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대학 포트폴리오] CalArts 합격수기 조현수(그래픽디자인 전공 1)
아프리카·어린 시절 테마로 20여개 작품…대부분 대학 장학생 합격
 
나는 형제자매 많은 집 둘째 딸이다. 이런 가족 구성원으로 태어난 경우, 그 중에서도 위로는 아주 똑똑한 큰 언니가 있고 아래로는 나이차가 많은 남동생이 있는 경우, 둘째 딸은 매우 편한 위치가 될 수 있다. 부모님의 기대가 주로 위와 아래로 가기에, 나는 어려서부터 몸 건강하고 잘 크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살아서 대한민국에서 매우 보기 드문 ‘스트레스 제로’ 생활을 한 편이었다.

고등학교 때 보스톤에 있는 케임브리지 학교(Cambridge School of Weston. CSW)에 유학을 가게 됐지만, 유학에 대해 잘 알아서 갔다기보다는 언니가 이미 유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따라 간 경우에 가까웠다. 한마디로 17세가 될 때까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다거나 해야 한다는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었다. 하지만 CSW에서 접하게 된 미국의 고등학교 생활은 많은 것들을 새롭게 보고 느끼게 해 주었다. 특히 CSW는 학과목 선택에 있어서 매우 자유로웠고 특히 예술 분야에 매우 다양한 과목들이 개설돼 있었다. 9학년 첫 학기 때부터 접하게 된 아트 클래스를 통해서 나는 그 이전에 알고 있던 것처럼 단순히 미술을 공부하는 것이 아트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주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자신의 아이디어를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수업에 깊은 매력을 느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디지털 사진(digital photography), 그래픽 기초 수업 등 더욱 다양한 수업을 듣게 됐다. 물론 CSW는 예술고등학교는 아니었기에 다른 학과목들도 다양하게 들으며 아트 과목들을 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분야가 아트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10학년에서 11학년으로 올라가던 즈음, 학교의 대입 상담교사와 대화를 나누다 정말 아트 전공을 할 생각이라면 취미 정도의 그림들이 아닌 포트폴리오를 대학에 제출해야 하고 20여개 정도의 작품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들었다. 또 학교에서 했던 기본 작품들 중 몇 개는 쓸 수 있지만, 나머지는 새로 다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어설펐지만 나의 아트 세계를 구축해 가는 첫 시도였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도 아트 선생님과 포트폴리오의 콘셉트를 어떤 방향으로 잡아야 할지 많은 대화도 나누면서,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테마를 찾았다.  결국 ‘아프리카’와 ‘어린 시절’이라는 두 개의 테마를 나의 테마로 정했고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동물 인형들에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문양과 색상들을 적용해 가며 시리즈로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
캘리포니아 아트 인스티튜트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한 조현수양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 아래 사진은 조양이 아프리카를 테마로 동물의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거기에 맞게 인형 및 패키지를 같이 디자인한 작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가는데 쏟은 시간을 정확하게 다 계산한 적은 없지만, 시간적으로나 정성면에서 어마어마한 노력을 들였다. 2010년 대학교에 지원하기 전 나는 준비한 포트폴리오를 들고 포트폴리오 데이(Portfolio Day)에 갔다. 포트폴리오 데이는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12~1월 중에 개최되며, 아트 프로그램을 가진 주요 대학과 아트 스쿨들이 대입 지원자들이 준비해 온 포트폴리오를 보고 개인별 조언을 해주는 날이다. 이 날 각 대학 대표들은 학생 작품을 비판하기도 하고, 보강할 수 있는 팁을 주기도 한다. 때로 매우 뛰어난 포트폴리오를 발견한 경우는 학교별로 그 학생에서 자기 대학에 반드시 지원할 것과 장학금 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내 포트폴리오는 주목을 받았다. 여러 학교의 대표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몇 개 학교에서는 바로 자기들 학교로 지원하라고 했다.

포트폴리오 데이에 다녀온 후, 당초 지원하려고 했던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프랫대(Pratt), 캘리포니아 아트 인스티튜트(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CalArts) 외에도 몇 개의 대학에 더 지원을 했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거의 다 합격을 했고, 거의 모든 학교에서 외국인으로서는 많은 액수를 받는 4년 장학금을 제시해 왔다.

나는 학교의 위치, 프로그램 적합성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CalArts를 선택해 지금 1학년에 다니고 있다. 원래 나는 디지털 미디어에 관심이 있었고 미래의 디자인을 이끌 새로운 분야가 인터랙티브 디자인(interactive design)에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CalArts는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1위였고 인터랙티브 디자인 분야에서 절대적인 강자인데다, ‘토이 스토리’ 등을 제작한 픽사 등과 가까웠기에 선택했다. 한국학생들은 적은 편이지만 함께 다니고 있는 학생들과 서로의 창의성을 자극해 주며 원해왔던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많이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정말 끌리는 것을 제때에 선택했고 거기에 올인했던 것에 감사한다.

/조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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