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정책미스, '나열식' 2022개편안 '결정타'.. 존폐 기로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오락가락 행보로 교육현장을 혼란에 밀어넣은 주범으로 평가받는 교육부를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성엽(민주평화) 위원장을 비롯한 야당과 무소속 의원 11명은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해 대체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최근 잇따른 교육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교육부 중심 정책결정 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중립성을 모두 잃은 교육부로 인해 교육정책 결정시스템의 '대변혁'이 필요한 만큼 교육부를 폐지하고 교육위를 신설해 역할을 대체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최근 교육부에 대한 현장의 불만은 극심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수업금지, 절차를 무시한 교육부의 불통과 번복으로 점철된 정책들 때문이다. 절차를 무시한 '독단'에 가까운 교육부 차관의 일부 상위대학을 향한 정시확대 요청도 빼놓을 수 없다. 정시확대라는 대입정책 방향의 적절성은 차치하더라도 ‘밀실’에서 이뤄진 정책결정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열식' 2022 대입개편안이 교육계 전반의 혼란과 갈등을 조장하면서 교육부 폐지 논란의 결정타로 작용한 형국이다. 교육부 폐지 논의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달 11일 교육부가 교육회의로 이송한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이란 점에서다. 교육부가 내놓은 개편안은 교육현장의 혼란만 심화할 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단 게 중론이다. 유 위원장은 “오락가락 뒷북행정으로 현장 혼란을 일으킨 교육부가 이번에는 대입 개편안조차 확정해 내놓지 못했다”며 “수능 개편 1년 유예 결정 후 8개월간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고백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발의된 법안에서는 교육부의 대안으로 교육계의 열망이었던 국가교육위원회를 제안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통해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높인겠단 것이다. 교육위의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위원들 사이에서 투표로 결정, 정권으로부터 독립해 중립성을 지키도록 하겠단 복안이다. 

교육부 폐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모두 잃은 교육부를 폐지하고 교육위를 신설해 교육 정책결정 시스템의 '대변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국회 등장한 ‘교육부 폐지법’.. “이미 제 역할 잃어”>
유 위원을 포함한 교문위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 법률안(정부조직법)’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다. 현행 정부조직법 상 규정된 교육부를 폐지하고 교육부의 역할을 국가교육위원회가 대체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부 폐지는 ‘정부조직법’ 제26조 1항 2호의 ‘교육부’를 삭제함으로써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는 과정이 남아있는 상태다.

유 위원장은 교육부가 헌법 제31조 4항이 정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교육정책을 문제로 지적했다. 유 위원장은 “지금의 교육부는 정부로부터 자주적이지도 않고, 전문성도 보이지 않으며 정치적 중립성도 갖지 못한다”라며 “이는 명백히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폐지법안의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교육위는 ‘국가교육위원회’ 법 제11조에 따라 현행 교육부의 업무를 이어받게 된다. 유 윈장은 “교육부가 없어진다고 해서 교육부 업무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교육부 소관 사무와 그동안의 교육부의 기본 방향, 중장기 정책 목표는 교육위가 그대로 이어가기 때문에 지금의 교육정책 구조가 변화되는 등 혼선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초정권적 합의체 성격의 기구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심각하게 훼손됐던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회복하고 교육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교육위 구성의 구체적인 윤곽도 명시했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1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위원장과 위원 3명은 상임위원으로 한다. 위원장은 위원들끼리 투표해 결정하며 임기는 6년이다. 연임도 가능하다. 위원에는 학부모, 교원, 시민단체의 참여를 허용했다. 

<교육부 폐지론 왜 나왔나.. 연이은 정책번복, 대입개편안 ‘결정타’>
대선 이후 잠잠해진 교육부 폐지론은 최근 잇따른 오락가락 행정으로 재차 불이 붙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임명된 후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논란으로 여론의 강한 반발을 샀던 교육부는 지난해말 유치원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결정을 하루 만에 번복하기까지 했다. 무분별한 학습중심 유아교육을 지양하기 위해 영어 조기교육을 금지한다던 교육부는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정책 뒤집기의 대표적 사례였던 셈이다. 앞선 8월에 수능개편 유예 결정으로 교육과정과 수능의 엇박자를 낳으며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던 터라 비판은 거세게 타올랐다. 

비판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3월말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절차를 무시하고 일부 상위대학에 ‘정시확대’를 주문한 행태는 교육부 폐지론에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다수의 언론들이 ‘박춘란 미스터리’라고 이름을 붙이며 어처구니없는 결정의 배경을 추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시기와 절차 모두 의문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교육부 이진석 고등교육정책실장은 기자 브리핑을 통해 “이대로 가면 수시와 정시 비율이 9대 1까지 갈 수 있을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충분한 답변으로 보긴 어려웠다. 

사전예고제 시기를 더욱 앞당겨 대입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던 교육부가 바로 다음 해 시행하는 2020학년 전형계획에 손을 댔다는 점도 비판지점이다. 2022 대입개편안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2020학년 전형계획 공개를 한 달 앞두고 전형비율을 조정하려 한 행태는 어떤 명분으로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교육계 의견이다. 대교협의 사전 승인을 받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실제 전형계획 작성완료 시점은 통상 알려진 4월말보다 앞당겨진다. 이미 각 대학이 2020학년 전형계획 얼개를 짜 놓은 상황에서 전형계획 작성 마감 당일 급박하게 대입정책 기조를 ‘수시확대’에서 ‘정시확대’로 뒤집은 셈이다. 

청와대와의 엇박자까지 드러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청와대도 교육부의 ‘무리수’에 당황스럽단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미 교육부와 논의가 끝난 사안인데 급작스럽게 각 대학에 통보하는 식이 됐는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이다. 교육부가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정시확대를 요청한 배경을 두고 여러 언론들의 추측이 이어졌다. 한 언론에서는 청와대의 지시를 놓고 교육부가 의견차를 보이다 어쩔 수 없이 따른 끝에 나온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전 정부가 지속적으로 수시확대를 추진해왔고, 재정지원 등을 활용해 수시를 늘리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줬다”면서 “교육부 역시 이런 역할을 해왔는데 갑자기 정책을 선회하자니 교육부 입장에서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정타는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이다. 큰 틀에서 5개 모형으로 제시된 개편안은 수시-정시 통합선발과 수능 평가방법 등 주요 쟁점을 제외한 부수적인 사항까지 고려하면 발생 가능한 경우의 수가 수백 가지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정권이 국가교육회의에 있다지만 정부안조차 방향성조차 없이 나열식으로 제시한 개편안은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학종-수능 간 적정비율을 제시하라는 쟁점의 경우 전형별 비율을 국가가 강제한다는 인식을 드러내면서 대학의 자율권 침해라며 비판 받기도 했다.  

의견이 대립되는 사안들을 모두 끄집어낸 대입 개편안은 여론전을 가속화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청사 앞에선 학종과 수능전형 간 비율을 둘러싸고 상반된 주장의 기자회견이 동시에 열렸다. 온라인에서도 교육회의 홈페이지 자유토론방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수능 절대평가 전환, 수능/학종 간 전형비율 등 쟁점을 둘러싸고 대립된 의견이 쏟아졌다. 공론화 기간이 석 달 남짓으로 짧기 때문에 의견을 강하게 피력해야 개편안에 반영될 수 있다는 시각이 강하게 퍼진 탓이다. 목소리 큰 단체들이 ‘학종축소 정시확대’를 주장하면서 교육계에선 국민여론이 일부 단체에 의해 '과대대표'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불통’ 논란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결정 방식인 정책숙려제도 부정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교육부가 소통을 강조하며 내놓은 대책이지만 정책숙려제 1호 안건이 학생부 기재 개선 방안이 되면서 6월 선거를 앞두고 결정을 미루고 위한 ‘시간 끌기’ 작전이 아니냐는 의심을 낳았다. 정책숙려제 안건으로 상정되기 위한 기준이 너무 높다는 사실도 이 같은 의심에 힘을 더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은 제시 의견이 30일 내 2만건을 초과한 ‘온교육’ 토론광장 정책, 제시 의견이 30일 내 10만건을 초과한 청와대 국민청원이지만 온교육 토론과장의 경우 2만건이 넘을 정도로 활성화된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한 교육 관계자는 “온교육에서 2만 건을 초과하는 의견이 나올 확률은 0%에 가깝다”며 “사실상 청와대 국민청원이 10만 건을 넘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정권적 정책결정기구’ 교육위 향한 열망>
초정권적 정책결정기구로서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논의는 대선 때부터 대두됐다. 정권마다 ‘전 정권 지우기’ 차원에서 정책방향이 뒤집히면서 교육수요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헌법에 기반을 두고 정치논리와 관계없이 일관된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교육계의 오랜 숙원이다. 

대선 당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한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히듯 휘둘리는 교육정책으로 극에 달한 수요자들의 피로를 해소하고, 주요 교육정책을 중장기적 안목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당시 후보들은 교육부를 폐지하고 교육위를 설치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교육위 설치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표명한 문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교육위를 설치하되 집권 초기에는 교육위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국가교육회의를 운영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집에선 ‘집권 초기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설치’ ‘장기적으로 중장기 국가교육정책 논의를 위한 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추진’ ‘초중등교육은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로 권한을 이양하고 교육부는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기능 재편’하는 등 교육거버넌스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선 이후 공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는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단계적 고교체제 개편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교체제 개편이란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일반고와 입시 동시 실시 등을 말한다. 2019년에는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을 위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추진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교육위로 나아갈 징검다리 역할로 기대를 모은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하기도 전에 이미 고교체제 단순화, 고교학점제, 논술/특기자 폐지 등 주요 현안을 교육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에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당초 지난해 7월 출범하기로 한 교육회의가 차일피일 출범을 미루면서 여론무마용 피난처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논란이 대두될 때마다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겠다’며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돼온 때문이다.

교육회의 위원 인선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현직 교사 한 명 없이 대학 교수들이 주축을 이뤘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 인사가 대부분으로 교육관련 전문성과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한 교육 관계자는 “교육회의나 교육위에서 결정한 정책의 집행기관 수준으로 축소가 예상됐던 교육부는 오히려 이전보다 비대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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