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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조사 창시자도 반대’.. ‘미궁 속 대입개편 공론화’“신고리 원전과 대입개편은 달라”..스탠퍼드대 피시킨 교수
  • 윤은지 기자
  • 승인 2018.06.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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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공론조사의 선구자인 미국의 제임스 피시킨(70) 교수가 대입개편 공론화를 비판했다. 20일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네 가지 대입개편 시나리오를 확정 발표하기 하루 전 한국을 방문한 피시킨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고리 원전 재가동과 대학 입시 문제는 다르다”고 말했다. 

피시킨 교수는 대입개편 공론화의 시나리오 방식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피시킨 교수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나리오 방식으로는 개별 사안에 대한 입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100회가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지만 시나리오 방식으로 진행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공론조사는 시민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학습하고 토론한 뒤 입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단순 명료하게 물어야 하는데 시나리오 방식은 여러 변수를 조합한 뒤 포괄적인 선호도를 묻는 방식인 탓에 피해왔다는 설명이다. 

공론조사의 선구자인 미국의 제임스 피시킨 교수(70)가 대입개편 공론화를 비판했다. 피시킨 교수는 20일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네 가지 대입개편 시나리오를 확정 발표하기 하루 전 한국을 방문했다. 피시킨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고리 원전 재가동과 대학 입시 문제는 다르다”고 말했다. /사진=국가교육회의 제공

<시나리오 방식.. ‘쟁점통합, 정확한 조사 어려워’>
시나리오 방식에 대한 피시킨 교수의 지적은 현재 진행 중인 대입개편 공론화를 향한 지적과 유사하다. 4월 교육부가 2022학년 대입개편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할 당시 여러 쟁점들이 얽혀 있어 쟁점들을 조합하면 경우의 수가 수십, 수백 가지로 나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입특위와 공론화위원회를 거치면서 20일 대입개편의 방향이 4개로 압축됐지만 여전히 피시킨 교수의 지적은 유효하다. 4개 중 1개 시나리오를 지지한다 하더라도 세부내용에선 의견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공론화위가 발표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인 3안의 경우, 수능평가 방식은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수시 수능최저의 활용은 대학의 자율에 맡긴다. 현행과 큰 차이가 없는 방식으로 가장 보수적인 안이다. 하지만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의 비율은 대학의 자율에 맡기되 ‘특정 유형의 전형방식 하나만으로 모든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지양한다’는 단서를 내걸고 있다. 3안이 유력하게 논의된다고 가정할 경우 당장 전형을 뒤엎어야 하는 대학은 서울대다.

서울대는 2013학년 대입에서 처음 학종을 선보인 이후 현재까지 수시 전 전형을 학종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를 제외한 상위권대학 학생부교과, 논술, 특기자 등 다양한 전형을 운영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일견 학생들의 전형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서울대의 과감한 행보가 현재 대입에서 학종이 지금의 위상을 갖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데 이견이 없다. 논술과 특기자의 경우 과도한 사교육 유발이 우려돼 교육부와 대교협에서 전형축소를 강하게 권고하며 몸집을 줄이는 전형이기 때문이다. 학종과 마찬가지로 학생부위주전형인 교과는 학생부를 활용하긴 하나 정량평가 방식이다. 최근 학생부위주전형이 확대되면서 높은 내신등급을 받기 위한 또다른 교육 유발 전형으로 지목된다. 교과는 학종과 달리 학교 간 차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절대적인 등급만으로 평가한다는 약점도 있다. 서울대가 학종을 수시에 전면 도입한 이후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학종이 크게 확대됐을 뿐 아니라 지난해는 고대가 논술을 전면 폐지하고 학종을 과감히 확대한 사실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공론조사 방식은 1988년 피시킨 교수가 고안한 여론 수렴 기법이다. 대표성을 띤 소수시민이 특정 이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한 뒤 토론을 거치면서 생각이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스탠퍼드대 정치학 교수인 피시킨 교수는 현재는 스탠퍼드대 ‘숙의민주주의센터(CDD)' 센터장을 겸하고 있으며 센터를 통해 28개국의 민관 주도 공론조사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피시킨 교수는 19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미국 스탠퍼드대 숙의민주주의센터(CDD) 간의 ‘숙의민주주의를 위한 학문적 논의와 협력 증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강연을 통해 숙의민주주의와 공론조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신고리 원전과 대입개편 차이.. ‘전문가들, 이미 지적’>
이 같은 지적은 이미 국내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도마에 올랐던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대입개편은 원전 공론화와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찬반이 분명하게 나뉘는 원전 공론화위원회와 달리 입시제도는 쟁점별로 찬반을 가릴 사안이 아닌 데다 주요 쟁점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는 유기적인 사안인 탓이다. 

김 부총리는 개편안 발표 당시 “국민이 공감하는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열린 안’을 국가교육회의에 제시하고자 한다”며 “국민께서 참여해 숙의 공론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정책결정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론화가 제대로 진행되려면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 수시정시를 통합하느냐 마느냐 등 모형별로 달라지는 수험생 간 유불리를 따져야 하는데 일반 시민들에게선 이 같은 복잡한 ‘입시셈법’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여부를 두고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진행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을 꾸린 뒤 참여단이 전문가들의 원전건설을 향한 찬반의견을 고루 듣고 자유토론과 투표를 거쳐 의견을 정하도록 했다.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토대로 당시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재개하되 원자력발전은 축소하라’는 권고안을 도출했다. 

반면 대입개편은 원전을 건설하느냐 마느냐 처럼 단일 사안을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시안에 담긴 대입 모형만 5가지인데다 수시-정시 적정 비율을 제시하는 문제는 교육과정은 물론 입시에 대한 상당한 식견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공론화로 결정하기에는 부적절한 사안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부가 지난해 8월에 내놓았던 안에서 선발시기 통합, 원점수제 도입까지 훨씬 더 많은 변수들을 추가해 개편안을 던져 놨다”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죄다 끄집어내놓고 국가교육회의에만 넘어가면 어떻게든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인데, 교육 전문가라 할 만한 사람도 없는 교육회의 위원들 중에선 대입문제를 망라한 개편시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진행한 또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한국에서 실시한 신고리 원전과 달리 복잡한 대입개편을 공론조사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피시킨 교수는 “몽골에서도 복잡한 개헌 문제를 공론조사로 결정했다. 일반 국민도 어려운 이슈를 충분히 제대로 이해하고 결정할 수 있다”며 “다만 얼마나 잘 준비하고 균형된 정보를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해관계 당사자인 학부모나 교사가 아닌 일반 국민들에게 대입개편안을 묻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피시킨 교수는 “교육은 국가 경제는 물론 사회 역동성, 미래와도 관련 있는 공공 정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론조사 결론을 그대로 정부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피시킨 교수는 “신고리 원전과 달리 대입은 정부가 전적으로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안이 아니다. 대학의 자율에 맡길 수도 있다는 선택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공론화로 결정된 정책이 신고리 원전보다 타당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입 개편 공론화를 위한 조언도 덧붙였다. 피시킨 교수는 “신고리 때에는 설문조사에서 찬반 외에 무응답 항목이 없었다. 선택을 강요하는 건 공론조사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대입 공론화에서는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려가 현실로’ 시나리오 4개.. ‘정시 확대가능성‘> 
20일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는 4개의 대입개편 시나리오(의제)를 제시했다. 시나리오는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 비율 ▲수능 평가방법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등 세 가지 쟁점을 조합한 것이다. 

가장 큰 논란인 ‘정시확대 여부’를 중점으로 볼 때 크게 1,4안과 2,3안이 유사한 맥락이다. 1안의 경우 각 대학이 모든 학과(실기 제외)에서 수능위주전형으로 45% 이상 선발할 것을 제시했다. 수능은 상대평가를 유지하며, 수능최저는 대학의 자율에 맡긴다. 4안은 수능위주전형 확대를 내걸고, 수시에서는 학생부교과와 학종 비율의 균형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2안과 마찬가지로 수능은 상대평가이며, 수능최저는 대학의 자율에 맡긴다. 사실상 수능위주 비율을 강제할 것이냐 아니냐 여부를 놓고 갈리는 셈이다. 

2안과 3안의 경우 기본적으로 학생부전형-수능전형 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 2안은 ‘단, 특정 전형에 과도하게 치우쳐 학생의 전형 선택권이 제한되지 않도록 한다’, 3안은 ‘단, 특정 유형의 전형방식 하나만으로 모든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지양한다’는 단서를 덧붙였지만 실질적으로 같은 의미다. 차이는 수능 평가방법이다. 2안은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3안은 상대평가 유지 원칙을 내걸었다. 수능최저의 경우 2안과 3안 모두 활용할 수 있으나 2안은 현행보다 기준 강화가 불가하다고 못 박은 반면, 3안은 학종 교과 전형에 한해 전공이나 계열별로 적용 범위를 제한할 것을 권장한다.   

공론화위는 시민참여형 조사에 참여할 시민참여단을 구성하기 위해 20일부터 전화 접촉을 통한 대국민 조사를 실시한다. 모집단은 19세 이상 국민이다. 선정된 시민참여단은 내달 말까지 온오프라인 숙의자료 학습과 질의응답, 분임토의, 종합토론 등 숙의과정을 거쳐 공론화 의제에 대한 조사에 참여한다. 이와 별도로 지역별로 중고생 대상 미래세대 토론회와 함께 전 국민 대상 국민대토론회, TV토론회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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