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담보 과제'..'지표개발과 설득작업 병행해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서울대 로스쿨이 올해부터 전형단계를 축소한다. 지난해까지 유지하던 3단계 전형방법을 올해부터는 총 2단계로 축소한다. 이 영향으로 2단계 전형요소로 활용하던 ‘정성평가’는 1단계로 통합한다. 

정성평가가 1단계로 통합되면서 정성평가의 영향력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 관계자는 “총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동일하지만, 지난해에는 1단계 정량평가만으로 탈락할 수 있었던 학생이 올해는 정성평가/면접을 통해 합격을 노려볼 여지도 생겼다”면서도 “다만 서울대 로스쿨 지원풀이 한정적이고 경쟁률도 그리 높지 않았던 만큼 정성평가의 영향력만을 노리고 지원할 일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이번 변화는 2017학년 전형단계를 3단계로 확대한 이후 2년만이다. 그간 서울대는 2016학년까지는 총 2단계 전형 방법으로, 정성평가를 1단계에서 활용했지만 2017학년부터 총 3단계 전형 방식을 취하며 정성평가를 2단계에 활용하기 시작해왔다. 서울대 로스쿨 관계자는 “그간 정성평가를 아예 활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활’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며 “전체 3단계 전형을 2단계로 합치면서 1단계에서 정성평가를 하는 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로스쿨은 지난해까지 일반전형의 경우 1단계 정량평가(적성시험 50%+학업성적 50%), 2단계 정성평가, 3단계 면접/구술고사로 최종합격자를 가려왔다. 올해부터는 1단계와 2단계를 통합해 적성시험 40%(100점), 학업성적 40%(100점), 정성평가 20%(50점)로 합산해 일정배수를 통과시킨 뒤 1단계 성적 83.3%(250점)과 면접/구술고사 16.7%(50점)를 합산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4일 서울대 로스쿨이 주최한 ‘로스쿨 10년의 성과와 개선방향’ 간담회에서는 로스쿨 정성평가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교수진은 정량평가 위주의 선발로 인해 로스쿨 구성원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정성평가를 확대한 전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평가업무를 전담할 입학사정관 채용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로스쿨이 올해부터 정성평가를 1단계에서 활용한다. 비중은 동일하지만 전체 전형 단계를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하면서, 1단계 정량평가와 2단계 정성평가를 합친 변화다. 사진은 서울대 법대 전경. /사진=베리타스알파DB

<로스쿨 구성원 획일화 우려.. ‘정성평가’ 비중 확대해야>
4일 열린 ‘로스쿨 10년의 성과와 개선방향’ 간담회에서는 현재 로스쿨 입시의 문제점은 2016년 이후 계속된 정량평가 확대 기조에 있다는 문제가 논의됐다. 그간 교육부는 정량평가의 비율을 60% 이상으로 둘 것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2018학년까지 1단계 전형에서는 정량평가 100%로 2.5배수를 선발하는 등, 정량평가 점수를 총점 300점 중 200점으로 반영해왔다. 특별전형의 경우 총점 400점 중 정량평가는 200점으로 반영했다. 

정량평가 확대에 따른 문제는 로스쿨 구성원의 다양성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재협 최계영 최준규 교수는 “나이가 어리고 스펙이 좋은 학생들” 위주로 입학생이 획일적으로 구성된다고 지적했다.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 상당수도 어리고 스펙이 좋은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교수진은 “사회경험이 많거나, 스펙이 좋진 않지만 잠재력이 충분한 학생들에게 입학 문호를 지금보다 개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진은 “대형 로펌의 리쿠르팅 담당자도 1,2기의 경우 전공이 다양하고 도전적/진취적 성격의 학생들이 많았는데, 근래 들어 그런 로스쿨생의 장점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별전형의 경우 법령상 신체적,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계층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특별전형으로 지방대 출신이나 사회경험이 많은 지원자를 선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량평가가 확대될수록 학생들은 입시에 맞춰 학교생활을 하게 되고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획일화는 학부 입시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고교에서부터 로스쿨 진학을 목표로 하고 이에 유리한 학과에 입학하기 위한 전략을 짜기도 한다”고 짚었다. 

다만 나이 구성의 다양화에 대해서는 이견도 존재한다. “경력과 나이가 많은 학생의 경우 기회비용 때문에 더 경쟁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신학교, 전공 구성의 다양화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있다는 분석이다. 

교수진은 정성평가의 중요성을 한층 강조했다. 서울대 로스쿨은 변시 준비기관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의 ‘공익적 법률가’를 교육/양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기관인 만큼 정량적 평가지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목적달성에 적합한 입학생을 다양한 공정 기준에 따라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성평가를 확대한 ‘다양성/잠재력 전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학점, 리트 등 정량지표는 최소자격요건으로만 활용하고 입학전형을 개편해 일부 인원은 정성지표 위주로 선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전형 중 일부 인원에 대해 별도의 전형을 신설하거나, 특별전형을 활용하는 방식 등이 고려된다. 시민단체 등 사회활동, 국제기구 기업 전문직 등 경력, 진취성 등으로 분류해 지원자의 잠재력을 판단할 수 있는 정성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내부적으로는 공정성 담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외부적으로는 사회적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량 위주 선발의 문제점과 정성평가의 필요성에 대해 교육부 관료, 변호사 단체, 기존 법조인, 일반 시민을 향한 꾸준한 설득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평가기준을 미리 마련해 공개하는 데 더해, ‘입학위원회’를 상설화해 선발절차의 투명성/일관성을 제고하고 선발기준을 확립할 수 있다고 봤다. 입학위원회 자체의 거버넌스를 민주화하기 위한 통제시스템 마련도 제안했다. 

현행 일반전형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안한 방안은 2가지다. 입시의 변별력/공정성 제고를 위해 면접은 인성면접으로 실시하되, 현재와 같은 문제풀이 면접은 논술시험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입학위원회에서 논의/채택하는 심층면접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심층면접은 1박2일 방식으로 면접 분과를 나눠 5~6개의 주제별로 면접방법을 달리 해 입체적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입학사정관 채용 필요”.. 한 차례 도입 무산 전력>
입학사정관도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양성/잠재력 전형의 구체적 지표를 마련하는 등 해당 입시업무를 전담할 전문인력 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스쿨 입학사정관은 2012년 한 차례 도입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곧바로 백지화됐던 사안이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로스쿨 교육과 취업 연계강화 방안’을 통해 로스쿨에도 학부 입시처럼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밝혔다. 사정관제 도입을 통해 비법학전공자의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법조계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법전협 등과 충분한 논의 없이 정책을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현대판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섞여 나왔다. 고위 공직자 자녀의 특혜 시비 등에 휘말릴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성평가의 중요성이 다시금 대두된 만큼,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재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한 교육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로스쿨 취지에 맞는 정성평가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며 “공정성을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전제 하에 입학사정관을 채용해 입시 업무를 전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 고민 필요”>
교수진은 로스쿨이 나이가 어리고 정량 스펙이 좋은 학생 위주로 선발하게 된 배경에는 변시 합격률이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변시 합격률이 낮아지면서 시험 합격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교수진은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로스쿨 과정을 이수하고 법조인으로 사회에 진출하려면 합격률이 먼저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발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됐다. 로스쿨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한 교수들 사이의 공감대가 형성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교수진은 “입시관련 정보를 전체 교수들과 공유하고, 학교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상시적인 절차/채널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입학위원회 구성도 시기적으로 너무 임박하게 이뤄져, 입시기준이나 평가방법, 서울대가 원하는 인재상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19 서울대 로스쿨 입시>
2019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대 로스쿨은 일반전형에서 적성시험(LEET 성적) 성적 100점, 학부성적 100점, 정성평가 50점, 어학성적 P/F로 1.5배수를 통과시킨 뒤, 1단계 성적 250점과 면접/구술고사 50점을 합산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특별전형의 경우 1단계 적성시험 성적 100점, 학부성적 100점, 정성평가 100점, 어학성적 P/F로 3배수 이내를 통과시킨 뒤 1단계 성적 300점, 면접/구술고사 100점을 합산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가군으로만 150명을 선발하며 특별전형은 11명 이상 선발할 예정이다. 비법학사와 타대학 출신은 각각 입학자의 3분의 1 이상으로 선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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