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설문조사/서면조사 대입정책포럼..'교육부 존재 이유는?'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대입개편특위가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해 넘긴 사안을 두고 교육부가 의견수렴에 나선다. 교육계에서는 “또 여론 수렴”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4일 보도자료를 내고 “공론화 범위 미포함 및 교육부 결정 통보 사항에 대해 교육평가전문가, 대교협 및 평가원 추천 연구자 등과 함께 대교협 평가원 등 관련 전문기관과 협력해 전문가 및 직접적 이해관계자 중심의 간담회, 설문조사/서면조사, 대입정책포럼 등 의견수렴 및 전문적/기술적 검토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후속조치계획을 발표하게 된 것은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편특위가 공론화 범위에 포함한 일부 안건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교육부로 넘겼기 때문이다. 국가교육회의는 5월31일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를 발표하면서 “국민적 관심도, 대입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 전문적 판단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술적/전문적 성격이 높은 사항 등에 대해서는 대입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교육부가 논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공론화 범위에 포함된 사안은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의 비율 검토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의 활용 여부 ▲수능 평가방법이다. 그 외에 수시/정시 통합 여부는 대입전형의 안정성을 위해 현행 분리체제를 유지할 것을 권고했고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한 조치 역시 권고했다. 

자소서/추천서 폐지 등 전형서류 개선과 대입 평가기준/선발결과 공개 등은 교육부가 논의해 결정하도록 했다. 수능 과목 구조, 대학별고사, 수능 EBS 연계율 역시 교육부의 결정사항으로 넘겼다. 특히 자소서 폐지와 통합사회/통합과학의 수능과목 포함 여부의 경우 국민 의견수렴 결과를 고려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부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 권고/부대의견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국가교육회의의 시민 참여형 숙의 공론화, 학생부 기재 개선 정책 숙려 내용과도 유기적으로 연계해 8월말까지 종합적인 대입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입개편특위가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한 사안을 다시 교육부로 넘기면서 교육부는 전문적/기술적 검토를 실시할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 및 직접적 이해관계자 중심의 간담회, 설문/서면조사, 대입정책포럼 등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또 여론 수렴’.. 시간끌기 지적>
공론화 범위 제외 사항에 대해 교육부가 의견 수렴을 실시한다는 방안을 두고 시간만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된다. 이미 네 번의 대입정책포럼을 실시하는 등 여러 차례 의견 수렴을 해왔음에도 또다시 여론 수렴에 나선다는 것은 시간끌기용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교육부-국가교육회의-대입개편특위-공론화위원회 순의 ‘연쇄하청’으로 여론 수렴의 늪에 빠진 것도 모자라, 교육부에 직접적으로 넘겨진 사안 역시 재차 여론 수렴에 나설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대입개편을 둘러싼 논쟁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은 교육부가 지난해 8월 2021 수능 개편 과정에서 1년 유예를 결정하며 대입 제도 개편안을 올해 8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후 대입 제도 개편은 여론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각종 교육단체, 시민단체 등이 저마다의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이미 우후죽순 쏟아진 성명서만을 모으더라도 나올만한 논의는 다 모아졌다고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논쟁이 불거진 지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여전히 ‘수렴’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합당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대입개편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비판은 교육부가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했을 때부터 강하게 대두됐다. 정부안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채, 다양한 안건을 펼쳐놓는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만 보다가 결국 정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이송안을 넘기며 책임회피에 나섰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국가교육회의에 결정권을 넘긴다는 명목으로 특정 안에 무게를 싣지 않고 내놓은 안인 탓에, 책임과 비판에서 벗어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교육부가 이송안을 내놓은 당일 교총은 "중요성과 그로 인한 국민적 혼란 등을 감안할 때 대입제도에 대해 교육부가 입장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포럼과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놓고 정부 방안을 내놓지 않은 것은 의견수렴을 외면하는 것이자 중앙부처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에 나섰고,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핵심 쟁점에 대해 교육부가 나열만 하고 모든 결정을 교육회의로 넘겨 크게 실망스럽다"라며 "공약 실현은커녕 8개월간의 연구를 통해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라는 논평을 내놨다. 전교조도 논평을 통해 "대입 개혁의 기본원칙이나 방향 제시가 없이 나열에 그쳐 졸속 처리 우려가 높다"라고 비판을 보탰다. 

<‘책임 회피’ 위해 넘겼지만.. 되돌아온 폭탄>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로 책임 떠넘기기에 나섰지만 결국 ‘폭탄’은 되돌아왔다. 교육부가 애초국가교육회의에 이송한 안은 3개 핵심 논의사항과 추가 논의사항으로 구성됐다. 3개 핵심 논의사항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수능 간 적정비율 ▲수시/정시 통합 여부 ▲수능 평가방법이다. 핵심 논의사항은 “국가교육회의에서 핵심적으로 숙의/공론화하고 그 결과를 교육부에 제안해줄 것”을 요청한 사안이다. 국가교육회의는 이 중 전형비율, 수능 평가방법만을 공론화 범위에 포함하고 수시/정시 통합 여부는 권고사항으로 분류해 교육부에 넘겼다. 

추가 논의사항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2022학년 수능 구조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제고 방안 ▲수시 수능최저 ▲대학별고사 개선 ▲EBS 연계율 개선 등이었으나 이 중 공론화 범위에 포함된 것은 수시 수능최저 활용 여부에 불과하다. 안건 대부분이 다시 되돌아온 것이다.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편특위는 기술적/전문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교육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안건을 넘겼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교육회의에 교육 전문가라 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다. 교육회의는 출범 당시를 기준으로 신인령 의장을 제외한 20명의 위원 가운데 장관이 5명, 대통령 사회수석 등 정부/기관/단체인 6명, 교수 6명, 전직 공무원이 3명이다. 이 가운데 교육회의 유일한 상근직으로 간사 역할을 맡았던 조신 기획단장은 지방선거 출마 등을 이유로 임명 두 달 만에 사퇴했다. 교육계 출신이라 할 수 있는 교수 중에서도 경제학과나 컴퓨터학부 교수 등 관련 없는 전공의 인사들이 포함됐다. 현직 교사 한 명 없이 대학교수들을 주축으로 구성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한 교육 전문가는 “대입개편안 중 어느 것 하나 전문적이지 않은 사안은 없다. 애초에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로 논의를 넘겼을 때부터 과연 국가교육회의 위원들이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이제 와서 다시 교육부 논의 사항이라며 넘기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교육부와 대입개편특위 간 폭탄 돌리기에 시간만 허비된 셈이 됐다. 또 다른 교육 전문가는 “개편의 실질적인 내용에 대한 논의는 겉돌고, 절차/형식만 난무하다”며 “이리저리 논의 주체만 정하다가 지나간 시간이 아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자소서/추천서 폐지 논의.. 학종 무력화 우려>
교육부 결정사항으로 넘겨진 자소서/추천서 폐지의 경우 제출서류 간소화의 관점에서 논의된 사안이다. 하지만 학생부 기재사항 간소화와 함께 맞물려 평가요소가 과도하게 줄어들 경우 학종 무력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학종에서 자소서를 활용하는 이유는 학생부 보완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부는 교사가 작성하는 영역이며, 결과 위주로 서술되기 때문에 학생이 교육활동에 참여한 동기 등 지원자의 생각을 담아내기 어렵다. 학생부의 ‘세부능력및특기사항’이 교사가 학생을 관찰한 내용으로 구성된다면, 자소서는 학생의 입장에서 작성한 내용이 담기는 식이다. 각 대학은 자소서 작성 팁으로 ‘과정을 드러내라’고 강조한다. 지원자의 태도나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자소서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특히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보충 설명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고교 재학 중 진로가 갑자기 바뀐 경우다. 학생부 기록 사항 중 하나인 진로희망사항이 3년 동안 변한 학생도 있을 수 있다.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고교 재학 중 진로가 갑자기 바뀌었지만 최종지원학과와의 연결고리가 없는 경우 자소서를 활용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진로희망을 변경하게 된 계기, 그 과정에서의 노력, 최종 지원학과를 선택한 이유까지 서술할 수 있다. 

학생부를 보완하는 성격의 자소서를 두고 필요 이상의 부담을 느낀 데서 비롯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의 경우 ‘2019학년 학생부종합 전형 안내’ 책자를 통해 자소서 작성에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입학사정관은 학생부를 통해 학생 개인의 학교생활 대부분을 파악하고 평가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쏟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추천서 폐지의 경우 교사 업무부담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거론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사의 평가 내용이 반영될 수 있는 요소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지도한 교사의 입을 통해 학생부로 드러내기 힘든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 평가요소가 줄어들수록 정성평가가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추천서만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학생을 파악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대학의 입장이기 때문에 무조건 없애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추천서가 오히려 학생부의 부실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라는 반박도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부 기재가 꼼꼼히 누적돼있지 않은 경우에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며 “학생부가 평가 최우선요소인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자소서와 추천서는 학생부의 미비한 사항을 보강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에 대해 파악하는 통로로도 사용되고 있다. 추천서 양식이 대교협 공통양식으로 통일되기 이전, 가정형편 관련 문항을 활용했던 한 대학 관계자는 “추천서에 ‘학생 형편이 어려우니 장학금을 지원하면 좋겠다’는 등의 문구도 쓸 수 있도록 했다”며 “지금도 추천서에 그런 내용을 써도 된다고 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BS 연계.. 찬반 팽팽히 맞서>
EBS와 수능 연계의 경우 EBS 교재가 교과서를 대체하는 현실이 지적되기도 했다. 사교육비 경감을 목적으로 시행된 EBS연계 정책은 그간 ‘고교 수업 파행’, ‘기형적 사교육 유발’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공교육을 파괴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EBS만을 ‘달달 외우는’ 수업방식으로 변질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평가원이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EBS 연계의 부정적 효과로 응답자의 49.8%가 ‘기계적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 증가’를 꼽기도 했다. 

EBS교재 자체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선행학습 금지법을 넘어서는 내용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2월 열린 4차 대입정책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안성환 서울대진고 교사는 “단지 연계교재라는 이유만으로 수능은 정규교육과정에서 다뤄지지 않은 문제를 학생 선발이라는 미명 아래 서슴없이 출제한다”며 “EBS영어 교재는 교육과정의 기준에 따른 교과서 체계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EBS 연계율 변경 가능성에 따라 사교육 주가가 출렁일 정도로 EBS의 연계율 축소는 사교육을 확대시킨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2015년에는 교육부 장관이 EBS 연계를 70%로 고정적으로 하지 않고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는 발언 이후 모 사교육 업체 주식이 주당 5만15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EBS 연계율의 축소/폐지가 사교육시장에는 호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EBS 연계 정책 이후 사교육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사교육비 억제액은 70% 연계 이전인 2009년 3492억원에서 2014년 1조1374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경제적 가치를 산출하면 2011년 5301억원에서 2014년 8925억원으로 올랐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수험생 2명, 교사 2명, 학부모 1명으로 구성된 청구인단이 헌법재판소에 EBS 연계 내용을 담은 ‘2018학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이 교육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다양한 교재로 창의적 학습을 할 기회를 박탈하고 교사의 자유로운 교재 선택권과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과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의 보장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EBS연계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헌재는 “고교 교육과정의 중요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EBS 교재를 별도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수능시험을 치르는 데 큰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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