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표 수리고 교장 인터뷰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교육계에선 교장이 방향타를 제대로 잡고 있다면 불리한 여건인 일반고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경기 군포에 자리한 수리고는 능력있는 교장 한 명의 존재로 ‘일반고의 위기’를 극복해 낸 대표적인 사례다. 2016년 9월 김종표 교장이 부임한 후 수리고는 말 그대로 ‘약진’ 중이다. 한 명도 없던 서울대 실적이 7명으로 크게 뛴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아직 김 교장이 부임한 지 만 2년도 되지 않았단 점에서 향후 실적이 더 기대되는 상황이다.

김 교장이 낸 성과를 설명하는 데는 자타가 공인하는 ‘교육과정 전문가’란 점과 이번이 ‘두 번째’ 교장이란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김 교장은 교사 시절 경기교육청 장학사로 자리를 옮겨 교육과정 담당을 맡았고, 이후 평촌고 교감을 지내던 중 2007 개정 교육과정과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연거푸 나오면서 다시 교육과정 담당 장학사를 지냈다. 이후 안양 관양고 교장으로 자리를 옮겨 4년간 재직, 전국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 고교에 선정돼 전국은 물론이고 중국 등에서도 벤치마킹 차원에서 관양고를 방문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후 교육청 장학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금 현장으로 돌아온 것이 수리고 교장직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됐지만, 수능과의 괴리, 고교학점제의 실현 가능성 불투명 등 여러 문제점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란 점을 고려하면 교육과정 전문가이자 진학 전문가인 김 교장이 선장으로 있는 수리고는 더욱 크게 날개를 펼 준비가 된 셈이다.

김종표 수리고 교장

- 수리고가 길러내고자 하는 인재상과 교장 선생님의 교육철학은?
“수리고의 인재상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더불어 살 줄 아는 창의융합형 인재’다. 다른 말로 바꾸자면 반듯하고 야무지고 당당한 학생 정도가 되겠다. 이런 학생들이 결국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창의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자리에 가서든지 꼭 하는 얘기가 있다. ‘곱다고 가꾸면 꽃이 아닌 것 없고, 밉다고 버리면 풀이 아닌 것 없다’는 얘기다.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이 공부하지만 학생들에겐 각기 다른 심장이 뛴다. 학교란 곳은 서로 다른 학생들이 만나 꽃으로 피어나야 하는 곳이다. 아이들을 꽃으로 여기고 칭찬을 통해 성장동기를 자극해줘야 한다.”

- 취임 이후 교육환경 개선에 많은 노력을 들였는데 그 이유는?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이다. 학생 중심의 역량기반 창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개개인이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선택과목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이런 것들을 지원해주려면 교육환경이 최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미 교사와 학생이란 소프트웨어는 잘 갖춰져 있었지만, 하드웨어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부임 후 학교가 많이 정체돼 있다고 느꼈다. 일단 오래된 학교여서 조명부터 어두웠다. 불을 꺼둔 곳도 많았다. 전부 LED 등으로 바꾸고 되도록 켜 놓을 수 있도록 했다. 밝은 분위기여야 밝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타 시설들도 낡은 것들이 많았다. 칠판과 책상, 사물함 등을 전면 교체하고, 오래된 식판도 전부 바꿨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기에 학교경영은 학생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사항은 교육적 의미만 있다면 무엇이든 들어주고자 한다. 학생들이 건의해 화장실 핸드 드라이어 설치도 마친 상태다. 올해 겨울에도 화장실을 전면 리모델링 하기 위해 6억원의 예산을 배정해뒀다.”

- 큰 폭으로 늘어난 서울대 실적의 원동력이라면
“학교 경영자로서 첫 번째로 얘기하는 것은 학업역량 향상이다. 교사들에게는 항상 ‘인정받고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라고 얘기한다. 교사의 책무성을 인식하라는 얘기다. 교사들이 책무를 인식하고 교육과정을 다양화하며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한다면 서울대 실적은 자연스레 따라붙게 된다.

학교는 항상 퍼스트 무브 메이커가 돼야 한다. 교육정책 변화나 현상에 대해서도 꿰뚫고 앞장서 대응해야 학생들의 선택 폭을 넓혀줄 수 있다. 학교 프로파일을 고품질화하는 것도 이 같은 대응의 연장선상이다.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얻은 정보는 적극적으로 알린다. 교사들에게 업무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학부모총회를 직접 맡아 진행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무엇인지, 학교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수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 등의 자료도 직접 만들고 있다.

교육에선 자기주도성에 큰 비중을 둔다. 스스로 계획하고 행동하는 데서 역량 증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학생들은 자아 정체성이나 자아인식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될지 고민하고 행동한다.

학생들에겐 스터디 그룹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토론이든 토의든 모여서 함께 공부할 때 효율이 좋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상 읽은 것은 10%, 들은 것은 20%, 본 것은 30%, 시청각 교육의 경우 50%에서 70%를 기억한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해 준비한 것은 90% 이상 기억하게 마련이다. 학생간 멘토링 프로그램을 적극 권장해 멘티에게는 성적이 오르면 인증서를 주고, 멘토에겐 봉사활동 시간을 부여한다.”

- 2022대입개편을 두고 혼란 양상이다. 바람직한 대입개편 방향에 대한 생각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꿈과 끼를 기르는 교육은 현장에서 보더라도 맞는 방향이다. 그런데 오피니언 리더 몇 명이나 일부 여론이 수능의 공정성을 이유로 수능 위주로 가야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수능은 꿈과 끼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 수능위주대입은 결국 활용할 수 없는 낡은 지식을 강요한다. 교육과정과도 맞지 않으며, EBS 연계도 문제가 많다.

꿈과 끼를 이루는 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의 큰 슬로건이라면 여러 줄을 만들어줘야 한다. 단순 정시와 수시 비중을 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지를 안내해줄 수 있도록 입시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고교는 입시제도에 종속될 수밖에 없기에 수능 위주로 뽑으면 다시 고교 수업은 학원식으로 회귀한다. 교사가 지식을 퍼부어주고 학생은 받아먹는 데만 집중하는 방식이다.

교육과정이 바뀌면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 가장 먼저 교원 인사, 교원양성제도부터 손을 대야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통합사회 통합과학과 같은 과목들이 만들어지려면 사범대 등에 해당 전공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교원양성기관에 없는 전공을 현장에선 가르치는 게 현재 실정이다. 그밖에도 선택형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시설, 개정 교육과정 내용에 맞는 교과서와 입시제도 등도 필요하다. 이런 세부사항들부터 면밀히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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