 진행되고 있다. DGIST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 융복합 교육의 정수인 셈이다. 올해 학부 3~4학년생이 60여 개 융복합 주제로 UGRP를 진행하고 있고, DGIST 기초학부 및 대학원 교수 연구원 변리사 등 80여 명의 공동지도교수들이 학생들과 심도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DGIST는 UGRP 프로그램 운영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가 뇌/인지과학전공 장익수 교수가 지도하는 바이오/빅데이터 연구팀이다. 슈퍼컴퓨터 동아리 출신의 학생 세 명이 지원한 이 과제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최근 뇌과학 분야에서 유행하고 있는 커넥톰을 연구하고 있다. 커넥톰은 복잡하게 얽힌 신경망의 연결구조를 하나하나 도식화하는 연구로, 나아가 이들의 기능까지 알아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만 개가 넘는 신경세포를 하나씩 연구하는 것도 까다롭지만 그것의 연결을 살펴보는 것은 경우의 수가 훨씬 더 많다. 수학과 컴퓨터의 도움이 필수다.

DGIST는 이런 연구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학생들이 매일 모여 토론을 하는 연구실 지하에 국내대학 및 연구기관 중 성능이 가장 뛰어난 슈퍼컴퓨터가 있기 때문이다. DGIST슈퍼컴퓨팅/빅데이터센터의 아이램(iREMB)은 이론처리속도가 700TFlops(테라플롭스)를 나타내며, 864개의 CPU(중앙처리장치)와 432개의 GPU(그래픽저장장치)로 구성돼 있다. 센터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장익수 교수는 UGRP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유에 대해 “슈퍼컴퓨터와 생물학을 융합한 연구로 학생들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학부생들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최고의 과학자와 직접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UGRP의 장점이다. 식물노화와 유전학적 연구로써 세계최고의 학자로 인정받고 있는 국가과학자인 남홍길 뉴바이올로지전공 Fellow(세계적 수준의 교수에게 부여한 DGIST의 호칭)도 직접 UGRP를 돕고 있다. 남 펠로우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학생을 만나는 게 일순위”라고 말했다.

성과는 벌써 가시화하고 있다. UGRP를 거친 학생들의 많은 성과들 중 SCI급 논문도 제법 나오고 있다. 2017년 성과 중 기초학부 4학년 노동주 박효섭 오정훈 이덕상 황준하 학생 연구팀은 ‘프랜시스 크릭 코스’로 ‘블랙홀 증발의 모델링’을 주제로 연구했다. 연구팀은 블랙홀이 증발할 때 양자 정보를 담고 있는 잔여물이 남거나 블랙홀 안에서 생겨난 아기 우주로 양자 정보가 버려지거나, 증발하는 블랙홀 등 세 파트로 나눠진 시스템으로 보고 블랙홀의 양자 상태와 양자 정보의 흐름을 파악했다. 기존 블랙홀 이론 연구는 추상 형태로 복잡한 수학으로 이뤄졌다지만, DGIST 학생들이 연구한 내용은 ‘매트랩’의 수치 계산을 이용해서 풀 수 있는 수준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해 SCI급 저널 ‘클래시컬 앤드 퀀텀 그래비티’에 관련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기초학부 4학년 고병수 김경민 김정연 오혜린 이정후 학생 연구팀은 ‘시상 하부의 POMC 뉴런에서 인슐린에 의한 대사체 변화 분석’ 주제로 POME 뉴런에서 인슐린이 활성화될 때 대사체와 대사기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인슐린이 POMC 뉴런에 작용하는 유기체 메커니즘 분석을 위해 기체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기 등을 이용, 대사체 수준에서 실험했다. 인슐린이 POMC 뉴런에서 포도당 이화 작용과 아미노산의 양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 가운데 오혜린 학생은 UGRP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의/약학분야 5위 안에 손꼽히는 영국의 노팅엄대학교(The University of Nottingham) 영상의학과에 석사과정 없이 박사과정에 진학, 영상의학기술을 이용한 뇌질환 진단 분야 연구를 이어 갈 계획이다. 융합을 중요시하는 해외대학에서도 DGIST의 우수한 융복합 커리큘럼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는 실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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