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주체 따라 엇박자 대입안 불가피'..'예견된 결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부와 대입개편특위 간 ‘폭탄 돌리기’에 교육현장의 불안감만 가중되는 양상이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이송한 쟁점 중 3가지만을 공론화 범위에 포함했을 뿐 나머지 사안을 모두 교육부에 다시 넘겼기 때문이다.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편특위는 기술적/전문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교육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육 전문가는 “어느 것 하나 전문적이지 않은 사안은 없다. 애초에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로 논의를 넘겼을 때부터 과연 국가교육회의 위원들이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이제 와서 다시 교육부 논의 사항이라며 넘기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입이라는 큰 틀에서 함께 논의해야 할 사항을 ‘교육부 따로, 국가교육회의 따로’ 논의하도록 한 점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대입에서는 어떤 요소도 독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큰 영향이든 작은 영향이든 어느 한 가지 쟁점이 바뀌면 나머지 요소, 또는 전체 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논의 주체에 따라 엇박자 대입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입개편안이 사안별로 쪼개져 표류하는 양상이다. 교육부와 대입개편특위 간 폭탄돌리기에 교육현장의 불안감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반복된 ‘떠넘기기’.. 촉박한 일정>
교육부에서 국가교육회의로 넘어간 2022 대입 개편안 대부분이 다시 교육부로 넘어가면서 논의가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여러 쟁점들을 늘어놓으며 교육회의에 공을 넘기면서 불거진 비판이 또다시 반복되는 양상이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로 이송한 안은 3개 핵심 논의사항과 추가 논의사항으로 구성됐다. 3개 핵심 논의사항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수능 간 적정비율 ▲수시/정시 통합 여부 ▲수능 평가방법이며, 추가 논의사항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2022학년 수능 구조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제고 방안 ▲수시 수능최저 ▲대학별고사 개선 ▲EBS 연계율 개선 등이다. 

핵심 논의사항은 “국가교육회의에서 핵심적으로 숙의/공론화하고 그 결과를 교육부에 제안해줄 것”을 요청한 사안이다. 국가교육회의는 이 중 전형비율, 수능 평가방법만을 공론화 범위에 포함하고 수시/정시 통합여부는 권고사항으로 분류해 교육부에 넘겼다. 

추가 논의사항 중 공론화 범위에 포함된 것은 수시 수능최저 활용 여부뿐이다. “기술적/전문적 성격이 높은 사항 등에 대해서는 대입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교육부가 논의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지만,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의 폭탄 돌리기에 아까운 시간만 허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적/전문적 성격 이유로 논의 넘겨.. 국가교육회의 왜 만들었나>
국가교육회의가 교육부 결정 사항으로 넘긴 사안을 두고 기술적/전문적 성격이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데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한 교육 전문가는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사안이더라도, 다른 대입 요소들과 연관해 연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셈법이 복잡하다. 공론화 범위에 포함된 사안 역시도 전문적인 숙고가 필요한 쟁점임에도 공론화 대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다. 단지 경우의 수가 여러 개라는 이유로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한 듯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육 전문가는 “단순히 확대/축소, 도입/폐지 등으로 양자택일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해서 전문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관련해서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쟁점이 얽혀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된 사안들을 살펴보면 ‘수능 과목 구조’에 대한 논란이 가장 크다. 과목 간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며 2015 개정 교육과정과의 연계성, 과목별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기술적/전문사항이라는 이유에서 제외됐지만 공론화로 넘어간 수능 평가방법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교육부가 제시했던 2022수능 출제과목 구조는 3가지 안이었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을 1과목으로 신설하고 탐구 선택과목수를 1과목으로 줄이는 1안 ▲수학 가/나형을 분리하지 않고 단일형 출제하며,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탐구 과목 중 하나로 포함하는 2안 ▲수학 가/나형을 분리 출제하고 과학Ⅱ를 출제범위에 포함해 현행 수능과목 구조를 유지하는 3안이 골자다. 

자소서/추천서 폐지의 경우 고교의 작성현황, 대학별 활용 현황을 파악하고 입학사정관 등 대학 관계자 교원 학생/학부모 등의 여러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기술적/전문적 사항이라는 사유로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됐다. 자소서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상당히 제기되고 있으므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부대 의견도 덧붙였다. 좌담회에서 수렴된 의견으로는 “자소서는 학생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되며 대학에는 판단의 여지를 줄 수 있다. 추천서는 인성과 생활태도를 제시할 수 있으나 교사의 입장에서는 작성 부담이 크며 좋은 점만 작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제시됐다. 

이외에도 수능-EBS 연계율 개선, 면접 구술고사 개선 등이 국민의견 제안 빈도가 낮다는 이유로 교육부에 다시 넘어갔다. 수능-EBS 연계율 개선의 경우 간접 연계의 경우 수능 문항 및 과목별 특성 등 전문성을 요하는 사항이라는 이유도 더해졌다. 수렴된 의견으로는 교사의 경우 수업 중 EBS교재 활용 및 암기식 교육 문제를 지적했으나 학생/학부모는 시험 부담 경감 기능이 있다고 언급됐다. 

면접 구술고사의 경우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 내 출제는 현행 법률 규정에 해당한다는 사유를 들었다. 좌담회 등을 통해 구술고사에 대한 찬반 의견이 함께 공존하지만 구술고사에 따른 사교육비 및 학업 부담에 관한 의견과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 전공적합성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으로 대학 자율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교육전문가 부족.. 예견된 결과>
국가교육회의에 교육 전문가라 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회의 위원은 당연직 9명과 민간위촉직 12명 등 위원 21명으로 구성했다. 당연직 위원은 김상곤 부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 이재정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의장, 장호성 대교협 회장,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 등 9명이다. 대학협의체 회장들을 제외하면 김동연 부총리, 박능후 복지부 장관, 김영주 노동부 장관, 정현백 여가부 장관 등은 사실상 교육과는 전혀 무관한 인물로 교육정책에 대한 통찰을 기대하긴 무리다.

민간위원 중에는 교육현장을 대변할 현직 교사가 한 명 없이 교수들로만 구성돼 비난을 사기도 했다. 교육정책에 대한 혜안을 기대할 만한 인물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위촉위원에는 강경숙 교수(원광대 중동특수교육과), 강남훈 교수(한신대 경제학과), 권호열 교수(강원대 컴퓨터학부), 김대현 교수(부산대 사범대), 김정안 서울교육청 학교혁신지원센터장, 김진경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 박명림 교수(연세대 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 장수명 교수(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장옥선 전 구리남양주 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 황선준 경남 교육연구정보원장 등이 임명됐다. 이 가운데 대입정책 전문가라고 할만한 사람은 교육부 수능개선위원회 위원을 맡았던 김대현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가 전부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회의 구성은 현직 교사 한 명 없이 대학교수들이 주축”이라며 “교육정책 당사자인 교사와 학부모를 배제해놓고 교육회의에서 현장의 고민이 담긴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탁상머리’ 교육정책이 나올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국가교육회의 산하로 뒤늦게 출범한 대입개편특위 역시 비판을 받긴 마찬가지였다. 특위는 교육회의 위원인 김진경 위원장을 포함해 교육회의 위원 4명, 대교협/전문대교협/교육감협 등 협의체가 각각 추천한 3명, 교육 전문가 4명, 언론인 2명 등 13명으로 구성했다. 현장 일선의 교사가 참여하지 않을 경우 탁상공론에 머무를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듯 교사 2명이 포함됐지만 논란이 됐던 학부모 대표는 없었다. 

<쪼개기 논의.. 혼란만 가중>
결국 대입개편은 ‘쪼개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논의 주체가 제각각으로 나뉘어 사안별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로 나뉜 것도 모자라, 학생부 기재사항 개선의 경우 ‘정책 숙려제’라는 또 다른 제도로 논의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부는 학종의 핵심 평가요소라는 점에서 대입제도라는 큰 그림의 맥락에서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전형의 비중이 균형을 이루고 서로 보완하려면 대입 제도 전반이라는 큰 틀에서 함께 논의할 수밖에 없다. 특정 전형의 개선방향에 따라 다른 전형의 변화 여부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대입에서는 한 전형의 영향력이 낮아지면 나머지 전형의 영향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수능이 절대평가로 변별력을 잃을 경우 대입에서 정시 영향력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학종 영향력이 더 높아지게 되는 식이다. 학생부 기재요령 개선이 간소화로 귀결돼 학종 평가요소가 대폭 줄어들면 대학들은 학종 영향력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반대급부로 정시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만일 동시에 수능 절대평가가 도입돼 수능 변별력이 낮아지게 되면 정시 비중을 늘리기는 어렵다. 전형 간 엇박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도돌이표.. 1년전으로 되돌아가나>
교육계에서는 결국 1년 전 수능 개편안을 유예했을 당시와 바뀐 게 없다고 지적한다. 9개월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개편안을 이송하고 국가교육회의는 이를 바탕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쳤지만 다수의 쟁점을 다시 교육부가 결정하도록 넘겨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공회전됐다”며 “정책 결정 프로세스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수능 절대평가가 무산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나마 교육부가 절대평가로 인해 생기는 변별력 문제를 해소할 방안으로 원점수제를 거론했지만 이를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변별력 저하 우려로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반발이 컸던 만큼, 절대평가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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