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 2020년 3월 개교 목표’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경기교육청이 게임 마이스터고 전환을 재추진한다. 15일 교육청 특성화교육과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청은 2020학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교육부의 마이스터고 지정동의 신청을 준비 중이다. 전국 마이스터고는 지난해 국제무역 분야에서 최초 지정된 마이스터고인 감포고가 올해부터 모집 시작하면서 49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의 게임 마이스터고가 합류하게 될 경우 전국 마이스터고는 50개 체제로 확대된다. 게임 분야는 학생들의 높은 관심과 산업수요에 비해 정규 고교과정에서 직업교육이 빈약한 분야로 게임을 전면에 내세운 직업계고는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특성화고인 한국게임과학고 정도다.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교육청에서 TF팀을 꾸려 구체적인 전환 계획을 세우고 있다. 7월경 열리는 교육부의 마이스터고 신규 지정 설명회 이후 교육부에 심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안양지역 학교 중에서 물색 중”이라며 “취업약정을 위해 게임개발자협회나 모바일협회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문체부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게임 마이스터고는 메이저 게임사와 협약해 졸업생의 일부를 의무선발하도록 추진됐던 만큼 이번에도 취업약정을 향한 관심이 집중된다. 마이스터고 지정동의 심사결과는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다. 게임 마이스터고가 개교할 경우 여타 마이스터고와 동일하게 전국단위로 학생을 모집하게 된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직업교육의 활성화를 환영하면서도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고용상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스터고를 포함해 특성화고, 일반고 직업반 등을 통칭하는 직업계고는 지난해 취업률이 절반을 넘어서며 17년 만에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콜센터 현장실습 고교생 자살사건 등 직업계고 학생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드러나면서 취업률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 취업률이 아닌 계약직 정규직 등 고용형태와 직장 근속연수를 반영한 유지취업률 등 고용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교육청이 게임 마이스터고 전환을 재추진한다. 15일 교육청 특성화교육과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청은 2020학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교육부의 마이스터고 지정동의 신청을 준비 중이다. /사진=한국디지털미디어고 제공

<게임 마이스터고, 수차례 추진에도 불발.. ‘이번엔 성공할까’>
게임 마이스터고 설립을 위한 노력은 3~4년 전부터 계속돼 왔지만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다. 2014년 문체부의 제안으로 처음 논의된 게임 마이스터고는 당시 게임 콘텐츠 산업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3년간 1700시간 이상의 게임 분야 전문교육과 기숙사형 방과후 심화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출발했다. 2014년 4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가 보고하고 같은 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도교육청과 수원시 등에 사업을 제안하면서 설립이 구체화됐다. 2014년 당시 게임 산업 규모가 11조3000억원에서 2015년 11조9000억원으로 5.1% 증가하고, 게임시장의 산업 수요가 성남 판교 등 경기도에 집약된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애초 수원정보과학고를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려 했으나 학교 측의 반대로 인해 신설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2018년 3월 개교를 목표로 12개 학급 240명을 수용할 학교를 건립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지만 경기교육청이 부정적인 견해를 비치면서 끝내 무산됐다. 문체부가 3~5년 동안 운영비를 지원한 뒤 지원이 중단될 경우 교육청이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교원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일반고의 특성화 교육 지원에 집중한다는 교육청의 정책 기조와 어긋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게임 마이스터고 설립을 위해 이재정 교육감과 염태영 수원시장이 수차례 만나 논의했지만 견해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도 한 차례 전환이 추진됐지만 개교로 이어지진 못했다. 교육청이 강화군에 위치한 특성화고인 강남영상미디어고를 게임 분야 마이스터고 전환을 추진했으나 학생과 학부모의 반대로 무산됐다. 영상미디어고는 인천에서 유일하게 영상편집이나 촬영조명실무 등을 다루는 학교로 영화감독이나 방송피디, 음향감독, TV광고제작자 등의 분야를 목표한다. 교육청은 영화시장이 크지 않아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낮고, 게임 마이스터고로 전환할 경우 최대 50억 원 가량의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장점을 강조했다. 다만 애초 학생과 학부모들이 방송영상과 영화산업 등 교육과정의 특수성을 보고 진학을 결정한 만큼 뚜렷한 근거 없는 분야 변경은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전국 마이스터고 49개 체제.. 올해 국제무역 분야 ‘신설’>
마이스터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산업수요 맞춤형 고교로 특성화고와 함께 직업계고로 분류된다. 2008년 ‘한국형 마이스터고 육성계획’에 따라 국가와 지역의 전략산업 분야 핵심기술을 위한 기능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과고 외고 예고 체고 등과 같은 특목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전문적인 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해 산업계 수요와 직접적으로 연계한 맞춤형 교육과정이 특징이다. 2009년 21개교로 시작한 마이스터고는 2013년 39개교, 2015년 47개교에서 올해 국제무역 비즈니스 분야로 최초 지정된 감포고까지 49개교로 확대됐다. 

산업현장에 기반을 둔 직업교육으로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90% 이상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현황에 따르면 마이스터고 취업률은 93%로 나타났다. 마이스터고와 함께 특성화고, 일반고 직업반 등 직업계고 전반의 평균 취업률 50.6%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첫 졸업생을 배출한 2013년부터 5년연속 90% 이상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7년 학교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졸업자 기준, 마이스터고로 졸업생을 배출한 36개교 가운데 취업률이 가장 높은 고교는 삼척마이스터고(강원 삼척시)와 완도수산고(전남 완도군) 두 곳으로 각각 졸업자 79명, 78명이 모두 취업에 성공해 취업률 100%를 기록했다. 삼척마이스터고는 발전산업, 완도수산고는 어업 및 수산물 가공 분야를 특화한 마이스터고다.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으로 기업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1월 발간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의 ‘마이스터고 졸업생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 변화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채용한 기업 담당자의 89.4%가 ‘향후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계속적으로 채용하겠다’고 답했다. 2013년 88.9%, 2014년 86.1%에 이어 꾸준히 높은 수치다.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지속적으로 채용해야 하는 이유로는 ‘전공일치’(2013년 28.6%, 2014년 30.4%, 2015년 29.6%)를 꼽았다. 높은 직무능력, 우수한 학습능력, 인성, 관련 자격증 소지, 기타, 출신학교 이미지를 채용 이유로 꼽기도 했다. 

기업의 채용 만족도 못지않게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직능원이 고교 2학년 1만558명을 대상으로 고교유형별 학교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과고 다음으로 높은 학교 만족도를 나타냈다. 외고 국제고 일반고 자율고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영역별 5점 만점에 학교시설/환경 4.38점, 교사 4.08점, 진로교육 만족학생 54.2% 등 다양한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특목고로 일반고보다 이른 전기모집을 실시하는 마이스터고는 올해부터 달라진 특목고 일반고 고입 동시실시와는 무관하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10월 중 원서접수를 진행한다. 전국단위 모집뿐만 아니라 광역단위, 기초단체 단위 선발 등 다양하게 실시하기 때문에 학교별 모집비율과 전형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마이스터고는 특성화고 대비 높은 정부지원금을 받고 취업률도 특성화고를 크게 앞질러 입학경쟁이 여느 특목고 못지않다. 이러한 배경 탓에 과거 ‘실업계고’라는 이미지와 달리 입학생 성적도 특성화고에 비해 상당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직업계고 졸업생, 근무환경 개선 목소리 높아>
정부가 ‘고졸 취업자 지원 확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해 추진하고 있지만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목소리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 현장 교사들과 교육계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취업률 수치에만 집중한 탓에 고용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취업률 상승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선취업 후진학 등 정부의 지속적인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의 효과라는 교육부의 ‘자화자찬’과 상반된다. 2016년 김기선(당시 새누리) 의원이 중소기업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취업한 특성화고 출신 학생의 고용보험 가입자 비율은 2012년 79.6%에서 2013년 71.7%, 2014년 64.5%에서 2015년 58.8%로 20.8%p가 하락했다. 취업의 양 자체는 늘어났지만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었단 의미로 해석된다. 

일자리의 질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원인으로 교육부의 교육청 평가지표가 지목됐다. 교육부는 매년 시도교육청을 평가하는 기준에 특성화고 취업률 관련 지표를 포함한다. 전체 100점 중 배점 4점이며 ‘특성화고 취업률’ 2.5점, ‘특성화고 취업률 향상도’ 1.5점로 구성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용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관련지표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평가에 따라 인센티브가 달라지는 탓에 각 교육청이 고용의 질보다 취업률 자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국회 교문위 소속 도종환(더불어민주) 의원은 “고졸 취업률 확대 정책이 학생들을 질 나쁜 일자리로 내몰고 있다”며 “교육청 평가지표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취업률만 지표로 삼은 정부의 ‘보여주기 식’ 특성화고 사업지원도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특성화고 재정지원사업인 중소기업청의 특성화고 지원사업은 학교 1곳 당 1억7000만원을 지원해 유사사업인 교육부의 특성화고 취업역량강화사업의 5000만원보다 3배나 많다. 지난해 기준 181개 특성화고에 306억원을 지원했다.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중소기업청이 특성화고 지원사업 대상 선정에 ‘지난해 기준 취업률 45.5% 이상인 학교’라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각 학교에서는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한편, 현장실습생과 청년취업자들은 근로감독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입어도 적극 구제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지속적으로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고자 학생들의 근로이탈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취업률 지표처럼 ‘유지취업률’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수차례 반복되는 배경이다. 고교와 달리 대학에선 매년 취업률과 함께 유지취업률을 공개한다. 유지취업률은 대학 졸업자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도 고용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지표다. 취업의 지속성을 반영하기 위해 교육부가 2012년부터 도입했다. 취업률이 대학재정지원사업 등에서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자 대학이 조사 기준일 직전에 단기 취업프로그램 등 일시적으로 취업률을 높이는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유지취업률은 직장건강보험 조사기준일(6월1일)에서 3,6,9,12개월 지난 시점의 건강보험 유지비율을 활용해 산출한다.

지난해 정부는 '고졸 취업자 지원 확대'라는 국정과제에 따라 국가직 지역인재 9급 채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고졸채용을 유도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제도는 2012년 학력이 아닌 능력과 실력 중심의 인재 등용과 공직 다양성 확보를 위해 도입된 제도로 전국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전문대 출신을 대상으로 한다. 우수한 고교 출신 인재가 공직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로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인사혁신처에서 발표한 2017년 국가직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선발시험 최종합격 현황에 따르면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고교출신 합격자가 87%(148명)로 전문대학 출신 13%(22명)보다 월등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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