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1’ 수능 상대평가로 기운 의제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22 대입에서 정시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는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 비율, 수능 평가방법,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를 조합한 의제 네 가지를 20일 발표했다. 일각에서 정시 확대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인 가운데 상대평가 안에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려 정시 비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는 “20일 7차 위원회를 개최해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의제를 확정했다”며 “이후 시민참여단 선정을 위한 대국민조사와 미래세대 토론회 등 사회적 숙의 과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입 개편의 ‘뜨거운 감자’인 정시와 학생부전형의 비율의 경우 ‘정시 확대’와 ‘대학 자율’의 안으로 구분된다. 의제1은 정시로 45% 이상 선발하는 안으로, 정시가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의제4 역시 정시 확대 안이지만 세부적 비율을 명시하진 않았다. 의제 2와 의제3은 대학 자율로 두고 있긴 하지만 의제3이 수능을 상대평가로 유지하고 있어 정시가 다소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전형으로 치우치는 것을 제한하는 단서를 달고 있다는 점도 정시 확대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수능 평가방법에서 상대평가 유지가 3개,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이 1개로 갈리면서 상대평가에 방점이 찍혔다. 상대평가로 수능 변별력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정시 확대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수능최저 활용 여부는 ‘대학 자율’로 기운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을 따져보면 현행보다 기준 강화가 불가능하도록하거나, 지원자 전공/계열과 관련있는 영역으로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차이를 둔 의제도 있다. 

정시 확대에 해당하는 안은 수시에서 수능최저도 별다른 제한사항 없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수능 영향력이 수시에서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수능/학생부 전형 비율’과 ‘수시 수능최저 활용 여부’ 측면에서 둘다 수능 영향력이 강화되거나, 그 반대인 경우만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정시를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수시 수능최저 영향력을 줄인다는 의제는 없다. 수시, 특히 학생부위주전형에서 수능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도록 해 정시와 뚜렷하게 구분짓는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론화 의제는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참여 시나리오 워크숍을 통해 마련됐다. 워크숍에는 학생 학부모 교원 대학관계자 대입전문가 등 5개그룹에서 각 7명, 총 35명이 참여했다. 워크숍은 △미래 교육 비전과 대입제도 방향 논의 △개인 및 집단별 시나리오 작성 △시나리오 선정 절차로 진행됐다. 

2022 대입 개편의 향방을 정할 공론화 의제가 4가지로 압축됐다. 상대평가 안이 3개, 절대평가 안이 1개로 상대평가에 기운 의제다. 정시와 학생부위주전형의 비율은 정시 확대와 대학 자율로 양분된 듯 하나 사실상 정시 확대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의제별 시나리오.. 상대평가로 기울어>
- 의제1.. 정시확대/상대평가/수능최저 자율

의제1은 사실상 정시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정시와 학생부전형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입장으로, 각 대학은 모든 학과(실기 제외)에서 정시 선발 인원을 45% 이상(수시이월인원 제외)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상위대학 중에서는 정시 선발 비율이 45% 이상인 곳이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대적인 정시 확대로 해석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정시를 45% 선발하면 실제 정시모집은 수시 이월 인원을 감안해 50% 정도로 선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 교과전형으로 정원의 30% 이상을 선발하는 대학은 자율에 맡긴다. 상위권 대학은 교과 선발이 거의 없고 학종 합격자 대부분의 내신 성적이 상위권이기 때문에 내신 중/하위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전형은 거의 정시가 유일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시 수능위주 전형이 급격히 축소되고 우수 학업능력을 가진 N수생들과의 경쟁을 고려하면 재학생이 체감하는 정시 비율은 사실상 10%라는 근거도 덧붙였다. 

수능 평가방법은 현행 상대평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절대평가로 전환하고서는 정시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수능 평가 방법이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될 경우 다수의 동점자가 발생해 수능은 변별력 상실로 대입선발 기능이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능최저는 현행과 같이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안이 제시됐다. 교육부는 어떤 영향력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방안에 대해 이영덕 소장은 “교육부 영향력을 배제하면 대학들은 수능최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보다 수능 비중이 대폭 확대되는 의제”라고 설명했다. 

- 의제2.. 비율 현행유지/절대평가/수능최저 강화 제한
의제2는 수능 확대를 지양하고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대적으로 학생부위주전형의 확대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성적으로 줄 세우는 방식에 얽매어 다수 학생을 좌절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상대적 서열보다 학습자의 학업성취가 더 의미 있게 반영되는 대입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통해 치열한 경쟁과 줄 세우는 학교 수업보다 다양한 소질과 적성, 배움이 실현되는 학교 수업이 가능해진다”며 수능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교과 학종 정시 비율은 대학의 특성(수도권 지방)과 대학이 처한 상황이 매우 다르므로 대학 자율에 맡기되, 특정 전형에 과도하게 치우쳐 학생의 전형 선택권이 제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수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만큼 수능 평가방법은 전 과목 절대평가와 연결했다. 수능 상대평가가 변별력 확보 등 일부 긍정적 측면이 있기도 하나, 상대평가로 인한 치열한 경쟁과 줄 세우는 교실 수업, 학생의 다양한 생각보다는 획일화된 답을 요구하는 교실 수업, 반복적 문제풀이식 교실 수업 등 심각한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금의 수능 평가방법은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혼용돼있어 수학 등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폐해가 심각하므로 전 과목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영덕 소장은 “수능 평가방법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수능 변별력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평가 기능이 떨어져 상위권 대학들은 정시모집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부위주전형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의제”라고 설명했다. 

수능최저는 수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되, 현행보다 강화하지 않는 전제를 뒀다. 반영 영역 수를 확대하거나 더 높은 등급을 요구하지 않는 식이다. 수능 변별력이 약화되면서 현재 대학들이 설정한 수능최저 등급합 기준을 더 높일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실제로 2018학년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수능최저를 강화한 대학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수능이 전면 절대평가로 시행될 경우 현행 수능최저를 더 높이려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의제3.. 비율 현행유지/상대평가/수능최저 활용범위 제한
의제3은 현행 입시제도에서 가장 큰 변화가 없는 의제다. 전형 비율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 입장이다. 대학의 설립유형(국공립/사립), 설립취지/인재상, 지역 규모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단 특정 유형의 전형방식 하나만으로 모든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지양한다. 수능평가방법은 변별기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영덕 소장은 “수능 상대평가가 유지되기 때문에 정시모집 선발 인원이 다소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능최저는 대학의 특성이나 모집단위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종이나 교과전형의 취지를 반영하는 수준에서 설정하고, 지원자의 전공/계열과 유관한 영역으로 적용범위를 제한할 것을 권장한다. 수능의 영향력이 수시에서도 과도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의제4.. 정시 확대/상대평가/수능최저 자율
의제4는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시를 확대하며 교과와 학종의 비율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의제1과는 달리 각 전형의 비율을 수치로 제시하는 것은 ‘명확한 지침’으로써의 효과는 강하지만 대학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부적 비율은 대학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방안이다. 이영덕 소장은 “정시 비중이 아주 낮은 대학은 정시를 늘리고, 학생부 비중이 높은 대학은 학생부 비중을 줄인다는 것을 나타낸다”며 “학종 비중이 높은 대학은 학종 비중을 줄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수능 평가방법은 상대평가 유지의 입장이다. 수능이 독자적인 전형도구로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수능 성적의 변별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능최저 활용여부는 대학 자율에 맡긴다. 정시가 확대되고 수능최저를 자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수능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방안으로 분석된다. 

<4가지 조합.. 정시 확대 가능성 높아>
각 의제가 택한 입장을 살펴보면 수능/학생부 비율은 세부 표현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학 자율에 맡기거나 정시를 확대하는 두 방안으로 양분됐다. 정시를 확대하는 방안은 의제1과 의제4로, 의제1은 구체적인 수치(45% 이상)를 명시하고 있다. 의제4 역시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대학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 세부적 비율은 대학 여건을 존중해 대학이 결정하도록 한 차이다. 

반면 수능평가방법은 상대평가 유지 원칙인 의제가 3개, 전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의제가 1개로, 상대평가 유지 입장이 다수다. 절대평가 전환과 정시 확대 안이 한 의제에 동시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수능최저 활용 여부는 ‘대학 자율’ ‘활용 가능’ 등으로 표현이 갈리긴 했지만, 제한 유무로 분리해볼 수 있다. 의제2는 수능최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되 현행보다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대학 자율’로 표현된 의제3도 학종/교과 취지를 반영하는 수준에서 설정하며 지원자의 전공/계열과 유관한 영역으로 적용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조합을 살펴보면 정시 확대 방안인 의제1과 의제4 모두 수능최저를 대학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매치했다. 어떤 전제도 달지 않아 수능의 영향력이 수시에서도 발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정시/학생부전형 비율을 자율에 맡긴 의제2와 의제3은 수능최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되 현행보다 기준 강화가 불가능하거나(의제2), 학종/교과 취지를 반영하는 수준에서, 지원자 전공/계열 유관 영역으로 적용범위를 제한(의제3)하는 방안으로 둔 특징이다. 수능의 영향력이 수시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제에서 ‘정시 확대’와 ‘수능최저 활용 제한’을 함께 묶은 안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시를 확대하면서 수능 영향력을 강화하더라도 수시에서는 수능최저의 영향력을 배제해 정시와 수시의 차이를 뚜렷하게 만드는 경우가 배제됐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수시/정시 할 것 없이 수능 영향력이 높아지거나 그 반대인 안만 존재한다”며 “정시를 확대하되 수능최저 활용에서 일정한 제한을 두는 안은 왜 배제된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시민참여단 구성 돌입.. 토론회 등 개최>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형 조사에 참여할 시민참여단 구성을 위해 20일부터 전화접촉을 통한 대국민조사를 실시한다. 19세 이상 국민을 모집단으로 한다. 지역 성 연령 등에 따라 무작위로 2만명을 조사한 후 성 연령 지역과 대입전형에 대한 태도 등을 고려해 최종 400명 이상의 참가자를 선정한다. 전화조사 방법으로 20일부터 약 15일에 걸쳐 진행되며, 휴대전화와 집전화를 각 90%, 10% 비율로 조사한다. 선정된 시민참여단은 7월말까지 온오프라인 숙의자료 학습/질의응답, 분임토의, 종합토론 등 숙의 과정을 거쳐 공론화 의제에 대한 조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공론화위원회는 학생이 참여하는 미래세대 토론회를 21일부터 28일까지 권역별로 총 4회 개최한다. ▲호남권/제주 6/21(목) ▲충청권 6/26(화) ▲수도권/강원 6/27(수) ▲영남권 6/28(목) 순으로 이어진다. 참여자는 학교급과 학교유형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70명씩(서울 80명) 총 290명을 선발했다. 중고교생은 시도교육청에서 참가희망을 받아 225개교에서 학교당 1~2명씩 총 256명을 선발했고 대학생은 공개모집을 통해 입학경로 등을 고려해 총 24개교에서 34명을 선정했다. 토론회는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생활과 미래의 삶,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생각 등을 논의해 의견을 모으는 원탁토론 방식으로 네 시간 동안 진행된다. 분임토론을 통해 대입제도 개선 방안과 그 이유를 도출하고 전체 참가자가 결과를 공유한다. 모아진 의견은 숙의 참고자료로 시민참여단에 제공된다. 

미래세대 토론회와 함께 전국민 대상의 국민대토론회와 TV토론회도 추진된다. 온라인 국민소통플랫폼 ‘모두의 대입발언대’ 웹사이트 상에서 공론화 의제에 대한 국민 의견수렴과 토론도 진행된다. 

시민참여단이 참여하는 숙의과정을 2차에 걸쳐 진행해 공론화 결과를 도출할 방침이다. 최종적으로 공론화 결과는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김영란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다양한 의견을 가진 35명의 주체가 이틀간 진행된 시나리오 워크숍에 참여해 교육 비전과 대입제도 방향, 공론화 의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상호 이해를 확대하고 거리를 좁히면서 최종 4개 공론화 의제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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