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확대, 학교교육 위협 사교육 유발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13일 실시한 시도교육감 선거 당선인 17명 가운데 13명이 2022대입개편의 핵심 쟁점인 수능위주 정시전형 확대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육감 당선인 13인은 현행 대입제도의 공정성 신뢰성 시비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정시전형 확대라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가운데 적지 않은 교육감이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방식으로 수시정시 비율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냈다는 사실이다. 진보성향의 교육감 당선인들도 수시정시 비율 문제는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짧은 기간 안에 결정하기에 고도로 복잡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에서 일률적으로 전형 간 비율을 강제하는 방식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현재 초중고에서 실시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마저 흔들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 당선인은 "대입제도는 현 시점의 선호도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대입은 물론 모든 교육정책은 대입의 당사자가 아닌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 등 전문가 집단의 연구와 토론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실시한 시도교육감 선거 당선인 17명 가운데 13명이 2022대입개편의 핵심 쟁점인 수능위주 정시전형 확대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육감 당선인 13인은 현행 대입제도의 공정성 신뢰성 시비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정시전형 확대라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사진=교육혁신연대 제공

<17개 중 13개 교육감 ‘정시확대 부정적’.. ‘과거회귀 반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등 32개 교육단체가 모인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이하 교육혁신연대)는 19일 오후3시 국가교육회의 소재지인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육혁신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육감 당선자들의 대입개편과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조사결과를 교육회의에 전달했다. 조사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감 당선자 중에서 최소 13명의 교육감 당선자들이 2022년 대입개편에서 정시확대에 반대하며,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에 동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혁신연대는 교육감 선거에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내달 12일까지 교육감 후보들에게 ‘교육감 당선자들의 대입개편과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 조사’를 실시했다. 교육감 후보 61명 가운데 26명이 회신을 보냈으며, 이 가운데 13명이 교육감으로 당선됐다. 대구 강은희, 대전 설동호, 부산 김석준, 울산 노옥희 교육감을 제외한 13명이다. 

박종훈 경남교육감 당선인은 “학생부종합전형의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선 일부 인정하지만 오히려 학교현장에 순기능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극히 우려스럽다”며 “단순히 문제 몇 개를 더 맞추느냐에 의해 평가되는 수능위주전형의 확대가 아니라 지적호기심을 갖고, 친구들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역량을 길러 주는 기회를 학교가 제공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학종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학종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문제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보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수성향의 임종식 경북교육감 당선인은 “정시확대는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과도 맞지 않다”면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미래 인재다. 이런 인재는 수능시험에서 맞춰진 주입식 학습과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으로는 길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3선에 성공한 민병희 강원교육감 당선인은 “대입은 초중등 교육의 연장선에 있어야 하며, 정시 확대는 학교 교육과정의 정상화와 기회 균등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석문 제주 교육감 당선인은 “현재 대입제도의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부분은 수시전형의 공정성과 신뢰성의 위기에 해당한다. 수시전형이 갖는 공정성과 신뢰성의 한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그 해결방법이 정시전형 확대라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흐름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재선의 김지철 충남교육감 당선인도 “정시전형을 확대하면 고교 교육이 5지선다형 수능시험을 대비하는 단편적인 입시교육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선의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정시확대는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왜곡할 우려를 가중하고, 사교육 확대와 경쟁위주 시험에 따른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형 간 비율’ 공론화 결정.. 진보교육감도 ‘회의적’>
일부 교육감들은 공론화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입개편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국가교육회의에 따르면 2022대입 개편 공론화 범위에 첫 번째로 포함된 사안은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의 비율 검토’였다. 하지만 진보성향의 교육감들도 현재 진행되는 공론화 방식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냈다. 수시정시 전형 간 비율 강제에 대해선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처사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경남의 박종훈 당선인은 “학생선발권은 기본적으로 대학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은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수능 전형에서 비율을 정하는 것은 대학과 학생 선택의 획일화를 초래할 수 있다. 모든 대학에 전형별로 특정 비율을 요구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화를 침해하는 것이며,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의 경우 수시 전 전형을 학종으로 운영해 교과전형을 실시하지 않는 반면, 경남의 많은 대학들은 학종을 실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학종-교과-수능의 일정 비율을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전남의 장석웅 당선인은 “현재의 수시정시 비율 문제를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짧은 기간 안에 결정하기에는 고도로 복잡한 사안”이라며 “수시정시 비율문제는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대신에 별도로 일선교사, 대학 관계자, 교육정책 연구가, 학부모가 참여하는 ‘대입전형 적정화 협의회’(가칭)를 구성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의 최교진 당선인도 “수시정시 비율을 국가에서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이다. 

제주 이석문 당선인은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의 한 부분으로 근본적으로 공론화에 동의하면서도 현재의 공론화 방식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 당선인은 “사회적 공론화는 정책 결정 단계 이전에 국민의 지지, 요구를 수렴하는 문제제기의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수시정시 비율과 같은 대입제도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상당부분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대입제도 뿐만 아니라 교육 분야의 거대 담론에 대한 문제는 현 시점의 선호도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입제도 개편을 비롯한 교육정책 전반에서 학생과 학부모보다도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학생, 학부모 등 교육주체는 시대마다 변화해 구성원들이 교체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구성원이 교체되지 않는 교육주체는 교사 집단”이라며 “수시정시 비율 등의 중대한 문제는 지금과 같은 방식보다는 교육정책에 대한 모니터링, 교육과정의 질 관리 등을 통해 평소에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과정이다. 교사들을 필두로 전문가 집단의 연구와 토론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의 김병욱 당선인은 “수시정시 비율을 대학에 강제한다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현재 2015 개정 교육과정과 향후 2022년에 전면 도입될 고교학점제에 영향을 미쳐 미래교육의 방향마저 흔들리게 할 복잡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도성훈 당선인은 “대입제도는 다양한 주체들의 다양한 의견이 상충한다. 현재와 같이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방식으로는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북의 김승환 당선인 역시 졸속처리를 우려했다. 김 당선인은 “공론화는 민주정치제도에서 의미가 크지만, 공론화 과정이 시간적인 제약 등으로 졸속으로 처리되거나, 이해당사자들의 힘의 관계에 의해 가정이 왜곡될 수 있다. 여론몰이, 숙의과정에서 절차적 부실함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현장교사 중심 교육혁신연대.. ‘학종 도입취지 강조’>
교육혁신연대는 대입개편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이날 ‘학교교육 정상화와 교육혁신을 바라는 1000인 공동선언 발대식’도 행했다. 1000인 공동선언은 ‘2022년 대입제도는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교육을 혁신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기존에 주장해 온 수능 정시전형 확대 반대,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실시’가 주요 내용이다. 교육혁신연대는 내달 2일까지 공동선언 참여자를 모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혁신연대 32개 단체에 포함된 23개 교육단체는 4월말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기 직전, 정시확대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진협),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진진협)과 한국진로진학정보원(한진원) 등 공교육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한 23개 단체는 4월25일 정부서울청사 본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시확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수능과목이나 점수제공 방식에 대한 확정 없이 국가교육회의에 학종 수능 간 적정비율을 모색해달라고 한 것은 사실상 정시확대 요구에 응답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문제풀이 식 교육을 해소하고자 도입된 학종은 그 취지를 살려 유지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학종이 도입된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정근 화홍고 교사는 “그간 교육부는 수능 준비로 문제풀이에 치중하는 교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잠자는 학생을 깨우기 위해 교육과정과 대입제도 개편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홍보해 왔다”면서 “변화의 동력이 되는 대입제도가 학종이라는 것을 스스로 부정하지 말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진협과 진진협은 논란이 끊이질 않는 학종 공정성 시비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두 단체는 “언론 보도를 통해 부각된 학종의 문제점은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상의 문제다. 마치 학종 자체가 심각한 결함이 있어 문제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며 “기존 정량평가 중심의 대입전형에서 누려온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는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 사교육 집단이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조작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몰아주기’ 관행이나 ‘금수저전형’이라는 학종에 대한 오해 역시 전형 자체의 문제보다는 학종이 상위권대학 중심으로 운영되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학종이 크게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비수도권 대학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여전히 수능과 교과의 비중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일부 고교에서 학종을 성적우수자를 위한 전형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지역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학종을 확대하고 정부의 대학평가나 행/재정 지원 시 전국 모든 대학의 학종확대와 정상화 운영 현황을 필수로 반영한다면 몰아주기 관행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국 모든 대학으로 학종을 확대 시행할 경우 학종이 대부분의 학생을 위한 보편적 대입전형으로 인식돼 ‘금수저전형’이라는 오해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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