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전 기회 박탈? 실제 30% 이상 선발.. 공정성? 수능도 다양한 한계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현 중3이 치를 2022학년 대입개편안을 두고 장외 여론전이 치열하다. 교육부가 단순 나열식 개편안을 국가교육회의 이송한 탓에 예상됐던 여론전이지만, 그 열기가 매우 뜨거운 양상이다. 최근 진로/진학 관련 교사모임인 진진협/전진협과 입학사정관들의 모임인 사정관협의회 등 23개 교육단체가 정시확대 반대 기자회견을 열자 정시확대를 찬성하는 단체에서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맞불’을 놓는 일까지 벌어졌다. 개편안에 대한 여론을 듣겠다며 3일부터 시작, 이달 중 4회에 걸쳐 진행되는 국민제안 열린마당에서도 이 같은 대립양상은 되풀이될 전망이다. 이미 각 단체의 홈페이지와 카톡방 등에는 참여 독려 게시물들이 올라와 있으며, 이를 위해 버스 대절 등도 이뤄지고 있다.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여론을 듣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정책을 늘어놓고 ‘인기 투표’ 형식으로 결정하겠단 데서부터 당국이 사회적 갈등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개편안에 포함된 여러 논의들 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대립각을 보이는 주제는 ‘정시확대’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요청한 학종-수능 비율조정 문제는 그간의 수시확대 양상과 2020학년 전형계획을 두고 차관이 대학에 직접 정시확대 요청을 했던 점 등에 비춰볼 때 사실상의 ‘정시확대’ 요구나 다름없단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정시확대가 필요하다와 필요없다로 극명한 대립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장의 양 극단을 보면, 수능을 전면 절대평가화해 자격고사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부터 수시를 전면 폐지하고 정시로만 입시를 진행해야 한단 의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문제는 정시확대의 근거가 다소 빈약하다는 데 있다. 정시확대를 주장하는 측에서 드는 논거는 ▲정시 비중이 너무 낮아 ‘재도전’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점 ▲공정성이 기반이 된 정시가 주된 대입전형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시이월을 적용했을 때 정시가 전체 대입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30% 이상이란 점을 고려하면, 재도전의 기회가 과연 박탈된다고 볼 수 있을지는 반론이 가능하다. 공정성 역시 국가주도 객관식 시험만이 공정성을 담보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내신시험을 비롯해 논술/면접 등이 전부 사라져야 한다는 얘기로 연결되면서 적절치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 대입의 정시 역시 대학마다 다른 영역별 반영비율, 전형방법으로 완전한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 차관이 직접 나서 독려했음에도 불구, 2020학년 대입에서 다시금 ‘정시축소’ 양상이 벌어진 주 원인이 교육부가 통제 불가능한 ‘지방대’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고려하면, 교육회의의 결정이 실효성을 거두기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국가교육회의에서 만약 학종과 수능전형의 일정 비율을 ‘적정선’으로 제시했다고 치자. 문제는 이를 대학들에 적용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2020학년 전형계획을 전형내로 한정해 분석하면, 서울지역의 정시 비중은 32.2%지만, 서울 다음으로 모집인원이 많은 대전/충청 지역에선 정시 비율이 20.5%에 그치고 있다. 통상 교육부가 대학들의 전형을 통제하는 수단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서울권 대학이 많이 선정된단 점을 고려하면, 지방 소재 대학들이 외면하는 정시의 확대를 독려할 수단이 없는 셈”이라며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에도 교육부는 전형변화를 독려할 수 있을 뿐 강제하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대학의 전형은 ‘총장’들이 결정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총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정시확대가 필요하단 응답은 37%에 그친 반면, 현행 유지나 필요치 않다고 본 의견이 63%란 점을 볼 때 앞으로도 정시 축소 양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단순 나열식 대입개편안 발표로 장외 여론전이 뜨겁다. 특히 '정시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사안인 '학종-수능 비율조정' 문제를 두고 대립각이 뚜렷하다. 다만, 정시확대의 근거인 '재도전 기회박탈'과 '공정성' 등은 근거가 다소 빈약해 문제란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격화되는 ‘여론전’.. ‘맞불’시위까지 등장>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등 23개 교육단체는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시확대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육부가 교육회의에 요청한 학종-수능 간 적정비율 조정 문제는 정시확대나 다름 없다며, 교육현장에 변화를 가져온 학종을 유지/발전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같은날 같은 장소에선 ‘맞불’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정시확대가 필요하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정모임은 국가교육회의 구성원이 학종, 수능 절대평가에 찬성하는 인물들로 구성돼있어 사실상 ‘쇼’나 다름없다며, 정시 비율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교육단체 모임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도 말을 보태며 갈등을 한층 부추기는 양상이다. 당장 재선 여부도 불투명하고 대입에 목소리를 낼 위치가 아닌 교육감이 ‘이상적인’ 전형비율을 주장하는가 하면, 국회의원들이 적정한 전형비율을 내놓는 등 너나 할 것 없이 한 발씩 걸치려 드는 게 현실이다. 

여론전은 개편안의 방향이 확고히 결정되는 8월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3일부터 10일, 14일, 17일 순으로 이어지는 ‘국민제안 열린마당’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 개편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겠단 교육부의 발상으로 인해 정책결정 과정이 ‘인기투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게 된 때문이다. 결정권을 쥔 국가교육회의가 단기간 내 숱한 ‘핵폭탄’급 교육정책들을 결정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가득한 상황이다보니 단체들은 ‘목소리 높이기’에 열중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정시확대 과연 정답일까.. 재도전기회 박탈 중단, 공정성 확보 필요?>
올해 8월 최종결정될 2022학년 대입개편안에는 여러 ‘뜨거운 감자’들이 담겨 있다. 핵심 논의사항만 보더라도 학종-수능 비율조정, 수시/정시 통합선발, 2022수능 개편 등 굵직한 주제들이다. 교육계에서는 하나하나의 논의들이 모두 ‘핵폭탄’ 급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느냐에 따라 대입정책은 물론이고 교육계 환경 전반을 뒤집어놓을 파급력 강한 정책들이란 점에서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 갈등을 가장 촉발시키는 것은 학종-수능 비율조정이다. 사실상 ‘정시확대’ 여부를 결정지어달란 요청이나 다름없는 때문이다. 2020학년 전형계획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직접 대학들에 정시확대를 독려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은 점, 최근 대입이 지속적인 수시확대 양상을 보여왔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교육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교육계에서 벌어지는 갈등양상도 대부분 학종-수능 비율조정에 한정된 문제다. 실제로는 2022학년 수능 체제가 어떻게 정해질지, 수시/정시 통합선발이 구현되는지에 따라 수능-학종 적정비율도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대부분의 논의는 수능-학종에만 쏠려 있다. 다른 논의들이 전문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과 달리 수능-학종은 직관적인 접근이 쉬워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시 찬/반 주장 측의 논의는 평행선을 달린다. 수십년간 대입을 좌우해 온 객관식 시험의 한계와 인터넷 강의의 확산으로 인한 교실붕괴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전형을 도입, 교외활동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2014학년경 탄생한 학종은 고교-대학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고교교육 정상화’란 도입 취지에서 알 수 있듯 교실붕괴를 방지하고, 사교육보단 공교육 본위의 교육이 이뤄진단 점에서다. 반면, 학종보단 수능에 무게를 두는 의견들도 많다. ‘정성평가’를 바탕으로 한 학종은 평가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우며, 공정성 측면에서도 수능보다 나을 것이 없단 것이다. 

- 재도전 기회 보장? 과도한 기회 박탈은 사실일까
정시확대 찬성주장의 근거 중 하나는 ‘재도전 기회 보장’이다. 학종이 상위대학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대, 뒤늦게 철이 든 학생들의 대입기회를 크게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부를 잘 구축하지 못한 재학생들도 학종 지원이 어려운 탓에 고1 때부터 대입의 성패가 결정, 재수로 학생들을 내몰고 있단 주장도 존재한다. 

정시확대 주장측에선 2019학년 기준 수시-정시가 8대 2 구도일 정도로 정시 비중이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재수생과 검정고시 등 ‘재도전’에 나서는 학생들 혹은 상대평가 체제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학생부가 불리한 학생들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학생들에 비해 학업에 뜻을 둔 시기가 늦은 ‘뒤늦게 철든 학생’들이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재수’에 나서야 하는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지 말아야 한단 주장의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도전 기회’를 앞세운 정시확대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수시이월’을 고려하지 않다 보니 실제 정시비율과는 ‘팩트’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수시이월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실제보다 축소된 정시 비율을 두고 벌어지는 주장들은 그 근거부터 다시 더듬어봐야 하는 상황이다.

정시확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수시/정시 비율이 사실상 8대 2라고 주장한다. 대교협이 매년 발표하는 전형계획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얘기다. 대교협 발표에 따르면 정시비율은 2018학년 26.3%, 2019학년 23.8%, 2020학년 22.7%다. 정시확대 찬성 측의 ‘수시/정시 8대 2 구도’란 얘기는 외관만 놓고 보면 맞는 얘기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실제 정시 선발규모는 이와 다르다. 입시기관 종로학원하늘교육의 도움을 받아 전국 194개 대학의 수시이월 규모를 따져본 결과 2018학년 모집요강 상 26.3%던 정시 비율은 34.7%로 크게 치솟았다. 2017학년에도 전체 모집인원 대비 8%p 수준의 수시이월이 발생, 계획했던 29.7%가 아닌 37.7%가 실제 정시 선발비율이었다. 꾸준히 수시/정시가 7대 3 구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대교협이 발표한 2018학년 전체 모집인원이 35만2325명, 194개대학의 모집인원이 34만3326명이란 점을 보면 폐교 대상인 대학들이 일부 빠짐에 따라 인원차이가 있을 뿐 사실상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2020학년에도 수시/정시는 여전히 7대 3 구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대교협 발표에 따르면, 2020학년 정시는 22.7% 비중으로 2017학년과 2018학년 나온 8%p 대 수시이월이 더해지면 30%를 넘는 비중을 보이게 된다. 수시이월의 증/감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수시 모집규모의 증/감이란 점을 고려하면, 수시이월 규모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수시 모집인원이 늘어난 2018학년의 ‘수시이월’이 2017학년보다 늘어난 점을 보면 개연성은 매우 높다. 

물론 정시가 전부 ‘수능전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극소수의 교과전형/학종과 실기위주 전형도 정시에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요청한 사항도 어디까지나 ‘수능위주전형’에 관한 논의였다. 다만, 대부분의 수시이월이 예체능이 아닌 인문/자연계열에서 발생한다는 점과 정시에서 실기위주전형을 제외할 시 수시에서도 제외하고 현황을 따져야 한다는 점 등을 볼 때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수능전형이 30% 이상의 비중을 보인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이렇듯 정시가 30% 이상의 비중을 꾸준히 보이는 상황에서 정시 비중이 너무 낮아 재도전에 나선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한다/극한으로 내몬다’라는 주장이 적절한지도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대입에서 수시/정시를 막론하고 선발하는 규모는 35만명 안팎이다. 2017학년과 2018학년은 35만명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지만, 2019학년과 2020학년엔 35만명을 약간 밑돈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등을 통해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정원감축이 이미 이뤄져 있는 탓이다. 

반면, 수능 접수 인원은 항상 4년제대학의 모집규모를 웃돈다. 2014학년부터 2017학년까진 꾸준히 60만명 이상이 수능에 접수했고, 2018학년에서야 59만명 선으로 6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2018학년 실제 수능 응시자는 53만여 명으로 전체 4년제대학 모집규모보다 18만명 가량 많다. 수능에 응시한 인원이 전부 대학진학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고 전문대 등으로 진학하는 사례도 있지만, 모든 수험생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구도란 점은 확실하다. 

현재 전체 대입에서 ‘재도전’에 나선 재수생 등의 비율은 정시 비율보다 적다. 2018학년 수능 접수인원 가운데 졸업생과 검정고시생의 비중은 합산 25.1%에 그쳤다. 같은 기간 수시이월을 반영한 실제 정시비율이 34.7%란 점을 고려할 때 진정 과도한 기회 박탈이란 표현이 합당한 것인지는 면밀한 분석을 필요로 한다. 일각에선 학생부가 좋지 않은 재학생까지 고려하면 부족한 비율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재학생 중 상당수는 수시에서 진학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재도전의 범위를 오로지 정시로만 한정하고 있는 것도 지적의 대상이다. 학생부 교과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단순 ‘원서전략’의 실패로 재도전에 나서는 경우라면 교과성적+수능최저가 대다수인 학생부교과전형도 정시 못지않은 ‘재도전의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 

논술전형도 마찬가지다. 논술은 학생부 성적이 별다른 제한으로 작용하지 않는 특성 상 정시와 마찬가지로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전형이다. 일각에선 뒤늦게 논술을 준비해 성공하는 사례가 많이 없다며 논술과 재도전 사이의 연관성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뒤늦게 대입을 준비해 성공할 확률이 낮다는 것은 어느 전형에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문제다. 이미 잘못 구축한 학생부로 학생부위주전형 지원이 불가능하단 판단이 선 경우 택할 수 있는 전형은 논술과 정시란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에는 학종도 제출서류를 잘 가다듬고 면접을 철저히 대비해 재수에 성공하는 사례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특히 학생부를 잘 구축했음에도 수능최저 등으로 인해 탈락한 경우라면 재도전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학종이나 교과전형이 상위 교과등급을 받은 학생들만의 전유물이라는 시각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수능도 상위성적이 아닌 학생들이 좋은 대학을 가기 어렵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학종이나 교과전형 역시 대학의 스펙트럼이 큰 만큼 낮은 성적을 받았더라도 대학진학 자체엔 큰 무리가 없다. 얼마나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느냐의 ‘욕심’ 문제일 뿐, 해당 전형을 통한 진학 자체가 불가능하단 평가는 합당치 못하다. 

이런 전형 특성과 현상들은 전부 뒷전으로 미뤄둔 채 오로지 정시만을 기준으로 재도전의 기회를 판단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봐야 한다. 일각에선 학종이나 교과전형 등은 학생부를 평가의 중심축으로 삼다 보니 졸업 후 몇 년이 지나면 지원 불가능한 전형이 된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선 이 같은 비판이 힘을 잃은 상황이다. 지난해 교대를 대상으로 나온 헌재 판결로 인해 대입에서 연령제한, 학력취득유형 등의 지원제한 조건 철폐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부위주전형들 역시 재도전에 나서는 수험생들에게 기회를 활짝 열어두게 된 셈이다. 

대입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수준의 정시비율은 ‘재도전’ 기회를 크게 박탈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 대입 전문가는 “현행처럼 전체 대입 모집인원의 3분의 1 정도를 정시로 뽑으면 재도전에 나서는 학생들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제공된다고 봐야 한다. 수능에 응시하는 재수생/검정고시 인원들의 비율보다 정시비율이 더 높고, 논술전형 등 재도전의 길을 열어놓은 전형들도 있다는 점을 볼 때 과도한 기회박탈이 있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라며 “재수생들이 마치 정시에만 도전 가능한 것처럼 여기는 것은 편견이다. 현재보다 정시를 더욱 늘리자는 것은 마치 재수를 권장하는 행동이나 다름없단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시를 크게 늘리는 것은 ‘역차별’의 요소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성실히 학교수업을 통해 학업역량을 증진한 학생들이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합당치 못한 조치인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뒤늦게 철든 학생들에게 다시금 재도전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과 쉽게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학교수업에 열심히 임한 학생들이 갈 수 있는 전형을 줄여 도리어 뒤늦게 철든 학생들에게 유리함을 주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일각에선 교과성적 상위등급 학생들만 지원가능한 학생부위주전형이 과도하게 확대돼 나머지 학생들을 ‘패배자’로 몰고 있다고 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대입 인원 전체를 수능만으로 선발하더라도 상/하위권은 나뉘며, 하위권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무작정 정시를 늘리자는 것은 ‘문제풀이’와 ‘교실붕괴’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에 보다 가깝다. 수능위주전형 대비는 효율성 면에서 공교육이 사교육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입시에서 상위권과 하위권은 발생하게 된다. 수십년간 활용돼온 단순 문제풀이의 악영향을 감안, 교실수업 본위의 학생부위주전형을 도입한 것인데 이를 다시 역행하자는 얘기는 납득하기 어려운 논의”라고 말했다. 

- 공정성 확보와 정시확대.. 공정성의 범위는?
또 다른 정시확대 주장의 근거는 정시야말로 ‘공정’한 전형이라는 데 있다. 국가 주도 객관식 시험인 만큼 학업역량 측정에 탁월하며, 그 결과 역시 납득 가능한 전형이란 것이 정시확대 찬성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손사래를 친다. 수능은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했을 뿐, 결과적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에서다. 점수 위주 대입선발은 절차만 놓고 보면 공정하지만, 학생들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시험으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 이유였던 ‘다양한 역량’에 대한 평가야말로 결과적인 공정성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한 고교 교사는 “학교교육은 결국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학생들이 가진 역량은 다양하다. 이를 획일적 교육과정과 단순암기 위주 주입식 수업을 통해 ‘문제풀이’로만 평가한다는 것은 하나의 폭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시의 기반인 수능이 가진 문제점들도 지적의 대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선택과목 문제다. 탐구영역과 제2외국어/한문에서 과목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점수가 크게 요동치는 경향은 매해 발생하고 있다. 통상 지원자들의 촘촘한 수능성적 분포로 인해 단 1점으로도 당락이 뒤바뀌는 정시의 특성을 고려하면, 수험생의 ‘실력’이 아닌 과목선택 ‘운’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시험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공적합성은 외면한 채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으로의 쏠림현상이 크게 나타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절차적 공정성도 완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수능의 점수 체계와 실제 대입에서 이를 활용하는 방법도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들게 만드는 대목이다. 현재 정시에서 활용되는 수능은 표준점수-백분위-등급을 제공할 뿐 ‘등수’인 누적분포를 제공하지 않는다. 점수 위주 선발이면서도 명확한 ‘줄세우기’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대학들도 모집단위의 성격이나 전략에 따라 영역별 반영비율을 달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수능을 잘 보고 못 보고가 아닌 어떤 ‘원서전략’을 세웠느냐에 따라 합/불이 달라질 수 있단 얘기다. 만약 정시확대 찬성 측의 주장처럼 정시가 완전한 공정성을 갖춘 전형이라면 원서전략 등이 개입할 여지가 차단됐어야 한다.

점수위주 선발이란 특성에 힘입어 결과 납득이 쉬운 전형이란 점도 비단 수능만의 장점은 아니다. 교과성적+수능최저 형태의 학생부교과전형도 ‘줄세우기’란 특성을 지니고 있어 결과 납득과 관련해 정시와 차이가 없다. 일각에선 고교체제가 다른 상황, 내신 평가방법이 고교마다 다를 수 있는 부분 등을 이유로 내신을 폄하하지만, 이는 고교 단위에서의 평가를 없애란 얘기나 다름없다. 공교육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인 셈이다.

물론 수능이 여타 전형들에 비해 절차적 공정성을 갖췄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가 주도의 시험이기에 시험의 ‘질’이나 진행과정 등은 단위학교에서의 시험보단 확연한 공정성을 갖게 된다. 다만, 이를 이유로 수능만이 정당한 시험이고 다른 평가는 모두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게 되면 대입 전체를 바꾸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채점기준이 있긴 하지만 채점관마다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논술전형은 물론이고 면접 등 수능 이외의 모든 평가요소를 없애야 한단 결론이 나오는 때문이다. 

일각에선 수능이 아무리 개선점이 많다 하더라도 학종의 ‘모호함’에는 견줄 수 없단 주장을 제시하기도 한다. 학생부 기록의 불공정성과 기재수준의 격차, 대학의 모호한 평가기준 등으로 신뢰도가 추락한 학종보다는 수능이 평가수단으로서 더 나은 위치를 점하고 있단 것이다. 

다만, 수능도 ‘완전무결’한 평가 수단은 아니기에 결국 정시확대를 위해선 수능의 여러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다. 마찬가지로 학종 역시 문제점들을 개선하면 될 일이지, 무작정 비율을 줄이는 것이 능사는 아닌 상황이다. 학생부 기재사항의 경우 매년 기재요령을 통해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며, 대학의 모호한 평가기준은 최근 연세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건국대 서울여대의 6개대학이 발표한 세부 평가항목/평가내용 표준화 방안처럼 점차 명확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성’이 아닌 ‘평등’의 가치로 보더라도 수능은 비판의 소지가 많은 상황이다. 최근 대학들이 내놓고 있는 종단연구를 보면 학종보단 수능에서 더 부유하고 좋은 지역에 사는 학생들이 많이 입학한단 통계가 나오는 때문이다. 고려대 연세대 등을 비롯한 서울 소재 10개대학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입학생을 조사한 결과 수능 입학생 가운데 37.2%가 특별시, 39.8%가 중소도시에서 나온 반면, 학종은 전체 입학생의 41.9%가 중소도시, 24.2%가 특별시에서 나오는 등 좋은 지역에선 수능을 통해 입학하는 경향이 컸다. 계층 사다리를 걷어찬다며 학종을 ‘금수저 전형’이라 부르는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에서는 수능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타 전형 대비 공정한 절차를 갖춘 전형이지만, 경제력의 영향이 크단 점에서 결과가 공정하다고 보긴 어려웠다. 

<학종-수능 비율조정.. 현실성 낮아, 규제방안 없어>
만약 국가교육회의가 ‘정시확대’ 결정을 내놓더라도 이를 이행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도 문제다. 지방에서 정시비율이 낮게 나타나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2018학년의 경우 전국 194개대학 기준 서울에선 수시이월 미적용 시 정시 최초 비중이 31.9%였지만, 지방에선 23.4%로 낮게 나타났다. 수시이월 적용시 지방의 정시 비율이 33.9%로 크게 치솟긴 했지만, 여전히 서울의 36.8%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0학년 대입도 마찬가지다. 종로하늘이 최근 분석한 정원내 기준 2020학년 권역별 수시/정시 모집인원 현황에 따르면, 서울에선 정시 비중이 32.2%인 반면, 광주/호남은 18.3%, 대구/경북은 19.1%, 부산/울산/경남은 19.6% 등으로 낮은 정시 비중을 보였다. 7만2574명의 서울 다음으로 많은 6만3192명 모집 예정인 대전/충청도 20.5%로 정시비중이 낮은 편이었다.

이처럼 지방대의 정시비중이 낮은 것은 수능을 통해 우수 인재 선발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기인했단 평가다. ‘줄세우기’가 이뤄지는 특성 상 지역적 불리함을 안고 있는 지방대는 정시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 선발이 어렵다고 보고 수시를 늘리고 있단 것이다. 

문제는 정시를 기피하는 지방대를 교육부가 통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교육부가 대학들의 전형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인데, 이 사업에 선정된 지방대는 많지 않다. 2017년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지원대상인 전국 62개대학 가운데 절반 가량인 27개대학이 수도권 소재였다. 교대와 포스텍 등 ‘지방대’로 분류하기 어려운 대학들을 제외하면 지방대학은 사업대상 대학 가운데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업 지원 대상이 아닌 대학들에 교육부가 대입전형 변화를 요청할 방법은 없다. 특히, 사업 선정을 노리는 대학이라면 교육부의 변화 요구가 인용될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애당초 사업선정에 손을 놓은 대학이라면 교육부의 방침이 어떻든 독자적으로 입시를 꾸릴 수 있는 상황이다. 

지방대들이 정시확대를 꺼린다는 것은 여러 루트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현행법상 대학의 전형방법을 결정하는 최종 결정권자는 ‘총장’이다. 최근 대학교육 200호에 실린 대입정책 관련 총장 108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정시확대를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대답이 훨씬 많았다. 매우 필요하다와 필요하다의 응답은 40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37%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63%는 현재 상태가 바람직하다거나 정시확대가 필요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정지원사업으로 통제할 수 없는 지방 소재 대학들의 움직임이 어떨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현실성 낮은 학종-수능 비율조정 문제를 수면 위로 부상시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한 대입 전문가는 “본래대로라면 교육부가 특정한 정책방향을 정하고 그에 대한 여론을 수렴해 최종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 지금처럼 여러 정책들을 제시해 사회적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것은 책임있는 정책결정 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학종-수능 비율조정 문제는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실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괜시리 분란만 조장한 꼴”이라며 “다른 제도들과의 유기적 관계도 검토했어야 한다. 수시/정시 통합선발이 도입되면 대입제도는 현재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능전형과 학생부전형, 수능+학생부 전형 등의 도입이 유력하다. 2022학년 수능이 전면 절대평가로 전환될지 여부 등도 전체 대입을 흔들 수 있는 요인이다. 만약 전면 절대평가가 시행되면 변별력 문제로 인해 현재의 수능전형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논의들은 미뤄둔 채 여러 논의를 무책임하게 내놓은 교육부는 앞으로도 폐지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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