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 과기부에서 학회로.. 교사, 학부모 ‘위상축소 우려’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최근 무더기 출제오류로 논란이 됐던 한국정보올림피아드(KOI)의 개선방안으로 대회 주관기관을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나왔다. 35년 만에 개편 수술대에 오른 KOI는 그간 소프트웨어 인식 확산보다 영재교육에 초점을 맞춰 사교육의 온상이 돼왔다는 비판을 받아았다. 4월 실시한 제35회 KOI 지역예선에서 '복수정답'이나 '정답없음'으로 처리된 문항이 7건에 달하는 등 무더기 출제오류가 발생하면서 개편을 단행한 모습이다. 학부모들은 과기정통부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민간대회로 위상이 떨어질 경우 학생 참여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교사들 사이에선 정부 예산이 줄어들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과기정통부는 22일 서울 섬유센터에서 ‘KOI 개선방안 공청회’를 실시했다. 공청회는 제35회 KOI 경시부문 지역대회에서 발생한 출제오류의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방지 대책과 향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4월에 구성된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발전을 위한 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KOI 개선방안 논의배경 ▲2019년 이후 개선방안 ▲제35회 KOI 경시부문 지역대회 출제오류 발생원인 ▲전국대회 개최 계획이 제안되고 논의됐다. 

최근 무더기 출제오류로 논란이 됐던 한국정보올림피아드(KOI)의 개선방안으로 대회 주관기관을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나왔다. 35년 만에 개편 수술대에 오른 KOI는 그간 소프트웨어 인식 확산보다 영재교육에 초점을 맞춰 사교육의 온상이 돼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4월 실시한 제35회 KOI 지역예선에서 무더기 출제오류가 발생하면서 개편을 단행한 모습이다. /사진=KAIST 제공

<KOI, 민간 주관대회 전환.. '위상 하락, 예산 축소' 우려>
개선안의 골자는 KOI를 ‘영재발굴과 양성’ ‘SW인식 확산’ 등의 두 가지 목적에 맞게 이원화한다는 것이다. 기존 KOI는 ‘영재발굴과 양성’의 기능에 초점을 맞춰 한국정보과학회에서 운영하는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 한국대표 선발과정과 통합하고, IOI 한국대표 선발과정을 KOI로 지칭한다. IOI에 참가하기 위해 KOI 시험을 치러야 하는 셈이다. KOI가 영재발굴의 목적을 명확히 하면서 기존 문제보다 난도가 향상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었다. 한 교육 관계자는 “KOI가 영재 선발을 위한 대회로 공식 인정하면서 문제는 더 어려워지고 일반 교육과정에서 풀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KOI 전국대회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30점 수준이었다. 

정부는 대회의 목적과 기능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지만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와 지적의 목소리가 높았다. 과기정통부과 주최하는 정부 주도 대회에서 내년부터는 한국정보과학회로 이관되면서 대회의 위상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정부가 주관하는 것과 학회가 주관하는 것은 권위 측면에서 학교나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고 우려했다. 공청회에 참가한 한 영재학교 교사는 “정부가 출제 오류를 바로잡으려 한다면 검수과정을 철저히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사단법인 대회를 주관할 경우 학교 내에서 홍보가 불가능해 학생들의 참여율이 떨어질 것”이라며 “정부 지원 예산이 축소되면서 대회 자체가 쪼그라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출제 오류 사태를 빌미로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지지적도 제기됐다. 

대신 기존 KOI의 ‘SW인식 확산’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 초중등 교육과정과 연계한 ‘청소년 알고리즘 챔피언십 대회’를 신설한다. 기존 KOI에서 실시하는 소프트웨어 공모대회도 확대해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인 ‘한국코드페어’(가칭)로 이름을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첫 한국코드페어는 내년 10월중 소프트웨어교육주간에 맞춰 열릴 예정이다. 

대책위는 KOI 경시부문 지역대회의 출제오류 발생원인이 불명확한 난도 설정 기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기존의 영재발굴/교육 위주의 대회에 공교육/보편교육의 취지를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문제출제 난이도 등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정보과학회 한국정보올림피아드 출제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에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원인도 있다”며 “기존 영재교육 전문가 팀과 신규 SW초중등교육 전문가 팀 간의 팀워크 미비로 체계적인 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입반영’ 정보올림피아드 ‘무더기 출제오류’.. ‘전원구제’>
4월14일 실시한 KOI 경시부문 지역대회에서 무더기 출제오류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KOI를 주관한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 따르면, 14일 실시한 경시부문 지역대회에서 출제오류가 확인돼 ‘정답 없음’으로 처리되거나 복수정답이 인정된 문항만 7건에 달했다. SNS상에는 확인된 오류문항 외에도 더 많은 출제오류가 있다는 주장으로 논란이 가속됐다. 정부가 주관하는 올림피아드 경시대회에서 일부 출제오류가 발생한 적은 있지만 다수의 출제오류가 인정되는 일은 흔치 않다. 입상 시 대입자료로 활용이 가능한 대회인 탓에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항의가 폭주했다. 

고등부의 경우 50문항 중 4문항이 출제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번과 36번, 49번 문항은 정답 없음으로, 27번 문항은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40문항이 출제된 초등부에선 1문항이 복수정답으로 처리됐고, 중등부에서는 50문항 중 1문항은 정답 없음, 나머지 1문항은 복수정답으로 처리됐다. 무더기 출제오류에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과기정통부는 출제오류를 인정하고 이의제기 검토까지 반영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없도록 전원 구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복수정답’에 따른 불이익 구제자 26명과 ‘정답없음’ 등의 사유로 추가된 121명가지 747명이 전국대회에 진출했다. 당초 600명에서 147명이 늘어난 것이다. 

허술한 출제에 더해 폐쇄적인 문제 처리 방식도 논란이 됐다. 당시 대회 홈페이지에 이의제기 게시판이 개설돼 있었지만 글쓰기 기능은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담당자 이메일을 통해서만 이의제기를 받아 참가자들 간 토론이나 의견제시를 차단했다. 수험생들은 SNS를 통해 “문제가 풀리지 않아 30분간 붙잡고 씨름하느라 다른 문제를 검토할 시간이 없었는데 정답이 없다니 경시대회가 장난이냐”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시험을 치른 한 학생의 부모는 “대입에도 공식적으로 반영되는 경시대회인데 이렇게 허술하게 출제하다니 어이가 없다”며 “명백한 출제오류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올해 대회 출제의 질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비판했다. 대회에 입상한 경우 KAIST 등 SW중심대학의 SW특기자전형에 지원할 때 전형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출제자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정보과학회에서 출제를 도맡았는데 올해 경시대회를 앞두고 출제자를 대폭 교체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라면서 “출제오류로 인해 전국대회 진출하는 데 불이익을 받는 학생들이 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보올림피아드는 과기정통부와 정보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대회다. 올해 지역대회에 70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규모가 큰 국내 주요 소프트웨어 대회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서 열리는 수학/물리/화학/생물/천문/지리/정보 등 7개 중등과학 올림피아드 대회 가운데 정부기관이 주관하는 유일한 대회이기도 하다. 과기정통부와 정보화진흥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최고의 정보기술(IT) 영재들이 참가해 실력을 겨루는 대회로서 국내 최고의 권위를 가진 대회’라고 소개하고 있다.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치르는 지역대회를 통과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국대회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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